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356
제356화
* * *
부엌 의자에 앉은 백야는 딸기우유를 쪼르륵 빨아 먹으며 다리를 달랑거렸다.
[스킬 획득!] [스킬 획득!] [스킬 획득!]최근 백야는 시간이 날 때마다 뽑기를 돌리며 A급 이상의 댄스 스킬을 얻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그러나 벌써 50점이나 넘는 포인트를 썼지만 건진 건 하나도 없었다.
‘다 꽝이네.’
처음에 비하면 상향 평준화된 지 오래지만, 댄스 항목만 B급으로 유일하게 평균 미달이었다.
‘연습도 열심히 하는데 느는 것 같지도 않고.’
스킬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개인 연습도 꾸준히 하지만 시스템이 정해 둔 수치는 넘을 수 없는 것 같았다.
백야는 남은 우유를 모두 빨아 마시며 한 번 더 뽑기를 돌렸다.
그때 방문이 열리며 청이 와다다 달려왔다.
“햄스터야! 가자!”
[스킬 획득!] [, , ….]“푸웁!”
“…….”
장인이 공들여 빚은 날렵한 턱선을 따라 분홍색 우유 방울이 똑똑 떨어졌다.
“헉…! 청아, 미안. 미안해.”
“햄스터야. 내가 늦게 나와서 화가 났나?”
“그게 아니라, 뽑기를 돌렸는데 이상한 게 나와서…. 어떡해. 진짜 미안해.”
백야가 휴지를 뭉텅이로 뽑아 와 청의 얼굴을 박박 문질렀다.
“I’m fine. 세수하고 올게.”
“미안해….”
안절부절못하는 백야를 다시 의자에 앉힌 청은 남은 휴지로 바닥을 닦고 일어났다.
“햄스터는 다시 뽀끼 하고 있어. 나 이번에는 빨리 와.”
청이 거실 화장실로 달려갔다.
미안한 얼굴로 쓰고 남은 휴지를 치운 백야는 뽑기를 완전히 종료할 생각으로 창을 다시 띄웠다.
보나 마나 쓸데없는 거만 잔뜩 나왔을 게 뻔했다.
: 원할 때마다 꽃가루를 흩날릴 수 있다.
‘이것 봐. 내가 이럴 줄 알았….’
그러다 무심코 내린 시선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동작. 힘을 줘야 할 때와 아닐 때를 구분한다.
“끕!”
백야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쪼그려 앉아 바닥을 두드렸다.
뾱뾱뾱뾱!
쿠폰을 10장이나 태운 뒤에야 뜬 댄스 관련 스킬에 백야의 기분이 째질 듯 달아올랐다.
“햄스터야! 나 왔… 모해?”
귀엽지만 매우 수상해 보이는 반려동물의 모습에 이번에는 조금 거리를 두고 멈춰 선 청이었다.
“청아! 나왔어!”
“으응. 나 왔는데….”
“아니이~ 댄스 스킬 나왔다고!”
청에게 달려간 백야가 그의 손목을 잡고 흔들며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Really? 그럼 이제 춤추는 햄스터 되는 거야?!”
“응! 잠깐만. 내가 이것만 끼고 보여 줄게. 와. 미쳤다, 진짜.”
어느새 대환의 집에 가기로 한 건 까맣게 잊어버린 두 사람이 대화 삼매경에 빠져 있을 때였다.
지잉, 지잉-
백야의 핸드폰이 울리며 덕진에게서 전화가 왔다.
[백야 님. 청 님은 아직인가요? 슬슬 출발해야 하는데. 그쪽은 촬영 시작한 지 꽤 됐대요.]“헉. 지금 바로 내려갈게요!”
백야는 덕진과의 통화를 끝내기 무섭게 청의 팔을 잡아끌었다.
“우리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 * *
그 시각 촬영이 한창인 대환의 집. 관찰 예능답게 카메라가 집 안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언제 오지? 전화해 볼까.”
주인의 시크한 취향을 반영한 인테리어는 블랙 앤 화이트 톤으로 심플의 끝을 달리고 있었다.
넓은 거실에 놓인 수천만 원 대의 소파 위로 몸을 눕힌 대환은 핸드폰을 들었다.
신호음이 몇 번 가기도 전에 상대가 전화를 받은 듯 대환이 대답했다.
“출발했어? 응. 필요한 거? 너.”
흡사 연인과 통화를 하는 듯한 대화가 이어지길 잠시.
통화를 종료한 대환은 허공을 향해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백야. 이리 와.”
잠시간의 정적 끝에 바닥을 두드리는 발톱 소리와 함께 작고 하얀 생명체가 나타났다.
뽈뽈뽈-
대환의 발치로 굴러온 솜뭉치는 그의 반려견인 ‘백야’였다.
그를 능숙하게 안아 올린 대환은 말간 얼굴 위로 뽀뽀를 퍼부으며 애정을 과시했다.
“뭐 하고 있었어? 내가 네 친구 불렀는데. 너랑 똑같이 생긴 애 하나 오고 있어. 저번에 같이 놀았지?”
작은 백야를 소파에 내려놓은 대환은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어 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손님에게 대접할 음식을 준비하러 가기 위함이었다.
인간 백야가 출발하기 전, 오전 분량으로 장을 보고 온 그는 냉장고 문을 열어 필요한 재료들을 꺼냈다.
“입이 짧던데. 다 먹을 수 있나?”
“아. 혼자 오는 건지 안 물어봤다.”
“남으면…. 뒀다가 내일 먹지 뭐.”
대화할 사람이 없으니 대환의 혼잣말만 계속해서 이어졌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었으나,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에 자연스레 혼자 중얼거렸다.
대환이 준비한 요리는 떡볶이와 계란찜, 콥 샐러드, 그리고 스모어 딥이었다.
“마시멜로는 밥 다 먹고 하는 게 낫겠지?”
디저트 재료를 한쪽으로 밀어 둔 대환은 본격적인 재료 손질을 시작했다.
먼저 달걀 삶을 물을 올려놓은 뒤, 토마토와 채소, 파프리카를 씻어 체에 밭쳐 놓았다.
“베이컨~”
10년 차 아이돌은 요리도 능숙했다.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닌 듯, 베이컨을 노릇하게 구워 낸 대환은 키친타월로 프라이팬을 닦으며 뒷정리까지 깔끔히 해냈다.
서걱서걱-
미리 씻어 둔 재료를 잘게 썰어 샐러드 볼에 보기 좋게 담으면 콥 샐러드 완성.
눈 깜빡할 사이 메뉴 하나를 완성해 낸 대환은 곧장 다음 메뉴로 넘어갔다.
이번에는 계란찜을 할 생각인지 계량컵에 계란을 까 미친 듯이 휘젓기 시작하는데.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먕! 먕!”
“…뭐야?”
처음 들어 보는 초인종 소리에 작은 백야가 짖어 댔다.
계란물을 내려놓은 대환이 부리나케 현관으로 달려갔다.
달칵-
“무슨 초인종을 그렇게,”
“나다!”
“형!”
“둘이 같이 왔어?”
백야의 옆에 선 불청객의 등장에 대환은 하마터면 실언을 할 뻔했다. 망나니는 왜 데려왔냐고.
“들어와.”
“오! 저건 햄스터!”
“먕!”
청을 알아본 강아지가 자리를 빙글빙글 돌며 귀엽게 짖어 댔다.
“햄스터 빵야!”
발라당-
청이 총을 쏘는 척하자 작은 백야가 배를 드러내며 복종 자세를 취했다.
“…저런 걸 할 줄 안다고?”
주인은 왠지 모를 배신감을 느꼈다.
“여기서 이러지 말고 일단 들어가. 밥은 안 먹었지?”
“당근 하지!”
“응. 요리하는 중이었어?”
“어.”
앞장선 대환은 두 사람을 거실로 안내했다.
대환의 집에 처음 와 보는 두 사람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집 엄청 좋아!”
“우와…. 진짜 멋있다. 나도 나중에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
“그래? 지금도 살 수 있잖아.”
“내가?”
눈새는 이런 집을 장만할 돈이 없다며 고개를 도리질했다.
그러나 대환의 뜻을 제대로 이해한 청은 백야를 폭 끌어안으며 그에게서 떨어뜨려 놓았다.
“No! 햄스터는 우리랑 살아!”
“쟤도 언젠간 독립할 텐데?”
“아니야! 햄스터는 나랑 살아!”
“의사는 물어봤고?”
“…의사한테도 물어봐야 하나?”
하긴. 햄스터는 몸이 약하니까.
청이 아무 병원에 가서 물어봐도 되느냐 묻자 대환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너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이익!”
* * *
대환이 요리를 하는 동안 막내즈는 작은 백야와 함께 집을 구경했다.
특히 그의 개인 작업실을 가장 궁금해했는데, 독특한 인테리어로 꼭꼭 감춰진 탓에 결국 찾아내지 못하고 부엌으로 돌아왔다.
“형. 작업실은 없어?”
“있어. 저쪽에.”
“No! 없어!”
“너희가 못 찾는 거야. 이따 밥 먹고 보여 줄게. 얼른 앉아.”
테이블의 맞은편을 가리킨 대환이 포크와 접시를 세팅해 주었다.
백야가 돕겠다며 나서려 했으나, 손님은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라며 저지당했다.
“떡뽀끼! 근데 왜 어묵이랑 배추밖에 없나? 이거 정체가 모냐.”
백야가 떡보다는 양배추와 어묵을 좋아한다는 말에 떡은 정말 소량만 넣은 탓이었다.
“넌 떡 좋아해?”
“나는 다 좋아!”
“근데 뭐가 문제야. 여기 있는 떡 너 다 먹어. 그럼 됐지?”
백야의 접시에 음식을 먼저 덜어 준 대환은 청의 접시에 그나마 있는 떡을 모두 건져 주었다.
“어때? 맵진 않고?”
“맛있어!”
뜨거운지 입술을 동그랗게 말며 호호 불던 백야가 방긋 웃었다.
“그래? 뜨거우니까 천천히 식혀서 먹어. 이거 먹으면 마시멜로도 구워 줄게.”
“오! 그거 햄스터 최애 간식!”
“너도 그만 떠들고 좀 먹어라.”
대환이 실소를 터뜨리며 청의 그릇 위로 소시지를 떠 주었다.
젓가락질이 서툰 청이가 떡을 집다가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이 있었지만, 모두가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형. 그래서 작업실은 어디야?”
대환을 도와 부엌 정리를 도운 막내즈는 그의 작업 공간이 많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바닥에 앉아 강아지를 조몰락거리던 청이 그에게 물었다.
“베이비 햄스터야. 너는 아나?”
“먕!”
청의 말을 알아듣는지, 마약 방석에 누운 것처럼 그의 다리 위에 늘어져 있던 강아지가 뽈뽈거리며 어딘가로 향하기 시작했다.
“오호?”
“저긴가? 청. 가 보자.”
백야가 강아지의 뒤를 쫓자 청도 그 뒤를 졸졸 따랐다.
대환도 흥미로워하며 지켜보는데, 작은 솜뭉치가 정확히 작업실 입구 앞에 멈춰서 앞발로 벽을 긁어 댔다.
찹찹찹-
얼핏 보면 벽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홈이 파여 있는 게 시크릿 도어였다.
대환은 진심으로 놀란 듯 강아지를 안아 들며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내 새끼… 혹시 천잰가?”
백야 천재설에 이어, 강아지 백야의 천재설까지 제기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