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32
외전 20화
* * *
막내즈의 끔찍한 악몽은 4박 5일 동안 계속됐다.
촬영 기간 동안 훈련생들의 스케줄을 그대로 소화한 백야와 청은 마지막 날엔 눈물을 흘렸다.
마침내 다가온 훈련소 수료식.
저희를 데리러 온 배신자를 발견한 백야는 빠르게 달려가 솜 주먹을 날렸다.
뾱! 뾱! 뾱! 뾱!
“미안, 미안. 피디님이 시켜서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뾱! 뾱! 뾱! 뾱!
“야, 아파. 그럼 어쩌냐. 청이 혼자 보내면 애 못 버틸 텐데 어떻게 쟤만 보내….”
“그래도! 어떻게 나를 두 번이나 죽일 수 있어요! 이 시스템 같은 사람! 난 한 번 더 가야 되는데! 궁금하지 않았어! 안 궁금했다고!”
백야에겐 ‘시스템’이라는 말이 세상에서 가장 심한 욕이었다.
한편 청은 매니저들과 함께 온 민성을 끌어안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민성, 나 말 잘 들으께. 그러니까 다시는 나를 여기에 보내지 마아.”
“내가 보낸 거 아니거든?”
“민서어어엉.”
민성은 조금 억울했다. 하루아침에 막내들이 사라져서 저도 얼마나 놀랐던가.
그는 제 허리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 청을 떼어 내며 남경을 노려봤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니야. 백야라면 몰라도 얘는 조금 아플지도….
아무튼 제가 애지중지 키우던 은쪽이의 얼굴이 못 본 사이 반쪽이….
“너 살쪘어?”
청의 얼굴을 움켜쥔 민성은 볼을 찌부시키며 미간을 찌푸렸다.
연습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청을 보면서 단 한 번도 동생의 통통한 볼살을 본 적 없던 민성은 조금 놀라웠다.
‘주기적으로 보내야 할지도…?’
그렇게 데이즈가 눈물의 가족 상봉을 하는 동안, 유일하게 미소를 잃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덕분에 즐거웠다.”
논산 훈련소의 유일한 수혜자인 대환의 표정만이 한없이 밝았다.
비록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겠지만 덕분에 잊지 못할 추억이 생겼다.
* * *
2달 뒤.
– 안 피디 새 예능이 군대 리얼 버라이어티인데 여기에 저희 애가 나온다는 소문이ㅎㅎ
– 안 PD와 손잡은 ‘성우, 백야, 청, 금일, 재욱, 현수’ 대한민국 육군 장병으로 입대한다! (링크)
└ 이게…. 뭐야..?
└ 막내즈가 왜 거기서 나와??
└ ㅅㅂ 이게 웬 줄초상이죠
– 소년천하 성우 3달 전에 전역하지 않았냐?ㅋㅋㅋㅋㅋㅋㅋ
└ 나온지 얼마나 됐다고 재입대ㅋㅋㅋ 최악이다
└ 아 벌써 촬영을 끝냈어??
└ 나오자마자 다시 데려갔나본데ㅋㅋㅋㅋㅋ
– 군대 리얼 버라이어티요? 한번 보내는 거도 빡치는데 뭐 좋은데라고 두 명씩이나 보냄??
– 백야 군대 갔어?? 데이즈 컴백 한다며??? (컴백 기사 캡처.jpg)
└ 예능이에요. 대한 사나이
–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에임 다큐나 찍어 와라
– 애기가 군대 가도 돼요???
– 본진 나라에 빼앗기고 방황하다가 겨우 정착했는데 얘마저 예능 군대에 빼앗긴 나 레전드 (군복 백야.jpg)
– 촬영 언제 한 거지?
– 아기 병사 막내즈 벌써 귀여워 디짐
– 귀한 남의 집 애들 데려다 대체 무슨 짓을…
– 실트 데이즈 군대여서 놀랐잖아요;;;
– 대환 인편 10만통 손편지 1만 5천통 와서 다른 사람들 편지 다 밀렸대ㅋㅋㅋㅋㅋ
의 방영일이 확정되며 예고편이 공개됐다. 훈련소 3일 차에 작성한 편지를 멤버 또는 가족들이 읽는 영상이었다.
촬영은 당사자들을 제외하고 진행됐는지 막내즈는 보이지 않았다.
[율무 : 우와~ 재밌겠다. 저희는 두 장이에요?] [유연 : 나 편지 트라우마 있는데.]옹기종기 모인 멤버들은 민성의 손에 들린 편지를 궁금해했다.
[민성 : 누구 거 먼저 읽을까?] [유연 : 청이 거.]봉투를 뜯은 민성은 편지지를 펼치자마자 오타를 발견하고 피식 웃었다.
편지는 자연스레 지한에게 넘겨졌다.
[지한 : 왜?] [민성 : 그냥. 네 목소리로 듣고 싶어서.]민성은 말수가 적은 지한을 배려해 일부러 그가 편지를 낭독하게 했다.
[지한 : 민성과 멤버들은 보아라. 나다.] [유연 : 일단 ‘나다’라고 하면 무조건 청이야. 얘는 전화할 때도 이래요. 모르는 번호로 전화 와서 누구냐 하면,] [율무 : 나다. 번호 바꿨다. 저장해라.]유연과 율무가 하이 파이브를 하며 키득거렸다.
한편 민성은 떨떠름한 얼굴을 관리하느라 신경 쓰는 중이었다.
‘염병…. 인트로가 이게 뭐니.’
이게 할머니가 손자에게 적은 편지도 아니고 뭐란 말인가.
[지한 : 나는 지금 군인이 됐다. 이게 무슨 일이냐. 충격이다.] [율무 : 푸하하하! 아~ 너무 귀여운 거 아니야? 키티 많이 충격이었나 본데?] [민성 : 그러게요. 청이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잘 느껴지네요.]지한은 계속해서 편지를 읽었다.
[지한 : 군대가 이렇게 힘든 곳인 줄 알았으면 대환이 가기 전에 더 잘해 줄 걸 그랬다. 백야한테 물으라고 시켰는데 진짜 물 줄 몰랐다.] [유연 : 백도가 물었어?] [율무 : 강아지, 강아지.] [유연 : 아~] [지한 : 그런데 얘들아. 세상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 여기에 대환이 있었다. 얼굴에 김치 맞은 날 만났다.] [민성 : 김치를 맞았다고?] [유연 : 대환 선배님?] [율무 : 푸하하하! 얘 가서 무슨 짓을 하다 온 거야? 김치를 왜 맞아요?]이미 막내즈를 통해 군대 에피소드를 모두 전해 들은 멤버들이지만, 방송을 위해 모르는 척 놀라는 연기를 했다.
[지한 : 여기는 매우 힘들고 잠시도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연습생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지한 : 하지만 햄스터가 있고, 숙소에서 나를 그리워할 너희를 생각하면 힘이 난다.] [지한 : 괄호 해서 ‘햄스터는 많이’라고 돼 있네.] [민성 : 어유…. 저 햄친놈. 미치겠다, 진짜.]민성은 못 말리겠다는 듯 찡그리며 웃음을 흘렸다.
[지한 : 여기에 있으니까 연습을 하루 종일 하는 게 더 났겠다. 그리고 앞으로 민성 말을 더 잘 듣기로 했다. 그러니까 다시는 나를 이런 곳에 보내지 마라.]민성은 할 말이 있는 듯 손을 들며 지한의 낭독을 잠시 끊었다.
[민성 : 여러분, 절대 제가 보낸 게 아니에요. 저도 자고 일어났는데 애가 없어져서 숙소를 한참 돌아다녔어요.] [유연 : 맞아. 거실로 나왔는데 지한 형이랑 민성이 형이 진짜 심각한 얼굴로 앉아 있어서 무슨 일 난 줄 알았어요.] [율무 : 어땠길래?] [유연 : 말도 마. 당장 남경이 형 담그러 갈 기세였어.] [율무 : 정말?]지한은 대화를 끊어야 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는지, 눈치껏 낭독을 재개했다.
[지한 : 많이 보고 싶다. 나 없이도 잘 지내라. 아니다. 조금만 잘 지내라. 나를 그리워해.]처음부터 끝까지 청이 다운 편지에 율무는 눈물까지 흘려 댔다.
[율무 : 아~ 이래서 군대를 다녀와야 사람이 된다고~] [민성 : 부디 저 마음이 오래가야 할 텐데 말이죠.] [유연 : 말 안 들을 때마다 이 편지 보여 줘.] [민성 : 그럼 되겠다.] [율무 : 이제 애기 거도 보자~]율무가 다음 편지를 재촉했다.
그러자 지한은 ‘아직 남은 말이 있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한 : ps. 다음은 유연 차례다. 파이팅!]폭탄과도 같은 추신에 유연은 표정 관리에 실패했다.
[유연 :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우리 컴백 준비해야 해서 안 돼.] [율무 : 아니야~ 원하면 5일 정도는 보내 줄 수 있어. 그치? 형.] [민성 : 맞아. 너도 갈래?]형들의 놀림에 아무 말도 못 하던 유연은 억울한 표정으로 지한의 허리를 끌어안을 뿐이었다.
[지한 : 가기 싫어?] [유연 : ……어.]좀처럼 보기 드문 애교에 지한이 활짝 웃으며 유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율무도 오랜만에 보는 동생의 어리광이 기꺼운지 그의 아래턱을 살살 간지럽히며 귀여워했다.
[율무 : 오구~ 삐졌어요~] [유연 : 하지 마.]이럴 땐 제법 막내 티가 나는 모습에 민성도 참지 못하고 손을 뻗었다.
민성마저 미소를 숨기지 못하고 뺨을 만지작대자, 유연은 모든 걸 포기한 듯 뚱한 표정으로 가만히 형들의 손을 탔다.
* * *
외전 5장. 사회 복무 요원 근무 일지
때는 동기화 전.
백야가 머나먼 섬마을에서 사회 복무 요원으로 근무할 때의 일이었다.
전교생 16명의 작은 초등학교.
육지로 나가는 배는 하루에 두 척. 그마저도 주말에만 운행하는 터라, 인터넷도 환경도 열악한 찐 섬마을이라고 할 수 있었다.
훈련소에서 보냈던 4주는 정말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마지막 주에 했던 각개 전투는… 최악이었다.
철조망이 쳐진 진흙밭을 데굴데굴 구르느라 뽀얗던 복숭아는 감자로 강제 개량될 뻔했다.
[1일 차]지옥을 탈출한 첫날.
백야는 행정실로 발령을 받았지만, 아직 프로세스를 모르는 그에게 주어진 첫 임무는 짐꾼 역할이었다.
“백야 씨, 이 상자들 좀 창고로 옮겨 줄래요?”
“넹!”
A4 복사용지 20박스를 옮긴 다음 날, 백야는 양팔을 잃었다.
[2일 차]하루 만에 까발려진 새로 온 사회 복무 요원의 하찮음에 모두들 경탄을 금치 못했다.
선생님들은 백야를 향해 걱정과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물론 ‘저놈 저래서 써먹을 수나 있겠어?’라고 자신을 걱정하는 눈빛들이 대다수였다.
“백야 씨, 분실물 좀 찾아 줄래요? 학생이 뭘 잃어버렸다네.”
“넹!”
새로 받은 임무는 만족스러웠다.
숟가락으로 국을 떠먹는 것조차 팔을 바르르 떨어 국물을 질질 흘려대니, 도의적 차원에서 차마 시킬 수가 없었던 거지만.
“저기… 얘들아 안녕?”
민원 접수인은 12살짜리 여자아이였다.
고학년 교실로 가자 울고 있는 아이의 곁으로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 있어서 한눈에 찾을 수 있었다.
“누가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해서 아저씨가 도와주러 왔어.”
원래 군인은 다 아저씨 아니던가.
사실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아 형이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백야는 왜인지 얕보이고 싶지 않았다.
“아저씨? 우리랑 별로 차이 안 나 보이는데?”
“우리 형보다 어려 보이는데?”
“우와! 외지인이다.”
“형 진짜 서울에서 왔어요?”
“서울 좋아요?”
“서울에도 생선 있어요?”
혼란스러운 공간.
정신 줄을 바짝 붙잡은 백야는 물음표 살인마에게 휘둘리지 않고 곧장 울고 있는 학생에게 다가갔다.
“왜 그래? 뭘 잃어버렸어?”
“저, 히끅. 저희 집 초롱이가 없어졌어요.”
“초롱이? 초롱이가 뭔데?”
그때 한 남자아이가 소리쳤다.
이 남학생은 검은 수염으로, 훗날 6학년 일진 짱이 되어 백야와 지독한 삼각관계로 얽히게 되는 인물이었다.
“얘네 집 소가 집을 나갔어요. 찾아 주세요.”
“……소?”
길고 긴 악연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