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390
제390화
* * *
생방송이 시작되자 무대 가운데 선 세 사람의 뒷모습이 보였다.
오른쪽 하단에 떠오른 생소한 제목의 자막 아래로 ‘청X단아X백야’의 이름도 함께였다.
– 쇼플리 연말 결산!!
– 청우유 스페셜 스테이지ㅠㅠㅠㅠ (TV 직찍.jpg)
– 연말 결산이라고 방송 시작하자마자 냅다 청우유 떠먹여주는 쇼플리 사랑합니다
– 청우유 스페셜 스테이지=올겨울 최고의 디너쇼
– 세계 3대 우유 : 초코우유, 딸기우유, 청우유
전주가 흘러나오며 무대가 시작됐지만 곡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선곡된 곡은 15년 전 발매된 혼성그룹의 곡으로 청우유에게도 생소한 곡이었다.
세 사람의 이미지에 맞게 편곡된 곡은 원곡보다 훨씬 발랄한 분위기를 풍겼다.
– 미친ㅠㅠㅠ 청우유 사녹 다녀온 사람이 위너다
– 우리 청이도 MC 고정시켜줘
– 이거 청이 MC 신고식이라고? 다음 주부터 우유즈 아니고 청우유가 공식이라고? ㅇㅇ (반박 안 받음)
본격적인 반주가 시작되자 삼각 대형으로 선 세 사람이 안무를 시작했다.
센터에 선 청이 폴짝거리며 원샷을 받자, 잠시를 참지 못하고 끼를 부려 댔다.
찡긋-
카메라가 윙크를 정면으로 담아내자 함성이 커졌다.
이내 단체 샷으로 줌 아웃된 카메라는 도입부를 시작하는 백야를 비췄다.
– 아니 잠시만요;; 애 머리에 무슨 짓을??? 감사합니다
– 오늘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 데이즈 코디
– 백야 눈 밑 블러셔 봐, 정신 나갔어… 복숭아 맛 마X쮸 같음
중간중간 머리를 땋아 구슬과 리본으로 묶어 놓은 덮은 머리가 앙증맞기 짝이 없었다.
반면 청은 어두운색 터틀넥 니트에 이마를 시원하게 드러낸 검은 생머리였다.
– 이게 바로 단짠단짠인가
– 청 너 오늘 좀 낯설다..? 눈꼬리가 휘었는데? 우리애 원래 웃상이었나??
└ 그럴 리가
└ 키티 지금 행복 99999%
└ 형들은 못 하는 >햄스터와 특별 무대<해서 신났다고요ㅜㅜ
– 반려햄이랑 팬들 앞에서만 아기공쥬 되는 겉바속촉 냉미남…
– 청이 왜 노래 잘해???
대기실에서 청우유의 무대를 모니터링하던 멤버들도 한마디씩 감상을 늘어놨다.
“광대 터지겠네.”
백야보다 더 방긋방긋 잘 웃는 청을 보며 유연이 질색했다.
“왜~ 귀엽잖아. 아이고 신났네, 어이구. 어이구.”
율무가 화면 너머에서 폴짝거리는 청을 보며 귀여워했다.
“귀엽, 아…….”
흐뭇한 얼굴로 감상하던 민성은 단아가 나올 때마다 표정을 구겼다. 혈육의 비즈니스는 좀처럼 적응되지 않았다.
“틀렸네.”
지한도 나직이 혼잣말을 뱉었다.
2절 벌스를 하기 위해 앞으로 나왔던 청이 너무 신이 난 나머지 빠져야 할 타이밍을 놓치자, 백야가 팔짱을 끼며 끌어당겼다.
정해진 안무처럼 자연스러웠지만, 세 사람의 안무 연습을 지켜본 지한은 단번에 알아봤다.
‘귀여워.’
눈을 맞추며 웃음을 참는 막내즈의 모습이 클로즈업됐다.
감독님께서 왜 틀린 안무를 쓰셨는지 단번에 이해되는 투 샷이었다.
이어지는 랩 파트는 청우유가 서로 주고받으며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 한백야 랩…. 한백야 랩… 한백야 랩…..
– 보컬 멤이 랩을 이렇게까지 잘해도 되는 거? 랩 멤이 보컬을 이렇게까지 잘해도 되는 거???
– 단아 랩ㅋㅋㅋㅋㅋ 가족 아니랄까 봐 토끼 염불랩이랑 재질이 비슷한데?
– 도복순 당장 데뷔해
└ 도복순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도복순이 누구예요?
└ 앗 단아 님이요!
└ 별명인가요..?
└ 본명이에용! 데이즈 민성 님이 유앱에서 실수로 실명 언급하셨던 거로 기억해요
– id 뭐 하냐. 막내즈 유닛 안 내고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무대엔 눈송이 모양의 하얀 꽃가루가 흩날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엔딩 포즈. 단아가 센터에 서고, 그 뒤로 청과 백야가 커다란 하트를 만들어 냈다.
무대가 끝이 나자 MC석에 나란히 선 청과 단아의 모습이 보였다.
[청 : 안녕하세요! 쇼 플레이리스트에 나타난 스페셜 청.] [단아 : 단아입니다~ 12월 연말 결산 특집을 맞아 특별히 스페셜한 무대로 활짝 열어 봤는데요.] [청 : 모두들 어땠어요? 마음에 드셨나요?]청과 단아가 호응을 유도하듯 손을 귓가에 가져다 댔다.
[단아 : 네~ 마음에 드셨다고요? 그런데요, 청 씨. 아까부터 뭘 그렇게 찾으시는 거예요?]손을 내린 청은 무언가를 찾듯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청 : 햄스터! 조금 전까지 있었는데 사라졌어요.] [단아 : 햄스터요?]오프닝 무대를 함께했으면서 단아는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뗐다.
[청 :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 소중한 햄스터인데…. 잃어버렸어….]청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내밀었다.
[단아 : 어떻게 생긴 햄스터인가요? 저도 같이 찾아봐 드릴게요.] [청 : 눈은 동그랗고, 분홍색이고, 하얀색이에요. 그리고 진짜 러블리하고, 귀엽고 노래도 잘하고,] [단아 : 그만, 그만. 정말 햄스터 맞아요? 사람 아니고?] [청 : 햄스터인데…. 크리스마스 때 소원 빌어서 받은 거란 말이에요. 내 댄싱 햄스터….] [단아 : 어휴. 저는 잘 모르겠고요. 제가 쇼플리 시청자분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 있기는 해요.] [청 : 몬데요?]그 순간 청과 단아 사이로 동물 귀 비니를 쓴 백야가 나타났다.
[백야 : 짜잔~!] [청 : Oh my god! 햄스터!]꽃받침을 한 백야의 등장에 청과 단아가 활짝 웃으며 그를 반겨 주었다.
[백야 : 쇼플리 연말 결산에 제가 빠질 수는 없죠. 오늘의 스페셜 MC 백야입니다. 여러분~ 너무 오랜만이에요.] [단아 : 네에~ 선물이 여기서 끝이냐고요?] [청 : 당근히 아니죠!] [백야 : 오늘은 저희 청우유가 여러분의 산타가 되어 눈과 귀가 즐거워지는 무대를 가득 준비했습니다. 그럼 오늘 쇼플리를 꾸며주실 분들을 소개해 볼까요?]백야의 멘트에 청이 오늘의 연말 결산 라인업을 소개해 주었다.
[백야 : 그럼 크리스마스의 기적처럼 찾아온 7년 만의 완전체 컴백. 타이탄의 무대부터 함께 만나러 가 볼까요?] [청 : Let’s go!]* * *
전 출연진의 단체 곡을 마지막으로 끝이 난 생방송 무대.
대기실로 돌아온 멤버들은 내일 있을 시상식 준비를 위해 곧장 연습실로 돌아가야 했다.
멤버들에게 다가간 남경이 하나하나 안색을 살피며 컨디션을 체크했다.
“고생했다. 어디 아프거나 이상 있는 사람 없지?”
“당근 하지! Cell phone. Cell phone.”
청이 핸드폰을 재촉하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한숨을 쉬며 핸드폰을 돌려준 남경은 청쪽이를 아니꼬운 얼굴로 바라봤다.
“너 집 살 거라며?”
“오? 어떻게 알았나?”
청이 진심으로 놀라워하자 당황한 건 오히려 남경이었다.
“네가 동네방네 다 소문내고 다니는데 모르는 게 더 신기하지.”
“오호?”
“오호 같은 소리 하네. 돈 있다고 덜컥 계약부터 하지 말고 일 저지르기 전에 형한테 꼭 물어봐. 알겠어?”
그 말에 눈을 가늘게 뜬 청이 남경을 경계하듯 노려봤다.
호의를 베푸는 척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라는 민성의 조언 때문이었다.
“뭐야. 눈을 왜 그렇게 떠?”
“남경. 무슨 속셈이야?”
“속셈? 뭐라는 거냐, 얘. 어우, 머리 아파. 비켜.”
“What? 나 마음에 안 들어?”
청이 충격받은 얼굴로 물었다.
“당연하지. 너 같으면 사고만 치고 다니는 놈 마음에 들겠냐?”
남경이 장난 반 진담 반으로 받아치며 뒤돌았다. 대답은 틱틱거렸지만 그의 눈엔 청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자, 자! 서두릅시다. 너희도 빨리 가야 빨리 끝나지.”
남경이 손뼉을 치며 멤버들과 스태프를 재촉했다.
스태프들은 몰라도 데이즈는 아직 연습실 스케줄이 남아 있었다.
“흥!”
고개를 홱 돌린 청도 얼른 백야의 곁으로 돌아갔다. 남경이 자기를 마음에 들지 않는다 했다며 칭얼거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햄스터의 곁은 이미 만석이었다. 빌과 지한이 휴지를 건네며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햄스터?”
청이 다가가자 휴지로 코를 막고 있는 백야와 눈이 마주쳤다.
“모야. 코피야!?”
필슨이 고쳐 준 뒤로 피를 흘리거나 쓰러진 적은 없었는데. 다시 뭐가 잘못된 건가?
청의 얼굴도 덩달아 굳었다.
조용히 넘어가려 했는데 청의 목소리에 대기실에 있던 모두가 알게 됐다.
“코피? 백야 또 코피 터졌어?”
달려온 남경이 백야의 턱을 잡아들자 아방한 눈코입이 그를 올려다봤다.
“저 갱차는데.”
“야 인마, 괜찮긴 뭐가 괜찮아. 나는 네가 괜찮다고 할 때가 제일 무서워. 알아?”
남경이 작은 얼굴을 조몰락거리며 열을 쟀다.
배시시-
대답 대신 멋쩍게 웃은 백야는 그 틈을 타 스트레스 지수를 0으로 낮췄다.
첫 연말 시상식 스케줄이 당장 내일로 다가왔다는 말에 스트레스가 갑자기 치솟은 탓이었다.
“징짜 갱차나여.”
백야는 멀쩡하다며 앞발로 쪼물쪼물 뭉친 휴지를 콧구멍에 쏙 끼워 넣었다.
“왕성!”
“완성 같은 소리 하네.”
이걸 콱 쥐어박을 수도 없고.
다행히 열은 없는 것 같아 한시름 놓을 수는 있었으나, 요 째깐한 놈 뒤에 어떤 거물이 있는지 아는 이상 이대로 연습실로 데려갈 수는 없었다.
“너는 나랑 병원 들렀다 가자.”
“에엥?”
“잔말 말고 따라와.”
“에엥!”
남경이 백야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도망가지 못하게 붙잡았다.
‘진짜 필요 없는데.’
입꼬리가 못마땅하게 휜 백야는 제 눈앞에 동동 떠다니는 시스템창을 바라봤다.
[Q. 대상 가수 : 그날이 왔다!가수라면 한 번쯤 꿈꿔 보는 최고의 영예, 대상!
그렇지만 여기까지 온 당신이라면 식은 죽 먹기겠죠?
대상 수상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어 봅시다! (๑•᎑<๑)ー☆]
‘이것도 필요 없고….’
팬들에겐 죄송하지만 백야는 대상이 간절하지 않았다.
받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올해만큼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대상을 못 받을 것 같지 않았다. 대상 부문이 세 개씩이나 되는 탓도 있었다.
‘망돌이었으면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그랬다면 목숨이 위태로워졌을 테지만 백야는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
지잉-
그때 주머니에 꽂아 뒀던 핸드폰이 진동했다.
남경의 팔 안에 갇힌 탓에 낑낑거리며 핸드폰을 꺼내자 반가운 이름이 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