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44
외전 32화
단추를 잠근 게 의미 없을 만큼 목덜미가 훤히 드러난 율무를 보며 백야가 음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씨익-
“뭐지? 갑자기 왜 춥지?”
불현듯 덮친, 이유 모를 한기에 율무가 양팔을 문지르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캡 모자를 쓴 그는 손등을 덮는 오버핏 사이즈의 흰색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단추를 하나만 잠근 탓에 허벌 셔츠가 따로 없었다.
거기에 반바지로 드러낸 맨다리까지. 율무는 누가 봐도 오늘 벗기를 각오한 사람이었다.
‘부럽다.’
사실 저 의상은 원래 백야의 것이었다. 스타일리스트가 귀여울 것 같다며 해외에서 공수해 온 셔츠였으나, 사이즈 미스로 율무의 차지가 됐다.
186cm의 건장한 체격에도 오버핏인 셔츠는 백야에겐 이불이나 마찬가지였다.
다음은 유연.
그는 찢어진 청바지에 흰색 반팔 셔츠를 착용한 상태였다.
‘저 오늘 벗을 거예요’라고 광고하는 율무와 달리 단추를 하나만 빼고 모두 잠근 착장은 왠지 모르게 아쉬웠다.
‘약한데….’
백야가 심각한 얼굴로 유연을 관찰하는데 집사가 쪼르르 달려왔다.
“햄스터야, 이거 봐! 나 그물에 잡혔어!”
청은 흰색 실로 짜인 니트를 입고 있었는데, 사실 말만 니트지 그의 말대로 그물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구멍이 더 커진 것 같은데?”
“우하하! 입다가 머리 잘못 넣어서 이렇게 됐어!”
주먹이 두 개나 들어갈 것 같은 구멍이 여러 개였다.
의상을 피팅 할 때까지만 해도 저런 옷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잘못된 시도를 여러 번 했는지 니트는 어느덧 넝마가 되어 있었다.
‘입는 의미가 있나…?’
머리 위로 패션 고글을 낀 그는 신이 났는지 잔뜩 흥분한 상태였다.
“나도 빨리 물총 하고 싶어! 햄스터는 내가 지켜 줄게. 내 뒤에만 있어. 알겠지?”
백야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 방을 노리는 그에게 뒤에만 숨어 있으라니. 안 될 말이었다.
다음은 지한.
어째서인지 녀석의 의상이 유연보다 더 핫해 보였다. 적어도 백야의 눈에는 그랬다.
청바지에 민소매 유니폼 조끼 하나만을 걸친 그는 묘하게 색기가 흘렀는데, 그건… 아마도 얼굴 때문인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민성.
그는 저와 함께 철저히 봉인된 멤버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물에 젖어도 타격이 없는 긴팔 데님 셔츠를 걸치고 있었는데, 안엔 색상이 있는 티셔츠까지 받쳐 입은 상태였다.
‘저건… 틀렸어.’
저부터도 실망스러운데 팬들은 오죽할까.
율무가 회까닥 돌아서 민성의 옷을 찢어 버리지 않는 이상, 저걸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렇다면 백야의 전투복은 무엇이냐.
찢어진 흰색 와이드 팬츠에 밝은색의 상의. 그리고 단추를 목 끝까지 잠근 노란색 우비였다.
워터붐 절망 편이었다.
‘왜 나만!’
억울해진 백야가 울상을 짓자 민성이 뺨을 쿡 찌르며 웃었다.
“왜 또 심술이 났어? 무대 올라가야 해. 표정 풀어.”
“안 풀려.”
“왜.”
“나만 우비잖아!”
의상 피팅을 하던 날부터 줄곧 들어 오던 투정이 다시 시작됐다.
조용히 마이크 팩을 차고 있던 유연이 인상을 찡그리며 뒤돌았다.
“포기한 거 아니었냐?”
“몰라. 다시 기분이 안 좋아졌어.”
“네 체질이 그런 걸 어떡해. 물만 맞으면 감기 걸리잖아. 그렇다고 너만 빼고 무대에 올라갈 수도 없고. 오늘만 살 거냐?”
“나 이제 그렇게 안 약하다니까?”
무대에 오르기 전, 개복치가 마지막 발악을 했다.
그러나 놀라울 만큼 그 누구도 반응해 주지 않았다. 고요 속의 외침에 백야는 더 서러워졌다.
부들부들!
마이크를 쥔 앞발이 파르르 떨렸다.
* * *
“다음이 데이즈인가?”
“율무, 유연이는 빼박이고. 청이도 벗으려나?”
공연은 슬슬 후반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축제를 찾은 일반 참가자들 사이로 데이즈의 슬로건을 목에 두른 팬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평범한 자리가 아닌 만큼 팬들은 멤버들의 의상을 기대하고 있었다.
잠시 후, 무대 조명이 어두워지더니 익숙한 반주와 함께 율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Make some noise~!
첫 번째 곡은 .
데이즈의 이름을 처음 대중에게 각인시킨 곡으로, 청량한 사운드가 여름이라는 계절과 잘 맞는 노래였다.
거대한 야외무대 위로 여섯 명의 인영이 나타나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아아아아악!”
귀가 터질 것 같은 함성 뒤로 흔들림 없는 라이브가 시작됐다.
“아아악! 개잘해!”
“율무야!”
“청아아아악!”
완벽한 일반인 코스프레로 대중들 사이에 숨어 있던 팬들은 반사적으로 멤버들의 이름을 외치며 한 명씩 덕밍아웃을 했다.
뽀송한 상태에서도 고자극을 주는 두 명의 이름이 가장 많이 들렸는데, 의외로 백야의 이름도 많이 언급됐다.
“쟤는 뭐야?”
“우비?”
혼자서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올라온 모습은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 그러던 어느 날 내 앞에 불쑥
자신의 파트를 하던 유연이 들고 있던 생수병을 머리 위로 부으며 돌출 무대로 걸어 나왔다.
무대 시작과 함께 쏟아진 물총 세례와 더해지자, 하얀 셔츠는 금세 젖어 고운 선을 드러냈다.
“아아아아악!”
어디 그뿐인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딱히 가릴 의지가 없어 보이던 율무는 얼마 안 가 단추를 날려 먹으며 선명한 복근을 드러냈다.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 알파남의 등장에 딱히 팬이 아닌 것 같은 사람들도 열광하고 있었다.
사이드 무대에 자리 잡은 그는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팬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랩 파트.
중앙으로 나온 지한이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자신의 파트를 소화하자, 이번엔 그에게 물줄기가 집중됐다.
“벗어라! 벗어라!”
과한 아드레날린 분비로 흥분을 감추지 못한 사람들은 지한에게 상의 탈의를 강요하기 시작했다.
폭동이라도 일어날 것만 같은 기세에 지한은 그만 발이 묶이고 말았다.
곤란한 듯 수줍은 기색을 비치던 그는 못 이기는 척 유니폼을 슬쩍 올려 주었다.
“으아아아!?”
벗으라니까 진짜 벗는다?
단 한 번의 예시로 학습된 관중들은 다음 타깃을 찾아 바쁘게 눈알을 굴렸다.
그러는 사이 두 번째 무대인 의 반주가 시작됐다. 축제에 맞게 편곡된 버전은 조금 더 빠르고 강렬했다.
생글생글 웃으며 돌출 무대로 달려 나온 청은 고난도의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한 번 더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는 사이 우비 소년은 물 대포 앞으로 총총총 달려갔다.
“끄앙! 어푸.”
당연히 물 대포는 만져 보지도 못했다. 쏟아지는 물총 세례에 물만 잔뜩 먹고 긴급 후퇴하기 바빴다.
등이나 배 위주로만 공격당하는 다른 멤버들과 달리, 혼자서만 우비를 착용한 덕분에 공격의 범위가 넓은 탓이었다.
‘역시 안 되겠다.’
백야가 우비에서 팔을 빼며 탈의하기 위해 꼼지락거리는데, 다가온 청이 자신의 니트를 뒤집어씌우며 개복치를 포획했다.
“잡았다!”
청의 자발적 탈의에 함성이 쏟아졌다.
반대편에선 유연의 뒤로 다가간 민성이 그의 셔츠를 젖혀 버리며 함성을 자아냈다.
여기도 고자극.
저기도 고자극.
축제는 폭주하고 있었다.
* * *
“와아~ 안녕하세요~!”
두 번째 무대가 끝나고 나서야 인사 겸 토크 시간이 찾아왔다.
율무가 인사하며 무대 위를 방방 뛰어다니자, 청이 그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재밌게 즐기고 계시나요? 일단 저희 인사 먼저 드리겠습니다.”
민성의 선창에 팀 구호를 외치자 알 수 없는 괴성과 함께 사방에서 물줄기가 쏟아졌다.
“뿌리세요.”
싱긋 보조개를 지으며 앞으로 걸어 나온 유연이 팔을 벌리며 과녁을 자처했다.
저 자신감에서 나오는 여유.
백야는 멤버의 끼 부림을 보며 몰래 부러워했다.
오늘 비 소식이 있어서 걱정했다던 민성은 날씨가 좋아져 다행이라며 여유롭게 멘트를 했다.
“그럼 더 재밌게 놀아야죠?”
“Wait! 그전에 우리도 무기 필요해요! 저거 봤어요?”
“뭘요?”
청이 오른쪽을 가리키며 ‘저쪽에 가면 탱크를 가지고 온 사람이 있다’며 과장했다.
“어디요?”
“저기!”
두리번거리는 민성을 대신해 마이크를 든 지한이 막내의 이해를 도왔다.
“청 씨. 저희도 저쪽에 비슷한 거 있어요.”
“What?!”
“저쪽에 물 대포.”
“All right! 그럼 다들 안경 써요! 우리 이제 전쟁이야!”
청이 머리 위로 얹어 두었던 고글을 쓰며 ‘어디 한번 해 보자’라는 얼굴로 힘차게 외쳤다.
멤버들도 허리춤에 꽂아 둔 고글을 끼며 2차전을 준비했다.
“그럼 다음 곡 갈게요!”
유연의 멘트에 중앙으로 모인 멤버들이 안무 대형을 갖췄다.
최신곡인 이었다.
– 온몸에 전율이
Giving me a heart attack!
물줄기처럼 시원하게 쏘아 올려진 백야의 고음.
열기와 물기, 함성으로 가득 찬 공간 속. 1절을 마친 멤버들이 무대를 자유로이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뜨겁게 달아오른 한여름 밤.
우비를 팔랑거리며 사이드로 달려간 백야는 관객들에게 물 대포를 쏘며 처음으로 반격에 성공했다.
“우비 벗어! 우비!”
그러다 이내 들려오는 요청에 어쩔 수 없다는 듯 2차 탈의를 시도했다.
“????”
멀리서 은쪽이의 일탈을 발견한 지한이 바쁜 걸음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그가 손을 뻗기 직전,
뿅!
머리통이 목구멍을 통과하며 개복치의 봉인이 해제됐다.
우비를 입은 보람도 없이 쫄딱 젖어 버린 흰색 상의는 그의 몸을 적나라하게 비쳤다.
개복치의 역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