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10
제410화
* * *
5일은 짧은 시간이었다.
어느덧 1월 6일을 맞이한 백야는 뜬눈으로 밤을 꼬박 새웠다.
아이돌로서의 삶을 산 지도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니 실감 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은 꿈같았던 지난날들을 마무리해야 하는 날이었다.
간혹 필승이 바꿔 준 마지막 퀘스트가 뭐냐고 물어오는 멤버들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백야는 정규 50집을 내는 게 조건이라고 거짓말했다.
그 때문인지 멤버들은 저와 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은 완전히 잊어버린 듯했다.
“우하하! 오늘도 대상 받으면 율무가 쏜다!”
“내가 쏘는 거야?”
“당근 하지!”
컨디션이 좋은지 청이 아침부터 숙소를 뛰어다니며 장난을 걸어왔다. 율무는 늘 그렇듯 못 이기는 척 당해 주었다.
“햄스터! 뭐 먹고 싶어?”
“나? 음~ 나는 소고기.”
“율무! 소고기래!”
소고기라는 대답에 민성도 장난을 걸어왔다.
“햄스터가 그런 거 먹어도 돼?”
“햄스터는 원래 잡식성 동물이야. 토끼도 먹을 수 있어.”
“이야~ 무섭네.”
민성이 웃으며 백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삐, 오늘 컨디션 별로야?”
“나? 아니? 왜?”
“그냥. 안색이 조금 안 좋은 것 같길래.”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고 한 건데 티가 나는 모양이었다.
민성의 팔을 살짝 밀어내며 억지로 입꼬리를 올린 백야는 필사적으로 미소 지었다.
“아닌데? 아…. 조금 긴장해서 그런가?”
“긴장했어?”
“오늘도 대상 받으면 우리 정말 그랜드 슬램이잖아.”
리패키지 앨범 활동을 통으로 날려 먹었음에도 놀라운 성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골든 레코드의 대상도 데이즈가 받게 될 거라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그때 멤버들의 대화를 들은 남경이 웃음기를 머금은 목소리로 희소식을 알려 왔다.
“백야 소고기 먹고 싶다고? 안 그래도 대표님께서 최고급 한우 맛집을 통으로 빌려 놓으셨단다.”
“역시 미스터 ID!”
“야 인마. 너 호칭 제대로 안 할래?”
“미스터 남경!”
“너 이리 와.”
멤버들이 웃는 모습을 보며 백야도 즐거운 척 따라 웃는데 갑자기 눈물이 차올랐다.
자리에서 일어난 백야는 화장실을 가는 척 자연스럽게 자리를 피했다.
* * *
부은 눈을 들키지 않기 위해 뿔테 안경을 쓰고 나온 백야는 제일 먼저 메이크업을 받았다.
백야는 오늘 붉은색 아이 메이크업을 한 상태였다.
“너 눈이 좀 부은 것 같다?”
“화장 때문에 그래.”
“그런가?”
유연이 얼굴을 살피려 들자 백야가 먼저 고개를 돌려 버렸다.
“왜.”
“그냥. 어디 안 좋은가 해서. 너 오늘 평소랑 조금 달라.”
그렇게 티가 나나?
민성에 이어 유연까지 물어오자 백야는 마음을 좀 더 단단히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속이 조금 안 좋긴 해.”
“약 먹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 정도는 아니고.”
데이즈는 레드 카펫 일정을 위해 포토 부스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대충 둘러댄 말이었는데 유연의 얼굴을 보니 괜한 소리를 한 건 아닌가 걱정이 됐다.
얼마 안 가 레드 카펫 단상과 이어지는 계단이 나타났다.
“앞에 카메라.”
유연의 주의를 돌린 백야는 그보다 먼저 계단을 밟고 올라섰다.
– 골든 레코드 레카에 천사 등장 (동영상)
– 오늘 화이트 슈트 심장 터져버려,,, (단체 프리뷰.jpg)
– 청이 오늘 완전 엘프 왕자님♡
레드 카펫을 마친 뒤에는 또다시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대기실에 돌아오자마자 성실에게 다가간 유연은 비상약을 받아 왔다.
누가 아프냐는 말에 백야라고 대답하자 스태프들의 걱정이 쏟아졌다.
“백야가 아프다고?”
“병원 가야 한다고?”
“119를 부르라고요!?”
멤버들만 보면 자꾸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었을 뿐인데, 스태프와 매니저 형들이 우르르 몰려와 백야를 에워쌌다.
“뭐, 뭐예요…?”
당황한 개복치의 동공이 요동쳤다.
“백야 님 많이 어지러우세요?”
덕진이 백야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며 열을 쟀다.
백야가 아프다는 소문이 옆 대기실에까지 났는지 금일마저 구급상자를 들고 헐레벌떡 달려왔다.
“여기 약 있어요!”
그냥 둘러댄 말이었는데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다.
“아니, 저 괜찮아요. 그냥 조금 피곤해서 눈 감고 있었던 건데….”
그러나 ‘괜찮아요’ 전과 100범의 진술을 믿어 줄 사람은 이곳에 아무도 없었다.
‘당장 백야를 데리고 병원을 다녀와야 한다’ 파와 ‘약을 먹이고 지켜보자’는 파가 나뉘어 대립했다.
결국 약을 먹는 것으로 민심을 달랜 백야는 속 쓰림을 방지하기 위해 초코 과자를 억지로 까먹었다.
‘무슨 말을 못 하겠네.’
조금 전 상황이 어이없으면서도 우스워서 웃음이 피식피식 새어 나왔다.
이후에는 행사 시간에 맞춰 가수석으로 이동했다. 그룹별로 나누어진 지정석에 앉아 멤버들과 대화를 나누며 다른 아이돌 그룹의 무대를 감상했다.
중간중간 본상과 인기상 등을 수상하러 몇 차례 무대 위로 올라갔으며, 전광판에 모습이 잡힐 때면 잔망 넘치는 팬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억지로 먹은 약은 긴장 완화 효과가 있는지 복용 전보다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다.
“데이즈 준비해 주세요.”
돌돌 말린 큐시트를 쥔 스태프가 조심스레 다가와 무대 순서가 임박해졌음을 알렸다.
백스테이지로 향한 멤버들은 의상을 갈아입고 마지막으로 메이크업을 점검했다.
그리곤 무대에 오르기 전, 응원 구호를 외치기 위해 손을 모았다.
“아무도 다치지 말고 무사히 내려오자. 알지? For our day!”
“데이즈! 파이팅!”
민성의 선창에 기합과 함께 멤버들의 손이 허공 높이 올라갔다.
이제 마지막 무대를 하러 갈 시간이었다.
* * *
– 애들 드디어!!!
– 비망록, 야화, Intro, Winter vacation
– 율무 한복핏 죽인다 진짜
– 데이즈 한복 개힙해 전 세계가 알아야 함
– 유연이한테 시스루 한복을 입힐 생각을 하다니… 스타일링 진심 극악무도하다
– 애들 안에 흰 셔츠 안 입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ㅠㅠ 근데 흰 셔츠도 좀 비치는 거 같고..?
– 골든 레코드 유연이 고화질 뜰 때까지 잠 안잠
퓨전 한복을 입고 등장한 데이즈는 비망록을 시작으로 야화 무대까지 선보였다.
다음 곡을 위해 무대가 잠시 어두워진 틈을 타 두루마기를 벗어 던진 데이즈는 분위기 전환을 위한 짧은 Intro 무대를 선보였다.
이어질 은 퍼포먼스보다는 보컬에 더 중심을 둔 곡이었기 때문이다.
본무대로 돌아가자 그곳엔 커다란 소파가 놓여 있었다.
– 백야 흰 셔츠는 진짜.. 진짜야… 반박 불가 탑 레전드 (백야 프리뷰.jpg)
– 갓기들 그저 갓ㅠㅠㅠㅠ
전주가 나오는 동안 소파에 쪼르르 앉은 데이즈는 고개를 좌우로 까딱이며 깜찍한 안무로 리듬을 탔다.
소파 뒤, LED 화면은 어느새 눈이 내리는 커다란 창문으로 바뀌어 있었고, 천장에선 눈송이를 닮은 꽃가루가 흩날렸다.
– 윈터 베케이션 안무 너무 좋고 민성이 앙증맞은 거 봐ㅠㅠ 사랑스럽다 진짜 (청이 귀에 손가락 넣어서 장난치는 민성 프리뷰.jpg)
– 눈망울 촉촉 복숭아 (백야 프리뷰.jpg)
– 윈터 베케이션 라이브가 음원보다 더 좋은데??
– 백야 밥 대신 cd만 먹나 봐…. 허밍? 까지 라이브로 다 부르네
– 콘서트 엔딩곡 느낌
– 연말 시상식을 단콘으로 만들어버리는 클라스
– 데이즈 막내 사랑 아무도 못 말림ㅜㅜ 공식 대형 무시하고 청백야 가운데 앉혀놓은 거부터 엔딩 포즈로 꼭 끌어안는 것까지ㅠㅠㅠㅠ 눈물 좍좍
– 유연이도 막내긴 한데 형 같단 말이지ㅋㅋㅋ
└ 본인도 딱히 은쪽이들이랑 묶이고 싶지 않아 하는 눈치ㅋㅋ
무사히 무대를 마친 멤버들은 계단을 내려가며 서로를 격려했다.
“와~ 나 중간에 인이어 빠져서 깜짝 놀랐잖아.”
“진짜?”
율무가 큰일 날 뻔했던 상황을 말하며 하소연하자 민성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파트 시작하기 직전이어서 박자 잘못 들어갈까 봐 얼마나 쫄았다구~”
“그래도 안 틀리고 잘했네.”
민성이 기특하다며 등을 토닥여 주었다.
데이즈가 백스테이지로 내려오자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던 스타일리스트 팀이 달라붙어 멤버들의 화장을 수정해 주었다.
키친타월로 땀을 닦던 청이 그대로 백야에게 내밀며 장난을 쳤다.
“햄스터야, 옛날 생각나나? 그때 이거 이마에 붙이고 올라갔는데. 줄까?”
무대 직후에 바로 수상자로 호명된 날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날 백야의 휴지 소감 짤과 함께 ‘나잉이’라는 애칭도 탄생하지 않았던가.
백야가 피식 웃으며 ‘필요 없다’고 대답하자, 이번엔 곁에 있던 유연이 보조개를 지으며 물었다.
“오늘은 안 붙여?”
“안 붙여.”
백야가 새침하게 답했다.
그렇게 시시한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 멤버들의 모습은 빠르게 정리됐다.
“다 됐다.”
“감사합니다~”
“다녀올게요!”
스태프들과 짧은 인사를 주고받은 멤버들은 다시 가수석으로 향했다.
“조금 떨리긴 한다.”
자리에 앉은 지한이 심장 위를 매만지며 넌지시 속삭였다.
그 모습을 본 백야는 피식 웃으며 초조한 마음을 숨겼다.
데이즈의 무대가 끝난 직후 음원 대상 발표가 진행됐으며, 시상은 이제 음반 대상 부문만을 남겨 두고 있었다.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배우들이 농담 가득한 멘트를 주고받자 가수석에서도 웃음꽃이 피었다.
“그럼 제38회 골든 레코드 시상식 음반 부문 대상.”
대상 발표를 앞두고 고요해진 장내엔 긴장감을 돋우는 북소리만이 선명했다.
“축하드립니다. 데이즈.”
결과가 발표되자 엄청난 함성이 장내를 뒤덮었다.
띠링!
띠링!
동시에 백야의 시야에도 반투명한 상태창이 마구 떠올랐다.
꿈에서 봤던 것과 똑같았다.
[ 완료!] [칭호 이 활성화됩니다.] [패시브 , 가 자동으로 비활성화됩니다.] [엔딩 조건을 충족합니다.]이건 꿈이 아니라 현실인데 좀처럼 실감이 나질 않아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백야가 멍하니 앉아 있자, 동료 가수들의 축하를 받으며 일어났던 멤버들이 그를 챙겼다.
“백야야, 가자.”
민성이 웃으며 백야의 팔을 잡아 일으켰고, 청이 와락 끌어안으며 기쁨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햄스터! 대상이야!”
두 사람의 스킨십이 전광판에 커다랗게 잡히자 함성이 더욱 커졌다.
– 데이즈! 데이즈! 데이즈!
데이즈를 연호하는 팬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서로를 끌어안으며 기쁨을 만끽하는 멤버들의 손길 또한 선명하게 느껴졌다.
‘끝이구나.’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었다.
헤어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멤버들을 눈에 담고 싶었던 백야는 시야를 가득 메운 상태창을 모두 꺼 버렸다.
청의 손에 이끌려 무대 중앙으로 향하는 이 순간마저도 꿈같았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멤버들을 대표해 트로피를 받으며 정중하게 허리를 굽히는 민성.
민성이 건네준 꽃다발을 받고 보조개가 짙게 파일 만큼 예쁘게 웃는 유연.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촉촉해진 눈망울로 팬들을 바라보는 율무.
떨린다며 몰래 속삭일 땐 언제고 잔뜩 상기된 얼굴을 숨기지 못하는 지한.
잡은 손을 마구 흔들며 신남을 주체하지 못하는 청까지.
“수상소감 부탁드립니다.”
마이크 앞에 선 민성이 트로피를 내려다보며 벅찬 감정을 토해 냈다.
작년엔 상을 받는 족족 울기만 해서 검색만 하면 흑역사가 나온다고 아쉬워하더니.
올해는 멋진 수상소감으로 팬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겠다는 말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었다.
그는 준비한 말들을 차분히 뱉으며 감사한 사람들의 이름을 빠짐없이 불러 주었다.
대열의 가장자리에 서 있던 백야는 카메라가 아닌 멤버들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눈에 담았다.
이곳의 분위기와 멤버들의 얼굴. 그리고 저희를 연호하는 팬들의 함성까지.
그러다 민성과 눈이 마주쳤다.
“다른 멤버들도 소감을, 백야야.”
민성이 가까이 오라며 손짓하자 청과 지한이 등을 떠밀며 백야를 중앙으로 보내 주었다.
“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지금 제일 하고 싶은 말을 하기로 했다.
“그동안… 너무 감사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날들을 살아가면서 저는 지금 이 순간을 절대로 잊지 못할 거예요.”
어색한 수상소감에 멤버들의 얼굴에 의아한 기색이 떠올랐다. 그래도 백야는 묵묵히 소감을 이었다.
“팬 여러분, 그리고 우리 멤버들…. 제가 정말 많이 사랑합니다. 항상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소감을 마친 순간 상태창이 연속으로 떠올랐다.
먼저 나타난 알림은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지만 엔딩과 관련된 것일 게 분명했다.
[✧*。٩(ˊᗜˋ*)و✧*。천재 아이돌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백야’라면 해낼 줄 알았어요!]
시스템의 축하 인사와 함께 엔딩 영상이 재생됐다. 그제야 실감이 난 백야의 눈엔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가자 시야는 암흑으로 뒤덮였다.
그리고 백야에게 마지막 선택지가 주어졌다.
▶ 게임 종료
ㅤㅤ새로운 게임
망설임 끝에 결국 종료를 선택하자 의식도 함께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