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359
제359화
* * *
선공개 영상은 공개하기 무섭게 조회 수가 빠르게 올라갔다.
본방송이 나간 후, ‘간식 먹자’는 누군가를 부를 때 쓰는 밈이 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
오래간만에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제작진은 신이 나서 미공개 영상들을 마구 풀어 댔다.
“백도, 간식?”
“놀리지 마.”
새초롬한 눈이 저를 향하자 유연이 진한 보조개로 화답했다.
두 사람은 데이즈의 겨울 앨범 회의를 위해 회사를 찾은 참이었다. 다른 멤버들은 개인 스케줄로 조금 늦게 도착할 예정이었다.
“아. 우리 매니저 형 한 명 더 뽑을지도 모른다던데.”
“매니저?”
멤버들의 개인 활동이 갑자기 늘어나며 두 명으론 힘에 부치기 시작한 것이다.
새로운 매니저라는 말에 꿈속의 남자가 떠오른 백야는 기분이 나빠졌다.
“왜. 새로운 사람 오는 거 싫어?”
“아니, 그냥…. 이상한 사람 들어오면 어떡하나 싶어서.”
“아직 확정은 아니래. 그래도 내년에 율무 형 드라마 시작하고 너도 시트콤 복귀하려면 두 명으론 힘들 것 같긴 해.”
백야가 고개를 주억이며 마지못해 동의했다.
꿈에서 잠깐 본 게 전부긴 하지만, 실제로 얼굴을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괜찮아. 알아볼 수 있어.’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새로 올 매니저에 대한 경계심부터 생겨난 백야였다.
그사이 회의실에 도착한 두 사람은 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곳엔 기획팀의 막내가 회의 준비를 하느라 한창이었다.
양해를 구하고 먼저 자리에 앉은 백야는 테이블에 놓인 회의 자료를 발견했다.
[데이즈 겨울 스페셜 앨범 기획]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에 테이블 위로 앞발이 슬쩍 올라왔다.
노트북을 회의실 스크린과 연결하느라 정신없는 사이, 백야는 빠르게 기획안을 훑어보았다.
커다랗게 적힌 콘셉트 키워드 아래로 레퍼런스 이미지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대환은 멤버들의 얼굴이 훌륭하니 대충 흰색 니트만 입혀도 중간은 갈 거라고 했지만, 그건 기획팀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었다.
더군다나 데이즈는 A&R 2팀이 가슴으로 낳은 아들들이 아니던가.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A&R 그룹과 기획팀은 자발적 야근을 강행함으로 훗날 K-POP 겨울 명반이라고 손꼽히는 앨범을 만들게 된다.
“뭐 봐?”
유연이 고개를 기울이며 기획안을 함께 살폈다.
다양한 디자인의 전구 이미지 위로 이번 앨범 콘셉트의 키워드가 적혀 있었다.
“예쁘네. 근데 이게 이번 앨범 콘셉트라고? 이걸로 뭘 하는데?”
“나도 모르지.”
모든 회의가 다 신기했지만, 특히 기획팀과 하는 회의는 종잡을 수가 없어서 항상 새로웠다.
그리고 잠시 후.
회의 관계자들이 모두 모였을 때야 두 사람의 궁금증이 해결됐다.
“몸에 감아야죠.”
* * *
그 말을 이해하기까진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민성과 백야의 건강을 배려해 녹음 일정을 미루는 대신, 데이즈는 앨범 콘셉트 포토를 먼저 촬영하게 됐다.
늦여름이라도 여름은 여름.
9월 끝자락에 겨울 니트를 입은 멤버들은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 모였다.
“I’m so hot!”
“난 너무 예뻐요…?”
“모라는 거야.”
율무의 드립을 이해하지 못한 청이 눈을 세모나게 뜨며 삐악거렸다.
에어컨을 가장 낮은 온도로 설정했으나 스태프가 많은 탓에 온도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앞섶을 펄럭이며 울상을 짓던 청은 더는 못 참겠는지 선풍기 앞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더위에 취약한 햄스터 한 마리가 먼저 와 쪼그려 앉아 있었다.
“햄스터야아아아~”
“왜에….”
“덥다아아아~”
선풍기 날개에 대고 말을 하자 목소리가 갈라지며 기계음 소리가 났다.
막내티 폴폴 나는 잼민이 같은 모습에 민성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비하인드 영상을 촬영 중인 카메라가 저희를 찍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눈치였다.
“조금 덥긴 하다.”
“기다려 봐. 한 번 더 보고 올게. 고장 났나?”
민성의 말에 남경이 대기실 밖으로 나섰다.
그사이 백야의 곁을 찾은 율무는 어디선가 주워 온 이면지로 부채질을 해 주고 있었다.
“당백이 많이 더워?”
청도 질세라 손을 파닥거리며 부채질을 해 주는데 하렘이 따로 없었다.
“얼음무울….”
“안 돼요.”
백야가 차가운 물을 마시고 싶다며 칭얼댔지만, 어느새 대열에 합류한 덕진이 안 된다며 미지근한 물을 내밀었다.
“쯧.”
백야가 사랑스럽긴 하다만 저 사람들은 너무 과했다.
시선을 거둔 민성은 자신의 가방을 열어 사탕을 꺼냈다.
“백야야.”
쫑긋-
한껏 치대는 광신도들을 귀찮아하던 햄스터가 고개를 들었다.
“이리 와 봐.”
헤어 세팅을 하는 중이라 움직일 수 없던 민성이 백야를 불렀다.
쪼르르-
햄스터가 무리를 이탈하자 세 쌍의 눈이 가늘어졌다.
“왜?”
“이거 먹고 물 마셔 봐.”
손바닥 위로 톡 떨어지는 노란색 사탕 한 알. 민트를 싫어하는 백야를 위해 특별히 준비해 둔 레몬 맛 아이스 캔디였다.
“몬데! 나 먼저야!”
햄스터에게 뭔가를 먹이려면 저에게 허락부터 받아야 한다며 청이 득달같이 달려왔다.
“야, 질투할 걸 질투해라. 네가 무슨 기미 상궁이니?”
“…김이산?”
이해하지 못한 청이가 짐짓 심각한 얼굴을 했지만, 이내 페이스를 되찾으며 앞발에 놓인 사탕을 날름 집어 먹었다.
“야! 내 건데 왜 네가 먹어?”
“햄스터야, 이게 다 너를 위한 거다. 이상한 거 먹고 캑캑하면 병원 가.”
“이게 진짜 나를 뭐로 생각하는 거야?”
백야가 청의 목에 헤드록을 걸자 커다란 덩치가 맥없이 고꾸라졌다.
사탕을 하나 더 내어 주는 것으로 막내즈를 진정시킨 민성이 낮게 웃으며 즐거워했다.
그사이 촬영 준비를 끝낸 스태프가 대기실을 찾았다.
“준비 다 되셨을까요?”
스태프의 물음에 스타일리스트는 ‘다 됐다’며 손을 떼어냈다.
“가자, 형.”
그 순간 민성의 앞으로 백야의 손이 내밀어졌다. 여자 손이라고 해도 믿길 만큼 고운 손을 보며 민성은 잠시 회상에 잠겼다.
눈물도 많고 마음도 여리지만, 멤버들이 힘들 때면 주저 없이 내밀어지는 손이었다.
“그래. 가자.”
민성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맞잡았다.
‘역시 백야가 없는 데이즈는 상상할 수 없다.’
맞잡은 손에 힘을 준 민성이 나직이 백야를 불렀다.
“백야야.”
“응?”
“나중에, 한 10년쯤 뒤에.”
“응.”
“나 솔로 앨범 내게 되면 그때 네가 피처링 해 줘.”
백야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굳어버렸다.
“해 줄 거지?”
백야가 선뜻 답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기에 민성은 더욱 집요하게 물었다.
“안 해 줄 거야?”
“그건 아닌데….”
가벼워 보이지만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대화에 청은 눈알만 굴려 댔다.
그러다 백야가 쉽사리 답하지 않자 눈치를 보며 은근슬쩍 끼어들었다.
“나도 해. 나도 끼여.”
“싫은데? 우리 막 3옥타브 파, 라, 솔까지 올라가는 그런 거 할 거야. 그치?”
3옥 솔이라니.
저는 죽었다 깨어나도 다다를 수 없는 음역대에 청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잔인해.”
그렇게 동생들의 손을 꼭 잡고 나간 촬영장에는 먼저 도착한 멤버들이 카메라 앞에 서 있었다.
“ 이후로 똑같은 옷은 오랜만이네.”
유연이 제 옷과 멤버들의 옷을 보며 민망해했다.
“아니야, 달라. 네 옷이 조금 더 야한걸?”
율무가 유연의 브이넥을 잡아당기며 가슴을 보려 했다.
“아, 진짜!”
“어우~ 역시 몸 좋아.”
“변태냐?”
유연이 율무의 팔뚝을 때리며 한 걸음 멀어졌다.
어찌 됐든 디자인은 조금씩 다르지만 비슷하게 생긴 니트를 입었다는 점에서 과거 활동이 생각나는 모양이었다.
“다 오셨으면 시작할게요. 단체 먼저 찍고 개인 촬영 이어 나가겠습니다.”
사전에 촬영 콘셉트에 대해 충분히 전달받은 멤버들은 작가의 요구대로 자리를 찾아갔다.
하얀 벽에 은하수 모양의 빔 프로젝터를 쏘자 멤버들의 옷과 벽 위로 별들이 수 놓였다.
“그냥 자유롭게 가지고 놀면 됩니다.”
스태프가 알이 굵은 트리 전구를 가져다주었다.
전구를 받아 든 지한이 줄의 끝부분을 율무에게 건네자, 율무는 냅다 청을 감아 버렸다.
“잡았다, 요놈~”
“모야!”
청이 팔을 휘저으며 몸부림치는 사이, 지한은 제가 들고 있던 전구를 백야의 목에 두르며 입꼬리를 올렸다.
“햄스터 트리.”
오래간만에 켜진 조또 모드에 백야는 황당해졌다.
“그래. 네가 행복하면 됐지….”
전구를 서로의 몸에 두르며 장난을 치던 멤버들은 이내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촬영을 이어 갔다.
조금 전과 같은 세트, 착장, 소품이었지만, 웃음기가 가신 진지한 모습은 아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어서 개인 촬영 들어갈게요. 어느 분부터 하시겠어요?”
“저요!”
백야가 손을 번쩍 들었다.
데이즈는 스튜디오로 오는 길에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미리 정해 둔 참이었다.
“네. 그럼 백야 씨는 저쪽으로 가서 진행할게요.”
남자가 가리킨 곳은 초록색 종이가 덧대어진 창문 아래. 하얀색 소파가 놓인 곳이었다.
줄 전구를 손에 쥔 백야는 총총거리며 세트장으로 이동했다.
“아까 하셨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가지고 놀아주세요.”
오도카니 서서 전구를 내려다보던 백야는 이내 쪼그려 앉아 전구로 바닥에 하트 모양을 만들었다.
“좋아요. 네. 포즈 계속 바꿔 주세요.”
바닥에 하트도 그렸다가, 머리에도 둘렀다가.
셔터 소리가 들리고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능숙하게 포즈를 취하던 백야는 이내 소파로 향했다.
그곳에 앉아 포즈를 취해 보려는데, 엉덩이가 닿는 순간 소파 사이가 벌어지며 엉덩이가 끼어버렸다.
“엄마야…!”
스태프의 도움으로 금방 빠져나왔지만, 조금 전 해프닝이 민망한지 백야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