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370
제370화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백야는 아닌 척 등 뒤로 들리는 대화에 집중했다.
“죄송해요. 안 다치셨어요?”
“네. 괜찮아요.”
그러다 익숙한 목소리에 냉큼 고개를 돌렸다.
이 목소리는 똥 머리가 틀림없었다.
“너…!”
드디어 만난 원수에 백야의 눈꼬리가 삐죽 올라갔다.
오늘이야말로 오해를 풀고 확실히 담판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에 백야는 두 사람을 향해 전진했다.
그러나 한 걸음 떼기 무섭게 초록의 뒤에서 나오는 카메라를 발견하고 다시 부드럽게 뒤돌았다.
‘뭐야? 카메라가 왜 저기서 나와?’
뒤통수만 봐도 백야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은 율무는 입술을 말아 물며 어깨를 부들부들 떨었다.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는 중이었다.
초록도 당황스러운지 떨리는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했다.
“어… 제가 방송 때문에 앞을 제대로 못 봤나 봐요.”
“아니요. 제가 앞을 못 봤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다음부터 주의하도록 할게요. 그럼 파이팅 하세요! 데뷔 축하드립니다.”
초록에게 다시 한번 사과한 율무는 카메라를 향해 주먹을 쥐어 보이며 얼른 백야에게 돌아갔다.
“애기 왜 안 왔어? 율무 혼자 사과했잖아.”
“네가 부딪힌 거잖아.”
“그건 그래~ 그래도 초록 님은 우리의 사랑을 응원해 주시는 유일한, 아얏.”
백야가 율무의 팔뚝을 찰싹 때리며 노려봤다.
* * *
– 후배님 유앱에 율무 백야 잠깐 사고로 출연함 (동영상)
– 어제 유앱 보다가 당황했잖아ㅋㅋㅋㅋ 대한민국 흔한 남돌의 대화가… 이게 맞아? (“우리 당백이 아이 예쁘다~” 코너에서 튀어나오는 율무 동영상)
└ 심지어 카메라 없는 데서 저러고 놀다가 걸린 거ㅋㅋㅋ
└ 저 그룹 마약 복숭아 유명하잖아ㅋㅋㅋㅋ
└ 저분이 막내야?
└ 막내는 따로 있음! 얘 (청 삼백안 사진.jpg)
└ 뻥치지 마
– 나 김나잉… 오늘도 1패 (0승 848726패)
– 예쁜 애한테 예쁘다고 하는 게 잘못된 거야? 드르륵 탁… 예쁜 애한테 예쁘다고 하는 게 잘못된 거야? 드르륵 탁…
– 선배 그룹은 그냥 남돌 품종개량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됨ㅋㅋㅋ
– 한백야 거기 지하 1층인데 날씨가 왜 좋냐고ㅋㅋㅋㅋ 진짜 저 말랑 복숭아 어쩔 거야ㅠㅠ
– 나율무 복숭아 들튀 현장 딱 걸림 (율무 백야 뒷모습 캡처.jpg)
유앱에 잠깐 출연한 데이즈의 모습이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나잉이들이야 익숙한 모습이었지만, 다른 팬들의 눈에는 신선한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덕분에 그날 오후에 올라온 백야의 브이로그 한 장면도 덩달아 화제가 됐다.
민성이 백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예뻐하는 장면이었다.
– 예뻐 라이팅
– ID랑 데이즈가 한마음 한뜻으로 키우는 은쪽이 (민성 백야 쓰담쓰담 짤.gif)
└ 작은 제우스 미만잡
– 얘네 대체 어디까지 가려고 이러는 건지 난 가끔 좀 당황스러워…
– 여긴 이게 일상이라 이제 비게퍼에도 못 낌
– 하루만 백야로 살아보고 싶다 (소라게 짤.jpg)
점술가의 말 때문에 예뻐 라이팅을 당하게 된 지도 일주일째.
예쁘다는 말도 처음에나 부끄러웠지, 이젠 이골이 나다 못해 해탈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삐, 오늘 방송국 간다며?”
“응. 청이가 심심하대. 단아 누나도 보고 피디님께 인사도 드릴 겸 다녀오려고.”
이삐는 최근 민성이 부르기 시작한 백야의 애칭이었다.
처음엔 이끼라 듣고 물때 같다는 소리인가 서운할 뻔했는데, 예삐의 경상도 버전이라는 말에 받아들이기로 했다.
“햄스터야! 덕진이 내려오래!”
“잘 다녀와~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고.”
“싫어. 따라갈 거야.”
요즘 오춘기를 겪고 있는 은쪽이가 토라진 척하며 숙소를 나섰다.
잠시 후 방송국에 도착한 백야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어색해했다.
“햄스터 왜 그래?”
“오랜만에 오니까 좀 어색해서.”
“귀여워.”
“나도 알아.”
멤버들의 주접에 어떻게 반응해야 1절에서 멈출 수 있는지 깨달은 백야는 최근 매우 뻔뻔해졌다.
막내즈가 의미 없는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MC 대기실에 도착한 백야가 먼저 문고리를 돌리며 앞장섰다.
“누나아~”
“어? 백야야!”
쪼르르 달려간 백야가 단아의 손을 양손으로 덥석 잡으며 신이 난 듯 흔들었다.
“이게 얼마 만이야~ 잘 지냈어?”
“나야 잘 지냈지. 넌 이제 괜찮아?”
“응! 매니저 누나도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건강해 보이셔서 다행이에요.”
오랜만의 가족 상봉에 대기실은 금방 화기애애해졌다.
“다나. 나는 안 보이나?”
“청이도 보이지~ 맨날 햄스터만 찾더니 오늘은 그 소리 안 하겠다.”
“What? 내가 언제!”
단아의 고자질에 청이 귀를 붉히며 부끄러워했다.
‘그럼 그렇지.’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이라고 안 샐 리 없었다.
그러다 잠시 후, 대본 리딩을 위해 찾아온 작가와 PD를 마주치며 2차 가족 상봉이 재현됐다.
“백야 씨?”
“작가님, PD님! 제가 지금 가려고 했는데.”
“여긴 어쩐 일이에요? 이제 돌아다녀도 되는 거예요?”
“넹! 많이 좋아졌어요.”
백야가 배시시 웃으며 오랜만에 만난 스태프들을 반가워했다.
“못 뵌 지 너무 오래된 것 같아서 인사드리려고 왔어요.”
“저희가 갔어야 했는데…. 병문안 못 가서 미안해요.”
“아니에요. 바쁘신 거 다 아는걸요.”
“그래도 그게 아니죠. 안 그래도 오늘 청이 씨한테 이것 좀 전해달라고 부탁하려 했는데. 잘됐네요.”
PD가 홍삼과 디저트 세트를 건넸다.
“이게 뭐예요?”
“늦었지만 얼른 회복해서 다시 프로그램 같이해요. 우유즈 기다리는 팬들이 많아요.”
청이 아무 생각 없이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제 발 저린 감독이 청에게 변명을 늘어놨다.
“물론 청 씨가 잘해 주고 계시지만 그래도 우유즈가 원조니까…. 서운, 서운하신가? 그런데 저 청 씨 정말 좋아해요.”
청은 어리둥절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Me too’라고 대답했다.
이어서 본격적인 대본 리딩이 시작되자 백야는 조용히 대기실을 벗어났다.
청이 자꾸 집중을 못 하고 제 쪽을 힐끔거렸기 때문이다.
‘리딩 끝나고 마실 거나 사다 줘야겠다.’
덕진과 함께 대기실 밖으로 나선 백야는 지하 매점으로 향했다.
이제는 어엿한 선배 가수 대열에 오른 백야는 가는 길에 인사를 몇 번이나 받았는지 모른다.
기분이 좋아진 개복치는 봉긋하게 솟은 광대를 숨길 줄 몰랐다.
“백야 님, 그렇게 좋으세요?”
“네. 빨리 컴백해서 더 친해지고 싶어요.”
그중엔 백야에게 챌린지를 도와주실 수 있느냐 부탁한 그룹도 있었으나 덕진이 대신 거절해 주었다.
마음 같아선 열 번도 더 찍어 주고 싶었으나, 개인적으로 방문한 것이라 최대한 노출을 자제하는 편이 좋았다.
“저 직속 후배 생기면 정말 잘해 줄 거예요.”
최애의 재잘거림에 덕진은 엄마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네, 백야 님은 잘하실 것 같아요. 세이렌도 데뷔했으니까, 내년에 음악방송 복귀하면 그때 잘 챙겨 주시면 되겠네요.”
그러자 백야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누구요?”
“세이렌이요. 지금 반응 엄청 좋잖아요.”
데뷔 일주일 만에 음악방송 1위 후보에 들었다며, 지금의 상승세만 이어 간다면 다음 주엔 정말 1위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자기 일인 양 설레했다.
그에 백야가 덕진을 빤히 올려다봤다.
살짝 올라간 눈꼬리에 앙다문 입술을 보아하니 뭔가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왜, 왜요?”
“그분들은 쳐다도 못 보게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누가요?”
“제가요.”
“…왜요?”
“열애설 나면 어쩌려고요?”
“누가요?”
“저요.”
덕진은 조금 당황했다.
“남경이 형은 방송국 오면 걸그룹이랑은 동선도 안 겹치게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던데.”
“에이~ 그건 뭣 모를 때 이야기고, 이제는 알아서들 조심하시잖아요.”
“형은 저 믿어요?”
“네. 당연히 믿죠.”
백야는 본인이 평소에 얼마나 철벽을 치고 다니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전방에 이성만 나타나면 시선을 내리깔고 죄인처럼 지나가는 것은 물론. 말이라도 걸면 안쓰러울 정도로 뚝딱거리는 주제에 눈이 맞을 새가 어디 있나.
그래도 경각심을 가지고 항상 주의하는 모습이 기특했다.
“그러네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나중에 남자 후배 그룹이 생기면 그때 잘해 드려요.”
“넹. 지호 빨리 데뷔하면 좋겠다. 형, 지호 알아요?”
“알죠. 백야 님이 가끔 보러 가시는 연습생분이시잖아요.”
백야가 ID에서 가장 아끼는 연습생이 있다면 단연 지호가 아닐까.
백야가 지호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으며 먼저 매점 안으로 들어섰다.
그곳에서 청이가 좋아하는 음료와 간식이 될 만한 것들을 고른 백야는 계산을 마치고 나왔다.
“헉. 백야 님.”
“네?”
“저, 배가…. 잠시 화장실 좀….”
“네. 다녀오세요. 저 여기 앞에 있을게요.”
“아니에요. 저 길어질 것 같으니까 먼저 올라가 계세요….”
최애를 감히 화장실 앞에 세워 둘 수 없었던 덕진은 엘리베이터가 있는 방향을 가리키곤 뛰어 들어갔다.
백야는 잠시 기다릴까 고민했지만, 청이 저를 찾을 것 같아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홱-
그러다 문득 저를 지켜보는 듯한 시선을 느끼고 뒤를 돌아봤지만 수상한 점은 찾지 못했다.
‘기분 탓인가?’
복도엔 방송국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바삐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고개를 갸웃거린 백야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사 중]‘어쩐지 기다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니.’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니 다른 층에서 장비를 옮기는 데 사용 중인지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했다.
‘흠….’
잠시 고민하던 백야는 운동도 할 겸 계단을 오르기로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비상구 특유의 꿉꿉한 냄새와 서늘한 공기가 피부를 감쌌다.
한 계단, 두 계단.
뽀짝거리며 계단을 밟아 오르길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아래층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자 목에 사원증을 건 관계자들이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꾸벅 인사한 백야는 벽에 찰싹 붙어 두 인영이 먼저 지나갈 수 있게 길을 터 주었다.
그리곤 두 사람과의 거리가 어느 정도 벌어질 때까지 벽과 한 몸이 된 것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갔나?’
백야는 거리가 적당히 벌어지고 나서야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끼익, 달칵-
그리고 또 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렸다.
‘엘리베이터가 멈춰서 다들 계단으로 다니시나 보다.’
백야는 미리 벽 가까이로 붙으며 올라올 인영을 기다렸다.
그러나 아래층으로 향한 건지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난간을 짚고 아래를 내려다봐도 보이는 그림자는 없었다.
개복치는 다시금 계단을 올랐다.
‘아… 그냥 엘리베이터 탈걸.’
계속해서 계단을 오르길 잠시. 얼마 남지 않은 층수를 확인하고 마지막 스퍼트를 내려던 때였다.
반 계단을 남겨 놓고 백야는 맞은편에서 내려오는 중인 초록과 마주쳤다.
“…어?”
“헉.”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계단을 사이에 두고 멈춰 선 두 사람이 탐색전을 펼쳤다.
“서, 선배님 안녕하세요.”
“아, 네에…. 안녕하세요.”
매니저와 함께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초록은 혼자였다.
‘왜 혼자 여기에 있는 거지?’
어~디 신인이 매니저도 없이 돌아다니고 말이야.
젊은 꼰대의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