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386
제386화
“염병….”
그때 마침 민성이 수증기를 폴폴 날리며 화장실 문을 열고 나타났다.
늑대의 개수작을 목격한 토끼는 구겨진 미간을 좀처럼 펴지 못했다.
“누가 늑대 새끼 아니랄까 봐 한눈판 사이에.”
“모! 햄스터 손 말랑말랑해서 기분 좋아.”
무심코 자신의 앞발을 내려다본 백야는 몸을 부르르 떨며 민성의 이불 안으로 쏙 들어갔다.
“왜 거기 들어가? Come here!”
“싫어. 형 왜 불렀어?”
“잠깐만.”
속옷만 입고 나온 민성이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다가왔다.
제 쪽은 쳐다도 보지 않는 백야 때문에 청의 볼은 심술로 가득 부풀었다. 율무 때문에 햄스터의 경계심만 날로 커져서 큰일이었다.
“이삐야, 내가 관상을 좀 본다 그랬잖아.”
다가온 민성은 침대에 걸터앉으며 자연스레 화두를 꺼냈다.
“내가 오늘 매니저 형들을 하루 종일 지켜봤거든?”
“응.”
“근데 없어.”
“뭐가 없어?”
“둘 다 관상 괜찮아.”
뜻밖의 결과에 백야는 실망한 눈치였다.
“아니, 진짜 없어. 눈도 정상이고 입도 크고, 귓불도 두툼하니 복이 많은 얼굴이야.”
“…그래?”
“응. 덕진이 형한테 물어보니까 인성 검사도 다 하고 들어왔다더라. 두 분 다 착하시대.”
확실히 눈이 마주칠 때마다 먼저 웃어 주곤 했다.
“그럼 사기꾼 관상은 어떤 건데?”
“사기꾼? 반대지 뭐. 삼백안이나 사백안에 입도 작고, 귓불 얇고, 턱도 뾰족한….”
그런데 말하다 보니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얼굴이 떠올랐다.
민성과 백야의 고개가 동시에 옆을 향했다.
“모. 왜 날 보나?”
카리스마 있다며 나잉이들이 환장하는 삼백안.
얇은 귓불.
스치면 베일 것 같은 브이 라인.
삐악거린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체리 같은 작은 입술.
묘하게 청의 인상과 비슷했다.
“저런 얼굴?”
“아니, 청이는 그냥 잘생긴 건데… 왜 조건이 맞지?”
“What? 지금 나 사기꾼이라고 했나?”
“아니, 그런 게 아니라….”
“Oh my god! 어떻게 그런 충격을! 나 진짜 충격이야. I’m shocked!”
침대를 밟고 일어난 청이 흥분해서 삐악거리자 민성이 당황스러워했다.
달칵-
그때 방문이 열리며 젖은 머리카락의 유연이 등장했다.
“안 자? 왜 이렇게 시끄럽, 넌 왜 여기에 있어?”
“형이 오라고 해서.”
백야를 발견한 유연이 안으로 들어섰다.
찐 사기꾼의 등장에 청이 손가락질로 유연을 가리키며 당차게 외쳤다.
“저게 사기꾼이지!”
“왜 또 시비야.”
백야의 곁으로 다가가던 유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청을 올려다봤다.
“왜 저러고 있어?”
“형이 관상 봐 줬는데 청이가 사기꾼 관상이래.”
“야, 내가 언제?”
“푸하하하!”
민성은 백야의 날조에 두 배로 당황했고 유연은 웃음이 터져 버렸다.
유연이 손뼉을 치며 좋아하자 청의 심기는 더욱 불편해졌다.
“이이!”
“아~ 너무 웃기네.”
금방이라도 달려들어 유연에게 헤드록을 걸 것 같은 모습에 결국 백야가 나섰다.
꾸욱-
앞발이 유연의 옆구리를 찔렀다.
눈치 챙겨 바보야.
“근데 너는 왜 왔어?”
“나? 큰 소리 나길래 싸우나 싶어서 와 봤지.”
“안 싸우니까 가. 그리고 옷 좀 제대로 입고 다녀. 겨울이야, 바보야.”
“알아.”
백야가 한겨울에도 잠옷 하의만 입고 다니는 유연을 타박했다.
“싫어. 답답해.”
“보일러를 30도로 해 놓으니까 답답하지! 발바닥이 뜨거워 죽겠어.”
“넌 어차피 수면 양말 신잖아.”
숙소에서 잠옷을 제대로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은 백야가 유일했다.
다른 멤버들은 잠옷 상의가 필요 없었다.
“그래서 나 빼고 무슨 이야기하는데?”
모여 있는 걸 몰랐다면 몰라도 알게 된 이상 순순히 방을 나설 생각은 없었다.
“비밀 이야기야?”
“당근 하지! 비밀 없으면 나가!”
“나 비밀 있어. 율무 형이 네 과자 상자에서 젤리 가져가는 거 봤어.”
“……!!”
배신감에 굳어 버린 청이 침대 위로 주저앉았다.
“됐지? 이제 나도 껴 줘. 무슨 이야긴데.”
“염병…. 그게 율무 비밀이지, 네 비밀이니?”
“누가 됐든 하나만 말하면 되는 거 아니야? 내 거 말하라곤 안 했잖아.”
“저, 저…!”
여우 같은 놈이었다.
이 정도로 하는 걸 보면 유연도 순순히 물러날 생각은 없어 보여 민성도 내보내길 포기했다.
“새로 온 매니저 형들 이야기하고 있었어. 작전이 좀 필요할 것 같아서.”
“작전? 맞다. 형 관상 볼 줄 안다 그랬잖아.”
“관상학적으론 일단 문제없어.”
민성의 대답에 백야의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얘는 문제 있나 본데.”
개복치의 썩은 얼굴이 웃긴 듯 유연이 보조개를 움푹 패었다.
“저 형 못 믿겠어.”
“그렇대.”
이번엔 민성이 못마땅한 얼굴로 백야를 노려봤다.
똑똑-
그때 누군가 방문을 노크했다.
“한백야. 여기에 있어?”
백야를 찾으러 온 지한이었다.
“어? 지한아.”
“왜 다 여기에 있어? 나는 네가 안 와서…. 거기서 잘 거야?”
민성의 침대에 누워 있는 백야를 발견한 지한은 조금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야. 갈 거야. 잠깐 이야기 좀 하느라.”
“무슨 이야기?”
지한은 침대에 얼굴을 파묻은 채 엎드려 있는 청을 보며 안으로 들어섰다.
“쟤 자는 거 아니야?”
“아니야. 얘 때문에 삐진 거야.”
“내가 뭘.”
유연은 아닌 척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청의 침대로 다가가 걸터앉았다.
꾹-
가늘고 흰 손가락이 등을 찌르자 어깨가 크게 한 번 들썩였다. 건드리지 말라는 뜻이었다.
“야, 젤리 내가 사 줄게.”
“그거 때뭉 나니야. 나느 지긍 모응 게 춘겨기야.”
침대에 얼굴을 박은 채 대답한 탓에 청의 대답이 뭉개져 들렸다.
“뭐라고?”
유연이 허리를 굽혀 청의 머리 쪽으로 몸을 가까이했다.
“나는 웅얼웅얼….”
“야, 일어나서 말해. 뭐라는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잖아.”
백야랑 헤어질지도 모르는 데다 전 재산을 사기당할 위기에 처했는데. 민성은 저더러 사기꾼 얼굴이라 그러고, 백야도 저와 헤어지는 게 아쉽지 않아 보여서 갑자기 속이 상했다.
발단은 율무의 젤리 스틸이 맞았지만, 그동안 참고 있던 게 재수 없이 터져 버린 것뿐이었다.
“나는!”
뻑!
“악!”
똑바로 말하라고 부추기길래 상체를 일으킨 것뿐인데, 뒤통수에 단단한 뭔가가 부딪히며 유연의 비명이 들렸다.
“헉.”
“야, 괜찮아?!”
“유연아…!”
지한과 민성, 백야가 이마를 짚은 채 바닥으로 흘러내린 유연을 둘러쌌다.
“한유연. 괜찮아?”
“아……. 개 아파….”
눈을 크게 뜬 채 굳어 버린 청은 미안한 마음에 말도 못 하고 어버버하고 있었다.
“A… Are you okay?”
“안 괜찮아, 새끼야!”
“Sorry…….”
청이 울상을 지으며 유연의 어깨를 꾹 눌렀다.
홱-
어깨를 들썩여 청의 손을 떨어뜨린 유연은 이마를 짚고 있던 손을 떼어 냈다.
“야, 나 멍든 것 같은데. 봐 봐.”
저를 둘러싼 인영은 셋이었지만 유연은 백야에게만 얼굴을 허락했다.
“조금 빨갛긴 한데…. 많이 아파?”
“아…. 뼈에 금 간 것 같아.”
“미안하다구….”
청이 고개 숙인 채 웅얼거렸다.
벌컥-
그때 문이 한 번 더 열렸다.
“다들 어디 갔… 뭐야? 왜 나만 빼고 다 모여 있어? 나 왕따야?”
“너 때문이야!”
“저요?”
등장과 동시에 청에게 극딜을 당한 율무가 황당한 얼굴로 멈춰 섰다.
그러나 이내 별일이 아님을 알아보고 허허 웃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어이구~ 둘이 한 판 했어? 키티가 이겼나 본데~?”
“율무가 젤리 훔쳐 가서 이렇게 됐어!”
“뭐야. 그걸 어떻게 알았어? 아……. 유연이가 말했지? 저 의리 없는 놈.”
민성의 침대를 밟아 청의 자리로 넘어온 율무는 막내의 옆자리에 앉으며 어깨에 팔을 둘렀다.
“형이 한 박스 사 줄게.”
“…두 개.”
“오케이, 딜.”
율무가 주먹을 내밀자 청이 약하게 꽁 부딪쳐 왔다.
분위기 메이커의 등장으로 유해진 분위기에 민성이 손뼉을 치며 저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자신은 백야 한 명만 불렀을 뿐인데 졸지에 가족회의를 하게 생겼다.
“빨리하고 치우자. 지금 자도 4시간밖에 못 자. 이것들아.”
“뭔데? 우리 뭐 하는데?”
율무가 눈을 반짝이며 호기심을 보였다.
“일단 새로 온 매니저 형들이랑 친해지는 것 먼저. 옛말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된다고 했어.”
“호랑이? 우리 호랑이 잡아?”
정황을 모르는 율무가 뚱딴지같은 대답을 하자 민성이 턱짓으로 가리켰다.
“끌어내.”
“Get out.”
청이 율무의 허벅지를 발로 밀며 침대에서 떨어뜨리려 했다.
“알겠어, 알겠어! 나 입 딱 닫고 있을게. 투명 인간 할게.”
율무가 자신의 입술을 집게처럼 잡았다.
“지금부터 내 말에 토 다는 사람은 퇴장이야.”
끄덕끄덕-
멤버들의 고개가 흔들렸다.
“사실 조심해야 할 사람은 청이뿐만이 아니야. 우리가 성공한 만큼 예전처럼 순수한 호의만으로 접근하는 사람은 이제 드물 거야.”
누군가는 저희의 인맥을 노릴 수도 있고, 어쩌면 재산이나 그 밖의 다른 것들을 노리고 접근할 수 있다고도 했다.
“다가오는 모든 사람이 무조건 다른 의도가 있다는 건 아니야. 그렇지만 무턱대고 믿어서도 안 된다는 뜻이야. 내 말 알지?”
끄덕끄덕-
민성은 조금이라도 의아하거나 이해 가지 않는 상황이 생긴다면 자신을 믿고 이야기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자신의 선택이 옳다는 확신이 들어도, 무언가를 결정하기 전에 주변의 믿을 만한 어른에게 최소한의 상의를 해 주면 좋겠다고.
“별것 아닌 일에 휘둘리지 말고 상처받지도 말자. 우리 여섯 명이서 영원히 데이즈 해야지.”
“당근 하지!”
“특히 청이. 너는 백야 말도 있으니까 더 조심하고.”
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그래서 우리 작전이 모냐.”
“일단 형들이랑 친해지라고. 티 나게 미어캣처럼 감시하지 말고.”
“I got it.”
“됐어. 그럼 자러 가. 훠이! 다들 내 방에서 나가.”
민성이 벌레를 쫓아내듯 팔을 휘젓자 멤버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개중엔 청도 있었다.
“넌 어디 가니?”
“민성이 나가라며. 햄스터야 나 쫓겨났다. 재워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