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41
외전 29화
* * *
시간이 흘러 남자 아이돌 그룹 데뷔조가 꾸려지기 시작했다.
월말 평가 후, A반에서 B반으로 강등당한 인원은 10명. 이례적인 결과에 연습실이 발칵 뒤집혔다.
사실상 A반에 남게 된 멤버들이 데뷔조 후보가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연습생들은 많았다.
B반에서 올라온 율무, 지한까지 합류하며 1차 선발된 데뷔조 후보 연습생들은 15명 남짓.
이때 많은 연습생이 회사를 나가며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
하지만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었다. 신인개발팀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기 그룹을 위해 조 편성을 시작했다.
“청이, 하랑이, 민성이, 영우, 유연이는 마치고 잠깐 따라올래?”
차기 남자 그룹은 5인조라더라 6인조라더라 말이 많던 와중, 다섯 명이 호명되자 이목이 집중됐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따라나선 다섯 명은 처음으로 단체 프로필 사진을 촬영했다.
“청이, 하랑이, 유연이, 기태, 석진이, 지한이. 내일 10시까지 나올 수 있지?”
이 같은 일이 반복되자, 아이들도 대충 짐작했다
‘회사에서 본격적으로 데뷔조 멤버를 구성하는구나.’
어떨 땐 다섯 명, 어떨 땐 여섯 명으로 숫자는 유동적이었지만, 항상 고정으로 들어가는 몇 명이 있었다.
바로 청과 하랑 그리고 유연이었다.
민성은 간혹 제외되기도 했는데, 하랑과 포지션이 겹쳐서 그런 것 같다는 게 연습생들의 추측이었다.
“청은 영어 담당이고, 하랑이 형은 메보, 유연이가 춤이네.”
“그럼 랩이 비지 않냐? 아……. 랩 수업 열심히 들을걸.”
“나대지 마라~ 솔직히 랩은 재능의 영역이다.”
“그럼 잘만 하면 한지한도 가능성 있겠네?”
“근데 민성이 형도 똑같이 연습생 6년 했는데 왜 박하랑만 고정이냐?”
“그 형은 고음이 약하잖아. 박하랑 성격이 거지 같아서 그렇지, 쌤들 앞에선 이미지메이킹 쩔고 실력으론 못 까잖아. 그럼 누가 봐도 메보는 그쪽이지.”
“청은 영어 하나로 데뷔조 확정이냐? 나도 엄마한테 어릴 때 유학이나 보내 달라 할걸.”
“솔직히 도망갔던 놈 다시 받아 준 것도 좀 어이없지 않냐?”
“아~ 몰라. 다 모르겠고 제발 6인조였으면. 그럼 3명 안에만 들면 데뷔하는 거잖아.”
질풍노도의 시기인 10대들을 모아 놓고 경쟁을 부추기니 비뚤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그렇다 보니 뒤에서 도는 말들이 많았다.
물론 당사자들 앞에서 친한 척 가면을 쓰는 건 일상이었다.
“Hey! 모해? 나도 놀아.”
“오~ 우리 천재 막내. 너 나중에 데뷔하면 형 잊으면 안 된다.”
“당근 하지!”
“짜식. 귀엽기는. 점심 뭐 먹냐?”
“샐러드! 왜냐하면 율무 다이어트야. 밤에 같이 라면 먹었는데 눈이 이렇게 팅팅 돼서 걸렸어. 일주일 밥 금지야.”
“푸하하! 개웃기네.”
앞에서는 웃는 낯으로 대하다가도 뒤에선 험담을 하기 일쑤였다.
“아까 걔 말하는 거 들었냐?”
“지도 알겠지. 데뷔 확정인 거.”
“그래도 빈말로라도 아니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냐?”
“걔가 할 말 못 할 말 구분 못 하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닌데 갑자기 웬 시비? 쫄리시나 봐요~”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게 되어 있는 법이었다.
비상구에서 몰래 젤리를 까먹던 청은 같은 반 연습생들의 험담을 듣고 시무룩해졌다.
모두가 나가길 기다리다 보니 센서 등마저 꺼진 컴컴한 계단에 홀로 앉아 있게 됐다.
훌쩍.
어느 순간부터 젤리 대신 코를 먹기 시작한 청은 연습실로 돌아가기가 무서워졌다.
앞에서는 좋은 말만 해주던 형들이 알고 보니 저를 싫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못내 충격이었다.
“치.”
다시 자리에 쪼그려 앉은 청은 지렁이 젤리 한 마리를 꺼내 주욱 길게 늘어뜨렸다.
‘다 같이 데뷔할 수 있으면 나를 안 미워할 텐데.’
그때 비상구 문이 열리며 청을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야, 멍청이. 여기에 있냐?”
유연이었다.
청이 흠칫거리자 기척을 감지한 센서가 환히 불을 켜 주었다.
“아, 깜짝이야. 너 거기서 뭐 하냐?”
“비밀이야. 그리고 멍청이 하지 마.”
“싫은데? 받아쓰기 100점 받아 오면 안 한다니까.”
“사기꾼.”
청이 유연을 노려보며 저주했다.
“뭐 하냐? 또 몰래 젤리 먹었냐?”
“아니야.”
“봉지나 숨기고 거짓말하지?”
유연이 다가와 손을 내밀자 청이 빤히 올려다보았다.
“모. 나 먹을 거야.”
청이 손에 들린 토막 난 지렁이를 뒤로 숨겼다. 이렇게 지저분한 걸 유연에게 먹으라고 줄 순 없었다.
“누가 그거 달래? 가자고. 연습 시간 다 됐거든?”
“아니야. 나 못 가.”
“왜.”
“사람들이 나 싫어해.”
“그걸 이제 알았냐? 난 또 알고 있는 줄.”
“모야?!”
장난스러운 대답에 청의 눈썹이 삐죽 올라갔다.
“왜. 누가 네 욕하는 거 듣기라도 했냐?”
“……!”
청은 표정을 숨기는 데 재능이 없었다.
쯧.
작게 혀를 찬 유연은 청을 내려다보며 덤덤히 말했다. 대충 무슨 말을 들었는지 예상이 갔다.
“지들이 데뷔 못 할 것 같으니까 열등감에 그러는 거야. 그럴수록 넌 더 열심히 해서 진짜 데뷔조에 들면 되는 거고. 아직 확정 아니다. 알지?”
“당근 하지.”
“됐네, 그럼. 뭐가 문젠데? 세상 모든 사람이 널 좋아할 수는 없어. 그건 네 욕심이야.”
“…….”
“너 욕하는 새끼들 있으면 그건 배가 아파서 그러는 거니까, 그냥 무시해. 네가 잘난 걸 어쩔 건데.”
“배 아픈데 왜 나를 싫어해? 병원에 가야지.”
“그 배가 아니잖아, 멍청아. 걔들은 널 절대 못 이길 것 같으니까 깎아내리려고 그러는 거야.”
“오. 그 말은 내가 천재라는 뜻?”
“넌 이상하게 긍정적이더라?”
서툰 위로가 도움이 된 건지 청의 표정도 조금 풀어졌다.
유연이 ‘이렇게 궁상이나 떨면서 그놈들에게 데뷔조 자리를 내어줄 거냐’고 도발하자 청이 눈살을 찌푸렸다.
“No! 나 민성이랑 데뷔해!”
“야. 나는?”
“너도. 그리고 율무, 지한, 영우, 호수, 기태, 강준, 석진도! 할 수 있나?”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대표님한테 가서 한 10인조로 만들어 달라고 하든가.”
“오. 그런 방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청이 계단을 뛰어 올라가자, 당황한 유연이 소리를 지르며 쫓아갔다.
“나 지금 Mr.ID한테 가!”
“야, 아니야! 그거 아니라고!”
* * *
몇 달 후, 드디어 데뷔조가 확정됐다.
“차기 남자 그룹은 하랑이, 민성이, 율무, 지한이, 유연이, 청이. 이상 여섯 명이 데뷔하게 됐어. 축하한다.”
수업 시간이 아닌데도 모이라고 하더니 깜짝발표를 하려고 그런 모양이었다.
덕분에 한자리에 모인 여섯 명은 데뷔 확정이라는 말에 마음껏 기뻐할 수 있었다.
“오늘부터는 데뷔곡으로 연습할 거고, 평가도 하루에 한 번씩 매일 치르게 될 거야.”
지금까지도 충분히 힘들었겠지만, 이제부턴 더 혹독한 시간이 될 거라는 말에도 멤버들은 웃음을 잃지 못했다.
그렇게 1년을 준비했다.
데뷔일이 확정되던 날 함께 축하 파티도 하며, 머지않아 공개될 개인 티저와 뮤직비디오를 관람했다.
그러나 며칠 뒤, 하랑의 사고 소식과 함께 데뷔가 잠정 연기됐다.
날벼락이었다.
하랑은 데뷔조 편성 때부터 고정으로 끼어 있던 연습생이었던 만큼 팀의 핵심 멤버였다.
모든 멤버의 보컬이 상향 평준화되어 있다고는 하나, 팀의 색깔이라 할 수 있는 메인 보컬 없이는 오합지졸일 뿐이었다.
저희가 더 열심히 할 수 있다고 어필도 해 봤으나 윗분들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남은 희망이 있다면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보컬 멤버를 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전국의 보컬 학원을 돌며 하랑을 대체할 멤버를 구하는 중이라고 했던가.
당장에 남은 멤버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하랑의 목소리로 녹음된 데뷔곡으로 연습을 하는 것뿐이었다.
최악의 상황엔 저희 다섯 명이서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 줘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회사에 새로운 남자 연습생이 들어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멤버들은 설마 하는 심정으로 기대했지만, 길거리 캐스팅이라 실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말에 빠르게 실망했다.
저희가 기다리던 소식은 아닌 모양이었다.
“민성. 우리 데뷔 못 하면 어떡해? 약속한 날 벌써 지나갔는데….”
이제는 한국어가 제법 유창해진 청이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1차 티저가 공개될 예정이었던 날이 조용히 지나가자 멤버들은 더욱 초조해졌다.
이대로 데뷔가 무산된다면 다시 데뷔조가 꾸려지더라도 지금과 같은 멤버로 구성될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꾹 참고 있던 두려움이 새어 나오기 시작하자 분위기는 한없이 가라앉았다.
민성도 동생들을 북돋아 주고 싶었지만, 사실 가장 불안한 건 팀 내 연장자에 연습생 생활을 가장 오래 했던 민성이었다.
“자, 자! 이럴수록 다섯 명이서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줘야지! 몸을 안 움직여서 그래. 우리 연습하러 가자.”
“연습해서 뭐해. 재녹음도 안 시켜 주는 거 보면 이대로 엎을 생각인가 본데.”
“에이~ 우리 유연이 왜 이렇게 심술이 났지?”
“몰라. 연습하기 싫어.”
율무가 분위기를 띄워 보려 애썼으나 쉽진 않았다.
“가자. 나율무 말처럼 여기서 궁상떤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지한이 율무의 편을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 유연과 청도 마지못해 뒤를 따랐다.
그날따라 연습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운 게 좀처럼 떨어지질 않았다.
땅만 보고 가던 지한이 고개를 들었을 때, 이미 연습실은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뭐지?’
누군가 먼저 와서 저희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왜…? 설마 데뷔가 엎어졌다는 말을 전하려고?’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이 스치며 지한의 발이 얼어붙었다.
그 모습을 의아하게 보던 청은 지한을 밀어내며 문고리를 돌렸다.
그리고 곧 볼이 빵빵한 생명체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
달칵-
청이 황급히 문을 닫으며 입구를 막아서자 유연이 그를 이상하게 바라봤다.
“왜 안 들어가고 다시 닫아?”
“Hey. 안에 뭐가 있다.”
“뭐?”
유연이 작은 창문을 통해 안을 엿봤다. 연습실에는 빨간색 후드 티를 입은 누군가가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저게 뭐,”
유연이 소리를 내는 순간, 청이 그의 입을 틀어막으며 눈을 부릅떴다.
“쉿! 햄스터 있어. 밥 먹는 중이야.”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청은 그의 식사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매니저로부터 새로 합류하게 된 멤버라는 소식을 듣는 순간 확신했다.
‘이거는 하느님이 보내 준 천사다!’
엎어질 뻔한 데뷔를 해결해 줌과 동시에 딱 봐도 저보다 어릴 것 같은 체구와 하찮은 눈코입.
그 순간 청은 결심했다.
‘이걸 내 동생으로 삼아야겠다!’
‘내가 튼튼하게 만들어 줘야겠다!!’
‘사랑으로 키워야겠다!!!’
망나니의 눈이 위험하게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