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21
외전 9화
집으로 돌아간 지훈은 침대에 누워 백연의 프로필 사진을 눌러 봤다.
아이와 함께 토끼풀 반지를 커플링처럼 낀 채 찍은 사진이었다.
“귀엽다.”
아이도 귀여웠고 백연도 귀여웠다.
풀썩-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그는 다리를 바동거리며 설렘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러다 벌떡 일어나 무언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돌싱 연애] [초등학생이랑 친해지는 법] [8살 남자 선물]백연에게 호감을 사려면 그녀의 아이인 백야를 먼저 공략해야 할 것 같았다.
3년 전에 봤을 때 5살쯤 되는 것 같았으니, 지금쯤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했을지도 모르겠다.
방금 든 생각이지만, 제가 그동안 방황한 것은 자신이 그녀의 아이를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았다.
한 번 결심하고 나자 이제는 아이마저 사랑스러워 보이는 게, 진정한 아버지가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한 번 김칫국을 거하게 들이마신 지훈은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미대가 어느 쪽에 있더라?’
안타깝게도 경영대와 미대 사이의 거리는 상당했다.
공강 시간에 미대 근처를 기웃거려 볼까 생각했지만, 자신의 시간표는 다음 강의실로 달려가기에도 버거울 만큼 빡빡했다.
‘그럼 스터디밖에 없는데….’
하지만 스터디는 일주일에 한 번뿐이었다. 이는 백연과 친해지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마음을 먹자, 제가 이러고 있는 사이 ‘다른 놈팡이가 백연의 마음을 먼저 얻어 내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견딜 수 없을 만큼 초조해졌다.
‘어떡하지?’
머리를 감싸 쥐며 고뇌에 빠져 있던 그는 얼마 안 가 슬기를 떠올려 냈다.
‘맞다. 슬기!’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더니, 그에겐 아르바이트로 맺은 인연이 있었다.
제 진심을 보여 준다면 슬기는 기꺼이 든든한 아군이 되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 * *
[이 번호는 없는 번호이니….]그러나 다음 날.
지훈은 하늘이 무너짐을 느꼈다. 연락이 끊어진 3년 사이 슬기가 번호를 바꿔 버린 것이다.
터덜터덜 경영관 복도를 거니는 그를 향해 많은 시선이 쏟아졌지만, 의식할 기력 따위 그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지옥에서 온 시간표는 그에게 우울해할 시간마저도 허락하지 않았으니까.
3시를 넘겨서야 겨우 30분의 시간을 얻어 낸 그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교내 편의점으로 향했다.
‘아…….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아무리 제가 짠 시간표라지만, 한 달쯤 넘어가니 왜 이따위로 짰을까 후회가 막심했다.
‘망할.’
겨우 삼각김밥 한 개를 사서 벤치에 앉은 그는 무기력하게 포장지를 잡아 뜯었다.
그리곤 크게 한입 베어 먹으려던 순간이었다.
“백연아! 한백연!”
쫑긋.
짝녀의 이름에 반사적으로 올라간 고개는 그녀를 한눈에 찾아냈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눈앞을 지나쳐 가는 백연과 그 뒤를 쫓는 슬기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얼마 못 가 백연이 넘어졌고 지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백연에게 달려갔다.
“괜찮으세요?”
지훈이 슬기를 도와 백연을 부축하자 눈물로 범벅된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
“애, 흐으, 애기가 없어졌, 끄흐.”
“애기요? 아.”
금방 백야를 떠올린 지훈도 덩달아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의 아이에게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저희를 향한 시선이 적지 않음을 느낀 지훈은 일단 자리를 벗어나야겠다고 판단했다.
“애기, 아니 동생이 마지막으로 있던 곳이 어디예요? 제가 데려다줄게요. 일단 제 차로 가요.”
지훈은 앞을 가리키며 백연을 데려가려 했다.
그러나 넘어지면서 바닥에 쓸린 손바닥과 무릎은 보기만 해도 얼굴이 절로 찌푸려졌다.
“아니다. 그냥 제가 차를 가지고 올게요. 슬기야, 금방 올 테니까 여기에 있어.”
슬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봤다. 백연의 몸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고, 흐느끼느라 제정신이 아니었다.
“애기, 액, 흐어어엉.”
“그만 울고 똑바로 말해 봐. 백야가 어쨌는데. 응?”
“애기가 집에 안 돌아왔대. 끄흑. 오늘 방학했는데, 하, 학교에도 없고.”
백야가 사라졌다.
백연 못지않게 심각해진 슬기도 얼굴을 굳혔다.
그렇게 친구를 달래 가며 지훈을 기다리는데, 마침 어두운색의 SUV 한 대가 다가와 두 사람의 앞에 멈춰 섰다.
“타세요. 슬기야, 타.”
조수석의 창문이 내려가며 지훈의 얼굴이 보였다.
슬기는 백연의 어깨를 짚으며 눈을 마주쳤다.
“연아, 나도 같이 가고 싶은데 알바 때문에 지금 당장은 못 따라가거든? 지훈이랑 먼저 가 있으면 끝나는 대로 갈게. 괜찮겠어?”
눈물 젖은 얼굴이 위아래로 마구 끄덕여졌다.
“그래. 뚝. 그만 울고 얼른 타. 지훈아, 부탁 좀 할게.”
“응. 얼른 가 봐.”
조수석에 올라탄 백연은 울음을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이 학교가 어디예요? 일단 그쪽부터 찾아봐요.”
“새, 흑, 샛별 초등학교요.”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한 지훈은 곧장 차를 몰았다.
“경찰서에 신고는 하셨어요?”
“네에. 끅. 부모님께서 학교 cctv를 확인하셨는데 어떤 남자를 따라갔다고. 우으….”
백연이 턱에 호두를 품으며 눈물을 뚝뚝 흘려 대자 지훈은 심장이 아려 왔다.
그런데 그때, 백연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엄마, 백야는? 찾았어?!”
지훈의 귀가 쫑긋거렸다.
[애기가 500번 버스를 탔대. 그런데 이게 너희 학교로 가는 버스라…. 아직 학교면 근처 정류장으로 가 볼래?]전화기 너머로 부모님께서 백야가 탄 버스의 노선을 따라 차로 이동 중이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차 돌릴게요.”
바로 차선을 변경한 지훈은 신호등이 바뀌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유턴에 성공해 곧장 속도를 높였다.
“백연 씨, 후문 정류장부터 크게 돌 테니까 보이면 말씀해 주세요.”
* * *
그 시각, 떡잎부터 남달랐던 은쪽이는 서울시 미아가 돼 길바닥에 오도카니 서 있는 중이었다.
‘우엥.’
오늘 방학식을 한 샛별초 4학년(10세) 백야는 고학년이 된 기념으로 혼자 버스에 탑승했다.
하교하는 누나를 기다렸다가 깜짝 놀라게 할 계획이었다.
“백야야~ 우리 같이 떡볶이 먹으러 가자. 내일 얘 생일이래.”
“안 돼. 오늘 누나 데리러 가기로 약속한 날이야.”
“누나? 너희 누나는 혼자서 집에 못 가?”
“아니거든? 우리 누나 한국대학교 다녀.”
“우와~ 거기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대학교 아니야? 우리 엄마가 그랬어.”
우쭐.
베이비 개복치의 어깨가 으쓱해졌다.
“아무튼 나는 누나 데리러 가야 해. 떡볶이는 내일 먹자. 생일은 내일 축하해 줄게.”
“우리 방학인데? 내일부터 학교 안 나와.”
“그럼 어쩔 수 없지. 방학 끝나고 축하해 줄게.”
어린 백야는 누나 바보였다.
그렇게 친구들을 두고 쿨하게 돌아선 그는 정문을 향해 와다다 달려갔다.
그러나 베이비 개복치의 서프라이즈는 시작부터 삐거덕거렸다.
‘버스를 어디서 타는 거지?’
500번 버스를 타면 된다고 들었는데, 똑같은 버스가 양쪽 모두에 서는 게 아닌가.
힝.
턱에 호두를 품은 백야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궁상을 떨었다.
‘어떡하지?’
그런데 그때, 한 남자가 다가와 백야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꼬마야, 왜 그러니?”
“안녕하세요. 우리 누나가 한국대학교에 다니는데요, 제가 데리러 가기로 약속했어요. 그런데 똑같은 버스가 저기에도 있고 여기에도 있어요.”
“아~ 한국대 가려고? 그건 건너편에서 타야 해. 방향이 다르거든.”
남자는 횡단보도를 같이 건너 주겠다며 백야에게 손을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남자의 손을 덥석 잡은 베이비 개복치는 쫄래쫄래 그의 뒤를 따라 횡단보도를 건넜다.
“그런데 몇 살이야? 아직 어려 보이는데 이렇게 혼자 다녀도 돼?”
백야는 우유를 매일 세 잔씩 마시는데도 반에서 키가 제일 작아 4년째 고유 1번을 담당하고 있었다.
올봄에 130cm를 겨우 넘긴 그는 2학년 후배들과 키가 엇비슷해 여전히 저학년이라는 오해를 받곤 했다.
“저 4학년이에요. 2년만 지나면 벌써 6학년인데? 그럼 중학교에 갈 수 있어요.”
백야가 손가락을 네 개나 펴 보이며 말했다.
“그리고 저 나이는 더 많아요.”
5살 때부터 설날마다 떡국을 세 그릇씩 먹어서 나이로는 벌써 20살이라고 자랑했다.
“이야~ 아저씨 아들이랑 나이가 같네? 친구 하면 되겠다.”
“저 친구도 엄청 많아요. 지혜가 그랬는데 제가 학교에서 제일 인기가 많대요. 뭐가 좋은 건진 모르겠지만.”
“하하하!”
정류장에만 데려다주고 자리를 떠나려 했던 남자는 재잘거리는 백야가 귀여워 500번 버스가 도착할 때까지 그의 곁을 지켜 주었다.
“기사님, 이 학생 한국대학교 앞에서 좀 내려 주세요.”
“안녕하세요. 우리 누나는 한백연이고요, 한국대학교에 다녀요.”
“아~ 네. 꼬마야 얼른 타.”
“저 4학년인데.”
끙차.
버스에 올라탄 백야가 가방끈에 달린 붕어빵 모양의 동전 지갑을 열어 300원을 요금통에 넣었다.
버스 기사님의 바로 뒷자리에 앉아 창밖을 구경하길 30분째.
“꼬마야~ 이제 곧 한국대학교에 도착하거든? 아저씨가 이번에 버스 세워 주면 뒷문으로 내리면 돼.”
“넹. 감사합니다.”
앉은 자리에서 배꼽 인사를 한 백야는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내릴 준비를 했다.
폴짝!
잠시 후, 뒷문으로 내린 백야는 많은 인파가 오가는 정류장에서 이리저리 치이다 한 여학생의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겨우 건넜다.
“감사합니다.”
“아니야. 그런데 어디로 가? 누나가 데려다줄까?”
“아니에요. 저희 누나도 한국대학교 다녀요. 학교 문이 어디인지만 알려 주면 감사합니다.”
“학교 문?”
정문, 후문, 중문.
널린 게 문이라 어디를 알려 줘야 할지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가장 가까운 중문이 있는 방향을 알려 주었다.
“이 길 따라서 쭉 걸어가다가 왼쪽으로 들어가면 돼.”
“감사합니다.”
배꼽 인사를 한 백야는 다시 총총거리며 백연에게로 향하는 길을 떠났다.
그러나 10살의 집중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야옹!
“우와~ 고양이다.”
너무 예쁜 고양이라 잡아다가 백연에게 보여 주면 누나가 좋아할 것 같았다.
중문을 열 걸음 남겨 두고 길냥이를 쫓아간 백야는 그렇게 길을 잃고 말았다.
뿌애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