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376
제376화
“아이, 왜 그래에~ 형은 너 걱정되니까 그런 거지. 청이 삐졌어?”
“응.”
“돈까스 사 줄까?”
“내가 baby야? 이제 그런 건 안 통해.”
민성이 청에게 엉겨 붙으며 귀여워 죽겠다는 듯 볼을 쓰다듬었다.
병아리는 어린 취급이 못마땅한지 인상을 찡그리며 민성을 떼어 내려 애썼다.
“햄스터야! 이거 이상하다!”
“보기 좋은데, 왜. 그런데 나 오늘은 늦게 들어와서 팩은 못 할 것 같아. 형이랑 해.”
“엥? 너 어디 가는데?”
“할아버지랑 저녁 먹기로 했어.”
민성의 질문에 백야는 제우스 호텔로 간다고 했다.
“제우스? 나도 가!”
청이 민성을 밀치고 달려가 백야에게 달라붙었다.
자신은 큰 제우스와 친구라며 그를 허물없이 칭하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토끼가 눈을 부릅뜨며 등짝을 갈겼다.
“Ouch! 왜 때려!”
“회장님이 네 친구야? 요즘 버릇없이 굴지 자꾸.”
“씨잉….”
청이 시무룩한 얼굴로 백야의 품에 머리를 비비며 파고들었다.
“햄스터야, 나 혼나서 우울해…. 나도 데리고 가.”
“다음에 같이 가자. 오늘은 할아버지께서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셔서 가는 거라.”
그 말을 들은 유연이 웃으며 농담했다.
“할 말? 갔는데 연예인 그만두고 회사로 들어오라는 거 아니야?”
“이열~ 재벌 회장님 단골 대사?”
율무가 가볍게 받아치자 멤버들이 웃으며 적당히 호응해 주었다. 백야 역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회사로 들어오는 게 어떠냐.”
“푸웁!”
자리에 앉기 무섭게 폭탄을 던지는 회장님 덕분에 백야는 마시던 물을 뿜을 뻔했다.
“저런. 천천히 마셔야지.”
“콜록콜록. 아니, 콜록.”
기침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제우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백야의 옆으로 다가왔다.
애정이 느껴지는 묵직한 손이 등을 두드리자 기침이 멎어 들었다.
“물이라도 마셔 보거라. 내가 그렇게 놀랄 말을 했더냐?”
꼴깍꼴깍-
물 한 잔을 원샷으로 비운 백야가 앞발로 입술을 훔치며 제우스를 올려다보았다.
“어떻게 안 놀라요….”
“회사로 들어오라는 게 뭐 어때서. 지금 그 몸으로 하던 일을 계속하겠다는 게 난 더 놀랄 일이다.”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는데 표정을 보니 진심인 것 같았다. 당황한 백야의 눈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 그래도 그런 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데….”
“나는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학교만 졸업하면 바로 데려올 생각이었는데, 웬 사기꾼 같은 놈들에게 홀라당 선수를 빼앗겼다며 제우스가 혀를 찼다.
“몸은 좀 괜찮으냐?”
“네. 많이 좋아졌어요. 다음 달부터 활동도, 헙!”
“뭣이?!”
아차.
가뜩이나 연예계 활동을 탐탁지 않아 하는 사람에게 컴백 이야기를 먼저 꺼냈으니 그의 목소리가 커질 만도 했다.
“병원에 실려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활동을 해! 내 이놈들을 그냥!”
“아니에요! 아니에요, 할아부지!”
당장 뛰쳐나가 ID로 쳐들어갈 기세에 백야가 제우스의 허리를 안으며 온몸으로 말렸다.
“제가 하고 싶다고 그랬어요. 제가요.”
“그놈들 감싸 주지 않아도 된다. 내가 그리 알아듣게 경고했건만!”
“…경고요?”
허리를 안고 있던 팔이 스르르 풀리자 제우스도 아차 한 듯 당황한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회사에 뭐라고 하셨어요?”
“아니, 아가야….”
“혹시 저 시트콤 하차하게 된 것도 할아버지가 하신 거예요?”
백연은 자신이 한 거라고 했지만 생각해 보면 누나는 그럴 만한 힘이 없었다.
킹리적 갓심으로 제우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걸 깨달은 백야의 얼굴이 실망과 배신감, 서운함으로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제 편이라고 하셨으면서…. 이제 보니까 아닌 것 같아요.”
“아가야, 그건 오해야. 내가 너를 얼마나 응원하고 있는데.”
“응원하지만 누나 편 들어 주셨잖아요. 제가 시트콤 촬영장 가는 걸 얼마나 좋아했는데….”
처음 시트콤 하차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백야가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제작사에서 내쳐진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데….’
지금이야 내년쯤 복귀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오간 상태지만, 솔직히 내년 스케줄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준비 중인 윈터 송이 워낙 좋은 데다 의 성적이 압도적이었다.
제가 생각해도 올해에 대상을 못 받을 것 같진 않았다.
‘잊고 있었는데….’
헤어짐을 준비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자 백야는 금세 시무룩해졌다.
그 모습에 제우스도 덩달아 안절부절못하며 백야의 뺨을 살살 쓸었다.
“할아버지가 미안하다. 네 이야기도 들어 봤어야 했는데 걱정이 너무 앞섰어.”
“맞아요. 한 번뿐인 인생이니 후회 없이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건 할아버지셨잖아요.”
“그래, 내가 그랬지.”
제우스는 무릎을 굽히며 의자에 앉은 백야와 눈높이를 맞춰 주었다.
“그래서. 지금은 행복해?”
“네. 그런데 이 행복이 끝날 것 같아서 무서워요.”
“어찌 그런 생각을 해?”
손을 떼어 낸 제우스가 백야의 무릎을 그러쥐며 묵묵히 대답을 기다렸다.
손자나 다름없는 아이가 불안해하는 이유를 영 모르진 않았다.
최근에 터진 스캔들이나 동료 연예인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던 기사들이 제우스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너를 헐뜯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어?”
도리도리-
백야의 고개가 세차게 저어졌다.
작은 머리통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입을 꾹 닫고 있던 백야는 시선을 들어 제우스를 슬쩍 바라봤다.
“할아버지는 제가 보고 싶을 때마다 볼 수 있어요. 그렇죠?”
“그럼. 놀러 오라고 해도 오지 않는 건 네 녀석이지 않느냐.”
연륜이 묻어난 손가락이 백야의 코끝을 톡 건드렸다.
“그럼 만약에요…. 어느 날 갑자기 할아버지가 저를 못 알아보면 어떡해요?”
“지금 늙은이 건강관리 잘하라고 눈치 주는 게냐? 지훈이 그놈이 시키든?”
“그런 거 아니에요. 매형은 제가 오늘 할아버지 만나는 것도 몰라요.”
퍽이나 모르겠다.
백야가 쓰러지고 난 뒤, 그의 스케줄은 일주일 단위로 지훈에게 보고되고 있었다.
백야는 할아버지의 대답을 기다리며 눈알을 또르르 굴려 댔다.
“그럴 일은 없다.”
“없다고만 하지 마시고요….”
“그럼 너는 어떻게 할 테냐. 내가 너를 못 알아보면.”
역질문을 받은 백야는 곰곰이 생각했다.
“매일 찾아가서 제가 할아버지 강아지라고 할 거예요.”
“아이고, 기특해라. 그런데 넌 강아지보단 햄스터가 더 어울려.”
“그럼 햄스터라고 할게요.”
제우스의 크고 두툼한 손이 백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참고로 큰 제우스는 햄스터파 나잉이들이 내세우는 수장이었다. 그리고 작은 제우스는 복숭아파의 수장이다.
우리나라에서 돈이 가장 많고 영향력이 센 거물이라는 이유에서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은 커다란 감투를 쓰고 있었다.
“네가 그렇게 말하면 생판 남이 더라도 너를 홀라당 데려갈 거다. 내가 장담한다.”
“피이…. 그게 뭐예요.”
평소에는 어른스러운 척하다가도 할아버지만 만나면 자꾸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져서 큰일이었다.
“알겠어요. 그런데 계속 이렇게 앉아 계시면 무릎 상해요. 얼른 일어나세요.”
“빨리도 말한다, 요 녀석아.”
제우스의 손을 잡아 일으킨 백야가 배시시 웃었다.
투정을 부리느라 음식이 다소 식었지만 그래도 맛은 좋았다.
* * *
제주 국제공항.
다음 날, 데이즈는 자체 콘텐츠 촬영을 위해 제주도를 찾았다.
쌀쌀해진 날씨에 멤버들의 옷도 제법 두꺼워졌다.
“그럼 우리 너네 집 가는 거야?”
“집이라기엔 내가 거기서 자라진 않았지만…. 그치.”
비행기에서 내린 유연이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원래라면 연말 무대에 컴백 준비까지, 여러모로 바쁜 멤버들을 배려해 자체 콘텐츠는 생략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의 촬영일이 좀처럼 조율되지 않자, 멤버들이 자체 콘텐츠라도 찍게 해 달라며 떼를 썼다.
팬들에게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욕심이었다.
그러나 웬만한 스튜디오는 대관이 마감됐고, 앨범 콘셉트에 맞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남경이 백야의 부모님께서 제주도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계시지 않냐는 발언을 했다.
백연과 백야의 이름을 한 글자씩 따서 만든 ‘연야’.
연야는 아담한 귤 농장이 딸린 돌담집으로 단골손님을 위주로 소소하게 입소문이 난 곳이었다.
“나 때문에 괜히 부모님께서 곤란해지신 거 아닌지 모르겠네….”
“아니에요. 부모님께선 오히려 좋아하고 계세요. 언제 오냐고 아까부터 계속 문자 보내시는데요?”
백야가 ‘엄망♥’으로부터 온 문자를 보여 주며 방긋 웃었다.
제주도로 내려간 김에 대표님께서 이틀이라는 깜짝 휴가까지 주어 멤버들 모두 잔뜩 신이 난 상태였다.
그리고 잠시 후 도착한 촬영 장소. 차에서 먼저 내린 백야가 부모님에게 달려갔다.
“엄마아~ 아빠!”
복숭아 한 알이 떼구루루 굴러가 품에 안겼다.
뒤이어 내린 멤버들도 허리를 꾸벅이며 연달아 인사하는데, 청이 백야의 뒤를 냉큼 쫓아갔다.
“큰 햄스터! 나도 왔어, 나도!”
“저, 저…! 미친 거 아니야?”
대표님과 제우스 회장님을 막 부를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청의 서슴없는 호칭에 토끼 눈을 뜬 민성이 막내를 단속하기 위해 달렸다.
찰싹!
“아야! 왜 때려!”
“어른한테 햄스터가 뭐야, 이놈아.”
“하하. 괜찮아요. 다들 먼 길 오느라 고생했어요.”
그 모습을 본 아빠 복숭아는 별일 아니라는 듯 오히려 민성을 다독였다.
한편 병원에서 본 뒤로 백야의 부모님을 뵙는 건 처음인 남경은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덕분에 회사에서도 수고를 덜었어요. 대신해서 감사 인사드립니다.”
남경이 공손하게 인사하자 복숭아 부부가 손사래를 치며 그를 말렸다.
감사 인사라면 촬영 준비를 위해 먼저 와 있던 스태프들에게 몇 번이나 들었다며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였다.
“형, 저희 바로 촬영해요?”
“아마도 그럴 것 같은데. 오늘 안에 다 찍으려면 빠듯하긴 하거든.”
새벽 일찍 샵에 들르고 온 덕분에 멤버들은 바로 촬영이 가능한 상태였다.
오랜만에 뵌 부모님이라 반가운 마음이 컸지만 이야기는 조금 뒤로 미루기로 한 백야는 아쉬운 기색을 비쳤다.
“엄마 그럼 바로 가?”
“촬영하신다고 하니 그래야 할 것 같은데….”
아들의 일하는 모습이 궁금하긴 했지만 혹시나 방해가 될까 봐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던 그때, 덕진이 냉큼 끼어들며 공손한 손으로 옆을 가리켰다.
“어머님, 아버님? 두 분은 제가 모시겠습니다.”
“네?”
“백야 님 촬영하시는 거 궁금하지 않으세요? 아마 엄청 귀여울 텐데.”
“어머.”
엄마 복숭아가 반응을 보였다.
“모시겠습니다.”
최애의 부모님은 곧 나의 부모님!
백야와 눈이 마주친 덕진이 윙크하며 의기양양하게 앞장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