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03
제403화
“끄악!”
“괜찮아?”
깜짝 놀란 개복치가 나동그라지자 지한이 그를 부축해 주었다.
“놀라게 할 의도는 없었는데.”
“대, 대, 대표님.”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대표는 손수건을 내밀며 손을 가리켰다. 손바닥이 더러워진 것 같으니 닦으라는 의미였다.
“가, 감사합니다.”
손수건을 받아 든 백야는 앞발을 대충 문지르며 꼼지락거렸다.
“그런데 여기서 뭐 해요? 싸움 구경? 지금 연습 시간 아닌가.”
백야와 지한이 움찔 어깨를 떨었다.
“혼내려는 거 아니고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예요.”
“그게 그러니까….”
당황한 백야가 지한을 힐끔거리며 도움을 청했다. 네가 수습해 보라는 눈빛이었다.
백야 못지않게 당황한 지한은 평소보다 배로 눈을 깜빡이며 머릿속으로 저희의 알리바이를 꾸며 냈다.
“어… 카페에 가려던 길이었는데 로비가 조금 소란스러운 것 같아서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던 중이었습니다. 보는 눈이 많아서요.”
다행히 모범 답안이었는지 남자도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때 한 남자의 목소리가 로비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야 이 사기꾼 새끼야아악!”
두왕에게 달려든 70만 원 님이 그의 머리카락을 힘껏 잡아당겼다.
백야가 입을 가리며 제가 다 아프다는 표정을 짓자, 남자의 관심이 두왕에게서 백야에게로 옮겨졌다.
“아는 분이에요?”
“네? 네. 저희 매니저님이신데요.”
“저분이?”
대표의 시선이 머리채를 잡혀 이리저리 휘둘러지는 중인 빌에게 향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유능한 비서는 남자의 지시가 떨어지기도 전에 어딘가로 전화를 걸며 멀어졌다.
다시 고개를 돌려 백야와 지한을 바라본 남자는 이 상황이 못마땅한 듯 아까와 달리 고개가 삐딱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그, 그럼 저희는 이만 연습을 하러 가야 해서….”
백야가 지한의 옷을 당기며 비상구로 돌아가려 했다.
비록 빌이 경찰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이 정도 난리면 그의 권고사직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안녕히 계세요.”
백야가 꾸벅 허리를 굽히자 지한도 따라서 인사했다.
그러나 남자는 두 사람을 순순히 보내 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잠시만요.”
곧게 뻗은 팔이 두 사람의 앞을 막아섰다.
“카페 가려던 거 아니었어요? 같이 가요. 제가 살게요. 마침 저도 커피를 사러 나가던 참이라.”
거짓말이었다.
“네? 아니에요. 저희는 7층 카페를 이용하면….”
“제가 불편해서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고요.”
불편했다.
너무 불편했다.
그래도 어떻게 면전에 대고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나.
백야가 어색하게 웃으며 아니라고 하자 남자가 뒷문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앞은 소란스러우니 뒤쪽으로 가는 게 좋겠네요.”
“네에…. 가, 가시죠.”
백야가 대표의 뒤를 졸졸 따르는 걸 본 지한이 그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눈을 크게 떴다.
이게 무슨 짓이냐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일개 직원이 무슨 힘이 있겠나. 까라면 까야지.
졸지에 대표님과 면담을 갖게 된 두 사람은 소란이 수습되고 나서야 연습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 * *
다음 날부터 빌은 보이지 않았다.
공식적인 퇴사 사유는 건강에 의한 자진 퇴사였지만, 그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빌의 사태가 이렇게 빨리 수습된 데에는 대표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두왕 씨는 어제부로 해고 처리되었습니다.”
“수고했어요.”
어제 오후, 퇴근길에 백야와 지한을 마주친 그는 충동적으로 카페행을 결정했다.
소속 아티스트들과 가까이 지내는 그였지만, 어째서인지 데이즈와는 많이 친해지지 못한 게 계속 아쉬웠다.
난데없는 소란에 걸음을 멈추길 잠시.
동그란 뒤통수를 발견하고 몇 마디 대화만 나눠 보려 했으나, 아방한 얼굴은 저에게 뭔가 숨기는 게 있어 보였다.
자꾸 뒤를 힐끔거리길래 티 나지 않게 돌아보니 작게 열린 비상문이 저절로 닫히는 게 보였다.
눈치 빠른 사업가는 지금 소동과 데이즈 멤버들이 관련이 있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아니나 다를까 카페로 유인해 가볍게 찔러보자, 백야의 입에선 두왕에 대한 이야기가 줄줄이 쏟아졌다.
“아니, 있잖아요~”
지한은 말을 아끼라며 백야에게 눈치를 주는 듯했지만, 노빠꾸 개복치는 자신의 입으로 범행 동기를 순순히 불었다.
“청이가 부동산 같은 건 잘 모른다고 저희한테 물어보겠다고 하니까, 자기가 대신 꼼꼼히 봐 주겠다고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대요.”
“확실히 수상하긴 하네요.”
“그렇죠? 그런데 이렇게 무서운 사기꾼이었다니!”
아직 경찰 조사 결과도 듣기 전인데 백야는 잡혀간 매니저가 사기꾼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또박또박 제 할 말을 하는데 당돌하기 짝이 없었다.
* * *
– 가요대전 단체 엔딩 무대ㅋㅋㅋ 썸녀 없는 거 확실한 데이즈 (동영상)
– 근데 M사 가요대전 시상은 갑자기 왜 없앰?
└ 작년에 연예대상 퍼주기 논란이었는데 그걸 없앨 수는 없으니까 만만한 가수들 상 뺏는 거지 뭐
└ 팬덤 개싸움 나니까 속 시끄러워서 없앤 거지
– 대상 없으니까 오히려 애들도 진짜 축제 즐긴 것 같고, 난 원래부터 가수들 인형처럼 앉혀 놓는 거 마음에 안 들긴 했음
– 댄싱 햄스터 무아지경이네ㅋㅋㅋㅋㅋㅋ (백야 막춤 동영상)
– 다른 분들은 대충 알겠는데 한 분이 너무 시강이다 (동영상)
└ 저희 애 별명이 조용한 또라ㅇ… 아니 또양이입니다
└ 한지한ㅋㅋㅋㅋㅋㅋㅋ
– 데이즈 진짜 똘끼충만에 친화력 짱짱인데 애들이(율무 제외) 너무 낯을 가려서 많이들 모르는 게 안타까울 뿐
–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십니까? 막내즈 나오는 날입니다!! 소리 질러~!!!
– 기승전술 인하트에 막내즈 사진 올라왔는데 청이 끼 부리는 것 좀 봐ㅋㅋㅋㅋ (백야 어깨에 기댄 청 사진.jpg)
└ 어우~ 술 냄새
– 기승전술 몇 번 찾아보긴 했는데 저렇게 많이 취해서 끝나는 콘텐츠였나?
– 인하트 글이 더 웃기다고ㅋㅋㅋ “본 방송은 알코올 0.0% 논 알콜 레몬맛으로 진행됐습니다.”
└ 대체 뭘 먹고 취한 건지 알려주실 분..?
└ 분위기에 취해~~~
영상이 공개되기 전부터 SNS에는 데이즈 편을 기다리는 나잉이들로 피드가 북적였다.
그리고 7시 정각이 되자마자 놀라울 만큼 조용해졌다.
[논 알콜+조개 술 찜 조합… 그런데 취하는 게 되네..? (복숭아)(병아리)]섬네일엔 까르르 웃고 있는 백야와 볼에 바람을 잔뜩 넣은 청의 얼굴이 크게 합성돼 있었다.
의 MC는 재치 있는 입담으로 유명해진 커버 댄스 너튜버 겸 방송인이었다.
방정맞은 제스처와 과한 듯 과하지 않은 주접이 남자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아깽 : 아니이~ 오늘 이분들이 오신다고 해서 저는 제 귀를 의심했잖아요.]의 콘셉트는 포장마차였다.
스케줄을 마친 아이돌들이 숙소로 돌아가기 전, 하루의 회포를 풀기 위해 들르는 설정이었다.
[아깽 : 아니 진짜 레알루. 여러분들도 들으시면 아마 깜짝. 까아아암짝 놀랄걸?]손님에게 대접할 요리를 만드는 중이던 그는 냉장고에서 소주 한 병을 꺼내 왔다.
[아깽 : 술도 못 마시는데 바지락 찜에라도 부어야지. 그래요, 안 그래요?]병뚜껑을 딴 그는 조개가 수북이 쌓인 냄비 안으로 소주 한 병을 그대로 쏟아부었다.
[제작진 : 너무 많이 붓는 거 아니야?] [아깽 : 괜찮아요. 알코올이라 끓이면 다~ 날아가게 돼 있어.]제작진의 지적을 귓등으로 들은 그는 요리가 끓기 시작하자 수저를 가져와 국물을 떠먹어 보았다.
[아깽 : 으음~ 미쳤다. 너무 맛있어. 근데 소주를 조금 많이 넣었나? 술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제작진 : 거봐. 지금이라도 물 더 넣어.] [아깽 : 간은 딱 됐는데.]그때였다.
포장마차 천막이 걷히며 청이 먼저 고개를 내밀었다. 놀란 아깽은 눈이 마주치자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아깽 : 어엌!] [청 : 안녕하세요. 저 들어가도 돼요?] [아깽 : 네네네. 어서 들어오세요. 아니 이렇게 귀한 곳에 누추, 아니 이리 누추한 곳에 귀한 분께서 어찌.]인간의 비주얼이 아닌 용안을 접한 남자는 당황한 나머지 횡설수설했다.
[아깽 : 저 진짜 초면에 너무 죄송한데, 정말 충격적인 잘생김이에요. 살면서 이런 류의 용안은 또 처음이라.] [청 : 하하. 감사합니다. 어… 아깽 님도 잘생겼어요.] [아깽 : 사회생활도 너무 잘하신다~ 어찌 됐든 얼른 들어오세요.]아깽이 테이블을 가리키며 어서 들어오라 손짓했다.
[청 : 근데 저 햄스터도 데려왔는데.] [아깽 : 햄스터요? 아, 반려 햄스터 키운다고 하셨죠.] [청 : Yes. 들어와도 돼요?] [아깽 : 어우, 네. 당연히 되죠. 뭘 그런 걸 물어보시구~ 그럼 자리 준비하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아깽 : 그런데 햄스터 님을 어디다 모셔야 하나? 테이블에 올려놨다가 바지락 찜에 빠지기라도 하면 큰일인데.]잠시만 기다려 달라던 아깽은 주류 박스 더미 근처에서 커다란 상자를 들고 돌아왔다.
[아깽 : 이 정도면,]그때 백야가 천막 사이로 얼굴을 내밀며 인사했다.
[백야 : 안녕하세요.] [아깽 : 와악! 이게 뭐야?!] [백야 : 청이 햄스터예요.]배시시 웃으며 입장한 백야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러워했다.
[청 : 이게 내 햄스터!] [아깽 : 아……. 햄야 말고 이 햄스터?] [청 : 햄야는 내 말 잘 안 들어서 안 돼요.] [백야 : 나는 잘 들어?] [청 : 이거도 잘 안 듣긴 하는데.]자연스러운 극딜에 백야가 얼굴을 찡그리며 청을 노려봤다.
[아깽 : 여기서 이러실 게 아니라 얼른 앉으세요.]남자가 플라스틱 의자를 꺼내 주며 분주히 움직였다.
[아깽 : 아, 맞다. 자기소개 좀.] [청 : 안녕하세요! 데이즈 청!] [백야 : 백야입니다.]자리에 앉은 청은 바지락 찜을 발견하자마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청 : 이거 조개 맞아요? 나 이거 진짜 좋아해요!] [아깽 : 캘리포니아 뽀이~ 청 님이 조개를 좋아하신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제가 만들어 봤죠.] [아깽 : 여기 햄스터 님을 위한 마시멜로도 있습니다. 마시멜로가 드시고 싶을 때 호출 벨을 누르면 불 쇼를 보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아깽의 멘트가 재밌는지 백야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막내즈가 편하게 자리 잡은 걸 확인한 아깽은 본격적인 진행을 이어 갔다.
[아깽 : 저희 방송이 원래는 술을 마시면서 진솔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자리인데, 오늘은 특별히 살짝 다르게 준비해 봤어요.] [아깽 : 바로~ 이겁니다!]아이스박스 안에서 작은 맥주 두 캔을 꺼낸 남자는 허공에 높이 치켜들며 자랑하듯 외쳤다.
[아깽 : 논 알콜 맥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