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354
제354화
사실상 오늘 이 자리는 데이즈의 리패키지 활동을 강행할지 말지를 정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팀장이 운을 떼자 기다렸다는 듯 여기저기서 의견이 쏟아졌다.
“직전 성적도 좋았고 준비된 타이틀도 반응이 괜찮아서 날리기 아깝긴 하죠.”
“어차피 녹음도 다 끝난 거 아니에요? 그럼 뮤비 촬영만 하면 되잖아.”
“뮤직비디오는 뭐 뚝딱하면 나오는 줄 아세요? 당장 시작한다고 해도 10월은 무리예요. 민성 씨도 경과 더 지켜봐야 된다고 했잖아요.”
“그럼 11월? 아……. 데뷔 조랑 겹치는 건 좀 그런데.”
“민성 씨는 왜요? 아까 괜찮다고 했잖아. 민성 씨, 문제없는 거 맞죠?”
민성만 괜찮다고 하면 당장 내일부터라도 뮤직비디오 촬영을 시킬 분위기였다.
“네. 저는 괜찮….”
민성이 마지못해 대답하려던 때였다. 백야가 불쑥 끼어들며 대답을 가로챘다.
“안 돼요. 성대 결절은 사후 관리가 더 중요한 거 아시잖아요. 상태가 호전됐다가 다시 나빠지는 경우도 있고요.”
“아니야, 백야야.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병원에서 무리하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했어.”
백야의 과민 반응에 민성이 나서서 달래 보려 했다.
그러나 백야는 완강했다.
멤버들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백야는 꿈에서 민성이 리패키지 활동을 강행한 뒤 목 상태가 악화되어 수술대에 오르는 모습을 봤다.
게다가 수술 후, 좀처럼 기량이 회복되지 않아 그가 탈퇴를 결심하던 것까지도.
기우일지라도 피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
“10월 컴백이면 무리한 일정이야.”
보나 마나 2주 동안 안무를 속성으로 떼고 곧장 뮤직비디오 촬영을 굴릴 생각일 게 뻔했다. 그래야 회사 측에서 원하는 날짜를 겨우 맞출 수 있을 테니까.
“그래도 목 상태는 본인이 가장 잘 알지 않겠어요?”
그 모습이 곱게 보이진 않았는지 한 직원이 백야의 행동을 지적했다.
“민성 씨, 어때요?”
“아…. 저는….”
졸지에 가운데 끼게 된 민성은 백야와 직원의 눈치를 보며 난감해했다.
솔직히 걱정이 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커리어 하이를 찍은 지금, 저 때문에 활동을 미루는 것도 손해였고, 무엇보다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으려면 확실한 한 방이 필요했다.
그런 이유로 괜찮다고 한 것인데, 정작 백야가 반대하고 나설 줄은… 그도 몰랐다.
그래도 제 건강보다 팀을 우선하기로 한 민성은 직원의 편을 들었다.
“무리하지만 않는다면….”
그게 무리하는 거라고!
형의 바보 같은 선택에 백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에 개복치는 리패키지 활동을 할 수 없는 이유를 제 탓으로 돌리려고 했다.
“형 뜻이 그렇다면 뭐. 그런데 제가 버틸 수 있을지 잘 모르겠네요. 아직 몸도 안 좋고, 콜록콜록.”
백야가 억지로 기침하며 꾀병을 부렸다.
[가 패시브와 반응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킵니다.]시전자의 강한 의지가 전달됐는지 웬일로 시스템이 눈치를 챙겼다.
주르륵-
적당한 타이밍에 터진 코피와 덕진의 호들갑에 분위기는 백야 쪽으로 기울었다.
‘해치웠나.’
백야는 저에게 딴죽을 걸던 직원을 몰래 노려보며 코피를 닦았다.
‘여차하면 죽다 살아난 애를 데려다 활동을 강요했다는 소문이라도 내는 수밖에.’
이렇듯 백야가 리패키지 활동을 반대하고 나서자 멤버들도 의견을 따르는 눈치였다.
데이즈의 아쉬운 결정에 곳곳에서 한숨들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A&R 팀장이 다시 한번 손을 들었다.
“저한테 좋은 생각이 있는데요.”
* * *
어젯밤.
A&R 2팀 김미영 팀장은 친한 회사 동료로부터 제목 미상의 데모곡을 전달받았다.
[복권 : (demo.mp3)]곡만 썼다 하면 음원 차트 1위를 찍어 버리는 탓에 동료는 미영의 핸드폰에서 이름을 잃은 지 오래됐다.
[복권 : 어때?]‘저기요. 아직 파일 다운로드도 안 됐거든요?’
들어 보나 마나 좋을 게 뻔했다.
하지만 싸가지 없는 어린 노무 새끼는 순순히 내어 주는 법이 없었다.
한마디로 그림의 떡이란 말씀.
음원은 클래식한 올드 스쿨 드럼 베이스와 콰이어 패드 사운드가 조화롭게 어울리며 따뜻한 분위기를 풍겨 댔다.
“미친놈.”
얘 또 사고 쳤네.
아직 멜로디도 제대로 붙지 않은 상태였지만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경쾌하면서도 포근한 분위기가 딱 겨울 앨범 타이틀 재질이었다.
[미영 : 어디야?] [복권 : 주인 있어] [미영 : 벌써 팔렸다고?] [미영 : 근데 왜 들려주는데??? 왜 희망 고문하냐고, 이 색갸] [미영 : 이거 직장 내 괴롭힘이야]원래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 아니겠나. 이미 주인이 있는 곡이라고 하니 미영은 더 미칠 것 같았다.
[미영 : 나 이거 확 유출해 버릴 거야] [복권 : 내 거 줄 건데]‘내 거?’
분노의 타자를 치던 미영은 손가락을 멈칫했다. 이놈이 ‘내 거’라고 할 만한 사람은 딱 한 명밖에 없었으니까.
“…백야? 꺄아아악!”
흥분한 미영은 비명을 지르며 곧장 전화를 걸었다.
“대환아, 대환아! 이거 진짜 우리 줄 거야? 진짜? 정말? 뤼얼리?! 지금 녹음 중이니까 빨리 그렇다고 해.”
[걔가 좋아할 것 같아?]“야, 이씨. 말하면 입만 아프지!”
멜로디가 어떻게 붙을진 모르겠지만, 이 반주에 애들 목소리가 얹어진다고 생각하니 벌써 극락이었다.
“이 세상에 천국이 있다면 아마 거기가 아닐까?”
[오버는. 그래서 말인데.]“응! 응!”
[리패키지 엎고 겨울 싱글로 밀어줘.]“…응?”
잠시 핸드폰을 떼어 낸 미영은 반대편 귀로 옮기며 되물었다.
“뭐라고? 환청이 들리나….”
[내일 회의 있다며. 그때 겨울 싱글로 밀어달라고.]지금 리패키지도 하네 마네 하는 상황인데 개뜬금 겨울 스페셜 앨범이라니?
난데없는 요구 사항에 미영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야, 리패키지는 기획, 녹음까지 다 끝난 거에 뮤직비디오만 찍으면 되는 거고. 이건 이제 겨우 데모 나왔어. 언제 멜로디 붙여서 언제 콘셉트 잡고 뮤직비디오 찍을래?”
[생각해 둔 거 있어. 대충 스튜디오 예쁜 거 하나 빌려서 흰 니트 입혀. 멜로디는 내일 회의 전까지 붙여서 보내 줄게.]제가 이 정도 해 줬으면 뮤직비디오 정도는 알아서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뻔뻔함까지 완벽했다.
“너 진심이니?”
[목 한번 망가지면 되돌리기 힘들어. 애 죽다 살아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도민성 걔, 좀 불안해.]그룹이 상승세를 탔을 때 더 높이 띄우고 싶은 회사의 생각을 모르는 건 아니나 서두르는 감이 있었다.
“알겠어. 뭐… 한번 말은 꺼내 볼게. 그런데 나도 장담은 못 해.”
타 팀에서는 A&R 그룹이 ID의 실세니 뭐니 떠들어 대는데, 정작 A&R 그룹 사람들은 저희 같은 가성비 갑 노예도 없다고 생각했다.
“내일 1시까지 되겠어? 그래도 회의 들어가기 전에 들어는 보고 가야 입을 털든 말든 할 거 아니야.”
[12시까지 보낼게.]ID 관계자들은 모르는 은밀한 거래가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 * *
그리하여 다시 회의실.
백야의 꾀병으로 유리한 시점에서 발언권을 얻은 미영은 얼떨떨한 상태였다.
‘이 타이밍에 코피를 흘린다고? 연기를 잘하는 건 알았지만, 피도 눈물처럼 컨트롤이 가능한 영역인가?’
언젠가 대환이 흘러가듯 말한 백야 천재설이 불현듯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에이. 설마….’
코피를 밥 먹듯이 흘린다더니. 침착하게 손수건을 꺼내 턱 아래를 받치는 지한보다 백야가 더 당황한 모습이었다.
‘알면 저런 반응은 안 나오지.’
관심을 거두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간 미영은 말을 이었다.
“멤버들 건강 문제도 있고, 개인 활동 하차한 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리패키지 앨범 들고 짜잔~ 하고 나타나면 그건 그것대로 우습지 않겠어요?”
“그래도 데이즈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
“제 말 아직 안 끝났는데요.”
미영이 싱긋 웃으며 상대를 쳐다봤다.
제가 무슨 힘이 있냐며 대환에게 엄살을 부리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제가 오늘 기가 막힌 곡을 하나 찾았거든요. 한번 들어나 보세요.”
핸드폰 볼륨을 최대로 키운 미영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음악을 재생했다.
하루 사이에 더 풍부해진 반주와 그 위로 입혀진 몽환적인 멜로디에 서정적인 가사까지.
대환이 직접 가이드를 녹음했는지 적절한 음색까지 어우러지자, 마치 그의 미발표 솔로곡을 듣는 음악 감상회 자리가 돼 버렸다.
1절이 끝나자 재생을 중단한 미영은 마치 밀당하듯 자리에 모인 관계자들을 향해 눈웃음을 지었다.
“어떠세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데모곡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백야 역시 크게 뜬 눈으로 미영을 바라봤다.
“저희 애들이 워낙 잘나서 다들 욕심내시는 거 충분히 이해하는데, 올해만 하고 말 거 아니잖아요.”
“그건 그런데….”
“이거 진짜 된다니까요?”
제 감을 믿기 힘들다면 저희의 천재 작곡돌, 대환을 믿어 보자며 은근슬쩍 에임까지 들먹였다.
그리고는 어차피 곡도 하나밖에 없고, 민성의 목 상태도 고려하면 수록곡까지 당장 녹음은 무리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게다가 콘셉트도 다 짜 놨대요.”
“누가요?”
그 말에 기획팀에서 인상을 찡그리며 반발했다.
“저희 작곡가가요. 곡 쓰면서 생각해 둔 그림이 있나 보더라고요.”
미영은 이 자리에 없는 대환의 이름을 팔며 착실히 자신의 방패막이로 써먹었다.
“지금부터 천천히 준비하면 12월 정도엔 완성되지 않겠어요?”
가장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 곡 수급과 앨범 콘셉트 기획까지 해결된 지금, 그녀의 말대로 크게 시간을 잡아먹을 만한 일이 없었다.
“데이즈는 어때요?”
그리고 적당한 타이밍에 아군에게 토스하는 것까지. 완벽 그 자체였다.
“저는 좋아요. 멤버들은?”
‘우리 백야, 하고 싶은 거 다 해’의 백야가 좋다는데 뒷말은 필요 없었다.
“햄스터가 좋으면 나도 좋아!”
“저도요.”
“저도.”
만장일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