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355
제355화
그리하여 데이즈의 리패키지 활동은 무산됐으나, 대신 12월 발매를 목표로 한겨울 앨범 프로젝트가 새로이 꾸려졌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회의가 마무리될 때쯤, 율무가 웃는 낯으로 넌지시 운을 뗐다.
“그런데 저희 리얼리티 프로그램 있잖아요~”
“데이즈 해피 데이즈?”
회의가 끝났다는 생각에 다이어리를 덮던 남경이 반문했다.
“응. 그거 시즌3은 혹시….”
율무가 답지 않게 눈치를 보며 눈알을 굴려 댔다.
“아. 그거 내년쯤에 하려고 생각 중인데. 힘들면 미루셔도 상관없어요. 아직 논의된 게 없어서.”
콘텐츠 기획팀에서 대략적인 일정을 일러 주자 율무가 아쉬운 기색을 내비쳤다.
“아쉽다. 하고 싶었는데~”
애교가 물씬 느껴지는 대답에 팀장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요? 멤버분들도 다 합의된 사항이인가요?”
“당근 해요!”
청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다른 멤버들도 말없이 고개를 주억이는 걸 보니 멤버들끼리는 이미 이야기가 끝난 것 같았다.
“그래요? 데이즈만 괜찮으면 저희는 내일부터라도 바로 기획 들어갈 수 있어요.”
팀장은 남경에게 데이즈의 일정이 가능한지를 물어봤다.
안정을 취하고 있는 민성과 백야를 제외한 멤버들은 모두 고정적인 개인 활동이 하나씩 있는 상태.
특히 율무는 드라마 스케줄 때문에 조율이 더 까다로울 것 같았으나, 해당 작품은 내년 2월에 크랭크 인이라 그전이라면 괜찮을 것 같았다.
“당장은 음악방송 스케줄을 제외하면 별다른 일정이 없긴 해요.”
“선배님, 율무 님 액션 스쿨이요.”
“아. 그것도 있었지?”
덕진도 자신의 수첩을 뒤적이며 남경이 놓친 부분을 일러 주었다.
“겨울 앨범이 12월 초라고 했으니까…. 녹음하고 뮤직비디오만 대충 나오면 10월 말?”
“그건 저희가 너무….”
생각보다 이른 날짜에 기획 팀장이 난감해했다.
“조금 그렇죠?”
“네.”
리얼리티 시즌3을 당장이라도 진행해 줄 것 같은 대화에 멤버들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그때 A&R 기획부의 직원이 넌지시 손을 들었다.
“저… 죄송한데, 제가 다음 회의가 잡혀 있어서요.”
“아, 네. 그럼 리얼리티는 싱글 일정 잡히는 것 보고 다시 말씀 나누시죠.”
“그게 낫겠네요.”
생각보다 길어진 회의는 그제야 마무리됐다.
“수고하셨습니다~”
멤버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밝게 인사했다.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에 관계자들도 밝은 얼굴로 회의실을 나섰다.
“남경! 그럼 우리 데해데 시즌3 하는 거야?”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데이즈만 남겨진 회의실 안.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꾹 참고 있던 청이 자리에서 일어나 남경의 팔을 잡고 흔들어 댔다.
“아직 확정 아니야. 이야기만 나눠 본다고, 이야기만.”
“No! 남경은 할 수 있어! 왜냐면 최고니까!”
“요놈은 이럴 때만 최고라 그러지.”
딱콩-
청의 이마로 가벼운 꿀밤이 떨어졌다.
* * *
한편 회의실을 나온 백야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정확히는 회의 중 데모곡을 듣는 순간 떠오른 상태창을.
[따라란~! ⸜(*ˊᗜˋ*)⸝탑텐 귀가 순위를 분석 중이에요.] [TOP 1위 예측!]
‘갓대환. 당신은 대체….’
물론 제가 앓는 소리를 내긴 했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곡을 써 줄 줄은 몰랐다.
더군다나 1위 예측 곡을.
백야는 고마움과 미안함이 동시에 들며 잠시 뒤숭숭해졌다.
‘이렇게 받기만 해도 되나?’
마침 내일이 싱가포르로 출국하는 날이니 그곳에서 선물이라도 사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선물은 선물이고. 전화는 해야지.’
통화 버튼을 누르자 얼마 안 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형. 뭐 해?”
[백야 밥 주려고.]“…밥?”
백야가 핸드폰을 귀에 댄 채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형 어딘데? 회사야?”
[집인데. 회의 끝났어?]“아. 걔 밥….”
뒤늦게 대환의 집에 있는 작은 강아지가 떠올랐다.
‘이름 바꾸라니까….’
민망함에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대환이 몰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응. 방금 끝났어. 있잖아…. 회의에서 미영 팀장님이 곡 들려주셨어. 고마워.”
[마음에 들어?]“응! 너무 들지. 그런데 맨날 형한테 받기만 해서….”
[그래? 난 하나라도 줄 게 있어서 다행인데.]“그래도…. 형 나 내일 싱가포르로 가족 여행 가는데, 혹시 필요한 거 없어?”
될성부른 떡잎이라 잘 자랄 수 있도록 양분을 내어 준 것뿐인데, 백야는 호의가 부담스러운 모양이었다.
[왜. 부담스러워?]“응? 그냥, 맨날 형한테 받기만 하니까….”
목소리가 기어들어 가는 걸 보니 맞는 것 같았다.
[너 갔다가 언제 들어와?]“나? 다음 주 화요일.”
[다음 날 뭐 하는데.]“수요일에? 아무것도 안 해. 왜?”
[그날 나 촬영 있는데 얼굴이나 한번 비춰 주든가.]대환이 방송 출연을 제의했다.
그는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하루를 촬영하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예정이었다.
물론 그가 갑자기 출연을 결심하게 된 데에는 에임 멤버들의 끈기와 집착이 있었다.
“촬영?”
[집에서 찍는 거 있잖아.]“나 홀로 집에?”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 막내가 밥은 잘 해 먹고 사는지, 형들이 필요한 건 아닌지, 바퀴벌레 잡아 줄 사람도 없는데 어쩌냐는 등.
제 걱정에 눈물을 흘리느라 매일 축축한 베개를 베고 잠이 든다며 쓸데없는 소리를 해 대는 게 귀찮아서 나간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맛있는 거 해 줄게. 올래?]혼자 오기 심심하면 다른 멤버를 데리고 와도 좋다고까지 덧붙였다.
목소리에 은근히 와 줬으면 하는 바람이 묻어 있어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응, 갈래! 나 꼭 갈게.”
* * *
– 백야 싱가포르 목격담
맥X날드에서 아이스크림 사 먹음
(소프트 콘 할짝거리면서 지나가는 백야 동영상)
└ 저 얼굴로 아이스크림 할짝거리는 건 불법 아닌가 ;ㅅ;
– 혓바닥 빼꼼 너무 귀엽네ㅠㅠ
– 애기 싱가포르 갔어? 언제?? 나 왜 몰랐지ㅜㅜ
└ 개인적으로 간 거니까
– 공식 스케줄도 아니고 데뷔하고 처음으로 가족 여행 간 건데 목격담 자꾸 올라오는 거 불편함
– 백야 엄마랑 팔짱 끼고 걷는다고? 어머님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던 게 틀림없….
– 애 지금 데이즈 백야 아니고 한백야로 가족 여행 간 거잖아. 애 사생활 보호 좀 해줘라
– 애기 혹시 거기도 가려나? 그 건물 꼭대기에 수영장 있는 호텔 있잖아ㅠㅠ
└ 안 돼!!!!! 수영복 절대 안 돼!! 수영복 입을 거면 구명조끼 없는 건 용납 못 해ㅜㅜㅜ
└ 캘리포니아에서 튜브 위에 동동 떠 있던 거 보면 애기 물 무서워하는 걸지도 몰라..
사진이 찍히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백야의 가족 여행은 팬들이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순조로웠다.
야외를 돌아다닐 때면 간간이 따라붙는 시선은 어쩔 수 없었으나, 갑자기 달려든다거나 사진을 요청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도 한두 명 정도는 있을 줄 알았는데. 싱가포르 괜찮은데?’
모자도 쓰지 않고 민낯으로 편하게 거리를 돌아다니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엄마, 엄마! 저거 지하로 내려가는 데 있어. 우리 저기 가 보자.”
엄마 복숭아의 팔짱을 낀 백야가 재잘거리며 앞장섰다.
처남의 안전을 위해 지훈이 경호업체를 고용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는 아기 복숭아였다.
찰칵-
돌아다니면서 신기한 식물이나 경치 좋은 풍경을 찍으면 해당 사진은 곧장 데이즈 단체방에 올라갔다.
[백야 : (사진)] [백야 : 이것 좀 봐! 인공 폭포인데 밑에 서 있으면 물방울이 튀어서 엄청 시원해] [백야 : (폴짝거리는 햄스터 이모티콘)]그럼 1분도 안 지나서 청이 불만 가득한 답장을 보내왔다.
[청 : 또! 또!] [청 : 사진에 사람이 나와야지 다 초록색!] [청 : I hate green] [민성 : ㅋㅋㅋㅋㅋㅋㅋㅋ] [유연 : 너 율무 형 집 아니냐?] [유연 : 가서 핸드폰만 보나] [청 : 니가 몬데] [지한 : 몬데가 아니라 뭔데]그럼 백야는 카메라를 전환해 자신의 셀카를 찍어 올려 주곤 했다.
[백야 : (사진)] [유연 : 와… 각도 봐라. 햄야가 찍어도 너보단 잘 찍겠다] [율무 : 근데 애기 언제 와?] [유연 : 간 지 이제 하루 지났잖아ㅡㅡ] [율무 : 애기가 한국에 없어서 키티 입맛이 없대~] [민성 : 그렇구나… 입맛이 없어서 아침에 카레를 두 그릇이나 말아 먹었구나…] [청 : 민성 내 스티커야? 왜 사람을 지켜바?] [지한 : 스티커가 아니라 스토커]멀리 떨어져 있어도 단체방이 항상 떠들썩하니 가까이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일주일도 금방 지나갔다.
– 백야 한국 들어왔나?
– 애기 지금 뭐 하고 있을까ㅜㅜ
└ 귀엽고 있겠지
– 와!!!! 처음으로 목격담 제대로 된 거 뜸! 아직 싱가포르인가?
– #백야 목격담
싱가포르에서 나잉이 만나서 사인도 해주고 사진도 찍어줬대. 역시 베이비 엔젤♡ 번역도 같이 올려용
(4일 전, 저에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결혼기념일로 간 그곳에서 최고의 선물을 받았어요.
웨이터에게 자리를 안내받은 뒤, 저는 옆 테이블에서 킹크랩을 노려보고 있는 햄스터를 발견하고 심장이 멎을 뻔했습니다.
식사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자꾸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의 사생활을 방해한 제 눈을 뽑아 버리고 싶었어요.
그러나 그는 천사 같은 미소로 웃어 주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식사가 끝난 뒤 웨이터에게 종이와 펜을 요청한 그는 사인을 해서 저에게 다가왔어요.
그는 저를 배려해 영어로 “나잉이세요?”라며 물었고, 저는 “무조건”이라고 말했어요.
그러자 제 앞으로 작고 앙증맞은 앞발이 내밀어졌습니다.
그것을 잡는 순간, 저는 오늘이 제 생애 다신 없을 최고의 결혼기념일이라는 걸 깨달았죠. (눈물)
사진은 혼자 간직하지만 사인은 공유해요.
(레스토랑 메모지 백야 사인.jpg)
– 저 로고 XX아닌가? 가격도 가격인데, 하루에 딱 30 테이블만 받고 그마저도 올해 예약 다 끝나서 웨이팅만 1년이라고 들었는데
– 원본에 paws가 뭐지?
└ 동물 발ㅋㅋㅋㅋㅋㅋ 백야 손 말하는 거 같은데?
– 와… 기념일에 최애 영접? 부럽다 하
– 저희 애가 영어를 했다고요? 알 유 나잉이라고 했을까? 너 그 쪼그마한 손 내밀면서 뭐라 그랬냐ㅜㅜ
멀리서 찍힌 사진과 일방적인 목격담은 종종 올라왔지만, 백야와 이야기를 나눈 사람은 유일했다.
그리고 그 시각.
멋진 휴가를 보내고 온 백야는 약속대로 거처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