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34
외전 22화
* * *
[3일 차]초롱이 사건을 기점으로 백야를 대하는 선생님들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선생님, 이거 창고로 옮길까요?”
“어머. 아니에요. 백야 씨는 화단에 물 좀 주시겠어요? 이건 체육 선생님께 부탁드리면 돼요.”
힘쓰는 일은 일절 시키지 않았으며, 책상에 간식이 놓이는 횟수도 점점 늘어 갔다.
화단에 물을 주고 돌아온 백야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옥수수를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옹?”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백야를 몰래 지켜보고 있던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다.
“아~ 그거 저 혼자 먹기엔 너무 많아서 나눠 먹으려고요. 백야 씨 귀여우느라 고생하니까.”
“넹?”
“어머, 내 정신 좀 봐. 수업 시간이 다 돼 가는데.”
“???”
황급히 자리를 뜬 선생님은 백야가 말귀를 잘 못 알아들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3일 차 만에 인생 역전에 성공했던 회귀 전 개복치.
섬마을 모두가 귀여운 백야를 좋아했지만…, 단 한 사람. 검은 수염만큼은 백야를 싫어했다.
그야 자신의 여자를 빼앗았으니까.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어.”
때는 점심시간.
학교의 커다란 느티나무에 몸을 숨긴 검은 수염은 점심을 먹고 나오는 백야를 향해 속이 빈 노란 고무줄을 튕기며 홀로 굳게 다짐했다.
투웅-
짝사랑하던 민지를 외지인에게 빼앗긴 그는 점심도 거른 채 복수의 새총을 갈고 있었다.
기세가 얼마나 살벌한지, 그의 눈에선 금방이라도 불꽃이 튈 것 같았다.
“오빠!”
검은 수염이 작은 나뭇가지를 꺾어 백야를 향해 쏘려던 때였다.
백야의 허리춤에도 못 미치는 민지가 쪼르르 달려가 개복치의 앞을 막아섰다.
백야의 앞발에는 영양사 선생님께서 싸 주신 각종 반찬이 들려 있었다.
“어? 민지, 안녕~”
백야가 해사하게 웃으며 무릎을 굽혀 주었다.
그러나 안경을 쓴 얼굴로는 민지를 웃게 만들지 못했다.
“이거 싫어요.”
고사리 같은 손이 안경을 벗겨 내자 봉인되어 있던 미모가 해제되며 마침내 그녀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우와~ 예쁘다.”
“민지야, 마음대로 다른 사람 안경을 함부로 벗기고 그러면 안 돼. 아저씨 아무것도 안 보인단 말이야.”
“괜찮아요. 오늘도 내 손 잡아요.”
백야는 남자아이라면 몰라도 여자아이를 대할 때는 더욱 조심스러웠다. 행여나 안 좋은 소문이 돌까 봐 지레 겁을 먹은 것이다.
“민지야, 이러면 안 돼.”
안절부절못하며 민지의 손을 풀어낸 백야는 두 손을 공손하게 내밀며 안경을 돌려 달라 부탁했다.
그러나 민지는 고개를 저으며 고집을 부렸다.
백야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자리에서 낑낑거리는데, 마침 고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다가왔다.
“민지야, 왜 그러니?”
“헙!”
등 뒤로 안경을 숨긴 민지가 선생님의 눈치를 살폈다. 혼이 날까 봐 겁을 먹은 것이다.
흐린 인영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느낀 백야는 사회생활용 미소를 지으며 대신 대답했다.
“아, 선생님. 제가 안경을 떨어뜨렸는데 민지가 주워 주고 있었어요. 그렇지, 민지야?”
“네에…….”
본의 아니게 또 민지에게 호감을 사고 만 백야였다.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 민지는 하는 수 없이 안경을 돌려주었다.
“아이 착하다~ 고마워.”
민지를 향해 무자각 플러팅을 하던 백야는 다시금 얼굴을 봉인했다.
홱-
백야가 안경을 쓰자마자 몸을 돌려 버린 민지는 곧장 학교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민지의 차가운 반응에 당황한 선생님께서 백야를 달래 주었다.
“어머. 쟤가 왜 저러지? 백야 씨가 이해해 주세요. 원래 저맘때 여자애들이 낯을 많이 가려요.”
“네. 괜찮아요.”
“그런데 짐이 많네요. 도와드릴까요?”
“아니에요. 제가 들 수 있어요.”
“…정말요?”
“넹?”
“어머. 내 정신 좀 봐. 점심시간 다 끝나 가는데. 호호호. 그럼 먼저 들어갈게요~”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마음의 소리에 선생님은 당황한 듯 보였다.
둘째 날, 팔을 바들바들 떨며 국을 힘겹게 떠먹던 모습이 떠오른 탓이었다. 물론 백야는 이번에도 이해하지 못했다.
멀어지는 선생님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백야는 내려놓았던 반찬을 들어 올리며 다시 앞발에 힘을 주었다.
그러는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작은 나뭇가지가 백야의 신발 앞코를 맞추며 통, 튀어 올랐다.
“……?”
방금 나뭇가지가 혼자 튀어 오르지 않았나?
백야는 누군가 자신을 향해 쐈을 거라고는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핀 개복치는 교정에 저밖에 없음을 깨닫곤 이내 소름이 돋았다.
탓!
그때 다시 한번 나뭇가지가 튀어 오르며 백야의 정강이를 건드렸다.
“아아악! 귀, 귀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초현실적 현상에 백야는 소리를 지르며 학교 안으로 줄행랑쳤다.
* * *
그날 이후, 백야는 알 수 없는 무언가로부터 끈질긴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했다.
점심 식사 후, 남는 시간을 이용해 잠시 눈을 붙였다 일어나면 안경이 사라져 있다든가.
“내 눈…!”
화단에 물을 주고 있으면 어디서 물풍선이 날아온다든가.
“앗 차가!”
뿌웅-
의자에 앉는 순간, 이상한 소리가 나서 오해를 받게 만든다든가 하는 일들 말이다.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해서 안 좋은 일이 반복되자, 백야는 지식 창고의 고수들을 찾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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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도와주세요. 재수 없는 일이 계속 생기고 있어요ㅠㅠ안녕하세요.
제가 모종의 이유로 한 초등학교에 오게 됐는데, 그날 이후로 계속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나뭇가지가 갑자기 튀어 오른다든가, 물건이 사라진다든가, 이상한 맛 젤리 같은 거만 당첨된다든가.
처음엔 운이 이렇게 없을 수 있나 싶었는데, 기분이 싸한 게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혹시… 귀신이 붙은 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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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 아니라 검은 수염이 붙은 거였지만 백야는 알지 못했다.
– 님 그거 모르세요? 원래 초등학교 터는 공동묘지인데
– 귀신 붙은 것 같은데 굿 하셔야 될 듯
– 기가 약하신 것 같은데 보약은 드셔보셨나요? 대부분 체질이던데 가족분들은 웬만하면 그쪽 동네에서 안 만나시는 게 좋을 듯하네요
– 매일 재수 없으시다가 어느 순간 대박이 터집니다. 그 대박을 위한 빌드업이라 생각하세요!!
– 퇴마사 부르시죠. 귀신 퇴치에는 그게 좋습니다.
퇴마사…?
역시 귀신인가.
개복치는 착잡해졌다.
‘그나저나 이 섬마을까지 와 줄 퇴마사가 있기는 할까? 부르더라도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군인 월급으로는 턱도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힝.”
우울해진 백야는 쪼그려 앉아 궁상을 떨기 시작했다.
나뭇가지를 주워 바닥에 낙서를 하는데,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개구리 한 마리가 백야의 발등을 덮쳤다.
개굴!
윤기가 흐르는 매끈한 초록색 피부. 튀어나온 검은 눈동자. 신발에 착 달라붙은 물갈퀴.
태어나 처음 마주하는 비주얼에 크게 충격을 받은 개복치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나동그라졌다.
“끄앙!”
개굴?
격한 환영에 개구리가 점프하며 백야에게 날아오른 순간, 개복치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운동장을 향해 내달렸다.
“아아아악! 아악!”
학교가 떠나가라 비명을 지르며 줄행랑치는 뒷모습은 검은 수염을 상당히 흡족하게 만들었다.
화단에 숨어 이 모든 모습을 지켜보던 그는 삐뚜름한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 * *
그러던 어느 날.
결국 폭탄이 터지고 말았다.
“나 오빠랑 결혼할래!”
검은 수염의 그녀가 백야의 신부가 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해 버린 것이다.
“하하. 민지야, 아저씨는 너무 늙어서 민지랑 이어질 수 없어.”
“아니야! 우리 엄마가 오빠는 괜찮다고 했어요.”
저도 모르는 사이 상견례까지 프리 패스한 모양이었다.
난감한 백야는 제 팔에 달라붙는 민지를 떼어 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민지의 폭탄선언을 들은 친구들은 확성기가 되어 큰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대박! 야! 김민지 결혼한대!”
“민지가 바보 형 좋아한대요~”
“둘이 결혼한다고? 오우~ 마이~ 갓~”
잼민이들이 날뛰기 시작하자 소문은 순식간에 전교에 퍼졌다.
“백야 씨, 고백받았다며?”
“민지가 눈이 많이 높네~ 왕자님이랑 결혼할 거라더니 백야 씨가 왕자님 같아 보였나 보다.”
선생님들마저 백야를 놀리느라 즐거워 보였다.
“아니에요오….”
고개 숙인 백야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부정하기 바빴다.
“저러다 말 거니까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아요.”
“네에….”
“아. 혹시 여자 친구 때문에 그래요? 여긴 섬이라 백야 씨만 말 안 하면 아무도 모를걸?”
선생님 한 명이 위로랍시고 건넨 한마디가 백야를 두 번 죽였다.
“하하.”
백야는 그런 말에도 굳이 모태 솔로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처음엔 자존심 때문이었는데, 이제는 자신의 미래가 달린 문제가 됐기 때문이었다.
“어머~ 우리 한 사위 퇴근하나 보네. 저녁 먹고 가요.”
“하하…. 아니에요. 집에 선생님께서 싸 주신 반찬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허리 굽혀 인사한 백야는 도망치듯 집으로 달려갔다.
아이의 철없는 소리에 이때다 싶어 사위라고 부르기 시작한 민지의 부모님이 그 이유였다.
그건 아줌마뿐만이 아니었다.
“어~ 우리 사위. 어디 가나?”
“네? 저 그냥 슈퍼에 좀….”
“뭘 슈퍼에 가. 필요한 거 있으면 우리 집 와서 가져가.”
“아니에요.”
“에이, 아니긴 뭐가 아니야. 서울 총각이라 그런가 부끄러움이 참 많네. 허허허!”
아저씨까지 이런 식이었다.
결국 앞발을 잡힌 백야는 그날 민지네 집에서 저녁 식사까지 얻어먹고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이렇다 보니 마을 어르신들도 백야를 군인 청년 대신 ‘김 씨네 사위’로 부르기 시작했다.
물론 그럴수록 검은 수염의 질투는 커져만 갔고, 그 결과 백야는 일진 짱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된다.
※결투장※
1 대 1 결투를 신청한다.
장소는 학교 운동장 오후 4시.
긴말 필요 없고, 민지를 걸고
정정당당하게 싸우자!
-검은 수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