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47
외전 35화
외전 9장. 전운보초
서울에서 시작해 아시아, 유럽, 미국까지. 성공적인 해외 투어를 마친 데이즈는 서울에서의 앙코르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휴식기에 돌입했다.
그리고 이를 맞이해 백야가 가장 먼저 한 행동은 바로 운전면허 학원 등록이었다.
“청! 시간 됐어!”
운전면허 필기시험 문제집을 옆구리에 낀 백야가 거실에서 소리쳤다. 그러자 반대편 복도에서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청이 달려 나왔다.
“나 가!”
청의 손에도 백야와 똑같은 문제집이 들려 있었다.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고 있던 율무가 관심을 보이며 밥그릇을 든 채 다가왔다.
“애기들 공부 시간이야?”
“당근 하지! 우리 이번에는 합격이야.”
“맞아.”
거실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은 막내즈가 필통을 열며 문제집을 펼쳤다.
참고로 함께 운전면허 시험 준비를 시작했던 유연은 필기시험에 한 번에 통과하여 지금은 스터디에서 탈퇴한 상태였다.
“청. 공부 좀 했어?”
“당근 하지! 햄스터가 적어 준 거 다 외웠어.”
“진짜? 그럼 오늘은 60점 넘을 수 있겠다.”
“응. 나는 이거만 합격하면 돼. 운전은 No problem.”
청은 미국 운전면허증 소지자였다. 다만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국제 면허증을 신청하지 않아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태일 뿐이었다.
그런데 마침 백야도 운전면허를 따고 싶다고 하니, 겸사겸사 반려햄과 한국 면허증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좋겠다. 나는 필기 합격해도 실기가 문제인데.”
“운전? 그거는 내가 도와줄게!”
“진짜? 아싸~”
막내즈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도와주며 열심히 시험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꼭 합격해서 저희의 억울함을 풀어야 했다.
“귀여운 놈들. 이번에는 시험장에서 안 잘 자신 있어?”
“당근 하지! 율무, 그때는 우리가 시차 적응에 실패해서 그런 거야.”
“맞아. 미국에선 한참 잘 시간이었다고.”
막내즈는 결코 저희의 실력이 부족해서 떨어진 게 아니라며 변명했다.
율무를 향해 왁왁거리던 막내즈는 이내 그에게서 관심을 거두고 꽁냥거리기 시작했다.
“청아, 7회 모의고사 펴.”
“웅.”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던 율무는 핸드폰을 꺼내 머리를 맞대고 있는 두 사람을 촬영했다.
찰칵-
“헉. 귀여워.”
눈을 동그랗게 뜬 햄스터와 병아리가 사각 프레임 안에 담겨 있었다.
“배경 화면 바꿔야지~”
무려 연습생 시절부터 업어 키운 동생과 최애의 조합이었다. 막내즈는 저희가 말려 봤자 율무가 듣지 않을 거란 걸 알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입만 아프다.
* * *
필기시험 당일.
아침부터 숙소가 분주했다.
외출 준비를 마친 막내즈는 소파에 앉아 율무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가 오늘 저희를 시험장까지 데려다줄 운전기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험을 앞둔 두 사람은 차분한데 정작 다른 멤버들이 난리였다.
“백야, 청이. 신분증이랑 응시 원서, 증명사진 잘 챙겼어?”
“응.”
“나도!”
대답은 즉각 돌아왔지만 민성은 너희를 믿을 수 없다며 재차 확인했다.
“형 마음대로 할 거면 뭐 하러 물어봐?”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던 유연은 은근슬쩍 바나나를 내밀었다.
“배고파서 집중 안 되면 어떡해. 이거라도 먹든가.”
유연은 아침을 생략한 두 사람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그는 연습생 시절부터 늘 밥에 진심이었다.
한편 거실에 널브러진 청의 문제집을 뒤적이던 지한은 돌발 퀴즈로 마지막 점검을 실시했다.
“청청. 자전거 운전자가 밤에 도로를 통행할 때 올바른 주행 방법은?”
① 차량 운전자에게 레이저 포인트를 비추며 주행한다.
② 전조등과 미등을 켜고 주행한다.
③ 블루투스 스피커 등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주행한다.
④ 속도를 최대한으로 높여 빠르게 지나간다.
진지한 표정으로 보기를 듣던 청이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1번! 레이저 포인트!”
모두가 할 말을 잃은 가운데, 유연이 얼굴을 와락 찌푸리며 청을 구박하기 시작했다.
“야 이 멍청아! 1번이겠냐?!”
“왜?”
“아. 잠깐만. 나 주화입마 온 거 같아.”
간만의 ‘왜?’ 공격에 유연이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할 말을 잇지 못한 채 굳어 있던 지한은 이내 청과 눈이 마주쳤다.
반달처럼 예쁘게 휘어진 눈매,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 올라간 입꼬리를 보자 그가 장난을 치는 중이라는 걸 깨달았다.
“청청.”
“우하하! 당근히 2번이지! 이거를 믿나? 저거 바보네, 바보~”
아침부터 도를 지나친 깐족거림에 유연이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다.
“으악!”
“끄앙…!”
덕분에 나란히 앉아 있던 햄스터만 찌그러지는 봉변을 당했다.
* * *
율무의 배웅과 응원을 받으며 시험장에 도착한 막내즈는 무난한 점수로 필기시험을 한 번에 통과했다.
고사장을 빠져나와 서로를 얼싸안고 빙글빙글 돌던 두 사람은 곧장 율무에게 달려갔다.
오늘을 위해 아버지의 차를 빌려 온 율무는 막내즈의 보호자를 자처했다.
두 사람이 시험을 응시하는 동안 차 안에서 투어 직캠 영상을 찾아보던 그는 갑자기 들려오는 인기척에 옆을 돌아봤다.
쿵쿵쿵!
그러자 선팅이 된 창문 너머로 나란히 선 막내즈가 합격증을 보여 주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율무! 우리 합격이야!”
“야, 너무 크게 말하지 마.”
백야가 청의 옆구리를 찌르며 눈치를 주었다.
막내즈의 재롱이 기꺼운 율무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창문을 내렸다.
“왜 바로 안 타고 그러고 있어?”
“서프라이즈야!”
“맞아. 원래는 우리 둘 다 떨어진 척하려고 했는데, 얘가 자꾸 웃어서 그 작전은 못 하게 됐어.”
백야의 말대로 청의 광대는 한껏 올라가 내려올 기미가 없어 보였다.
그날 밤 숙소에선 막내즈의 시험 합격을 축하하는 파티가 열렸다.
그러나 본격적인 시험은 이제부터였다. 운전면허증은 기능 시험과 도로 주행까지 마친 자에게만 허락되는 것이었다.
직접 차를 모는 건 장내 기능 교육부터였는데, 다행히 백야와 청은 해당 과정을 무난하게 수료했다.
“우하하! 우리 또 합격이야! We are Avengers!”
“하! 촤! 운전 뭐 별거 없네. 괜히 쫄았어.”
덕분에 두 사람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다만 실전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학원의 열혈 수강생으로 장내 시험부터 도로 주행까지 거침없이 달린 막내즈는 시험까지 논스톱으로 등록했다.
그러나.
경력자답게 안정적인 드라이빙으로 한 번에 패스한 청과 달리, 오류 난 미터기를 켜 놓은 것처럼 달릴수록 내려가는 백야의 점수는 아찔 그 자체였다.
차에서 내리기 직전 최종 점수는 11점.
차마 말을 잇지 못하던 감독관은 격려 대신 감점 사유를 뽑아 앞발에 들려 주었다.
[출발 미확인 –10차로 침범 –5
우측 안전 미확인 –5
……
가속 불가 –3
주변 교통 방해 -5]
“연습 면허 나오셨죠? 친구분 도움 좀 받으세요.”
뒷좌석에 타고 있던 청 또한 상당한 충격이었는지, 자랑하길 누구보다 좋아하던 친구가 그날만큼은 자신의 합격 사실을 떠들어 대지 않았다. 햄스터의 표정이 너무 슬퍼 보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막내즈가 도로 주행 시험에서 나란히 탈락한 줄로만 알았던 형들은 그날 밤 위로 파티를 열어 주었다.
“원래 도로 주행이 어려워. 서울은 차도 많고 해서 한 번에 붙는 사람 자체가 드물걸?”
자신은 한 번에 합격한 주제에….
유연은 위로랍시고 백야를 기만하고 있었다.
집사가 눈을 부릅뜨며 ‘그 입을 다물라’는 시그널을 보냈지만 오늘따라 눈치를 밥에 말아 먹은 듯했다.
“뭐. 진짜야. 내가 좀 예외 케이스인 거지. 한 번에 붙는 사람 별로 없어.”
유연이 거듭 강조하자 백야의 눈썹이 팔자를 그리며 더욱 시무룩해졌다.
“아닌데. 나만 불합격인데….”
백야가 턱에 호두를 만들며 청을 힐끗 바라봤다. 부러움 가득한 눈빛이었지만 집사는 햄스터가 자신을 원망한다고 오해했다.
“No! 나도 시험 다시 봐!”
“왜?”
“다, 다시 보고 싶으니까?”
또 다른 합격생의 2차 기만에 솜 주먹의 응징이 가해졌다.
뾱!
청의 합격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멤버들은 하나둘 그에게 축하를 건넸다.
“No! 나를 축하하지 마! 슬퍼해!”
물론 당사자는 축하를 거부했지만….
* * *
그리고 며칠 후, 멤버들은 의기소침해진 백야를 위해 일타강사를 섭외해 왔다.
“백야 님! 저만 믿으세요!”
바로 덕진이었다.
모처럼의 휴일이었으나 그는 최애의 안타까운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와 주었다.
“그럼 바로 연습하러 가 볼까요? 누구누구 가세요?”
청과 민성이 나란히 손을 들었다. 지난밤 피 튀기는 가위바위보 대결의 승리자들이었다.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온 네 사람은 고급 스포츠카 앞에 멈춰 섰다.
“어… 백야 님. 설마 이거로 연습하실 건 아니죠?”
서민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이 차로 말할 것 같으면, 큰 제우스가 백야의 입사 기념 선물로 강제로 안겨 준 것이었다.
제우로그 촬영 출퇴근길에 덕진이 대신해서 몰아 본 적 있는 이 차는 그 뒤로 줄곧 지하 주차장에 처박혀 있었다.
“아니에요. 이건 두 명밖에 못 타잖아요. 그리고 아직 제가 몰기에는 부담스럽기도 해서…. 그래서 제가 다른 차를 빌려 놨어요!”
그러더니 햄풍당당하게 그 옆의 것을 가리켰다.
“이거는 네 명이서 탈 수 있어요! 제가 멤버들이랑 운전 연습할 거라고 했더니 매형이 빌려줬어요.”
삐빅-
키를 누르자 척 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차에 불이 들어왔다.
“오래된 거라 긁혀도 된다 그랬어요. 저도 비싸 보여서 걱정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래요.”
해맑은 얼굴로 오늘의 연습 차를 소개한 백야는 A4 용지를 팔랑이며 차의 뒤편으로 다가갔다.
[주행 연습]그리곤 4억에 달하는 롤X로이스의 엉덩이에 투명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이며 외쳤다.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