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27
외전 15화
“다 그리셨나요?”
“넹.”
백야가 세 장의 그림을 내밀며 앞발을 공손히 모았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멤버들도 예의 바른 자세로 선생님의 그림 진단을 기다렸다.
“어떤가요. 저희 애 상태가 많이 불안정한가요?”
극성 맘에 빙의한 염병 토끼가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선생님께서 그림을 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멤버들은 초조해졌다.
“형. 괜찮을 거야.”
지한이 민성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쥐며 진정시켰다.
잠시 후, 선생님께서 백야의 그림을 설명해 주었다.
“먼저 백야 씨의 그림을 보면 공통점이 있어요. 집, 나무, 사람이 다 크죠?”
“역시. 심각한 상태인가요?”
율무가 절박한 얼굴로 물었다.
“아니요. 이건 나에 대한 이미지나 앞으로의 꿈에 대한 포부가 큰 사람들의 특징이에요. 오히려 위축되어 있거나 내성적인 분들은 그림을 작게 그리는 경향이 있으신데, 백야 님의 상태는 건강하고 연필의 압력도 적당해요.”
예상 밖의 긍정적인 진단에 멤버들은 당황한 것 같았다.
“집 그림을 보시면 창문도 크고, 문도 있죠? 바닥엔 예쁜 꽃이랑… 이건 뭘까요?”
“햄스터!”
정체불명의 작고 동그란 덩어리를 가리키자, 청이 대답을 냉큼 가로챘다.
“고양이거든? 선생님, 햄스터 아니에요.”
“네~ 고양이군요? 그럼 옆에 있는 건 가족들인가요?”
“네. 저희 가족이랑 매형이에요.”
그림을 본 선생님께서는 백야가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티가 많이 난다며 칭찬했다.
“그리고 여기. 백야 씨가 그린 가족들의 얼굴을 보면 다들 웃고 있죠? 우울감이 있거나 감정 표현을 숨기는 분들은 대부분 무표정이나 우는 얼굴을 그리시는 분들이 많은데, 백야 씨는 지금 너무 행복한 상태예요.”
“거봐! 내가 뭐라 그랬어!”
백야가 멤버들을 향해 톡 쏘아붙였다.
계속되는 예상 밖의 소견에 유연은 결국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기로 했다.
“선생님. 그럼 이 유서를 좀 봐 주세요.”
“아악! 그건 또 왜 가져왔어? 그리고 그거 유서 아니라니까?”
백야가 앞발을 뻗어 편지를 가로채려 했으나 팔 길이가 짧아 실패하고 말았다.
한편 편지를 받아 든 선생님의 표정은 점점 굳어 갔다.
“백야 씨, 이건 언제 적으신 걸까요?”
“작년 연말에요….”
“그때랑 지금을 비교했을 때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으셨나요?”
심경의 변화요? 있고말고요.
그때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던 시절이었고, 지금은 모든 게 완벽하다 할 수 있었다.
이 상황만 빼고.
“그때는 제가 스트레스를 좀 받았던 것 같아요. 대상을 못 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도 컸고요.”
회귀 개복치는 되는대로 입을 털기 시작했다.
“사실 그때 제가 많이 아팠거든요? 저 때문에 리패키지 활동도 무산되고…. 그냥 멤버들에 대한 미안함이랑 죄책감 같은 게 컸던 것 같아요.”
백야의 속마음을 처음 듣게 된 멤버들은 하나같이 괴로운 표정이었다.
멤버들을 속이는 것 같아 미안한지 눈치를 보던 백야는 끝내 고개를 숙였다.
“제가 팀에 너무 민폐만 끼치는 것 같아서…. 그때는 탈퇴하는 게 팀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떠날 생각으로….”
개복치의 폭탄 발언에 멤버들은 크게 충격을 받은 듯 자리에 얼어붙었다.
특히 민성은 백야가 저와 같은 생각을 했었다는 사실에 당황한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정말 그런 생각 하나도 안 들고요. 멤버들이 나가라고 해도 끝까지 붙어 있을 생, 끄앙.”
오해가 커지기 전에 얼른 해명할 생각으로 급하게 말을 잇던 순간이었다. 민성이 백야의 뒤에서 와락 세게 끌어안았다.
“이 바보야. 왜 그런 생각을 해…. 힘들면 형한테 말하라고 했잖아.”
“그때는 형도 아팠잖아…. 나까지 짐이 되긴 싫었어.”
“그럼 다른 애들한테라도 티를 냈어야지. 다시는 그런 생각 하지 마. 알겠어?”
염병 토끼의 내로남불에 개복치의 눈이 가늘어질 뻔했으나, 눈알에 힘을 줘 참아 냈다.
“으응….”
저를 안은 민성의 손이 떨리는 게 느껴져 백야는 잠자코 품에 안겨 있었다. 의도치 않게 거울 치료를 한 모양이었다.
“미아네…. 다시는 안 그럴게.”
“당연히 그래야지. 어딜 가? 죽어도 못 보내.”
“혀엉….”
백야가 턱에 호두를 만들며 민성을 함께 안자, K-신파가 완성됐다.
그렇게 ‘이상 소견 없음’이라는 최종 진단을 받은 백야는 멤버들의 손을 잡고 나오며 해피 엔딩을 그려 냈다.
* * *
그러나 며칠 뒤, 너튜브에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충격 단독! 막내즈X민성 불화, 방송 중 한숨에 나가라는 발언까지?]말 그대로 충격을 받은 뱁쌔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굳어 버렸다.
‘애들이 싸웠다고?’
섬네일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내용이 미치도록 궁금했지만, 이런 쓰레기 같은 렉카 채널에 낚여 조회 수를 올려 주느니 그냥 궁금한 편이 나았다.
뱁쌔는 과감하게 스크롤을 내려 해당 영상을 지나쳤다.
하지만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이 답답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스크롤을 올린 뱁쌔는 문제의 쇼츠를 클릭해 버리고 말았다.
[지난 5일, 데이즈 백야가 유앱 라이브 방송으로 팬들과 소통 중에 했던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라이브 중인 백야의 영상 위로 낯선 여성의 목소리가 내레이션처럼 흘러나왔다.
[하늘색의 보X보노 후드 티를 입고 나온 백야는 바질 크림 떡볶이 먹방을 하며 팬들에게 리더인 민성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는데요.]이어서 백야의 유앱 원본 영상이 재생됐다.
[백야 : 그런데요, 나잉이 여러분. 지금 제가 입은 옷이 그렇게 이상해요? 제가 이 옷만 입으면 민성이 형이 그렇게 한숨을 쉬어요.]백야는 배 위로 프린팅된 분홍색 조개를 매만지며 채팅창을 살폈다. 개중 눈에 띄는 채팅은 직접 읽으며 팬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백야 : 얼굴밖에 안 보여서 그런 옷인 줄 몰랐어요.] [백야 : 그런 옷이라는 게 어떤 의미예요? 이상해요?] [백야 : 괜찮아. 얼굴 때문에 안 보여.] [백야 : 앗. 옷이 잘 안 보이시나요? 제가 좀 일어나야 하나?]눈새가 낑낑대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보X보노와 눈이 마주쳤다는 채팅이 창을 빠르게 뒤덮었다.
[백야 : 지금은 잘 보여요?]– 아 눈 마주쳤어
– 안 봐도 되니까 제발 앉아ㅠㅠ
– 민성이가 왜 한숨 쉬는지 알겠다ㅋㅋㅋㅋㅋ
– 백야는 이 맛에 덕질하지ㅋㅋ
– 아까부터 묻고 싶었는데 대체 그런 옷은 어디서… 아니 아냐 내가 무슨 말을
– 다들 그냥 예쁘다고 해줘요ㅜㅜ 애기가 마음에 든다잖아요ㅠㅠㅠ
옷을 보여 주느라 미처 채팅창을 보지 못한 백야는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뒤, 한껏 정화된 채팅만을 볼 수 있었다.
[백야 : 귀엽다고요? 그쵸! 거봐. 나잉이들이라면 괜찮다고 해 줄 줄 알았어요.]신이 난 백야는 멤버들의 반응을 전하며 근황을 재잘댔다.
그러던 그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멤버들의 목소리가 등장했다.
[청 : 오! 퍼런 곰탱이 옷!] [민성 : 하아……. 쟤 또 저거 입고 있어. 염병.] [백야 : 곰 아니고 해달이거든? 그리고 나 지금 방송 중이야. 방금 내 옷 흉본 거 나잉이들이 다 들었어.]잠시 후 앵글 안으로 들어온 민성은 카메라를 향해 호소했다.
[민성 : 여러분. 제발 백야한테 이 옷 좀 입지 말아 달라고 해 주세요. 예쁜 옷 놔두고 왜 이것만 고집하는지 모르겠어요.] [청 : 민성이 하지 말라고 하니까 더 하는 거지. 원래 햄스터 마음이 그래.] [백야 : 나는 진짜 귀여워서 입는 건데? 그리고 나잉이는 이거 예쁘다고 해 줬어. 형이 이상해.] [민성 : …….]민성은 할 말이 많아 보이는 얼굴로 카메라를 바라봤다.
[민성 : 여러분. 아닌 건 아니라고 확실하게 말해 주셔야 애가 바르게 클 수 있어요. 지금 여러분이 하는 건 사랑이 아니에요.] [민성 : 이것도 아니고.]민성이 후드 티를 가리키며 단호하게 말하자, 백야가 입술을 삐죽이며 팔자 눈썹을 만들었다.
[백야 : 그래서 뭐. 나 갖다 버리려고? 형 나 버릴 수 있어?] [청 : No! 이거 혼자 놔두면 또 울면서 동물 병원 간다. 그냥 민성이 나가. 원래 죽기 싫으면 저리 떠나는 거야.] [백야 :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백야가 멍청한 얼굴로 청의 얼굴을 바라봤다. 제 편을 들어 주는 것 같긴 한데 손발이 조금 안 맞는 중이었다.
[민성 :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거겠지. 너 자꾸 대충 말할래?] [청 : 그게 그거야. 그리고 대충 살아야 편해.]민성은 막내즈와의 대화에 기가 빨린 듯 눈을 감으며 얼굴을 찡그렸다.
[민성 : 으으…! (부들부들)]그러다 백야의 후드 티를 날카롭게 노려보곤 자리를 떠났다.
[민성 : 두고 봐! 내가 저 퍼런 물개 없애고 말 거니까.] [백야 : 해달이거든!]영상이 멈추며 좋아요와 구독을 눌러 달라는 내레이션이 이어지길래 뱁쌔는 얼른 화면을 종료했다.
‘낚였다.’
알고 보니 제가 놓쳤던 라이브 방송 중에 나눈 대화였다.
다시는 낚이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한 뱁쌔는 곧장 SNS에 접속했다. 오랜만에 접속한 피드에는 밀린 떡밥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 그래서 보X보노 후드티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다ㅋㅋㅋ
– 민성피셜 : 애기 요즘 사춘기라 자기 말 더럽게 안 듣는다고ㅋㅋㅋㅋㅋㅋ
– 저 후드티는 어쩌다 햄스터한테 간택 당했을까…
– 퍼런 물개ㅋㅋㅋㅋ 저거 숙소에 가져다 놓은 범인 = 도민성ㅋㅋㅋㅋㅋㅋ 자업자득의 아이콘
└ 보컬 레슨 다니는 건물 앞에서 무슨 행사했는데 거기 구경 갔다가 경품 당첨된 거였대
– 보통 경품 받으면 궁금해서 뜯어보지 않아? 걍 포장 상태로 숙소에 갖다 놓음 > 숙소 이모님께서 옷걸이에 검 > 애기 간택
└ 그래서 아무도 저 후드티의 출처를 몰랐던 거…
– 민성이 후드티 숙소에 갖다 놓은 범인 잡는다고 멤버들 불러다가 1 대 1 취조까지 했는데, 결국 범인은 나였다ㅋㅋㅋㅋ
– 유연이가 이때싶 “귀신이 가져다 놓은 후드티”라고 했더니 다음날부터 애기 손도 안 댔다 함
– 퍼런 물개는 너굴맨이 처리했으니 안심하라굿! (유연 너굴맨 짤.jpg)
오늘도 데망진창인 피드에 광대가 내려오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뱁쌔의 심장을 철렁하게 만드는 게시글이 보였다.
– 나 백야랑 같이 신검받았다ㅋㅋㅋㅋ 앞에 얼굴 진짜 작고 잘생긴 사람 있어서 보니까 데이즈 (백야 직찍.jpg)
– (인용) 애기 신검받았다고..?
– 저거 하면 군대 가요?
‘……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