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48
외전 36화
“자, 자, 잠시만요! 백야 님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당신 지금 롤X로이스에 무슨 짓을…?
아무리 최애라도 이건 선을 넘는 행동이었다.
“왜요?”
순진한 얼굴이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라며 눈을 깜빡였다. 백야는 정말로 이 차가 얼마나 비싼 차인지 모르고 있었다.
대체 작은 제우스가 뭐라 하며 줬기에!
“부회장님이 정말 이 차로 연습을 하라고 하셨다고요?”
“넹. 제 차는 2인승이라 멤버들도 못 탈 거고, 이왕 연습하는 거라면 비슷한 차가 낫지 않겠냐고요.”
백야는 이것도 오픈카라면서 보닛을 앞발로 두드렸다.
뾱!
“아악! 지금 무슨 짓을!”
“왜요? 제가 이거 쳐서? 괜찮아요~ 진짜 비싼 거 아니라던데? 할아버지가 주신 것보다 싸대요.”
그야 그 차는 한정판이니까욧!
백야는 지훈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는 가끔 이상한 부분에서 곱게 자란 티가 나고는 했다.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제 차로 연습을 하시는 게 좋겠어요.”
물론 롤X로이스! 덕진도 타 보고 싶었다. 실물도 태어나서 방금 처음 봤다.
그렇지만 도저히 부담스러워서 안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백야도 다른 사람의 차는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으엥. 형 차는 제가 부담스러운데요….”
이 차는 실제로 몇 년 전부터 지훈이 백야에게 필요하면 가져가라고 말하던 차이기도 했고, 사고가 나더라도 남보다야 가족의 차가 더 편하지 않겠는가.
끝내 백야의 고집을 꺾지 못한 세 사람은 후덜덜한 차에 올라탔다.
“우와…. 내부 미쳤,”
“넹?”
“앗, 아니요. 조, 좋습니다! 그럼 출발하시기 전에 차에 타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행동이 뭐죠?”
“안전벨트요!”
“잘하셨어요. 그리고요?”
“음……. 또요?”
그거 말고 뭐가 더 있나?
백야가 아방한 얼굴로 눈만 깜빡였다.
“의자도 맞추고 좌우 거울이 맞는지도 확인하셔야죠.”
“아~ 맞다, 맞다.”
마지막으로 차를 운전한 사람이 김 비서님이라 그에게 맞춰 의자가 세팅되어 있을 게 뻔했다.
역시나 페달이 발에서 살짝 멀었던 백야는 조절 장치를 찾아 시트 아래를 더듬었다.
그러다 버튼 하나를 잡아당기자,
덜컥!
“악!”
등받이가 그대로 뒤로 젖혀지며 민성을 찌그러뜨렸다.
“헉! 형…!”
놀란 백야가 벨트를 풀고 일어나 뒤를 돌아보았다.
“괜찮아?! 자, 잠깐만.”
그리곤 얼른 당겼던 버튼을 다시 당기자,
덜컥!
이번엔 등받이가 앞으로 돌아오며 헤드가 백야의 이마를 명중했다.
“악!”
“헉! 백야 님 괜찮으세요?!”
“으으…. 괜찮아요. 안 아파요.”
고급차라 그런지 쿠션감이 좋아 정말로 아프지 않았다.
“형. 진짜 괜찮아? 미안.”
“아니야, 괜찮아. 놀라서 그랬어. 너야말로 괜찮아? 이마 세게 박은 것 같았는데.”
“나는 하나도 안 아파.”
덕진은 서두르지 않아도 되니 천천히 하라며 백야를 진정시켰다.
그러나 등받이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다.
“출발 준비되셨으면 가 볼까요?”
긴장한 앞발이 운전대를 꽉 움켜쥐었다.
“…갈게요?”
브레이크를 밟고 있던 발을 천천히 떼자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움직이는 슈퍼카의 속도는 현재 시속 3km.
백야를 한 번, 창밖을 한 번 번갈아 보던 민성은 입술을 달싹였다.
“저기, 조금 밟아도 될 것 같은데.”
“여기서 더?”
더… 라니?
지금 브레이크에서 발만 뗀 상태 아닌가?
당혹감에 바로 대답하지 못한 민성은 순간 백미러로 백야와 눈이 마주쳤다.
3초간의 짧은 정적.
백야의 마음이 불안해지기 직전, 덕진이 냉큼 끼어들어 상황을 수습했다.
“하하! 백야 님, 이제 오르막이라 액셀을 조금 밟으셔야 차가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앗. 네.”
민성은 몰라도 일타강사님의 말만큼은 곧잘 듣는 백야는 페달을 살짝. 정말 살짝 밟았다.
그러자 속도계 바늘이 처음으로 10km를 넘었다.
“헉.”
“왜 그러세요? 조금 더 밟으셔도 되는데?”
페달에서 발을 뗀 백야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너, 너무 빠른 거 아니에요? 여기는 주차장이고 언제 어디서 사람이 튀어나올지 모르는데.”
큰 복숭아께서 말씀하시길 차를 몰 때는 항상 방어 운전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하자 덕진은 할 말이 없어졌다.
“아……. 그렇죠. 조심하면 좋죠.”
그렇게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데만 10분이 걸렸다.
드라이브스루를 들르자며 들떠 있던 청은 제 바람이 얼마나 헛된 꿈이었는지를 깨닫고 빠르게 포기했다.
한편 깜빡 잠이 들었던 민성은 눈을 떴는데도 아직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가지 못한 차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뭐지? 이게… 맞나?’
* * *
운전 학원은 다행히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원래라면 15분 정도가 걸리는 가까운 거리였지만,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데만 10분을 소비한 데다 방어 운전, 안전 운전을 하시느라 남들보다 3배가 걸렸을 뿐이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그러나 저만 답답한 게 아니었는지 덕진도 슬슬 무언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백야 님, 도로로 나가려면 이제는 속도를 조금 높여야 하실 것 같아요.”
“앗. 네!”
백야가 조심스레 페달을 밟자 속력이 붙었다. 40km까지 올라간 계기판을 보자 모두 사이다를 마신 듯 상쾌한 얼굴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좋아요. 잘하고 계세요. 여기서부터는 익숙하시죠?”
“넹!”
백야가 처음으로 자신 있게 대답했다. 여기부턴 학원 선생님과 몇 번이나 연습해 본 도로였다.
“그럼 시동 끄고, 안전벨트도 풀고, 정말 시험 보는 것처럼 처음부터 시작해 볼까요?”
덕진의 손에는 감독관님이 주셨던 감점 사유지가 들려 있었다.
[출발 미확인 -10점]대체 이 항목에서 왜 감점을 당한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확인해 볼 필요는 있었다.
그때 몸을 앞으로 기울인 민성이 덕진의 종이를 구경했다.
“뭘 했길래 시작부터 10점이나 깎여?”
대답은 청이 대신했다.
“햄스터 긴장해서 안전벨트 선생님 자리에 꽂으려고 했어. 그리고 사이드 브레이크 안 풀어서?”
“……?”
백야는 아무것도 안 들리는 척 정면을 보며 뻔뻔하게 외쳤다.
“출발!”
부릉부릉~
민성은 ‘지금이라도 이 차에서 내려야 하나?’ 잠깐 고민했지만, 시험장까지 오면서 자신감이 붙어 버린 백야는 더 이상 멤버들에게 하차를 권하지 않았다.
그는 멈추는 법을 모르는 햄스터로 진화했다.
“일단 백야 님이 하시는 걸 먼저 보고 알려 드릴게요. 그게 편하시겠죠?”
“넹!”
좌회전 방향 지시등을 켜며 시험 코스 도로로 진입한 백야는 정지선에 멈춰서 신호를 받고 있었다.
신호가 바뀌면 우회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방향 지시등 레버를 위로 올리며 깜빡이를 넣으려 했다.
그러나 앞발을 까딱이는 순간, 유리창에 거품이 쏘아지며 와이퍼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헉! 이, 이게 왜…?”
당황한 백야가 허둥지둥거리며 핸들을 만지작거리자 이번에는 자동차 뚜껑이 열리기 시작했다.
지이잉-
11월 말.
이례적인 한파 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칼바람이 쌩쌩 부는 도심 속에서 오픈카 뚜껑을 여는 사람이 여기에 있었다.
“아악! 추워!”
바람을 정면으로 맞은 청이 몸을 웅크리며 삐악거렸다.
“이, 이거 어떻게,”
“제가 할게요, 제가! 백야 님은 제발 앞을 봐 주세요.”
그러나 덕진도 롤X로이스는 처음이었다. 백야가 어느 버튼을 눌렀는지 알 수 없어서 한참을 헤맸다.
* * *
우여곡절 끝에 뚜껑을 닫는 데 성공한 네 사람은 머리가 산발이 됐다. 거기에 입술도 파랗게 질려서 차에는 히터가 풀가동되는 중이었다.
“괜찮아요. 실수할 수도 있죠. 어디 박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에요.”
아수라장 속에서도 다행히 우회전에 성공한 백야는 현재 새로 진입한 도로를 달리는 중이었다.
“그럼 이번에는 차선을 변경해 볼까요?”
거듭된 실수로 주눅이 든 백야는 핸들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난이도 상.
긴장한 개복치가 침을 꼴깍 삼키며 사이드미러를 힐끔 바라봤다.
쩌어어어어기 멀리서 차 한 대가 백야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뒤, 뒤에 차가 오는데….”
차? 어디?
민성과 덕진, 청이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텅 빈 도로 위. 설마 저어어어어기 뒤에 오는 점만 한 차를 말하는 건가.
눈도 좋지….
아무래도 라식 수술이 그냥 성공이 아니라 대성공이었던 모양이다.
“It’s okay. 들어가.”
“그치만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괜찮아요. 아직 거리가 충분해서 방향 지시등만 켜고 천천히 들어가면 돼요.”
덕진이 부드럽게 타이르자 백야가 다시 한번 레버를 조작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계기판에 왼쪽 화살표가 깜빡이며 제대로 작동했다.
“오!”
“이제 천천히 들어가세요.”
홱!
휘청-
그러나 핸들을 너무 갑자기 꺾는 바람에 운전자를 제외한 탑승자 전원의 몸이 왼쪽으로 처박혔다.
“엌!”
“옥!”
뒷좌석에서 짧고 굵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헉. 괘, 괜찮아?”
백야가 백미러로 뒷좌석을 확인하자 속도가 천천히 떨어졌다.
50km
40km
30km….
‘혹시 저희가 어린이 구역에 진입했나요?’
참다 참다 폭발해 버린 민성은 결국 참지 못하고 그 단어를 뱉어 버렸다.
“염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