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222
제222화
* * *
11월 24일.
오늘은 지한의 생일이자 게임 광고 스케줄이 있는 날이었다.
“저녁은 내가 맛있는 거 사 줄게! 다들 먹고 싶은 거 없어? 말만 해. 율무가 쏩니당~”
“내 생일인데 네가 왜?”
“지한이는 내 친구니까~”
“나는 피자!”
“오케이~ 청이는 피자. 또?”
원래도 텐션이 높은 율무는 오늘따라 기분이 더 좋아 보였다.
자정이 되자마자 지한의 생일이라며 폭죽을 터뜨린 그는 새벽 댓바람부터 파티를 하자며 설쳐 댔다.
“어디 보자. 지금이~”
왼손을 뻗어 소매를 걷은 율무는 보란 듯 손목을 들었다. 자신의 생일날 멤버들에게 받은 선물이었다.
“11시 24분? 세상에. 마침 지한시잖아?”
“와…. 저 발 연기 어떡하지?”
유연이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한쪽 볼에 보조개가 깊게 패어 있었다.
비싼 시계는 아니지만 저렇게 좋아해 주니 선물한 사람도 뿌듯했다.
“나율무. 이제 그만하고 풀어.”
“잠깐. 근데 너는 왜 선물 안 하고 왔어?”
“장난해? 스케줄 가는데 블루투스 스피커를 왜 들고 와.”
“아~ 그건 그래.”
데이즈는 지금 배급사인 겜박스 본사를 찾아가는 중이었다.
“얘들아, 거의 다 도착했어. 차에서 내리는 것부터 촬영한다니까 다들 말조심하고.”
“네에~”
본 광고 촬영은 1월.
오늘은 지면 촬영과 겜박스를 홍보할 자체 콘텐츠 촬영이 주목적이라고 했다.
“오! 저기다!”
창가에 앉아 있던 청이 밖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짙게 선팅된 창문 너머로 겜박스 직원들이 모여 있었다. 회사 내부에 제작 본부가 있다더니 고가의 장비들이 눈에 띄었다.
차가 멈춰 서자 문 앞에 앉은 지한이 멤버들을 돌아봤다.
“문 연다.”
“가랏! 먼치킨!”
청이 신나게 외쳤다.
달칵-
지한이 차 문을 열어젖히자 카메라가 앞을 둘러쌌다. 한 명씩 차에서 내린 데이즈가 나란히 공식 대형을 갖췄다.
“For your days! 안녕하세요. 데이즈입니다!”
“For the game! 안녕하세요. 겜박스입니다.”
준비했는지 목에 사원증을 건 직원들이 재치 있게 받아쳤다.
각자 마케팅 팀과 사업 기획 팀에 근무 중이라고 소개한 직원들은 멤버들을 능숙하게 이끌었다.
“혹시 평소에 게임을 즐겨 하시는 편인가요?”
“너무 좋아하죠. 그런데 데뷔하고 나서는 많이 못 하고 있어요. 그래도 여기 기둥 하나는 제가 지어 드렸지 않나…. 하핫.”
공식적인 자리에선 주로 민성이 대답을 도맡아 하는 편이었다. 그의 재치 있는 답변에 직원들도 흡족해했다.
“영광입니다. 그럼 오늘은 그 게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저희가 어떤 업무를 하는지 소개해 드리려고 하는데요. 먼저 안으로 들어가 보실까요?”
직원이 입구를 가리키며 앞장섰다.
숨을 크게 들이마신 백야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자신은 오늘 이곳에서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다.
“이쪽으로.”
직원의 뒤를 따라 로비 안으로 들어서자 겜박스의 대표 캐릭터들이 반겨 주었다.
“오! 버섯!”
청이 버섯을 가리키자 주황색 갓을 쓴 버섯이 반응했다.
앙증맞은 발로 다가온 버섯은 청을 향해 무언가를 내밀었다. 버섯과 같은 색인 주황색 베레모였다.
“선물? 나 이거 써요?”
끄덕끄덕.
버섯이 고개를 끄덕이자 청이 망설임 없이 머리 위로 모자를 얹었다.
“내가 해 줄게.”
막무가내로 뒤집어쓰는 청에 백야가 도와주었다.
청의 손에서 베레모를 받아 들자 그가 매너 다리를 하며 눈높이를 맞춰 주었다.
“야, 나는 다리 이렇게 안 해 줘도 돼.”
“No! 백야 목 아파.”
청은 단호했다.
저희끼리 있었다면 꿀밤이라도 한 대 때려 줬을 텐데, 보는 눈이 많아 그러지도 못했다.
입술을 말아 문 백야는 대충 씌워 주고 얼른 떨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됐어.”
“Thanks.”
백야의 손이 떨어지자 청의 키가 불쑥 올라갔다. 매일 봐서 몰랐는데 키가 더 커진 느낌이었다.
‘우유는 내가 먹는데 왜 다른 놈들이 크는 것 같지? 이것들이…. 혹시 내 우유 훔쳐 먹나?’
눈을 가늘게 뜬 개복치가 앞서 걷는 멤버들을 몰래 노려봤다.
그리고 잠시 후,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본격적인 견학이 시작됐다.
커피와 스낵이 구비된 라운지, 캐릭터 굿즈 샵, 안마 의자가 설치된 휴식 공간을 지나 도착한 곳은.
“여기는 곧 출시될 를 만드는 핵심 부서입니다.”
개발 2팀 팻말이 걸려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다들 맞추기라도 한 듯 체크 남방을 입고 있었다.
“Wow. 왜 다 체크 셔츠 입,”
청이 첫인상을 가감 없이 내뱉자 유연이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네? 뭐라고 하셨어요?”
“아니요.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유연이 대신 대답했다.
멤버들도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흐린 귀를 했다.
빠른 순발력으로 위기를 모면한 유연은 그를 당겨 귓속말로 경고했다.
“미쳤어?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 말하지 말고 나한테 물어봐. 조용히.”
“치.”
잔소리를 들은 청이 입꼬리를 삐죽였다. 한편 백야는 한쪽 벽을 멀뚱히 바라보고 있었는데.
[어?! 금지※ 별로 놀랄 일이 아닐 경우 각오해야 할 것]
게임 회사 개발 팀답게 무시무시한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들어가 보실까요?”
직원의 안내에 촬영팀이 움직이며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연예인의 등장에 슬쩍 돌아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모니터에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자세로 타이핑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래도 남자 아이돌이다 보니 관심이 현저히 떨어졌다.
‘왜 안 보이는 것 같지…. 설마 일본으로 출장 갔나?’
오히려 백야가 더 열심히 곁눈질하고 있었다.
사실 시간이 꽤 흐른지라 얼굴도 정확히 기억나질 않았다.
생각나는 거라곤 덥수룩한 머리에 심한 다크서클, 체크 남방이 전부였는데. 체크 셔츠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입고 있어 단서가 되지 못했다.
열심히 눈알을 굴리며 이동하길 잠시. 데이즈가 멈춰 선 곳은 한 개발자의 책상 앞이었다.
“반갑습니다. 저는 개발 총괄을 맡고 있는 김조연입니다.”
개발 팀장이라는 남자는 내년 상반기 론칭을 목표로 열심히 개발하고 있다며, 핸드폰과 연결된 모니터 화면을 보여 주었다.
멤버들이 어젯밤 유연을 기다리며 플레이하던 베타 버전이었다.
“이렇게 상점에서 포인트로 의상도 살 수 있고, 추후 데이즈 멤버들의 캐릭터 스킨 또한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
“우와~ 너무 신기해요. 저희가 한 게임이 다 이런 영어 코드로 되어 있다는 거잖아요.”
예능 담당답게 율무가 적당히 호응했다.
이후로도 게임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백야는 전혀 집중하지 못했다. 적당히 고개를 주억이면서 눈은 파티션 너머를 살피느라 분주했다.
“그럼 개발실은 이쯤하고 슬슬 다음 장소로 넘어가 보실까요?”
견학 프로그램의 인솔을 맡은 직원이 반대편 문을 가리켰다.
‘벌써 나가면 안 되는데…! 아직 못 찾았는데.’
초조해진 백야가 입술을 짓씹으며 뒤를 돌아봤다. 이제는 고개를 내밀어 구석까지 살피자 지한이 말을 걸어왔다.
“뭐 찾는데.”
“어?”
“아까부터 계속 두리번거렸잖아.”
“그게…. 아는 형이 여기 다닌다고 들었는데 안 보이는 것 같아서.”
“그럼 이따 잠깐 전화해 보든가.”
“어…. 번호 바꾸면서 연락처를 날려 버려서….”
거짓말이었다. 눈을 맞추지 못하고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눈알이 말해 주고 있었다.
그때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팀장이 사람 좋은 얼굴로 다가왔다.
“그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요즘 재택근무를 많이 해서 오늘 출근을 안 했을 수도 있어요.”
지한도 말씀드려 보라는 듯 눈짓했다.
‘그런데 뭘 알아야 물어보지!’
괜히 몰래 두리번거렸겠는가.
두 손을 모은 백야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대답했다.
“그게…. 이름을 까먹었어요.”
“네?”
“다크서클이 엄청 심하고 뿔테 안경을 쓰는 분인데….”
자신 없는 대답에 팀장이 난감한 미소를 지었다.
“음…. 필승 님인가?”
“아! 일본어도 잘하셨어요. 막 도쿄로 출장도 다니시고.”
“아~ 필승 님 맞는 것 같네요. 그런데 그분은 퇴사하셨는데? 어제부로 그만두셨어요.”
“네? 퇴사요!? 그럼 안 되는데?”
백야가 펄쩍 뛰며 놀랐다.
멘붕이 온 것 같은 개복치에 보다 못한 지한이 도와주었다.
“친구가 최근에 핸드폰을 바꾸면서 연락처를 날렸대요. 실례가 안 된다면 번호를 얻을 수 있을까요.”
“아, 네. 물론이죠.”
백야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지한을 바라봤다. 분명 시선이 느껴질 텐데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여기 있네요.”
책상 서랍을 뒤지던 팀장이 ‘필승’이라는 남자의 명함을 건네주었다.
“연락해 보세요.”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백야가 명함을 받아 들며 넙죽 인사했다.
* * *
– 우리 회사에 아이돌 와서 뭐 찍고 있음. 근데 얼굴이 너무 사기네. 이목구비 주차가 뭐 저럼?
└ 키 제일 큰 사람은 남자가 봐도 잘생겼더라. 엘베 문 잡아주면서 웃는데 살짝 설렜음….
└ 근데 엘베 구석에서 주황 버섯 굿즈를 명품처럼 소화하고 계시던 분… 어디서 많이 본 모자다 싶었는데 존경스럽습니다. 퇴근할 때까지 그거 에X메스 모자인 줄 알았어요
└ 헉 갭알님 게임 회사 다닌다고 하지 않으셨나용
└ 맞아요. 회사랑 뭐 하나 봐요. 돌아다니면서 견학 프로그램 같은 거 찍고 있던데 잘생겼더군요
└ 아이돌 누구요?
└ 그건 보안 사항이라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기사 나가기 전까지 입 다물고 있으라고 공지 내려왔거든요
– 겜박스랑 데이즈 뭐 하냐? 지인이 오늘 자기 회사에 깨물하트 왔다 갔다던데
└ 그 그 아이돌? 복야?
└ 복야는 또 뭐야
└ 복숭아+백야 아님?ㅋㅋㅋㅋ
└ 아아 걔 맞음ㅋㅋㅋ 생각보다 키 안 작다고 함. 다른 멤버들이 넘사래
– 애들 겜박스 홍보모델 뭐 그런 거 됐나? 뭔진 모르겠지만 기대된다
– 시상식 준비하느라 바쁠 텐데 스케줄까지… 애들 잠은 재우면서 굴리냐 (주먹 쥔 짤.jpg)
– 복숭아 건강 챙겨ㅜㅜ 또 아플까 봐 너무 걱정돼 죽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