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357
제357화
* * *
그 시각, 은쪽이들을 대환에게 맡긴 멤버들은 각자의 일상을 보내는 중이었다.
먼저 첫째, 민성.
볼캡을 눌러쓴 그는 한 남자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네. 됐어요. 부를 때 통증은 없어요?”
“고음 올릴 때만 조금….”
최근 민성은 백야의 권유로 새로운 보컬 레슨을 시작했다.
이미 한 번 피로해진 목은 쉽게 지칠 수 있었기 때문에 발성부터 완전히 새롭게 교정하기로 한 것이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쩐지 백야의 말을 들어야 할 것 같은 기분에 민성도 큰 결심을 했다.
“연하가 전화를 얼마나 해 대던지. 면회 한번 가셔야겠던데?”
“하하. 네. 안 그래도 조만간 가 보려고요.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사실 나도 예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거든요. 소리가 워낙 좋아서.”
“정말요?”
“네. 이렇게 스승과 제자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는 가수들 사이에서 꽤 알려진 보컬 트레이너로 제자를 가려 받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발라드의 제왕이라 칭송받는 솔로 가수들의 대부분이 이 남자의 트레이닝을 거쳐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금 민성 씨 방법이 틀렸다는 건 아닌데, 성대를 그런 식으로 사용하면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어요.”
“아…….”
“바꾸면 되지, 뭘 또 그렇게 기가 죽어? 이미 습관이 들어서 힘들기야 하겠지만 가수 계속할 거잖아요. 그럼 해야지.”
“네. 알려만 주시면 열심히 따라갈 자신 있어요.”
민성이 결의에 찬 눈으로 남자를 바라봤다.
장기전이 되겠지만, 그의 목표는 내년 정규 앨범 전까지 발성법을 완전히 바꿔서 새로운 창법을 구사하는 것이었다.
“벽에 등 대고 서 볼래요? 머리도 붙이고.”
“네.”
“그 상태에서 아~”
“아~”
“더 길게.”
민성은 레슨을 받으러 오는 시간이 기다려질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 * *
둘째, 율무.
호위무사 역할을 위해 액션 스쿨을 찾은 그는 몸풀기가 한창이었다.
“하나! 둘!”
본격적인 수업을 진행하기 전, 주걱 미트를 번갈아 발로 차며 몸을 예열 중인 그는 늘 그렇듯 웃는 얼굴이었다.
“한 번 더!”
“한 번 더~”
다년간의 헬스와 댄스 트레이닝으로 유연함은 물론, 균형 감각 또한 뛰어난 그는 수업을 곧잘 따라갔다.
“검 바로 들어도 되겠는데요? 기본기가 워낙 훌륭하셔서.”
“와아~ 정말요?”
“네. 이쪽으로 오실래요?”
연습용 칼을 한 자루 꺼내 온 감독은 먼저 칼의 명칭에 관해 설명해 주었다.
“동작이 손에 익으면 그때는 소품용 칼을 들 건데, 당분간은 이 칼로 진행할 거예요.”
“넹~”
“오늘은 기초 동작, 이걸 배울 건데.”
남자는 칼을 가볍게 돌리며 시범을 보여 주었다.
“이 동작 하나로도 여러 가지 응용이 가능해요. 이런 식으로.”
휘익-
“약간 영화에서 보면 화살을 빗겨 낸다든지, 칼을 베고 나서 피를 털어 주고 넣는 동작 있죠?”
“우오오!”
낯익은 동작을 시범으로 보여 주자 율무가 물개 박수를 치며 눈을 빛냈다.
남자는 칼을 돌리는 동작만 익히면 어떠한 동작이든 응용할 수 있다며, 시간이 날 때마다 이 동작을 연습해서 습관을 들이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한번 천천히 따라 해 보시겠어요?”
동작을 단계별로 끊어 가며 자세히 설명하자 율무도 진지하게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번의 연습을 거듭한 뒤에야 그는 비로소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이제 좀 알겠어요.”
“좋아요. 그럼 이제 응용. 저쪽에서 화살이 날아와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자는 칼을 크게 휘두르며 오른발을 뒤로 물리는 스텝을 밟았다.
휘익-
칼날이 허공을 가르며 바람 소리를 냈다.
“이런 식으로 하면 되는 거예요. 해 보시겠어요?”
“네! 아. 떨린다. 발은 그냥 이렇게 하면 될까요?”
“네. 그렇게.”
막상 따라 하려니 긴장되는 듯, 율무는 가슴에 손을 얹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후하후하.”
그러다 큐 사인이 떨어지자 곧장 웃음기를 지우고 진지하게 칼을 휘둘렀다.
휘익-
“이야~ 진도 팍팍 나가도 되겠는데? 방금 동작 완벽했어요.”
“꺄아~ 감사합니당~ 선생님, 저 이거 영상 찍어도 돼요? 멤버들 보여주고 싶어요.”
“네. 제가 찍어 드릴게요.”
율무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액션 스쿨을 날아다녔다.
* * *
셋째, 지한.
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스튜디오를 찾은 고양이는 얌전히 사람의 손길을 타고 있었다.
지한과 닮았지만 그보단 선이 조금 더 굵고 퇴폐미가 가미된 얼굴. 웨이브가 자연스러운 장발의 리프 컷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지한이 ‘저보다 형들이 더 잘생겼어요’라고 말해 화제가 됐었던 소문의 주인공들이었다.
“졸려?”
“응.”
“사진 잘 나오겠네.”
둘째 형이 낮게 웃으며 지한의 머리를 정리해 주었다.
그사이 그와 비슷한 외모의 또 다른 남자가 철제 의자를 어깨에 인 채 등장했다.
“한지성. 이거 어디다 둘까?”
“저기 가운데.”
지한은 졸업을 앞둔 둘째 형의 졸업 작품을 위해 오늘 하루 기꺼이 모델이 되어 주기로 했다.
비슷한 외모를 가졌지만 남성적인 느낌이 강한 두 사람과 달리, 지한은 슬랜더한 체형에 예쁘장한 외모라 형제라고 말하지 않는 이상 눈치채는 사람은 몇 없었다.
의자를 갖다 둔 첫째가 지성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런데 왜 생각이 바뀌었어? 막내는 절대 안 찍는다며.”
“그냥. 내가 더 잘 찍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이거 안 낼 수도 있어.”
유명 작가들이 찍은 지한의 화보는 분명 화려하고 멋있었다.
그러나 동생을 가장 잘 아는 건 자신이었고, 지한이 가장 편안해할 때 어떤 표정이 나오는지 잘 아는 그로서는 결과물들이 항상 아쉬웠다.
그리하여 촬영 주제는 ‘순수’.
저만이 표현할 수 있는 동생의 가장 자연스러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 보고 싶었다.
“한지한. 가서 앉아 봐.”
“응.”
지한이 순순히 스튜디오 가운데로 걸어가자 지태가 휘파람을 불며 응원했다.
찰칵-
찰칵-
셔터를 누를 때마다 플래시가 터지며 지한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화면에 담겼다.
“한지한. 엎드려 볼래? 구슬 갖고 놀아 봐.”
지태가 소품 바구니에서 구슬 주머니를 꺼내 와 시원하게 쏟아부었다.
바닥에 엎드린 지한은 나른한 분위기를 풍기며 제게 가까이 있는 구슬을 손끝으로 굴렸다.
찰칵-
“한번 확인하고 가자.”
모니터 앞에 옹기종기 모인 삼 형제는 중간 결과물을 확인했다.
“이 느낌 좋다. 살짝 측면.”
“아예 눈을 감아도 괜찮을 것 같아. 이런 느낌.”
“응. 그렇게 해 볼게.”
준비해 온 자료와 레퍼런스를 확인하며 각자의 의견을 말한 뒤 2차 촬영이 이어졌다.
“조명 세팅도 바꾸고 가자. 옷 갈아입고 와.”
“응. 저거 입으면 돼?”
지한이 구석에 놓여 있는 옷을 가리키자 지태가 한쪽 입꼬리를 씩 올리며 물었다.
“형 필요해?”
“꺼져.”
큰 형이 능청스레 놀려먹으려 했으나 막내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 * *
마지막으로 넷째, 유연.
유연은 오랜만에 조카들을 보러 본가에 온 참이었다.
“산촌!”
“똥!”
“어쭈~ 똥이라니? 따라 해 봐. 삼촌.”
“쫀쫀!”
“쫀쫀? 너 이리 와. 호랑이가 어흥~ 해야지.”
까르르-
유연이 조카들을 품에 안아 번쩍 들어 올리자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유연아, 이게 다 뭐야? 무슨 장난감을 이렇게 많이 사 왔어?”
“네가 자꾸 이런 걸 들고 오니까 애들이 너만 보러 가자고 하잖아.”
“하하. 그랬어?”
누나들은 유연이 양손 가득 들고 온 장난감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개중에는 여아를 둔 부모라면 모를 수 없는 파산팡도 끼여 있었다.
“팬 사인회 하면서 받은 것도 같이 가져오느라. 팬분들께서 조카 가져다주라고 챙겨 주셨어.”
회사에서 한 번씩 확인을 거친 것들이니 문제는 없을 거라고도 덧붙였다.
“그래도 너무 많, 파산파앙!?”
“깜짝이야.”
“이, 이거 어떻게 구했어?!”
“그게 뭔데. 그렇게 구하기 힘든 거야? 팬분이 주신 건데.”
둘째 누나의 짜게 식은 눈이 남동생을 향했다.
파산팡의 위대함을 모르는 당신이 불쌍해요.
이것으로 말할 것 같으면, 다섯 번의 오픈 런에도 불구하고 모두 실패해 슬이를 울게 만들고, 또래 자녀를 둔 한국 모든 부모님의 등골을 휘게 만든 여아들의 대통령이었다.
“슬이야, 이것 좀 봐! 삼촌이 슬이 주려고 발레팡을 가져왔어!”
“우앙! 반네팡! 쫀쫀 체고! 스리 내려조.”
“정말? 쫀쫀이 최고야?”
“웅! 쫀쫀 따랑해~”
올해 세 살이 된 슬이가 유연의 뺨에 볼을 비비며 목덜미 사이로 폭 안겼다.
“그럼 쫀쫀 뽀뽀.”
쪽!
왼쪽 뺨 위로 입술이 닿았다 떨어졌다.
그가 슬이를 내려주자 이번에는 남자 조카인 국이가 몸을 흔들며 유연을 보챘다.
“부웅 해조, 부웅! 국이 부웅!”
“부웅이 뭐야?”
유연이 국이를 고쳐 안으며 첫째 누나를 돌아봤다.
“비행기 태워 달라고. 쓰읍. 안 돼. 삼촌 허리 아야 해.”
“산촌 허리 아야 해?”
“응? 아니야~ 삼촌 아야 안 해.”
그러나 아빠보다 삼촌을 더 좋아하는 국이는 보채길 멈추고 자신을 내려 달라고 했다.
“왜? 삼촌이 부웅 해 줄게.”
“안니야. 산촌 주사 마자야대.”
“주사? 삼촌 주사 싫은데.”
유연의 손을 잡아 소파로 데려간 국이는 그곳에 유연을 눕게 했다.
“누어! 빤니!”
뾱뾱!
솜방망이 같은 주먹으로 소파를 내리치자 유연이 마지못해 누웠다.
휙-
유연의 상의를 터프하게 젖힌 국이는 의사 가방을 펼쳐 장난감 청진기를 꺼냈다.
“여기 아야 해?”
“선생님, 거기는 허리가 아닌데요.”
가슴을 짚던 청진기는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 희미하게 윤곽이 드러난 복근 위를 짚었다.
“요기?”
“거기도 허리 아닌데~”
유연이 자꾸 아니라고 하자 청진기를 버린 국이가 작은 손으로 배를 조몰락거렸다.
쪼물쪼물-
“푸흡. 선생님, 너무 간지러워요. 그냥 호오~ 해 주시면 다 나을 것 같은데.”
“간지러워? 이럴 수가! 이거 정말 크닐입니다! 당장 주사를 마자야 해요!”
배에서 손을 뗀 국이가 배를 통통 때리며 몸을 뒤집으라 명령했다.
“어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