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373
제373화
* * *
백야의 뒤를 쫓던 은신은 어느새 ID 엔터테인먼트 사옥을 마주 보고 있었다.
건너편 도로에 차를 세운 그는 카메라를 챙긴 뒤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데이즈가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것까진 봤는데.’
세이렌의 차는 아직이었다.
그런데 그때 낯익은 번호판의 카니발 한 대가 나타났다. 입구를 지키던 경비원은 세이렌의 차를 알아보곤 곧장 입구를 터 주었다.
은신은 경비에 빈틈이 생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화단을 넘었다.
바스락-
나무가 스치며 기척이 났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큰일 날 뻔했다.’
입을 틀어막은 채 거친 숨을 내쉬던 그는 살금살금 안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마음 같아서는 주차장 안까지 들어가고 싶지만, 사생 사건 이후로 ID의 경비가 강화되어 잠입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대충 주차장 내부가 보이는 지점에 멈춰 선 은신은 줌을 최대한으로 당겼다.
어두운 사위에 화질이 떨어지긴 했지만 얼굴은 식별 가능한 수준이었다.
‘초록이다.’
차에서 내린 초록은 사복 차림에 상투처럼 보이는 올림머리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은신의 시야에서는 정면으로 보이기까지 해서 얼굴을 제대로 찍을 수 있었다.
‘나이스! 이제 남자친구 만나러 가야지. 밖에서 만나라, 밖에서.’
이미 은신의 머릿속에서 백야와 초록은 커플이었다.
이왕 좋은 자리를 선점하게 된 거,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한 그는 전방을 예의 주시하며 다른 먹잇감을 기다렸다.
‘이러다 다른 가수라도 걸리면 더 좋고.’
ID는 내로라하는 인기 아이돌들이 대거 포진한 소속사였기 때문에 저희 사이에선 노다지나 마찬가지였다.
10분.
20분.
막 30분을 넘길 때쯤 은신은 새로운 기척을 감지했다. 지하 주차장 안쪽에서 희미하게 비치는 빛을 발견한 것이다.
‘누가 나왔다.’
다시금 카메라를 든 은신은 줌을 당겨 주차장 안쪽을 살폈다.
다시 나타난 이는 세이렌의 초록이었다. 그녀는 무언가를 찾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주차장 안을 배회했다.
‘일단 찍자.’
찰칵, 찰칵-
그러나 셔터를 몇 번 누르지도 못했는데 카메라가 방전되며 꺼져 버렸다.
‘아이 씨, 배터리!’
너무 들뜬 나머지 배터리를 교체한다는 걸 잊고 있었다.
이런 어이없는 실수를 하다니.
주머니에서 여분의 배터리를 꺼낸 은신은 빠르게 배터리를 갈아 끼웠다.
* * *
“촬영은 어땠어?”
“잘하고 왔지~ 너는 청이 따라간 거야?”
“응. 단아 누나도 볼 겸.”
율무와 백야, 덕진이 지하 주차장 입구를 나서고 있었다.
세 사람은 늦은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가게로 향하던 중이었는데, 율무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며 소리쳤다.
“아, 맞다! 나 회사 오면 실장님이 잠깐 들르라고 했는데.”
“정말? 그걸 까먹으면 어떡해. 얼른 가 봐. 그럼 그냥 포장해 올게.”
“아니야. 나 금방 올 수 있어.”
감자튀김은 매장에서 바로 먹어야 더 맛있다며 율무가 떼를 썼다.
“알겠어. 그럼 먼저 가서 시켜 놓을 테니까 갔다 와. 치즈버거 먹을 거지?”
“응. 진짜 미안. 날아갔다 올게.”
“됐어. 천천히 와.”
“금방 갈게!”
율무는 손을 흔들며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덕분에 최애와 단둘이 남게 된 덕진만 신이 났다. 백야와 눈이 마주친 그는 올라간 광대를 숨기지 못하고 방긋 웃었다.
“갈까요?”
“네, 가요.”
그렇게 도착한 햄버거 가게.
그러나 조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덕진은 기름진 냄새를 맡자 다시금 장이 신호를 보내온 듯 배를 움켜쥐었다.
“헉. 백야 니임….”
“왜 그러세요?”
“저 또 배가….”
창백해진 안색에 덩달아 놀란 백야가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이내 화장실 팻말을 발견하곤 한쪽을 가리켰다.
“저기! 화장실 저기에요!”
“죄송합니다. 부디 계산은 이거로….”
덕진이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지갑을 건넸다.
“아이, 참. 얼른 가기나 하세요.”
손을 잡아 내린 백야는 그를 화장실로 떠밀었다.
그리하여 백야는 다시 홀로 남게 됐다.
주인을 잃은 햄스터는 카운터 앞으로 다가가 무해한 얼굴로 메뉴판을 올려다보았다.
“안녕하세요. 치즈버거 세트 세 개랑요, 혹시 따뜻한 물 한 잔만 주실 수 있을까요? 먹고 갈 거예요.”
백야를 알아본 점원이 작게 미소 지으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몸은 좀 괜찮으세요? 기사 봤어요.”
“앗. 지금은 거의 다 나았어요.”
“다행이에요. 세트 하나는 제가 서비스로 드릴게요. 쾌차하시라는 의미에서.”
“정말요? 감사합니다.”
예상 못 한 친절을 받은 백야가 귀를 붉히며 수줍어했다.
카드와 진동벨을 함께 받은 그는 뽈뽈거리며 가장 구석진 자리로 향했다. 햄스터는 구석지고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었다.
“음….”
덕진도 없고 율무도 없는 상황.
다리를 달랑거리며 눈알을 굴리던 백야는 괜히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메신저 앱을 켜자 쌓여 있는 몇 개의 문자들이 보였다.
[금일 : (링크)] [금일 : 너희 팬들이 이거 해달라고 짹에서 난리던데ㅋㅋㅋ 알고 있냐?] [금일 : 네가 이거 안 하면 국가적 손실이자 범지구적 낭비라던데ㅋㅋㅋㅋ 애국 한 번 해라]‘이게 뭔데?’
영상은 요즘 유행하는 궁극의 아이돌 챌린지였다.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 주제가로 귀여운 안무가 돋보이는 영상이었다.
“풉.”
영상을 보던 백야가 웃음을 터뜨렸다.
안무보단 율동에 가까운 동작이라 따라 하긴 쉬워 보였으나, 영상 속 주인공이 금일인 데다가 아래에 깔린 한글 자막이 화면 속 금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절로 웃음이 났다.
[너는 완벽한 궁극의 아이돌!하늘에서 떨어진 샛별의 환생
귀여운 얼굴로 웃는 순간
나는 또 사랑에 빠져 버려]
이렇게 귀여운 가사에 깜찍한 율동을 하면서 무표정이라니.
친구를 놀릴 생각에 신이 난 백야가 얼른 답장을 보냈다.
금일을 약 올렸다가 본전도 못 건진 백야가 발끈했다.
딸랑-
그때 가게 문이 열리며 상투를 튼 장신의 남성이 등장했다.
“미안, 미안~ 어? 근데 덕진이 형은?”
실장님을 뵙고 오겠다던 율무였다.
“잠깐 화장실. 뛰어왔어?”
“응. 너 안 먹고 기다리고 있을까 봐. 햄버거는 시켰어?”
“근데 왜 옆에 앉아? 저기로 가.”
자연스레 옆자리에 앉는 율무를 보며 백야가 맞은편 자리를 턱짓했다.
“왜? 여기 덕진이 형 자리야?”
“그건 아닌데 저기 의자가 좀 더 낮아.”
키는 10cm나 차이 나는 주제에 앉은키는 얼마 차이 나지 않아 이거라도 이겨야겠다는 심보인 것 같았다.
피식 웃은 율무는 순순히 맞은편으로 자리로 옮겨 주었다.
“안 늦어서 다행이다. 아~ 밖에 너무 더워.”
“뛰어오니까 그렇지. 셔츠를 벗어. 이 여름에 웬 긴팔이야.”
“너 추우면 벗어 주려고.”
“나도 연습실에 옷 있어.”
“이야~ 철벽이 대단한데?”
“백날 찔러 봐라. 내가 꿈쩍하나.”
“정말?”
백야가 시큰둥하게 받아치자 율무가 한 손으로 턱을 괴며 상체를 불쑥 앞으로 기울였다.
흠칫-
갑자기 율무가 얼굴을 들이밀 줄은 몰랐던 백야는 상체를 급하게 물리며 놀란 눈을 떴다.
“한 거 같은데? 꿈쩍.”
“아, 아니거든?!”
백야가 발끈하며 받아치는데 마침 진동벨이 울렸다.
드르르륵-
백야가 당황한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던 율무가 진동벨 위로 손을 뻗으며 일어섰다.
“귀엽긴. 가져올게.”
* * *
그 시각 배터리를 교체한 은신은 서둘러 화단을 빠져나왔다.
경비원이 자리를 지키고 선 탓에 바로 따라붙지 못해 시간을 지체했다.
마음이 급해진 은신은 초록이 사라진 방향으로 급히 쫓아가 보았지만 이미 놓친 뒤였다.
“에이 씨. 하필 그때 배터리가 나갈 건 또 뭐야.”
바닥에 주저앉은 은신은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려 버린 자신을 탓했다.
그런데 그때. 건너편 갓길에 세워 둔 차량 너머로 올림머리를 한 인영이 골목 안으로 들어서는 모습이 보였다.
‘초록이다!’
흰색 티셔츠 위로 걸친 파란색 남방. 인상착의도 같았다.
얼른 자리에서 일어난 은신은 좌우를 살피며 무단 횡단을 감행했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이렇게 놓쳐 버릴 수는 없었다.
‘백야를 만나러 가는 건가?’
세이렌이랑 데이즈라니.
선배들도 못 한 걸 제가 해냈다는 기쁨에 은신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힘껏 달려 초록이 사라진 골목 초입에 도착한 은신은 주위를 살폈다. 길을 따라 불이 켜진 카페와 음식점이 여러 개 보였다.
일단 카메라를 숨긴 그는 천천히 가게 안을 훑어보며 탐색했다.
‘어디로 들어간 거야….’
특종을 건졌다는 설렘과 긴장감에 목이 바짝바짝 타올랐다.
그리고 잠시 후.
두 개의 카페를 지나쳐 세 번째로 마주한 햄버거 가게에서 은신은 제가 찾던 올림머리를 발견했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백야까지.
‘와, 미친! 찾았다.’
역시 두 사람은 만나는 게 맞았다.
‘이게 웬 횡재냐.’
비록 초록은 뒷모습이었으나 백야의 얼굴이 정면으로 찍히는 편이 더 좋았다.
그녀의 사진은 조금 전 지하 주차장에서 많이 찍었으니, 백야의 사진과 함께 내보내면 쉽게 증명될 터였다.
찰칵, 찰칵-
셔터 음이 빠르게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