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350
제350화
그렇게 탄생한 진풍경.
민성에게 필승은 사이비 교주였고 율무는 세상 물정 모르는 멍청이였다.
민성이 핸드폰에 할 말을 적어 옆으로 넘기면 지한이 마지못해 소리 내 읽었다.
“한백야 깨어나기 전까진 안 풀어 준다네요. 경찰에 바로 신고 안 하는 걸 다행으로 알라고….”
유연과 지한은 필승을 믿긴 하지만 전적으로 그의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중립을 유지하고 있었다.
“타임 워프하면 다 외계인이지! 별게 외계인이야?”
“즈블 입 즘 득츠르그….”
입만 열면 깨는 말만 해 대는 탓에 그의 신뢰도는 나락으로 떨어진 지 오래였다.
그를 숙소에 들였다는 이유로 율무까지 덩달아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
보다 못한 율무가 머리를 뒤로 젖히며 필승의 뒤통수를 세게 들이박았다.
쿵!
“악! 아오! 내 대가리!”
“테이프 없어? 누가 이 새끼 입에 좀 붙여 봐.”
백야를 살린 생명의 은인이자, 버그투성이의 잔악무도한 시스템을 처리한 1등 공신이었지만 대우가 처참했다.
그야 믿기 힘든 게 당연하니까.
어차피 백야가 깨어나면 풀릴 오해라고 생각한 율무는 제발 그때까지만 입을 닥쳐 줄 수는 없겠냐 정중히 부탁했다.
“솔직히 여기서 내가 제일 억울하지!”
물론 필승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백야 씨 얼굴에 넘어가서 살해 협박에, 집도 잃어, 도둑으로 몰려! 내가 고소 안 하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맞는 말이긴 했다.
하지만 이곳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백야의 처돌이였다. 때문에 그의 편을 들어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트로피를 쥔 민성의 손에 힘이 실리자 필승이 입을 다물었다.
‘역시 사람을 다루는 덴 폭력만 한 게 없는 건가.’
민성은 필승이 꽥꽥거릴 때마다 골이 울리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여기가 게임 속이라고? 백야가 아팠던 게 다 시스템의 농간 때문이고?’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왔지만, 왠지 모르게 겪어 본 상황처럼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뭐지?’
민성의 고개가 갸우뚱 기울었다.
그러던 그때, 그리운 목소리가 그를 사로잡았다.
“…개발자님?”
변성기를 겪었음에도 티 없이 맑은 목소리.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미색에 모두의 시선이 한곳을 향했다.
“뭐야…? 무슨 상황이야, 지금?”
그곳엔 백야가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조금 전까지 고열에 시달리던 사람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편안한 안색으로.
무엇보다 지금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모두를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었다.
“백야 씨! 아이고~ 드디어 일어났구나! 내가 그랬지! 오류 고쳐서 이제 말할 수 있을 거라고!”
필승이 한 번 더 자신의 공적을 어필했지만 처참히 씹혔다.
“너… 괜찮아?”
놀란 채 굳어 있던 유연이 성큼 다가가 이마에 손을 올리려 했다.
그러나 백야는 한 걸음 물러나며 포박된 두 사람을 가리켰다.
“왜…. 왜 저러고 있어?”
“백야 씨! 일단 이것 좀 풀어 줘요!”
“당백이 이제 괜찮아? 업데이트는? 아직도 떠?”
궁금한 게 많은 두 사람이 앞다투어 백야를 불러 댔다.
하지만 필승과 눈이 마주친 순간, 백야는 꿈에서 깨기 전 마지막으로 본 얼굴과 그의 얼굴이 겹쳐 보이며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잘못 본 게 아니야.’
자신을 죽여야 된다며 살기를 내뿜던 눈빛.
지금보다 더 성숙한 외모였지만 꿈속의 그는 분명 필승이 맞았다.
흠칫-
저도 모르게 유연의 뒤로 숨은 백야는 떨고 있었다.
최초의 아군이자 유일한 구세주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알고 보니 범인이었다, 라는 전개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얘, 얘들아! 저놈이 흑막이다!’
* * *
물에 빠진 놈 건져 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는 말이 이런 상황을 말하는 걸까.
야심한 시각.
데이즈의 숙소에선 김필승, 나율무 청문회가 열렸다.
“제가 목숨 바쳐서 당신을 구한 결과가 고작 이거예요? 백야 씨. 제 순정의 대가가 겨우 이것밖에 안 되는 거냐고요.”
“판사님.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필승이 요가 밴드에 묶인 손목을 내밀며 호소했다.
반면 율무는 얄미운 대답으로 필승을 손절한 듯한 태도를 보였다.
“너도 이러면 안 되지! 찾아와서 도와달라고 울고불고할 때는 언제고!”
“내가? 울어?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땅땅땅!
“정숙하세요.”
지한이 도마 위로 절구를 두드리며 진지하게 경고했다.
“두 분은 묻는 말에 한 치의 거짓도 없이 대답하셔야 합니다.”
“난 지금까지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니까? 백야 씨, 저 진짜 서운해요.”
유연을 방패 삼아 숨어 있던 백야는 미안함에 입술을 삐죽거렸다.
“죄송해요…. 저도 개발자님 정말 믿고 싶은데….”
“햄스터 기죽이지 마!”
백야의 눈썹이 사선을 그리자 극성 맘이 끼어들며 치맛바람을 휘날렸다.
“청청. 너도 조용히 해.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필승에겐 미안하지만 현실이라 착각이 들 만큼 생생했던 꿈이라, 백야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그래도 손님이라고 나름 소파를 내어 주지 않았던가.
“쯧쯧. 이래서 요즘 MZ는.”
필승은 잔뜩 못마땅한 얼굴로 앞의 다섯 사람을 노려봤다.
그동안 화이트보드에 질문 리스트를 작성한 민성은 그것을 지한에게 넘겨주며 대리 질문을 부탁했다.
“김필승 씨. 여기가 게임 속이라고 주장하셨는데 그걸 증명할 방법이 있습니까?”
“거, 토끼같이 생긴 양반, 의심이 참 많네. 아까 내가 한 말은 다 귓등으로 들었어? 저기 배신자한테 물어봐.”
필승에게 지목당한 백야는 ‘이게 다 무슨 소리야?’라는 얼굴로 필승과 멤버들을 번갈아 봤다.
‘아무리 잠깐 선을 그었기로서니, 누적 경고가 한 번밖에 남지 않은 저에게 천기누설을 증명하라고 하다니!’
“저 기회 한 번밖에 안 남았는데….”
백야가 턱에 호두를 만들자, 민성이 잠시 세워 두었던 트로피를 다시 집어 들려 했다.
그에 줄곧 방관하고 있던 율무가 처음으로 나섰다.
“애기, 괜찮아. 말해도 돼. 이 사람이 아까 먼저 말해서 문제 될 일 없다 그랬어.”
백야가 깨어나기 전, 모두에게 천기를 누설해 놓았으니 편하게 말해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졌다.
“…정말요?”
“그럼. 내가 변태도 아니고 백야 씨 피 흘리면서 쓰러지는 거 보자고 이러겠어요?”
다른 멤버들에겐 반말을 찍찍해 대는 주제에 백야에게는 꼬박꼬박 존대를 하는 필승이었다.
“저 두 사람이 기억을 잃었던 건 업데이트 때문일 거예요. 그때 오류 났다고 했잖아. 기억나죠?”
409 에러를 말하는 듯했다.
백야가 고개를 끄덕이자 필승이 설명을 이었다.
“지한 씨만 기억이 다시 돌아온 건 왜 그런지 저도 잘 모르겠는데, 보나 마나 저쪽도 버그였겠지.”
“몬 말이야? 나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청이 눈을 끔뻑거리며 백야와 필승을 번갈아 봤다.
“그러니까 편하게 말해도 된다고.”
필승의 말에 고민하던 백야는 입술을 달싹이다 용기를 냈다.
“그게…. 개발자님 말이 맞아.”
백야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게임을 깔고 난 뒤,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떠 보니 과거였고, 정신을 차려 보니 너희 곁이었다.
그래도 여러 번 말하다 보니 익숙해졌는지, 지한과 민성에게 처음 비밀을 말하던 날보단 좀 더 쉽게 풀어나갔다.
“믿기 힘들다는 거 아는데… 정말이야.”
무거운 정적이 흐르길 잠시.
청이 얼떨떨한 얼굴로 손을 번쩍 들었다.
“음…. Excuse me. 나 질문.”
모두의 시선이 청에게 향했다.
“그럼 우리는 모야? 나는 게임 안 깔았는데 왜 여기에 있어?”
말하면서도 혼란스러운지 미간 사이의 주름이 펴지지 않았다.
청의 질문에 대한 답은 필승이 대신해 주었다.
“백야 씨만 플레이어고 나머지는 NPC니까. 여기는 엄연히 백야 씨를 위해 존재하는 또 다른 차원이라고 생각하면 쉽겠네.”
“What? 자기가 마X이야, 모야….”
세모로 치켜뜬 눈이 필승을 아니꼬워했다.
[그럼 다 가짜라는 거예요?]제가 겪어 온 인생. 그동안의 노력. 끝내 얻은 성취.
이 모든 것들이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민성의 낯이 하얗게 질렸다.
“그건 아닐걸? 백야는 너희를 만나기 전부터 데이즈라는 팀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당신들 존재는 내가 만들어 낸 데이터도 아니야.”
원래 세계에 존재하는 인물들이니 존재 자체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럼 햄스터는?”
“…햄스터? 저거?”
필승이 초호화 케이지 안에서 쳇바퀴를 굴리는 햄야를 가리켰다.
“아니요. 백도 말하는 거예요.”
“햄스터? 아니, 백야는 누가 봐도 복숭아지!”
“햄스터!”
“복숭아!”
뜻밖의 파벌 싸움에 거실이 잠시 소란스러워졌다.
땅땅땅!
지한이 절구를 두드리며 두 사람 사이를 중재했다.
“아무튼. 뭐, 게임만 정상적으로 마친다면 높은 확률로 원래대로 돌아가겠지.”
“데이즈로?”
“아니? 원래 자리 그대로. 백야 씨, 여기 오기 전에 뭐였다고요?”
“어…. 군인?”
“네가?”
“What?!”
“거짓말.”
의외의 직업에 멤버들이 기함을 할 듯이 놀랐다.
“직업 군인은 아니었고 군 복무하고 소집 해제 받은 날이었어. 친구들 만나러 가다가….”
저를 향한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백야의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말도 안 된다는 얼굴로 굳어 있던 유연은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잠깐만. 그럼 너 나이가…?”
“지금보다 두 살 더 많았으니까 스물셋? 넷인가?”
민성과 동갑이었다.
저 애기 같은 놈이 알고 보니 맏형 라인이었다니.
저 어리바리한 게 나라를 지켰다니!
그 세계… 정녕 그대로 괜찮은 것인가?
백야의 뜬금없는 이력에 모두 경악을 금치 못하는 와중, 청이 정적을 깼다.
“햄스터가 힘을 숨김…!”
“뭐? 그런 거 아니야. 시력이 안 좋아서 공익이었다고.”
어디 섬에 짱박혀 있다가 풀려났던 백야는 조금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도와줘. 어차피 끝이 정해져 있는 게임이라면 무사히 종료하고 싶어.”
고개 숙인 백야는 멤버들의 대답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