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352
제352화
* * *
“다녀왔습니다~”
집으로 돌아간 백야는 자리에 그대로 굳어 버린 부모님께 달려가 품에 폭 안겼다.
“걱정 끼쳐 드려서 죄송해요. 저 이제 안 아파요.”
그 한마디에 복숭아 과수원에는 홍수가 났다.
퇴근한 누나와 매형을 반겼을 때도 반응은 비슷했다.
“누나!”
“너, 너…!”
“왜 이제 와? 나 아까부터 기다렸는데.”
쪼르르-
현관문 앞에서 굳어 버린 백연의 앞으로 달려가 폭 감싸자 가녀린 어깨가 떨리는 게 느껴졌다.
“속 썩여서 미안. 나 이제 안 아파. 걱정 많이 했어?”
“그걸 말이라고 해?”
키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남매였지만, 그래도 누나보다 조금 더 크다고 시선이 아래를 향했다.
배시시-
봐달라는 듯 예쁘게 짓는 미소에 백연도 더는 아무 말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감동은 얼마 가지 못했다. 가족의 오붓한 저녁 외식이 끝날 때쯤, 백야가 뱉은 발언 때문이었다.
“있잖아…. 나 다시 숙소로 들어갈까 하는데.”
“뭐?”
백연이 나이프를 내려놓으며 정색했다.
“민성이 형이 계속 숙소에 있기도 하고, 나도 다시 활동 준비하려면 집보다는 거기가 나을 것 같아서.”
“아직 몸도 안 좋으면서 거길 다시 들어가겠다고? 회사에서 그러래? 다시 들어와서 일하래?”
남경에게 알아듣게 말한 줄 알았는데 아닌 모양이었다.
화가 난 백연은 굳은 얼굴을 펼 줄 몰랐다.
당장 회사에 전화해서 위약금을 무르는 한이 있더라도 백야를 빼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백야의 일과 관련해서 백연과 몇 번 상의한 적 있는 지훈은 아내의 손등을 그러쥐며 진정시켰다.
“처남 이야기도 들어 보자.”
지훈의 엄지가 백연의 손등을 살살 문지르며 다독였다.
“애기는 왜 가고 싶은데? 우리 집이 조금 별로인가? 인테리어를 다시 해야 애기가 오래 있고 싶으려나~”
“그런 거 아니에요….”
백야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지훈을 바라봤다.
“우리 집에는 장모님도 계시고 장인어른도 계시는데. 그래도 숙소에 가고 싶어?”
“민성이 형이 신경 쓰여서….”
“민성이? 그, 리더라던 분?”
“네. 사실 형도 많이 아파요.”
곁에 있어 주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 백야는 가족들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꼼지락꼼지락-
계속되는 정적에 백야는 애꿎은 손가락만 못살게 굴었다.
“나는 당장 예정돼 있던 리패키지 활동을 하겠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 솔직히 그건 내가 생각해도 무리니까.”
“그럼 무슨 활동? 설마 그 시트콤? 너 그거 하차했어. 내가 그러라고 했거든.”
의외의 사실에 충격을 받은 듯 백야의 눈이 크게 뜨였다.
“…왜?”
“너 그 촬영하다가 그 꼴 났는데. 그럼 내가 내버려 둘 것 같았어?”
“그거 때문 아니야! 그리고 잠정 하차라 그랬어. 감독님께서도 나만 괜찮으면 얼마든지 다시,”
“안 돼.”
점점 격해지는 남매의 대화에 엄마 복숭아와 아빠 복숭아, 그리고 지훈의 눈알이 말없이 굴러다녔다.
그러다 기어이 아기 복숭아의 눈에 과즙이 맺혔다.
“누, 누나가 언제는 나 하고 싶은 거 다… 훌쩍, 다 하라며. 하고 싶은 게 있는 건, 흐으, 좋은 거라고 했으면서….”
“네 뜻대로 안 된다고 무턱대고 울지 말라 그랬지.”
“안 울었어! 하품해서, 훌쩍, 콧물이 자꾸 나오는 거야. 누나는, 훌쩍, 알지도 못하면서.”
“뭐? 너 지금 내 탓하는 거야? 내가 나 좋자고 이래?”
“알아! 힝…. 나도 안다고. 누나가 나 걱정해서 그러는 거. 그런데 내가 괜찮다잖아. 하고 싶다고….”
또르르-
기어이 커다란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가족들의 곁도 좋지만, 다시는 함께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멤버들의 곁에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었다.
하나라도 더 추억을 만들어서 돌아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누나… 히끅. 누나 미워.”
그때 훌쩍이는 백야의 등 뒤로 따뜻한 손이 올라왔다.
“우리 백야가 멤버들을 많이 좋아하나 보다.”
“아니야아…. 엄마가 더 좋아. 그래도, 훌쩍.”
“그래. 무슨 말인지 알아.”
백야의 뺨을 감싼 엄마 복숭아의 손이 볼을 살살 문질렀다.
“우리 아들~ 잘생긴 얼굴 다 상하겠네. 뚝. 숙소는 언제 들어가게? 엄마가 데려다줄게.”
“엄마!”
백연이 소리쳤다.
그에 이번에는 아빠 복숭아가 백연의 어깨를 토닥였다.
“연아, 네가 무슨 걱정 하는지 다 알아. 그런데 백야도 이제 다 컸으니까.”
부족한 부모 대신 동생 뒷바라지를 맡겼다며 미안해하는 얼굴이었다.
“우리 딸이 제일 고생 많았지. 그래도 백야를 조금만 더 믿고 맡겨 보자. 응?”
아빠 복숭아의 말에 백연의 눈에도 기어이 눈물이 차올랐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동생이라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백연의 눈에 백야는 아기였다.
백야가 12살이 되던 해, 아무도 모르게 깜찍한 사고를 쳐 기숙사형 중학교로 떠난 뒤부터 과보호는 더 심해졌다.
그러나 그가 원하던 고등학교에 떨어지고 덩그러니 울타리 밖으로 나왔을 때, 부모님보다 먼저 낚아채 내내 품 안에 끼고 있던 백연이었는데.
부모님의 말씀을 듣는 순간, 자신이 계속해서 백야를 통제하고 관리하려 드는 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고~ 이 좋은 날 왜 이렇게들 울지? 장인어른. 아무래도 일식을 먹으러 갔어야 했나 봐요.”
지훈이 능청스레 끼어들며 백연의 눈물을 다정하게 훔쳐 주었다.
“연아. 처남이 도와달라고 하면 그때 도와주면 되잖아. 힘들면 아마 우리 백연이가 제일 먼저 생각날걸? 그렇지, 처남?”
그렇다고 해.
얼른 끄덕여.
백야를 바라보는 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훌쩍. 네에….”
“들었지? 그렇대. 아니면 처남 숙소 옆으로 이사를 갈까?”
이참에 서브 아파트 하나 장만해 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기분 전환 겸 가끔 그 집으로 퇴근도 하고, 장모님, 장인어른께서 올라오시면 그 집을 내어 드리는 게 좋겠다고 박수까지 쳐 댔다.
“…훌쩍. 괜찮네.”
“괜찮아? 알겠어.”
허락이 떨어지자 지훈은 곧장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처남 숙소 주소가 어떻게 되더라?”
누나와 관련된 일이라면 뭐든지 진심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백야는 사색이 되어 그의 핸드폰을 낚아챘다.
“아, 안 돼요! 사람 살아요.”
“그래? 괜찮아.”
사람이 살든 말든 지훈에겐 상관없는 일이었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고 그가 가진 것들 중 제일 많은 게 돈이었으니까.
쏙-
핸드폰을 다시 가져간 지훈은 황당한 얼굴로 굳어 버린 백야의 볼을 약하게 꼬집으며 미소지었다.
“어이구~ 우는 것도 똑같네. 그래서 숙소는 언제 돌아가려고? 설마 내일 바로 짐 싸서 가 버리는 건 아니지?”
뼈가 느껴지는 마지막 말에 백야의 입꼬리가 시무룩 내려갔다.
“그렇게 급하겐 안 갈 거예요. 부모님 내려가시는 것까진 보고요.”
“그래? 그럼 일주일 정도로 생각하면 되려나?”
“네에….”
“일주일이면 가까운 곳 여행 정도는 다녀올 수 있겠네. 장모님, 장인어른, 시간 괜찮으시죠? 싱가포르 어떠세요?”
넉살 좋은 재벌 사위가 엉겨 붙으며 살갑게 굴었다.
그 모습을 보며 간과하고 있던 사실을 뒤늦게 떠올린 아기 복숭아.
허술한 팔불출 면모에 잠시 잊고 있었는데, 그는 저희 집 대장인 백연을 컨트롤하는 천재 조련사였다.
‘당했다.’
* * *
[ID 신인 걸그룹 ‘세이렌’ 11월 데뷔, 데이즈 후 3년 만의 신인]오늘 아침 ID의 4인조 신인 걸그룹, 세이렌의 데뷔 공식 기사가 발표됐다.
계획대로라면 10월에 컴백 예정이었던 데이즈의 뮤직비디오에 초록을 노출 시킬 예정이었는데, 활동이 무산되며 ID의 끼워 팔기 계획은 무산이 됐다.
‘오히려 좋아.’
초록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그룹도 아니고 데이즈요?’
데뷔도 전부터 저를 나락으로 보내려는 회사의 커다란 음모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물론 ID가 장사를 하루 이틀 해 본 구멍가게는 아니었기 때문에 초록을 여자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든가 하는 미친 짓을 계획한 건 아니었다.
인트로 구간에 3초 정도?
티끌 같은 분량이지만, 센터를 담당할 그녀의 얼굴이라면 충분히 화제가 되고도 남을 터였다.
ID 소속 연예인을 파는 홈마들이나 사생들 사이에선 이미 여신으로 유명하지 않던가.
그러나 회사 측의 아쉬움을 알 리 없는 초록은 그저 정식 데뷔 일이 발표됐다는 사실만 기쁠 뿐이었다.
‘데이즈 선배님들 활동도 무산됐으니까 음악방송에서 마주칠 일도 없겠다.’
특히 저만 보면 눈을 부릅뜨고 앞니를 드러내는 백야를 피해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소문낸 것도 아닌데.’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제가 본 것만 해도 벌써 두 번인데 다른 사람이 보지 못했을 리 없었다.
저야 두 사람을 응원하는 입장이기에 멤버들의 입단속을 철저히 한다지만 그 외는 무리였다.
‘시한부는 아니라니 다행이시긴 한데. 그래도 사람이 비실비실하고 영 매가리가 없단 말이지….’
과연 병약미의 의인화.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몸을 푸는데, 연습실 유리 너머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나도 싱가포르! 나도!”
“미쳤냐? 쟤 가족 여행 가는 건데 네가 왜 따라가. 낄 데 안 낄 데 좀 구분해.”
“네가 몬데! 햄스터랑 나는 가족이야! 나는 제우스랑도 친해!”
막무가내 기적의 논리에 말이 통하지 않자, 유연은 백야를 당겨 청에게서 떨어뜨렸다. 물러터진 복숭아가 곤란한 얼굴로 입술을 달싹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 혹시라도 생각해 본다, 그딴 소리 할 거면 입도 뻥긋하지 마.”
“청이도 같이 가면 재미있을….”
“가족 여행이라며. 숙소 들어오는 조건으로 가는 거라 하지 않았냐?”
청은 가끔 애처럼 떼를 쓸 때가 있어서 누군가가 옆에서 확실하게 끊어 줘야 했다.
보통은 민성의 역할이지만, 정기 검진을 위해 병원에 가서 없는 지금은 유연의 몫이 됐다.
그리고 끊는 사람이 있으면 달래는 사람도 있어야 하는 법.
“음~ 그럼 키티, 율무네 집 갈까? 가서 키티가 먹고 싶은 거 다 만들어 달라고 하자~”
“햄스터….”
“아쉽지만 햄야라도 데려갈까? 너 무슨 줄 사 놨던데. 그거 햄야 거 아니야? 사이즈가 딱 햄, 읍!”
“와악! 악!”
청이 갑자기 율무의 입을 틀어막으며 왁왁거렸다.
“그걸 눈치 없이 말하다니! 바보는 용서 못 해!”
삐악삐악!
병아리의 날개짓이 율무를 강타했다.
“아야, 아. 아!”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