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240
제240화
* * *
“형!”
작은 복숭아 한 알이 대환의 곁으로 굴러왔다.
“작업실이라고 하지 않았어? 회사는 어쩐 일이야? 오늘 누구 녹음해? 밥은?”
“하나씩 물어봐, 하나씩.”
피식 웃음을 흘린 대환이 백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밥은 생각 없고, 회사는 뭐 가져갈 게 있어서.”
“그렇구나.”
“그런데 너 키 컸어?”
“진짜?!”
뒤를 힐끔거리던 백야가 눈을 크게 떴다. 남경을 골탕 먹인 게 내심 마음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좀 자란 거 같은데.”
“진짜? 나 진짜 키 컸어?”
잘생겼다는 말보다 키가 자랐다는 말이 두 배로 기쁜 백야는 정수리를 더듬으며 자신의 키를 가늠했다. 컨버스라 굽이 높은 편도 아니었기 때문에 더 신빙성이 느껴졌다.
“응. 컸어.”
멤버들은 매일같이 보니까 오랜만에 보는 대환의 말이 맞지 않을까.
기분이 좋아진 백야가 활짝 웃는데, 주차장 구석에 숨어 있던 검은 인영이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백야야! 백야야, 사진 한 번만!”
검은 마스크를 낀 사생이 핸드폰을 들이밀며 다가오자, 백야의 어깨가 움츠러들며 긴장으로 굳어 버렸다.
지하까진 어떻게 들어온 건지, 이곳에는 무단 침입자를 막아 줄 경호원도 없었다.
차에서 내리던 남경도 놀란 얼굴로 소리를 치며 달려오려는데, 대환이 백야를 가리며 몸으로 막아서는 게 조금 더 빨랐다.
“뭐야.”
“백야야, 백야야 여기 좀…!”
사생은 동영상을 촬영 중인지 대환의 어깨 너머로 팔을 뻗으며 백야를 담으려 했다.
그러나 곧바로 대환의 손에 가로막혀 저지당했다.
“저기요. 나가세요.”
“아 씹. 네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백야야, 백야야 여기 한 번만 봐 줘. 응?”
대환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자, 그의 얼굴이 더 살벌하게 굳었다.
“한백야. 들어가.”
문을 연 대환이 백야를 안으로 밀어 넣으려 했다. 그 순간 사생이 소리를 지르며 대환에게 손을 뻗었다.
“백야야, 여기 좀. 아 X발! 좀 나오라고!”
“형!”
경호원을 부르기 위해 안으로 들어서던 백야는 돌변하는 상대를 보고 대환의 팔을 급히 잡아당겼다.
그러나 약해 보이긴 해도 덩칫값을 하는지 대환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만 사생의 위협적인 태도에 백야의 상태만 더욱 나빠졌다. 대환을 잡은 손이 눈에 띄게 떨리고 있었다.
“X발 진짜.”
그 순간 낮게 깔린 목소리가 공기를 울렸다.
“야. 너 때문에 겁먹은 거 안 보이냐고. 말로 할 때 조용히 꺼져.”
사생이라면 치를 떠는 대환의 입에서 고운 말이 나올 리 없었다. 남경도 그를 잘 아는지 사색이 된 얼굴로 달려와 사생의 핸드폰부터 빼앗았다.
“대환아! 대환아? 진정하고, 여긴 내가 해결할 테니까 너희는 들어가. 어, 얼른.”
남경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환은 바로 등을 돌려 버렸다.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안절부절못하는 복숭아를 낚아채 들어가자, 뒤에서 백야를 부르짖는 고함이 들렸다.
큰 소리가 들릴 때마다 움찔거리는 백야의 모습에 대환이 걸음을 멈추며 분노를 다스렸다.
“X발 보안이 엉망이네.”
“느, 네…?”
“너한테 한 소리 아니야. 미안. 근데 괜찮아?”
고개가 대충 위아래로 흔들렸지만 입술을 세게 짓씹은 걸 보니 괜찮지 않은 게 틀림없었다.
이에 한숨을 쉰 대환이 백야의 어깨를 잡아 돌려세웠다.
“너 팬이랑 사생 구분 똑바로 해. 쟤네는 네 팬 아니고 스토커. 보이면 바로 경찰에 신고하면 되는 애들.”
대환을 올려다보는 백야의 얼굴이 조금 멍해졌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감을 잡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이 두 개 구분 못 하면 너 이 직업 못 해. 평생 사람 무서워하면서 혼자 숨어 지낼 거야?”
“그건 아닌….”
“그럼 정신 똑바로 차려. 앞으로 저런 애들이 달려들면 도망가지 말고 차라리 들이받으라고.”
“…으어?”
엄청난 가르침에 백야의 입술이 멍하니 벌어졌다.
연하나 시윤이 들었다면 후배한테 좋은 거 가르친다며 비아냥을 듣고도 남았을 만한 발언이었다.
“쟤네는 네가 무서워하면 할수록 네 반응을 더 즐긴다고.”
“그래도 들이받는 건 조금….”
“폭행으로 엮이라는 게 아니라 기선 제압을 하라는 말이잖아. 눈에 힘 딱 주고. 해 봐.”
눈에 힘을 주라는 말에 백야가 미간을 찡그렸다.
“이, 이렇게…?”
“아니, 그렇게 힘주면 귀엽잖아.”
대환이 답답한 듯 머리를 쓸어 넘겼다.
“눈썹엔 힘을 빼고 눈만 치켜뜨라고, 눈만.”
대환의 시범에 백야가 눈을 더 세게 부릅떴다. 그러자 원래도 얇은 쌍꺼풀이 눈살에 파묻혀 완전히 무쌍이 되었다.
“입술에 힘 빼고.”
힘을 풀자 입술 사이로 앞니 두 개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렇게 1 대 1 코칭으로 제법 불량해진 복숭아가 대환을 노려봤다.
“그래. 앞으로 모르는 사람이 다가오면 쫄지 말고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 알겠어?”
“으응….”
“그럼 이제 그 상태로 욕해 봐.”
“…욕을 하라고?”
“어. 따라 해 봐. X발 꺼져.”
백야는 금세 울상이 되며 눈꼬리가 아래로 축 처졌다.
“혀엉….”
“눈에 힘.”
“못 하게써…. 나 안 하면 안 돼?”
“따라 해.”
복도에서 이게 뭐 하는 짓인지.
입꼬리가 내려간 백야는 울기 직전의 얼굴로 입술을 달싹였다.
“빨리.”
“시, 시이….”
욕을 못 하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정말 정말 화가 났을 때 무의식적으로 뱉었던 게 전부라 맨정신으로 말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거듭되는 재촉에 시무룩해진 백야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오리 입을 만들었다.
힝.
“야.”
“시, 시바알. 꺼져 버령!”
“뭐 이런….”
다른 의미로 타격감 200%인 공격에 대환은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제압하긴 하는데 제 의도와는 달라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 * *
“당백아! 당백아, 당백아, 당백아.”
연습실 문을 열기 무섭게 아이스 딸기 라떼를 든 율무가 제일 먼저 달려왔다.
콘서트 회의를 하루 앞둔 지금. 어떻게 해서든 백야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마지막 발악이었다.
“내가 우리 애기 얼마나 기다렸는데~ 스케줄 힘들진 않았고?”
그러나 율무만큼이나 극성인 멤버가 한 명 더 있었으니.
“No! 내가 더 기다렸어!”
청이 율무를 경계하며 달려왔다. 그의 손에는 백야에게 조공할 1L짜리 흰 우유가 들려 있었다.
그러나 다가서기 무섭게 눈썹 끝이 평소와 달리 5도 내려가 있는 걸 발견했다.
“당백이 무슨 일 있었어?”
“햄스터 누가 괴롭혔나?”
대환에게 잡혀 특훈을 가장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개복치가 턱에 호두를 만들었다.
그러자 관심 없는 척 귀 기울이고 있던 멤버들까지 한달음에 달려와 그를 둘러쌌다.
“너 또 어디 다쳤어?”
유연이 백야의 몸을 더듬으며 다친 곳이 없는지부터 확인했다.
대환에게 기를 다 빨려 버린 백야는 저항할 힘도 없었다. 그저 유연이 돌리면 돌리는 대로 그의 손에 팔랑거릴 뿐이었다.
“괜찮아 보이는데.”
“근데 애 상태가 왜 이래? 매가리가 없잖아, 매가리가.”
허리를 숙인 민성이 백야의 눈을 바라보자 초점이 묘하게 엇나가 있었다.
“어이, 애기. 여기 봐. 쭈쭈쭈.”
손가락을 튕기자 백야의 초점이 금세 돌아왔다. 그러나 백야를 애완동물 다루듯 하는 민성에 지한의 미간이 작게 구겨졌다.
“뭐 하는 거야.”
민성의 손목을 잡아 내린 지한은 남경의 행방을 물었다.
“한백야. 남경이 형은?”
“…아직 안 왔어? 주차장에 사생이 숨어 있어서 그거 해결하고 온다 그랬는데.”
“What?!”
청이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얼굴을 보아하니 ‘역시 보디가드를 고용해야 한다!’고 소리칠 게 뻔해 보여 백야가 먼저 선수 쳤다.
“나는 괜찮아.”
손바닥을 편 백야가 팔을 앞으로 뻗으며 멤버들을 진정시켰다.
일명 ‘기다려’ 자세.
저보다 제 건강을 더 끔찍이 생각해 주는 멤버들이라 어중간하게 뜸을 들였다간 119에 실려 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제 걱정 안 해도 돼. 나는 막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오는 길이거든.”
“이건 또 무슨 소리야.”
트라우마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는 거였던가.
그랬으면 백야가 심리 상담을 받을 일도, 회사에서 활동 중지를 권할 일도 없었겠지.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유연의 눈썹이 삐딱하게 구겨졌다. 어디서 사기를 당하고 온 게 틀림없었다.
“백도. 너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그렇지 않아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는 백야였다. 숨만 쉬어도 불안한 놈인데 자신만만한 표정까지 짓고 있으니 공포 그 자체였다.
민성이 어디서 누구한테 무슨 소리를 듣고 온 건지 말하라며 재촉하자, 백야가 사생 역할을 해 줄 지원자를 구했다.
“나! 나!”
뭔진 모르겠지만 백야가 필요하다니까 일단 지원하고 본 청과 한발 늦게 손을 든 율무가 아쉬워했다.
“그래. 그럼 네가 정수기 뒤에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면서 내 팔을 잡는 거야.”
“Got it.”
청은 일단 시키는 대로 했다.
멤버들은 어깨를 접어 쪼그려 앉는 청과 그 앞에 모르는 척 서 있는 백야를 바라봤다.
“레디~ 액션!”
어쩐지 슬레이트를 쳐 줘야 할 것 같은 기분에 율무가 감독 역할을 자처했다.
율무의 큐사인이 들리자 백야가 걸음을 내디뎠다.
뽀짝.
청도 적당한 타이밍에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팔을 뻗으며 백야의 어깨를 움켜쥐려는데,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상황이 연출됐다.
탁!
청의 손이 닿기도 전에 내쳐지며 백야가 눈을 매섭게 떴다.
“꺼져.”
그동안 조폭 햄스터라고 너무 놀렸던 걸까.
말이 씨가 된다고, 처음 보는 백야의 난폭한 행동에 멤버 모두가 굳어 버렸다.
“…….”
청도 충격을 심하게 받은 듯, 입술을 살짝 벌린 채 백야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나 백야가 상황을 수습하기도 전에 그의 목소리가 먼저 정적을 깼다.
“햄스터 너무해….”
청이 오리 입을 만들며 백야에게 맞은 손목을 움켜쥐었다.
“어? 아, 아니, 청아. 그게 아니라 나는 기선 제압을 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하라 그래서…!”
당황한 백야가 청에게 다가가 손을 겹쳐 쥐며 어쩔 줄 몰라 했다.
“키티이…. 괜찮아?”
눈치를 보던 율무도 슬며시 다가와 청의 기분을 살폈다. 덕분에 청의 불쌍함은 배가 되었다.
한편 다른 쪽에서는 지한이 구석에 몰려 추궁을 당하고 있었다.
“너니?”
“형이야?”
이곳에선 룸메이트인 지한이 백야를 인성 파탄자로 만들어 놓은 범인으로 몰리고 있었다.
“나 진짜 아니야.”
“염병. 아니긴 뭐가 아니야. 괴롭히는 놈 있으면 사각지대로 끌고 가서 쥐어패라고 교육하는 걸 내가 몇 번이나 봤는데.”
“아니, 그거는 내가 안 가르쳐도 알아서 잘하던데….”
“형 좀 미친 거 아니야?”
유연이 격양된 목소리로 발끈했다.
“쟤가 알아서 하긴 뭘 해. 이 형 제정신 아니네.”
“에라이, 천하의 몹쓸! 애를 쓰레기로 만들어 놓다니.”
뒤집어씌우려면 좀 그럴듯한 애한테 하라는 잔소리와 유연의 경멸 어린 시선이 지한에게 꽂혔다.
조또는 많이 억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