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399
제399화
* * *
의상을 갈아입은 막내즈가 가수석에 나타나자 함성이 일었다.
다시금 단정히 묶은 백야의 꽁지머리를 잡고 나타난 청 때문이었다.
“왜 그러고 와?”
“햄스터 산책.”
비록 백야에게 소동물용 하네스를 사용하진 못했지만 비슷한 기분은 만끽하는 중이었다.
일전의 토끼 산책을 떠올린 민성이 얼굴을 찌푸리며 청을 노려봤다.
“너 그러다 물려.”
“No. 주인은 물지 않아.”
집사는 당당했다.
숙소라면 모를까, 보는 눈이 많은 이곳이라면 햄스터가 저를 어찌하지 못할 거란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속으로 한숨을 쉰 백야는 머리카락을 빼내며 먼저 착석했다.
“앉아.”
새침하게 옆자리를 턱짓하자 청도 냉큼 엉덩이를 붙였다.
“자세히 말해 봐.”
“모가?”
“아까 말하려던 거.”
무대를 마치고 내려온 백야에게 청은 두 매니저가 그에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내가 모 말 했지? 산책?”
“죽을래?”
동그랗게 말린 앞발을 내밀자 청이 장난을 멈췄다. 역시 말 안 듣는 놈에겐 매가 약이었다.
“대기실에서 햄스터 잘 때 성신이 막 물어봤어.”
“정확히 뭐라고 했어.”
“어떤 집 사고 싶냐고 질문을 엄청 많이 했어.”
“그래서.”
“백야는 로열 햄스터라고 했어.”
“……?”
결론이 왜 그렇죠?
백야가 황당한 얼굴로 바라봤다.
“내가 대답한 거 막 적어 갔어.”
로열 햄스터니 뭐니 하는 뻘소리를 적어 갔다는 건가?
백야는 조금 두통이 이는 것도 같았다.
“됐고. 빌 매니저님 이야기나 해 봐.”
“빌? 빌은 착해.”
성실의 이야기를 할 때는 눈에 힘을 잔뜩 주고 이야기하더니, 빌에 대해 묻자 그의 표정이 한층 편안해졌다.
“빌이 엄청 좋은 집 보여 줬어. 근데 비밀이라고 했어.”
겨우 운을 뗐을 뿐인데 시작부터 수상한 냄새가 진동했다.
“왜?”
“집이 한 개밖에 없어서 멤버들은 줄 수 없대.”
“얼만데?”
“엄청 싸. 30억이 6억?”
시세보다 5배나 차이 나는 금액이었다.
‘이 새끼구나.’
백야는 자신이 꿈에서 봤던 사기꾼이 빌임을 확신했다.
“원래 엄청 비싼데 주인이 사정이 생겨서 싸졌대. 라스트 원!”
청은 백야의 분노가 느껴지지 않는지 마지막 남은 하나라며 삐악거리기 바빴다.
꺄아아악!
그때 전광판에 막내즈의 투 샷이 잡히며 함성이 커졌다.
빌의 이야기를 하느라 속닥거리던 두 사람은 카메라가 본인들을 잡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꾹-
청과 백야의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는 걸 눈치챈 민성이 백야의 옆구리를 찌르며 눈치를 주었다.
청의 왼쪽에 앉아 있던 지한도 팔꿈치로 건드리며 사인을 주었다.
“????”
영문을 모르는 두 사람은 일단 박수를 치며 고개를 바로 했다.
상황 파악을 하는 두 은쪽이들의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였다.
* * *
[데이즈 JAMA ‘올해의 앨범에 이어 올해의 아티스트상까지’ 대상 이변은 없었다] [데이즈, 2년 연속 대상] [데이즈 대상, 시상식 5관왕]– 제가 ‘어대데’로 삼행시 한번 해보겠습니다.
어 : 어차피
대 : 대상은
데 : 데이즈
– 민성이 소감 말할 때 막내즈 손 꼭 잡고 말하는 거 너무ㅜㅜ 올해는 정말 너네가 다 씹어 먹었다
– 시상식 소감하면서 부모님 사랑한다고 손하트 날리는 댕댕이 (율무 짤.jpg)
– 그랜드슬램 각
– 막내즈 인기상 호명됐을 때 반응 내 웃음벨ㅋㅋㅋ (동영상)
└ 데이즈 인기상 호명됨 > 막내즈 카메라 잡힌 줄 모르고 꽁냥거림 > 형들이 옆구리 찌름 > 일단 박수부터 치면서 두리번거림 (상황 파악)
└ 백야 눈 동그랗게 뜨고 두리번거리는 거 아방미 터진다ㅋㅋㅋㅋ
– 두 번째라 그런가 이번엔 소감 말할 때 안 우네? 했는데, 민성이 소감 침착하게 다 말하고 나서 통곡하는 거 보고 눈물ㅠㅠ (동영상)
– 애기 눈물 동기화ㅠㅠ 민성이 옆에서 엄청 서럽게 울었어 (동영상)
└ 유연이가 토닥토닥해줬는데 무슨 일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슬프게 울어서 마음이 넘 아파…
다음 날 퉁퉁 부은 눈으로 일어난 백야는 정신이 들기 무섭게 심장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분명 눈을 떴는데도 눈앞이 캄캄한 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뭐야?’
너무 울어서 실명이 되는 경우도 있나?
백야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덜컥 겁부터 났다.
‘퀘스트 완료 조건을 추가하고 기한을 미룬 대신 시력을 잃은 건가?’
백야가 눈과 침대 위를 더듬으며 지한을 애타게 불렀다.
“지한아. 지한…!”
꽈당-
그러다 침대에서 떨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얏.”
막 머리를 감고 나오던 지한이 달려와 백야를 부축해 주었다.
“괜찮아? 떨어졌어?”
“나, 나 눈이 안 보여. 어떡해?”
지한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도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했다.
“아무래도 시스템 때문인 것 같,”
스윽-
지한이 대답 대신 안대를 벗겨 주었다. 갑자기 많은 양의 빛이 들어오자 순간 눈이 부셨던 백야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안대를 벗어야지….”
분위기가 잠시 숙연해졌다.
당황한 나머지 안대를 끼고 잤다는 사실을 깜빡했다.
“…….”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부은 눈 때문에 시야가 평소의 반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백야는 애써 모르는 척 욕실로 향했다.
“씨, 씻고 올게.”
도망치듯 욕실로 숨어드는 백야를 보는 지한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원래도 허술한 친구긴 했지만 요즘따라 정신을 더욱 놓고 다니는 것 같았다.
‘잠꼬대를 하며 울지를 않나, 멤버들의 얼굴을 몰래 훔쳐보질 않나. 얼마 전에는 새벽에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백야가 머리를 감고 말리기까지 대략 10분 정도 걸렸다.
충동적인 행동이긴 하지만 지한은 그동안 책상을 뒤져 보기로 했다.
드륵-
첫 번째 서랍에는 지한이 팬들에게 선물 받은 오일 파스텔과 색연필 등, 미술용품이 가득했다.
자신이 마지막으로 정리해 둔 모습 그대로였다.
‘이상 없음.’
드륵-
두 번째 서랍에는 전자 기기와 관련된 것들이 모여 있었다.
보조 배터리나 usb 케이블, 휴대용 게임기 콘솔이 엉켜 있었다.
‘이거 나율무가 찾던 거 아닌가?’
한정판 색상의 게임 패드를 잃어버렸다며 한동안 우울해하던 율무의 모습이 떠올랐다.
일단 나는 아니니까 범인은 백야 같았다.
게임 패드를 챙긴 지한은 마지막 칸의 서랍을 열어 보았다.
드륵-
“와.”
열자마자 탄식이 절로 나왔다.
한 번도 열어 본 적 없어서 몰랐는데, 햄야의 은신처처럼 백야의 소중한 보물들이 한데 처박혀 있었다.
엔화가 들어 있는 복숭아 모양의 동전 지갑부터 올해 생일 때 멤버들에게 받았던 선물들.
그리고 나잉봉, 팬레터, 마X쮸….
‘마X쮸?’
유통 기한을 보니 재작년 아이돌 체육 대회 때 대환이 준 것 같았다.
그 외에도 백야가 잃어버렸다던 무선 이어폰과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은 포카 앨범이 발견됐다.
딱히 눈에 띄는 건 없었다.
‘내가 잘못 봤나?’
빡빡한 스케줄에 꿈이랑 착각한 걸지도 몰랐다.
쪼그려 앉아 서랍을 뒤적이던 지한은 차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안을 계속 기웃거렸다.
달칵-
그때 욕실 문이 열리며 백야가 나타났다.
탁!
서랍을 밀어 빠르게 닫은 지한은 당황한 나머지 가녀린 여주인공 포즈로 넘어졌다.
“…뭐야? 왜 그래?”
이래서 죄를 짓고는 못 산다는 걸까.
멤버의 보물 창고를 마음대로 뒤진 지한은 엄청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중이었다.
저 아방한 얼굴과 눈이 마주치자 죄책감은 이루 말하기 어려웠다.
“그, 그게… 미안.”
“엥? 아니, 너 괜찮냐고. 일어나 봐. 어디 아픈 거 아니야?”
달려온 백야가 지한의 앞에 쪼그려 앉으며 걱정 어린 얼굴을 했다.
“아니야. 그냥 갑자기 쥐가 났어.”
“쥐? 야옹 했어?”
지한을 부축해 자신의 침대에 앉힌 백야는 진심으로 그를 걱정하고 있었다.
“야옹 안 했어? 빨리해.”
지한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바라보자 백야는 답답한 듯 인상을 찡그렸다.
“그래야 쥐가 빨리 풀리지.”
“…야옹?”
“아니이~ 코에 침 묻혀야지. 진짜 몰라? 따라 해.”
지한은 자신의 다리에 쥐가 난 것과 ‘야옹’이라고 말하는 게 무슨 상관이냐는 얼굴이었지만, 백야는 열심히 시범을 보여 주었다.
침을 묻힌 손가락을 코에 묻히며.
“야옹.”
지한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릴 적 형들이 코를 세 번 두드리며 ‘코코코’ 하는 건 여러 번 당해 봤어도 이건 태어나서 처음 보는 민간요법이었다.
“빨리해.”
야옹을 하기 전까지 절대 놓아주지 않을 것 같은 단호한 모습에 지한의 손이 천천히 입술을 향했다.
그런데 그때 방문이 열리며 망나니가 등장했다.
“오! 이 방은 다 일어났네? 다른 사람은 다 자는데.”
“……!”
당황한 지한의 눈이 조금 더 커졌다.
“근데 둘이 왜 그러고 있나?”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다정한 자세에 집사의 심기가 조금 불편해졌다. 청이 눈을 가늘게 뜨며 지한을 노려봤다.
“지한이 다리에 쥐 났대.”
“쥐?”
그러나 형이 아프다는 소리에 눈은 금세 원래 크기로 돌아왔다.
“Oh my god! 그러면 이럴 때가 아니야. Meow 해야지!”
이제는 청까지 합세해 지한에게 야옹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지한은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하는 게 얼른 이 은쪽이들로부터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빨리 야옹!”
“Meow!”
“야옹!”
“Meow!”
새끼 고양이들이 지한을 향해 울어 댔다.
방문을 열어 놓고 울어 댄 탓에 율무의 방에도 막내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고양이 소리가 이렇게 나…? 우리 햄야 무서워서 쳇바퀴도 못 타겠네….”
고양이 소리를 듣고 깬 그는 어기적거리며 방을 나섰다.
느릿한 걸음으로 소리를 따라 가자 옆방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들어선 방에서 ‘코코코’를 하며 막내즈에게 애교를 부리고 있는 지한을 발견했다.
“야옹.”
율무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아침부터 끼 부리는 지한이라니……. 이거 꿈인가?”
율무의 혼잣말에 지한의 얼굴은 터질 듯 달아올랐다.
그리고 간발의 차로 들린 민성의 목소리까지.
“야아악! 고양이 우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과연 대상 가수의 아침은 남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