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31
외전 19화
* * *
빰빠바밤!
다음 날 새벽.
오늘도 어김없이 울리는 기상 나팔소리에 대환이 눈을 떴다.
새벽형 인간에, 불면증을 앓던 그는 군대에 온 뒤 체질이 바뀌었다.
머리가 바닥에 닿으면 3초 컷. 딥 슬립이 가능한 몸으로 바뀌었다. 고된 하루 일과 때문이었다.
비몽사몽 한 상태로 침대에서 내려온 그는 놀라운 속도로 신발을 꿰신었다.
‘X발.’
오늘도 1일 1욕을 하며 운동장으로 달려 나간 그는 평소와는 다른 풍경에 주위를 힐긋거렸다.
오늘따라 군대가 아니라 촬영장 느낌이 강하게 든 탓이다.
‘웬 카메라?’
어제 동기 한 명이 홍보 영상 촬영하는 걸 봤다더니 그것 때문인가.
익숙한 풍경에 금세 관심을 거둔 그는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기 급급했다. 지금 카메라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훈련병들은 처음 보는 방송용 카메라가 신기한지 평소보다 행동이 굼떴다.
“신속하게 움직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조교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빠르게 줄을 선 훈련병들은 앞뒤 간격을 벌리며 체조 대열을 갖췄다.
그런데 그때,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어제 입소한 마지막 소대가 등장했다.
“Oh my god! 꼴등입니다!”
오 마이 갓…?
들려선 안 될 감탄사와 함께 익숙한 실루엣이 멀리서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망나니?’
양쪽 시력 모두 1.5로 팬들 사이에서 몽골인이라 불리는 대환은 눈을 비비며 가늘게 떴다. 목표물을 집중해서 보기 위함이었다.
“힝. 이게 뭐야아….”
그러다 잠이 덜 깬 얼굴로 금일의 손에 끌려 나오는 햄스터 한 마리도 발견했다.
“……백야?”
간절함이 만들어 낸 허상인가.
대환의 이마엔 어느새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러다 관심사병 판정을 받기라도 하면 매우 곤란하다.
그러나 그 뒤로도 환영은 계속됐다. 낯익은 얼굴들이 줄줄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
심지어 입대 전, 저에게 술을 사 주며 저를 위로했던 에임의 오랜 라이벌. 소년천하의 성우가 제 옆에 멈춰 섰다.
대환은 ‘이 인간이 왜 여기에?’라는 얼굴로 옆을 바라봤다.
따가운 시선을 느꼈는지 군기가 바짝 든 모습으로 대열을 맞추던 성우도 옆을 돌아봤다.
“……?!”
낯익은 얼굴을 발견한 그의 표정도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네가 왜 여기에 있습니까?”
“그건 제가 해야 할 말 아닙니까?”
얼마 전에 전역한 놈이 왜 훈련소에 있냔 말이다.
프로 복화술러들은 입술을 다문 채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러는 사이 음악이 흘러나오며 아침 도수 체조가 시작됐다.
– 도수 체조~! 하나, 둘, 셋, 넷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 두 사람은 자세를 바로 했다. 대열의 가장 뒤에서 조교가 매의 눈으로 훈련생들을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환은 몸을 착실히 움직이면서도 대각선으로 고정된 시선을 뗄 줄 몰랐다.
“끄앙…!”
익숙한 뒤통수가 짧은 팔다리를 파닥거리며 체조를 버거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교의 시범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하는 중인 백야는 홀로 반대 방향으로 팔랑거리고 있었다.
“풉.”
덕분에 대환은 도수 체조 내내 홀로 웃음 참기 챌린지를 해야만 했다.
* * *
아침 식사 후, 생활관에 모인 멤버들은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저 아까 대환이 봤지 말입니다.”
“대환이 형이요?”
“대한?!”
다시금 군인으로 거듭난 성우는 완벽한 군대어를 구사했다.
반가운 이름에 막내즈가 반응하자 재욱이 귀엽다는 듯 피식 웃었다.
“어디서 보셨어요? 나도 보고 싶은데….”
백야가 시무룩한 얼굴로 아쉬워했다.
“아침 체조할 때 제 옆에 서 있었습니다.”
“아깝다. 뒤에 설걸.”
“What? 햄스터는 나를 버릴 수 없습니다!”
남경이 청을 군대 예능에 꽂으며 어떤 걸 바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존댓말 교육 하나는 확실히 될 것 같았다.
침대에 누워 동생들의 이야기를 듣던 현수는 앞발을 잡아당기며 백야를 제 침대의 가장자리에 앉게끔 했다.
“어차피 이따 훈련하면 다~ 만나게 돼 있어. 형이 만나게 해 줄게.”
“정말요?”
“그래, 정말. 그러니까 얘들아, 좀 쉬자. 너도 빨리 누워.”
백야의 상체 앞으로 팔을 뻗은 현수가 그대로 젖혀 버리자 백야가 그의 옆자리에 눕혀졌다.
190cm의 큰 키를 가진 그는 이곳에서마저 키가 제일 작은 백야를 유독 귀여워했다.
“근데 너 향수 뿌렸냐?”
“아니요?”
“그럼 이거 살냄새야? 이런 냄새는 애기들한테서나 나는 거 아니야?”
“햄스터 애기입니다! 율무랑 민성이 맨날 ‘애기야’ 하고 제우스도 애기라고 부르는데. …입니다.”
잠깐 오류가 난 청이 말을 버벅대며 반려햄을 자랑했다.
다 큰 사내에게서 좋은 냄새가 난다는 소문에 성우와 금일, 재욱까지 관심을 보이며 다가왔다.
킁킁.
너도나도 백야에게 코를 박으며 냄새를 맡자, 간지러움을 잘 타는 백야가 몸을 비틀며 까르르거렸다.
“꺄학! 간지러워요.”
“가만히 있어 봐.”
재욱이 백야의 손목에 코를 갖다 대자 앞발이 파닥거렸다.
거지 같은 곳에 잡혀 온 뒤, 처음 연출되는 화기애애한 장면이었다.
그런데 그때.
생활관 문이 열리며 호랑이 교관이 나타났다. 교관을 보자 빠르게 떨어진 멤버들은 자세를 바로 하며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다.
“오늘 오후에는 화생방 교육 훈련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화생방.
훈련소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는 교육에 모두들 눈을 질끈 감았다.
유경험자인 현수와 성우는 터져 나오는 한숨을 속으로 삼켜야만 했고, 백야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경험이 없는 금일과 재욱은 말로만 들었던 화생방을 직접 체험하게 된다는 생각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청은 아무것도 몰랐다.
‘하샌방?’
단어조차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그는 눈알을 굴리며 교관의 눈치를 보느라 바빴다.
“훈련생들은 지금부터 조교의 통제에 따라 교장으로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조교를 따라 이동하는 내내 백야의 눈알도 바쁘게 굴러다녔다. 대환을 찾기 위함이었다.
‘없나? 벌써 갔나?’
혼자서 분주한 백야를 보며 재욱이 그의 팔을 가볍게 건드렸다.
“뭐 해?”
“형 찾아.”
“대환 님?”
“응.”
끌려온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대환이라도 봐야 그나마 덜 억울할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리 실제 훈련생들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 하더라도, 촬영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그들의 생활관은 꽤 먼 곳에 배정되어 있었다.
백야가 아무리 눈알을 굴려 본다 한들, 우연으로라도 마주치기 힘든 곳이었다.
결국 훈련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다른 훈련생들을 마주한 백야는 무리 속에서 익숙한 얼굴을 찾기 위해 뒤꿈치를 들었다.
그러나 똑같은 복장에 비슷한 뒤통수만 보고 있자니 찾아내기가 영 쉽지 않았다.
“대열 유지합니다!”
백야의 불순한 의도를 눈치챘는지 곧바로 조교의 호통이 떨어졌다.
깜짝 놀란 개복치는 어깨를 움찔거리며 자리를 유지했다.
잠시 후, 가스 실습장만 덩그러니 놓인 공터에 모여 앉은 훈련생들은 조교의 설명을 들었다.
“교관은 극한의 상황까지 여러분들을 몰고 가겠지만, 강한 정신력으로 버텨 내길 바랍니다. 알겠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300명의 대답이 공터를 우렁차게 울렸다.
앉은 자리에서도 대환을 찾느라 바쁘던 백야는 초조한 듯 입술을 짓씹고 있는 금일을 발견했다.
“긴장돼?”
“어…. 야, 이거 꿈 아니지?”
“때려 줄까?”
앙증맞게 움켜쥔 앞발이 슬그머니 금일의 앞으로 내밀어졌다.
“아니. 그거 맞아도 별로 안 아플 것 같, 윽!”
뾱!
햄스터의 솜 주먹을 무시한 결과는 처참했다.
생각보다 거대한 위력에 충격을 받은 금일은 신음을 삼키며 몸을 웅크렸다.
“9생활관. 일어서.”
그때 다가온 조교가 멤버들을 일으켜 세웠다. 드디어 멤버들의 차례가 된 것이다.
조교를 따라 화생방 실습실로 향하는 낯빛은 하나같이 어두웠다. 아무것도 모르는 청과 아무 생각이 없는 백야를 제외하고….
잠시 후, 조교의 안내에 따라 방독면을 착용한 멤버들이 입장하자 바깥에서 잠금장치를 걸어 잠갔다.
이제 훈련이 끝나기 전까진 아무도 바깥으로 나올 수 없는 상태.
“교관 통제에 따라서 정화통 해제라고 하면 신속하게 정화통을 해제한 후에, 방탄 헬멧 위로 올립니다. 알겠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정화통 해제!”
교관의 지시에 멤버들은 방독면에 달린 정화통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정화통을 분리한 성우와 백야가 헬멧 위로 정화통을 올리며 멤버들을 바라봤다.
이어서 현수도 3등으로 정화통을 분리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반면 금일과 청은 당황한 모양인지 정화통 분리에 애를 먹고 있었다.
“이리 줘 봐.”
오른쪽으로 돌렸다가 왼쪽으로 돌렸다가. 당황한 청을 진정시키며 백야가 그의 정화통을 대신 분리해 주었다.
모두가 머리 위로 올리자 그제야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콜록, 콜록.”
정화통을 해제하자 방독면 안으로 가스가 들어오며 여기저기서 기침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분리한 성우는 참아 보려 애를 쓰는 듯했지만, 파르르 떨리는 손을 숨기지 못했다.
재욱도 발을 동동거리며 같은 자리를 빙글빙글 돌았고, 청도 몸부림치며 휘청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백야만이 미동조차 없이 서 있었다.
서서 기절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올곧은 자세에 카메라가 그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방독면 너머로 보이는 아방함.
모두가 정신없는 와중, 자신을 찍는 카메라를 찾아낸 프로 아이돌은 VJ를 똑바로 바라보며 포즈를 취했다.
갸웃?
화생방에 나타난 엔딩 요정에 교관도, 스태프들도 당황했다.
* * *
“퇴장!”
화생방 문이 열리자 멤버들이 우르르 달려 나가며 방독면을 벗으려 애썼다.
먼저 실습을 마치고 바깥에서 대기 중이던 대환은 한눈에 백야를 알아봤다.
분명 눈물 콧물을 흘리며 굴러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멀쩡하게 걸어 나오는 모습에 오히려 당황했다.
“아악! 나 죽는다! 살려 조!”
청은 예상했던 반응 그대로였다.
방독면을 패대기치고 세면대로 달려가 얼굴 위로 물을 들이부었다.
“청. 괜찮아?”
청의 방독면을 주운 뒤, 옆으로 다가간 백야가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다른 멤버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렇다. 그는 1년에 한두 명 나온다는 CS탄 면역 보유자였던 것이다.
“햄스터 물, 이거 빨리해.”
“아니야, 난 괜찮아. 어어…! 야, 얼굴 만지면 안 돼!”
“따가워. 나 얼굴이 아파. 후엥.”
청의 손목을 잡아 저지한 백야가 그의 칭얼거림을 받아 주고 있었다.
“만지면 더 아프단 말이야. 물로만 헹구고 이따 들어가서 샤워해.”
말없이 물로 얼굴을 헹궈 내던 성우는 백야에게서 군필의 여유로움을 느꼈다.
‘뭐지…? 저 능숙함은.’
멤버들이 세면대를 다 쓰고 나서야 앞발을 뽀독뽀독 씻기 시작한 햄스터는 총총거리며 청에게로 돌아갔다.
“이제 괜찮아?”
“No. 아직도 얼굴에 고추장이 있다. 누가 김치로 얼굴을 이렇게 펀치 한 기분이야.”
청의 생생한 화생방 후기에 현수와 재욱이 고개를 끄덕이며 격하게 공감했다.
“9생활관, 위치로.”
정비를 끝낸 멤버들은 훈련생들이 기다리고 있는 대기 장소로 이동했다. 다음 훈련생들이 나오자마자 세면대를 쓸 수 있게 자리를 비켜 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백야는 고대하던 대환을 만날 수 있었다.
“어? 형!”
“백야야.”
대환의 뮤즈.
ID 인간 비타민의 등장에 그는 4주간의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었다.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