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322
제322화
* * *
잔잔하던 에임 팬덤에 파도를 불러일으킨 대환은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백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그의 최애는 재욱과 틱탁을 찍느라 바빴다.
“손을 이렇게 챱!”
“찹.”
“아니이~ 이렇게 말고 이렇게.”
재욱에게 챌린지를 부탁한 백야는 그에게 하이라이트 안무를 알려 주느라 열심이었다.
마음 같아선 율무에게 떠넘기고 싶었지만 그는 감독님의 1인 지도를 받느라 바빴다.
“손을 이렇게.”
“…이렇게?”
“…….”
타고난 박치였던 재욱은 간단한 동작 하나를 따라 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었다.
‘키가 커서 그런가? 뭐가 이렇게 엉성하지? 애들은 안 이렇던데.’
보다 못한 개복치는 재욱의 뒤로 가서 그의 팔을 잡고 조종하듯 움직였다.
“이렇게 하라고.”
“아아~ 알겠다.”
“한번 혼자 해 봐.”
마침 다가온 스태프 하나가 해당 모습을 비하인드 카메라에 담았다.
그렇게 20분을 매달려 겨우 흉내만 낼 수 있도록 가르쳐 놓은 백야는 곧장 음악을 틀어 챌린지를 촬영했다.
재욱이 많이 뚝딱거리기는 했지만 제법 괜찮았다.
“나는 괜찮은 것 같은데. 형은 어때?”
“오. 나 춤 좀 추는데?”
재욱의 자화자찬에 백야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이걸로 올린다? 고마워. 다음 촬영 때 내가 맛있는 거 사 줄게.”
“맛있는 건 됐고, 나랑 셀카 한 장만 찍자. 인하트에 올리게.”
로 성공적인 데뷔를 한 재욱은 소속사의 권유로 최근 SNS를 시작했다.
해시태그 몇십 개보다, 인기 아이돌과 찍은 셀카 한 장이 홍보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말에 오늘만 기다렸다고 한다.
“그랭!”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
기꺼이 얼굴을 내밀어 준 백야는 제법 앙증맞은 포즈로 재욱의 피드에 박제됐다.
“당백아~”
그사이 연기 지도를 받고 돌아온 율무는 세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 서서 백야를 불렀다.
“촬영 시작한다고 감독님이 오래~ 형도 같이 오시래요.”
“그런데 왜 그렇게 멀리 떨어져서 말해요?”
“아~ 저 지금 5m 이내 접근 금지라서 가까이 가면 물리거든요.”
“야!”
별 이야기를 다 한다며 백야가 눈을 흘겼다.
“촬영장에서는 잠깐 해제야.”
“정말?”
접근 금지가 해제되었다는 말에 율무가 쪼르르 달려와 백야의 팔에 엉겨 붙었다.
“애기, 이제 화 풀린 거야?”
“놔, 놔.”
그러나 손등을 내리치는 솜 주먹은 제법 따가웠다.
“아야, 아야.”
“내 몸에 손대지 마. 그리고 산만하게 굴지 말고 맡은 역할에나 집중해.”
“알겠어. 네 얼굴에 먹칠 안 하게 열심히 할게.”
매번 구박받으면서도 뭐가 그렇게 좋은지 율무는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백야가 그 모습이 어이없어서 헛웃음을 터뜨리는데, 마침 상태창이 나타났다.
[이벤트 : 최고의 서포터!]‘뭐야? 이거 저번에 한 거잖아.’
당황한 개복치가 표정을 굳히며 걸음을 멈춰 세웠다.
“왜 그래?”
나란히 걷던 율무와 재욱이 백야를 의아하게 바라봤다.
넋이 나간 듯 먼 곳을 응시하던 백야는 눈을 비비며 다시 허공을 바라봤다.
‘망했다.’
상태창은 여전히 시야 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포인트도 없어서 아껴 쓰는 와중에 돌발 이벤트는 제일 성가신 퀘스트였다.
더군다나 제가 하는 것도 아니라 멤버에게 목숨이 달린 상황. 율무는 자신의 비밀을 들은 사람들 중, 유일하게 믿지 않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가?’
필승과 연락이 끊어진 뒤로 시스템은 다시금 백야의 목을 조여 오고 있었다.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심장이 빠르게 뛰자 덩달아 손까지 떨려 왔다. 두 손을 맞잡아 쥔 백야는 초조함을 숨기며 애써 웃었다.
“저기 커튼. 순간 귀신인 줄 알고 놀랐어.”
“오구오구~ 그래쪄요? 애기라서 세상에서 귀신이 제일 무섭지?”
“으응….”
“엥?”
원래라면 솜 주먹이 날아와야 할 타이밍인데 평소와는 다른 반응에 오히려 율무가 멍청한 소리를 냈다.
가만히 보니 손끝에 힘이 잔뜩 들어간 게 엄지손톱이 반대편 손등을 세게 누르고 있었다.
‘많이 놀랐나?’
율무가 백야의 손을 풀어내며 진지하게 물었다.
“너 진짜 괜찮아? 손 아프잖아.”
“아. 괜찮아. 갑자기 놀라서…. 그런데 너 대사는 다 외웠지? 내가 더 도와줄 건 없어?”
율무의 추가 촬영이 결정된 뒤로 백야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연기 연습을 도와주었다.
멤버들에게도 손 연기 정도는 된다며 칭찬을 받지 않았던가.
백야도 이 정도면 훌륭하다고,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다며 만족스러워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불안해한다고?’
율무가 진지하게 바라보자 백야가 어색하게 시선을 피했다.
“그냥 잘하라고. 가자. 감독님 기다리시겠다.”
그 순간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율무는 필승에게서 받았던 문자가 생각났다.
“내가 NG 낼까 봐 그래?”
저도 모르게 불쑥 내뱉은 한마디였다.
율무는 제가 말해 놓고도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이 나오려는데, 제 예상과 달리 백야가 반응을 보였다.
뒤를 돌아보는 얼굴은 꽤 당황한 듯 눈이 커다랗게 뜨여 있었다. 아무래도 정답을 맞힌 것 같았다.
“왜, 왜 그런 걸 물어봐?”
말까지 더듬는 걸 보니… 점점 확신이 섰다.
갑자기 백야만큼이나 마음이 무거워진 율무는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며 겨우 대답했다.
“그냥. NG 안 낼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누가 걱정을 한다고….”
“너 아프게 안 해.”
혼란스러운 마음에 표정 관리가 안 될 것 같았던 율무는 백야의 곁을 먼저 지나며 그의 머리를 툭 쓰다듬었다.
백야는 율무의 의미심장한 대답에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
한편 이상한 분위기에 곁에서 눈알만 굴리고 있던 재욱은 어느새 혼자가 됐다.
오도카니 서 있던 그는 멀어지는 두 사람을 보며 입술을 말아 물었다.
저기…. 옆에 사람 있어요….
* * *
율무가 카메오로 참여한 에피소드는 대학로 앞에서 시작된다.
[대학생1 :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대학교 학생인데, 과제 때문에 설문 조사를 진행 중이거든요.] [대학생2 : 잠시만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을까요? 부탁드릴게요.]후줄근한 티셔츠에 곱슬기가 있는 더벅머리. 두꺼운 뿔테 안경에 백팩을 멘 남자는 한국대 공대에 재학 중인 율무였다.
[율무 : 어…….] [대학생1 : 잠깐이면 돼요.]그가 망설이는 사이, 순식간에 그를 포위한 두 사람은 친근하게 대화를 걸며 혼을 쏙 빼놓았다.
[대학생2 : 강의 다 끝나셨어요?] [대학생1 : 집에 가는 길이세요?] [율무 : 아뇨. 편의점….] [대학생2 : 아~ 편의점 가시는구나~ 편의점에는 뭐 사러 가시는 거예요?] [율무 : 츄르….] [대학생1 : 츄르? 저도 그거 너무 좋아하는데~] [대학생2 : 설문 조사는 엄청 간단해요. 여기 1번부터 해당되는 항목에 체크 하시면 돼요.]대화가 이상한 것 같았지만 얼떨결에 볼펜과 설문지를 받아 든 율무는 하는 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체크 한 뒤 이곳을 벗어날 생각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율무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율무가 설문지에 집중한 사이 무언의 눈빛을 주고받은 두 사람은 슬슬 목적을 드러냈다.
[대학생1 : 혹시 어떤 공부 하세요? 기운이 엄청 맑아 보이는데. 체육? 체격이 너무 좋으세요~] [율무 : 컴공….] [대학생1 : 아~ 컴퓨터 공학과. 어쩐지 똑똑하고 지혜로워 보이시더라고요.]그게 무슨 상관인가 싶었지만 율무는 묵묵히 설문지에 체크 했다.
[대학생2 : 혹시 신입생이세요?] [율무 : 아뇨.]율무는 복학생으로 곧 졸업을 앞둔 화석이었다.
[대학생2 : 어머~ 너무 어려 보이셔서 신입생인 줄 알았어요.] [대학생1 : 졸업반이면 고민도 많고 힘들겠어요. 요즘 취업난이 심각하잖아요.]그렇지 않아도 취업 준비로 스트레스를 받는 율무에게 ‘힘들겠어요.’라는 한마디는 조금 위로가 됐다.
[대학생1 : 사실 제가 관상도 따로 공부하고 있는데, 율무 님은 조상님 복을 많이 갖고 태어나셨어요. 그런 말씀 못 들어 보셨어요?]태어나 처음 들어 보는 소리였다.
[대학생1 : 혹시 명절마다 집에서 제사를 드리나요?]재작년까지만 해도 차례를 빠짐없이 챙겼지만, 올해부터는 차례를 없애 버린 율무네였다.
[율무 : 아뇨. 올해부터는….] [대학생1 : 아이고. 그래서 그렇구나? 조상님께서 많이 서운해하고 계세요.]찰나였지만 율무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대학생2는 선심을 쓰는 척 율무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대학생2 : 저희가 도와드릴까요? 사실 조상님께서는 율무 님께서 누구보다 잘되길 바라고 계시거든요.] [율무 : 그걸 어떻게….] [대학생1 : 제가 관상 공부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제 눈엔 다 보이거든요.]대학생1은 마침 저희가 다니는 교회가 근처에 있는데, 그곳에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빠르게 제사를 지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고 했다.
[대학생2 : 가서 잠깐만 설명을 더 드리고 제사까지 도와드릴게요. 그럼 아마 율무 님의 취업도 훨씬 잘 풀릴 거예요.] [율무 : 이거는….]율무가 작성을 완료한 설문지를 어정쩡하게 들고 서 있자 여자가 냉큼 받아 갔다.
[대학생1 : 그건 저 주세요.] [대학생2 : 시간 괜찮으시죠? 조금 걸으셔야 하는데… 5분이면 가거든요?] [율무 : 네. 뭐….]율무는 그렇게 납치됐다.
제322-1화
생일 외전
[DASE|백야의 생일 파티에 초대합니다♡(복숭아)(햄스터)(케이크)]커다란 복숭아 위로 햄스터 한 마리가 가로로 길게 늘어져 있는 생일 케이크 앞에 백야가 앉아 있었다.
벽에는 미공개 콘셉트 포토와 백야의 어린 시절 사진, HBD 풍선이 붙어 있었고, 그 위로는 화려한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경★백야 오신 날★축]노란색 고깔모자를 쓴 백야는 쑥스러운 듯 카메라를 힐끔거렸다.
[백야 : 시작했어요?]테이블에는 백야가 좋아하는 간식들과 햄스터, 복숭아 인형이 놓여 있었다.
끌어안고 있던 복숭아 쿠션의 이파리를 잡아당기던 백야는 방송이 시작됐다는 말에 귀엽게 박수를 쳤다.
짝짝짝-
[백야 : 와아~ 안녕하세요! 나잉이 여러분! 저 오늘 생일이라서 같이 축하 파티하려고 기다리고 있었어요.]오늘을 위해 분홍색으로 염색까지 했다는 백야는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배시시 웃었다.
[백야 : 여기 케이크 보이세요? 회사에서 만들어 주셨어요. 복숭아 위에 햄야가 올라가 있어요.] [백야 : 그런데 등에 초가 꽂혀 있….]다시 보니 조금 잔인한 케이크에 백야의 동공에 지진이 일었다.
[백야 : 이, 일단 불을 붙이고 노래를 불러 볼게요. 나잉이도 같이 불러 주세요.]햄스터 등에 꽂힌 빨간색 초에 불을 붙인 백야는 박수를 치며 생일 노래를 불렀다.
[백야 :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백야의~ 생일 축하합니다~]후우-
크게 부풀어 오른 볼이 바람을 만들어 내자 불꽃은 금방 사그라들었다.
채팅창에도 백야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댓글이 빠르게 올라왔다.
[백야 :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오늘 세 번째 파티예요.]12시가 되자마자 멤버들이 숙소에서 축하해 줬고, 어제는 촬영장에서 스태프와 설가네 가족들의 축하를 듬뿍 받았다고 했다.
[백야 : 낮에는 부모님이랑 통화도 했어요. 제가 너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고 해 주셔서 기분이 좋았어요.]– 부모님이랑 통화 자주 하는구나ㅜㅜ 오구오구 귀여워
– 부모님 뭐라고 저장해 놨어?
[백야 : 부모님이요? 아… 이거 조금 부끄러운데.] [백야 : 엄망, 아빵, 누낭, 이렇게 저장해 놨어요. 처음에는 엄마만 해 놨는데 가족들이 슬퍼해서 똑같이 이응을 붙여 줬어요.]– 귀여워 ㅅㅂㅠㅠㅠㅠ
– 엄망 미쳤나ㅜㅜㅜ 한백야 내가 낳았어야 했는데ㅜㅜ
– 누나한테 사랑한다고 문자 보내 보자! 내 소원이야
[백야 : 누나한테요? 잠시만요.]이게 아이돌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혈육 테스트라는 걸 아는 백야는 자신 있게 문자를 보냈다.
[백야 : 답장 오면 알려 드릴, 어? 왔다.]핸드폰을 확인하던 백야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들고 있던 손을 앞을 향해 뻗었다.
[백야 : 누나가 더 많이 사랑해. 보이세요? 집에 오면 제가 좋아하는 것도 많이 만들어 준대요.]– 언니 사랑해요!!! 날 가져!!
– 현실 남매는 어디에…
– 설정이 너무 사기잖아ㅜㅜ 이렇게 예쁜 남매가 어디 있어
– 케이크 커팅!! 햄야 잘라 보자!
– 햄스터 먹방 보여줘~
뿌듯한 얼굴로 댓글을 읽던 백야는 ‘햄야를 먹어 보라’는 글을 발견하곤 금세 울상을 지었다.
[백야 : 햄야를 가로로 자르라고요? 너무해….]백야의 입꼬리가 아래로 처지며 시무룩해지자 오히려 댓글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백야 : 이걸 어떻게 먹어요…. 그럼 복숭아 부분만 조금 파먹어 볼게요.]포크를 꺼내 케이크의 뒷부분을 파낸 백야는 크게 한입을 머금었다.
[백야 : 오웅! 마이써요! 이거 복숭아 케이크인가? 안에 뭐가 씹히는데?]케이크가 입맛에 맞았는지 백야는 굉장히 만족스러워했다.
– 미역국 먹었어?
[백야 : 넹! 미역국은 아침에 멤버들이 끓여 줬어요. 그런데, 푸흡.]케이크를 먹으며 이야기를 하던 백야는 갑자기 까르르 웃으며 어깨를 들썩였다.
[백야 : 아니이~ 민성이 형이 전날 미역을 불려 놨는데, 큰 거 한 봉지를 다 부어서 싱크대에 미역이 이마~안큼 불어나 있는 거예요.] [백야 : 밖으로 넘쳐서 막 바닥에 떨어져 있는데, 청이가 제일 먼저 발견하고 막 소리 질러서 다 깼어요.] [백야 : 막 부엌에 괴물이 나타났다면서, 오 마이 갓! 에일리언!]백야가 청이의 성대모사를 하자 댓글창이 웃음으로 도배됐다.
[백야 : 아침에 미역국, 미역무침, 미역쌈. 진짜 미역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은 다 먹었어요.] [백야 : 한 3년 치 미역 오늘 하루 만에 다 먹은 것 같은데…? 그래서 당분간 초록색 음식은 피하고 싶어요.] [백야 : 맛은 있었어요. 다행히 민성이 형이 만들진 않았더라고요.]– 애들이 선물 뭐 줬어?
[백야 : 선물은 아직 안 받았는데 멤버들이 뭔가를 꾸미고 있는 것 같긴 해요. 사실 청이가 한 달 전부터 갖고 싶은 게 없냐고 계속 물어봤거든요.]– 애기야 말만 해! 할미가 이러려고 돈 벌지ㅠ
태블릿을 유심히 보던 백야는 ‘받고 싶은 선물이 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백야 : 갖고 싶은 건 딱히 없고 소원은 있어요.] [백야 : 멤버들이랑 나잉이가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저를 좋아해 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여러분의 1순위가 되진 않았으면 해요.]여러분의 1순위는 자신, 그리고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백야 : 여러분에게 저는 그다음이어도 좋아요.] [백야 : 그치만 내 1위는 나잉이.]백야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며 애교 가득한 얼굴로 미소 지었다.
– 뭐야 시뷰ㅠㅠ 끼 부리면서 이런 말 하면 0순위 되는 거 몰라요?ㅠㅠㅠ
– 내로남불 대박이다… 싫어 나도 백야 1순위 할래ㅜㅜ
– 혹시 이거 햄친놈들을 향한 경고인가요?ㅋㅋㅋㅋㅋ
– 레알 2순위 하고 싶었으면 이런 말 하면 안 됐지 애기야ㅜㅜ
[백야 : 아니, 잠깐만요. 왜 다들 울어요?] [백야 : 저는 그냥 여러분의 인생을 제가 책임질 수 없으니까, 자기 자신을 최우선하라는 뜻이었는데….]백야가 서둘러 감동을 파괴해 보려 했지만 나잉이들은 듣지 않았다.
[백야 : 그래요. 그냥 제가 먹여 살릴게요. 저만 바라보세요. 한눈팔면 나 울 거야.]– 응. 자기야^^
– 일부다처제 찬성
– 여보 집에 언제 들어올 거야?
– 안녕하세요? 백야의 612736번째 부인입니다
– 혹시 남자도 되나요?
– 위에 율무 아니야?ㅋㅋㅋ
책임지겠다는 발언으로 한순간에 70만 명의 반려자가 생긴 백야는 곤란한 듯 입술을 말아 물었다.
그런데 그때, 채팅창에서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댓글을 발견했다.
– 오늘 제우스에서 전사 직원한테 떡 돌렸어요ㅋㅋㅋ 애기 생일이라길래 부대표님 아빠 되신 줄 알았는데 백야 생일 기념이었음
[백야 : 제우스에서 떡을 돌렸다고요? 정말로?]매형에게 누나와 함께 백야 없는 백야 생일 파티를 했다고는 들었지만, 회사에 떡을 돌렸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 떡이랑 마카롱! 덕분에 사내 게시판에 백야 생일 축하한다는 글 오백만 개예요ㅋㅋㅋㅋ
사돈댁의 버거운 사랑에 백야는 조금 난감했다.
[백야 : 이따 방송 끝나고 전화해 봐야겠어요. 매형이 왜 그랬지…?]– 회장님 지시였다고 들음
– ㅋㅋㅋㅋ암만 봐도 백야 데뷔하고 제일 신난 사람 = 제우스 일가
– 창립 기념일 제외하고 유일하게 챙기는 기념일이 사돈 생일… 저 집안의 광기가 무섭다
백야는 민망한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며 끙끙거렸다.
[백야 : 그리고 사실 축하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많은 분들께서 선물을 보내 주셨어요.] [백야 : 멤버들 선물도 여기에 섞여 있다고 해서, 이번에는 같이 풀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려고 합니다.]백야의 옆에 산처럼 쌓여 있던 상자들은 장식이 아닌 진짜 선물이었다.
어떤 걸 먼저 고를지 고민하던 백야는 제일 위에 놓인 청록색 상자를 집었다.
[백야 : 어? 카드가 있어요.]카드를 먼저 읽어 보겠다며 펼쳐 본 백야는 입꼬리를 활짝 올리며 예쁘게 웃었다.
[백야 : 와! 대환이 형이 준 거예요. 생일 축하한다고 나중에 유닛 활동 같이하자고 적혀 있어요.]백야가 손을 뻗으며 카드를 자랑했다.
[백야 : 저야 끼워만 주신다면 너무 감사하죠. 사실 에임 선배님들이 회사에 없으니까 너무 허전해요.] [백야 : 시윤이 형이랑~ 연하 형이랑~ 다들 너무 보고 싶어요.]재잘거리며 포장을 뜯은 백야는 상자를 열자마자 영롱하게 빛나는 핑크색 다이얼의 은색 시계를 발견했다.
탁!
그러나 고가의 브랜드라는 걸 알아보곤 바로 상자를 닫으며 당황한 듯 횡설수설했다.
[백야 : 이, 이건 잘못 섞인 것 같아요. 다른 거 뜯을게요.]– 저거 롤X스 아님?
– 대환 미쳤네
– 최애한테 저런 걸 아무렇지 않게 선물할 수 있는 재력이 부럽다
– 시계 아니야? 우리도 보여줘!
선물을 공개해 달라는 댓글이 도배됐지만 백야는 꿋꿋이 다른 선물을 집었다.
방송을 보고 있을 대다수의 팬들이 아직 미성년자일 텐데, 고가의 선물이 아무렇지 않게 노출되는 건 그들에게 좋지 않을 것 같았다.
[백야 : 그냥 시계예요. 우리 이거 뜯어 볼까요? 포장지에 토끼가 그려져 있는 걸 보니까 민성이 형 거 같아요.]이번에는 제일 아래에 있던 커다란 상자를 집어 든 백야는 포장지를 거침없이 뜯었다.
부욱, 북-
브랜드 로고가 박힌 분홍색 상자에는 연분홍색의 케이블 니트가 들어 있었다.
[백야 : 우와! 예쁘다.]백야는 마음에 드는 듯 옷을 꺼내 상체에 대 보았다.
[백야 : 어때요? 잘 어울려요?] [백야 : 가을에 입으면 되겠다.]함께 동봉되어 있던 카드에는 간결한 네 글자가 적혀 있었다.
[애기 생축 (햄스터)]햄스터 파인 민성은 햄스터인지 고양이인지 모를 그림을 함께 그려 놓았다.
이어서 유연의 가방 선물과 율무의 카메라, 지한의 커스텀 이어폰, 매니저들의 선물인 운동화까지 뜯어 본 백야는 매우 들떠 보였다.
– 청이 거는? 청이 거도 보여줘!
– 햄친놈 선물이 제일 궁금한데ㅋㅋㅋㅋㅋ
그러나 모든 선물의 언박싱을 마칠 때까지도 청의 것이 보이지 않자 백야도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백야 : 어…. 잠시만요? 청이 선물이 없을 리가 없는데?]백야가 책상 아래까지 살피며 남은 상자를 수색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조금 난감해진 백야는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뒤에서 목에 리본을 묶은 청이 살금살금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 저, 저 햄친놈ㅋㅋㅋㅋㅋㅋ
– 지금 지가 선물이라고 저러고 오는 거??? 개 웃기네ㅋㅋㅋ
– 백야가 안 받으면 웃기겠다
– 몰래카메라 3초 전
– 2
– 1
[청 : 왁!] [백야 : 끄아앙!] [청 : 햄스터 생일 축하해!]몰래 나타난 청이 백야에게 백 허그를 하며 안은 몸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청 : 선물은 나야!] [백야 : 아니야. 괜찮아….]– 선물 괜찮대ㅋㅋㅋㅋㅋㅋ
– 백야 표정ㅋㅋㅋㅋㅋㅋㅋㅋ
의자가 왜 하나 더 놓여 있나 했더니 청의 등장은 예정돼 있던 모양이었다.
[청 : 나는 선물 직접 가져왔어! 햄스터 내 거 없어서 실망했어?] [백야 : 그냥 숙소에 있나 보다 했지. 한 달 전부터 계속 티 냈잖아.] [청 : What?! 깜짝해 주려 했는데 그걸 어떻게 알았나?] [백야 : …숨긴 거였어?] [청 : 햄스터 눈치 없어서 모를 줄 알았는데?]팩트로 두드려 맞은 생일빵에 백야는 입술을 말아 물었다.
[청 : 얼른 내 선물도 풀어 봐. Hurry, hurry, hurry.]청이 가져온 건 정사각형의 작은 상자였다.
– 반지? 사이즈가 딱 반지 케이슨데
– 이거 혹시 생일 프러포즈인가요? 공개 고백이야???
– 아니 잠깐만; 백야야 그거 열지 말아 봐. 너 실수하는 거야
팬들의 예상대로 청이 선물이랍시고 내민 건 은색의 반지였다.
[백야 : 반지?] [청 : 빨리 껴 봐!] [백야 : 아니, 잠깐만. 네 손에 있는 거랑 똑같은 거 아니야?] [청 : 오. 왜 갑자기 눈치가 좋아졌지?]아까부터 은근히 백야를 멕이고 있는 청에 채팅창은 웃음바다가 됐다.
[백야 : 설마 커플링이야?] [청 : Oh my god. 커플링 하고 싶어? Wait. 그럼 멤버들 거 다 뺏고 올게. Wait a minute.] [백야 : 아니이! 물어보는 거잖아.]청이 일어나려 하자 백야가 옷을 잡아당기며 겨우 제자리에 앉혔다.
[청 : 이거 우리 우정 반지! 햄스터 생일 기념으로 다 같이 하는 거야!]전부터 우정 링을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청은 백야의 생일을 기념 삼아 실천에 옮긴 듯했다.
– 아……..
– 그렇구나… 우정링ㅎㅎ
– 댓글에 점 많아진 거 뭐야ㅋㅋㅋㅋ 왜 다들 실망하고 있냐고
– 요즘 햄친놈 광기가 예전 같지 않아서 할미는 조금 서운하네….
사이즈는 스타일리스트에게 물어보고 준비했다던 그는 백야가 반지를 끼자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청 : 내 선물이 제일 좋지?] [백야 : 응. 예쁘다.]– 두 분 커플 된 거 축하해요^^
– 사심 가득 담긴 선물 잘 봤습니다… 다른 멤버들은 이용당한 거죠?
채팅창에는 백야를 놀리는 듯한 댓글이 잠시 이어졌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진 질문 타임. 청도 함께 진행을 도와주었다.
– 왜 하필 마법 소녀ㅋㅋㅋㅋ
– 유연이랑 취향이 겹치는데?ㅋㅋ
– 애기가 그래서 사인을 잘하는구나~ 아이돌이 될 운명이었던 것임
[청 :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모 하고 싶나?] [백야 : ID에 오디션을 보러 갈 것 같아요. 멤버들을 하루라도 더 빨리 만나고 싶기 때문에~]– 청이 감동했다ㅋㅋㅋㅋㅋ
[청 : 산타 믿어? 당근 하지! 백야 믿어.] [백야 : 안 믿거든?!]– 왜 네가 대답하는데ㅋㅋㅋㅋ
[청 : 제일 귀여운 멤버!] [백야 : 청이요. 방금 보셨죠? 이럴 때마다 너무 귀여워서 확 깨물어 버리고 싶어요.] [청 : 오호?]반어법을 모르는 청은 백야의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이며 좋아했다.
[청 : 나잉이가 바끼벌레가 되면 어떻게 할 거야? 박기벌레가 모냐.] [백야 : 바퀴벌레. 징그러운 거. 갈색인데 더듬이 있고 막 기어 다녀.] [청 : Oh my god! 그게 왜 되고 싶은 거야? 취향이 이상한데?]– 만약이라고! 만약에!!
– 애들 표정ㅋㅋㅋㅋㅋ 한 명은 극혐하고 한 명은 슬퍼하고 있어ㅋㅋㅋㅋ 막내즈 개 귀엽네 진짜
[백야 : 만약에라도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나잉이가 바퀴벌레가 되면 너무 슬플 것 같아요.] [청 : 맞아. 눈물 나.]– 둘 다 극 S
– 그래, 그냥 바퀴벌레 안 될게… 할미가 미안해 슬퍼하지 마…
[청 : 마지막! 다음 생에도 데이즈 할 거야?]여태껏 질문에 바로바로 대답하던 백야는 마지막 질문에는 조금 망설였다.
[백야 : …네. 지금 멤버들 그대로라면 몇 번이고 다시 할래요. 데이즈 계속하고 싶어요.]멤버들과 정이 많이 들어서 헤어지게 된다면 많이 울 것 같다고 하자, 청은 왜 그런 소리를 하느냐며 얼굴을 찌푸렸다.
[백야 : 그냥…. 갑자기 그런 질문을 들으니까 센치해지네요.] [청 : No! 이 세상에 그런 일은 없어.]청의 단호함에 백야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기분이 좋아보였다.
[백야 :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백야 : 오늘 제 생일을 축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요. 오늘의 추억 덕분에 앞으로의 활동도 열심히, 또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백야 : 그럼 저는 이만 여기서 라이브 종료하고 멤버들이랑 저녁 먹으러 가 볼게요. 안녕~]백야가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함께 손을 흔들어주는가 싶었던 청은 오른손을 뻗어 백야가 사용했던 포크를 가져갔다.
그리곤 햄스터 부분을 푹 떠서 입 안으로 와앙 집어넣었다.
[백야 : 아악! 미쳐써?!] [청 : 햄스터 먹방! 내가 먹었다!] [라이브가 종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