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50
외전 38화
외전 10장. 아기 복숭아 재배기
거실에 모인 데이즈는 오랜만에 가족회의가 한창이었다.
펜을 든 백야는 숙소에 굴러다니는 미니 화이트보드에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언젠가 시스템 오류로 입만 열면 ‘누구세요?’를 남발하던 시절에 자주 사용하던 것이었다.
“미끄럼틀이랑 매트는 오늘 도착할 예정이야. 그럼 또 뭐가 필요하지?”
한 방송사의 제안으로 육아 예능을 촬영하게 된 데이즈는 아이를 맞이하기 전, 만반의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으음…….”
백야가 습관적으로 펜을 턱에 갖다 대자 복숭아에 줄이 생겼다.
“헉. 나 묻었어?”
백야가 지한을 돌아보자 그는 묵묵히 물티슈를 뽑아 건네주었다.
그러나 중간에서 이를 가로챈 청이 햄스터의 얼굴을 잡아 제 쪽으로 돌리는 게 조금 더 빨랐다.
“Look at me.”
백야가 청에게 얌전히 얼굴을 맡긴 사이, 보드 마커는 민성의 손으로 넘어갔다.
“그럼 식기구랑 먹는 거, 간식. 일단 이 정도만 준비해 두고 필요한 게 있으면 그때 준비하자. 어때?”
리더의 깔끔한 정리에 모두 동의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데이즈와 하루를 동고동락할 아기는 백야의 조카이자 제우스 주니어 2세인 김도하.
겨울에 태어난 아기 복숭아가 배달 오기 전에 준비를 마치려면 서둘러 움직여야 했다.
“차는 어떻게 할래?”
“저요! 내 차 탈 사람?”
민성의 물음에 백야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시끌벅적하던 거실이 순식간에 적막에 휩싸였다.
“왜? 차 두 대로 이동할 거 아니야?”
“어? 어어. 그치. 그런데 우리 살 것도 많으니까 큰 차로 움직이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가?”
유연이 놀라운 임기응변을 발휘하여 백야의 주의를 흩뜨려 놓았다.
과연 언어의 마술사.
유연과 눈이 마주친 율무는 몰래 엄지를 치켜들며 그에게 찬사를 보냈다.
이어서 율무도 쐐기를 박으려는 듯 백야의 어깨를 주무르며 정신을 빼놓았다.
“그래~ 나랑 민성이 형 차로 움직이자. 애기는 옆에 가만히 앉아서 귀엽기만 해. 요즘 스케줄도 많아서 피곤하잖아~”
어느덧 7년 차.
대환이 전역하며 데이즈 멤버 중 처음으로 백야의 솔로 앨범 작업이 시작됐다.
거기다 첫 주연을 맡은 영화 촬영까지 겹치는 바람에 요즘 통 쉬지 못한 건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백야는 미련이 남는지 자신의 차 키를 만지작거리며 입술을 삐죽였다.
“나 감 잃으면 안 되는데…. 요즘 운전 못 한지 꽤 됐단 말이야.”
“이제 영화 촬영 다 끝났잖아. 다시 천천히 하면 되지~”
“그러니까 오늘,”
“가자, 가자~ 애기 내 차 타고 갈래?”
앞발에서 차 키를 쏙 빼낸 율무는 얼른 자신의 주머니 속에 숨기며 백야를 현관 쪽으로 떠밀었다.
“내 차….”
“네 차는 나중에 키티가 탈 거야. 그치잉~”
“모야? 내가 언제!”
“청. 반응이 왜 그래?”
“으어? No. 너무 좋아서. 응…. 괜찮아. 나 보험 많아. 응….”
백야 몰래 율무를 향해 목을 긋는 시늉을 한 청은 소리 없이 삐악거렸다.
* * *
마트에 도착한 데이즈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장난감 코너를 향해 달려갔다.
육아 예능이 확정된 날부터 틈만 나면 장난감을 사 모은 탓에 이미 작은 드레스룸은 장난감으로 가득 찼지만, 이들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Oh my god! 리틀 유아용 골프 놀이 세트? 아가 때부터 운동해야지! 이건 사야 해!”
“헉. 미니 당백이랑 똑같이 생긴 복숭아 인형이라니…!”
“우와! 형! 누르면 소리가 나는 피아노래!”
그곳에서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고른 청과 율무, 백야는 민성에게 달려가 허락을 구했다.
골프 놀이 세트는 운동도 되고 하나 정도는 있으면 좋으니까 합격.
복숭아 인형은 이미 숙소에 많으므로 기각.
누르면 소리가 나는 피아노는….
“피아노는 원래 누르면 소리 나는 악기 아니니?”
“그래? 그래도 사자!”
“동작 그만.”
민성의 말을 귓등으로 들은 백야가 카트에 장난감을 실으려 하자 단번에 제지당했다.
“왜에…. 내 돈으로 살게.”
“누가 돈 때문에 이러는 줄 알아? 낭비야. 너 지난달에 비슷한 거 사 갔잖아.”
“아~ 근데 그건 마음에 안 드나 봐. 도하가 딱 한 번 눌러 보더니 쳐다도 안 봐.”
그렇지만 이 피아노는 다를 거라며 백야가 초롱초롱한 눈빛을 발사했다.
그러는 사이 지한도 장난감 하나를 골라 왔다.
“너는 또 뭐니?”
“붕붕카 개복치 가족 낚시 놀이. 일석이조.”
이 물건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낚시 놀이 기능과 함께 아이가 직접 타고 돌아다닐 수 있는 붕붕카 기능이 더해진 만능 아이템이었다.
통과됐으면 하는 얼굴로 민성을 빤히 바라보던 지한은 나직이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신상품.”
조또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당황한 민성이 입술을 할짝대며 난감해하는데 유연이 콧방귀를 끼며 다가왔다.
형들을 내려다보는 얼굴엔 가소로움이 한껏 묻어 있었다.
“됐고, 그냥 우리는 이거 딱 하나만 있으면 돼.”
유연이 커다란 상자를 당당하게 내밀며 말했다.
[가방을 열면 진찰대가 짠~! 멍멍이 동물 병원♡]강아지 인형과 진찰대, 엑스레이, 처방 카드 등. 병원 역할놀이 세트였다.
“아……. 의사는 별로인데.”
어느새 다가온 백야가 시큰둥한 얼굴로 유연의 손에 들린 장난감을 내려다보았다.
작곡가부터 배우, 축구 선수, 선생님 등. 도하의 장래 희망을 수없이 상상해 봤지만 그중에 의사는 없었다.
의사가 되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고, 그럼 도하랑 놀 시간이 자연스레 줄어들 거고, 그럼 도하가 자신을 까먹을 거고, 자신은 조카를 잃게 된다는 계산에 따라 백야가 철저히 배제한 직업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숙소에도, 백연의 집에도 의사 놀이 세트는 없었다.
“우리 도하는 의사 안 시킬 거야.”
조카 바보로 거듭난 백야는 도하를 끔찍이 생각했다.
그런데 가끔 조카 바보가 아니라 그냥 바보 같아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백야를 한심하게 바라보던 유연은 자연스럽게 카트에 상자를 올리며 이유를 늘어놓았다.
“자. 우리는 이 놀이를 함으로써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어.”
첫째, 놀아 주기.
둘째, 휴식.
“염병….”
놀아 주기와 휴식이라니.
공존할 수 없는 단어의 조합에 다들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백도. 내가 조카 선배지?”
“응.”
“나는 여러분들이 가져온 이 모든 장난감을 이미 경험해 본 사람이야. 이런 건 도하에게 잠깐의 호기심, 그 이상이 될 수 없어.”
그러나 병원놀이만큼은 다르다!
“아기 복숭아가 몇 살이랬지?”
“2살.”
“쓰읍…. 조금 이른 감이 있긴 한데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야. 자. 이 병원놀이 세트만 있으면 우리는 가만히 누워 있기만 하면 돼.”
“어떻게?”
“‘선생님~ 배가 아야 해요~’만 하면 도하가 여기에 들어 있는 진찰 도구를 가지고 우리를 살펴 줄 거거든.”
“오오!”
자신이 다가가지 않아도 베이비 햄스터가 다가온다니!
청은 이미 유연의 언변에 홀려 버린 것 같았다.
“환자는 많을수록 좋아. 그런데 우리는 여섯 명이나 되잖아? 하! 도하 진짜, 막 미치려고 할걸?”
유연은 벌써부터 까르르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며 눈을 감고 상상해 보라 외쳤다.
“들었어? 들렸지?”
“나다! 나 들어쏘!”
마침 근처를 지나던 남의 집 아이의 웃음소리였지만, 청은 이미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였다.
“거봐. 우리는 몸만 제공하면 나머진 도하가 다 알아서 해 줄 거야.”
병원놀이는 세상에 존재하는 놀이 중 최고의 놀이라며 극찬했다.
‘과연. 이래서 경력직, 경력직 하는 건가.’
듣고 보니 이유가 제법 타당하다고 느꼈는지 민성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합격! 진행시켜.”
최고 관리자의 컨펌이 떨어지자 유연은 옳다구나 카트 안으로 상자를 깊게 밀어 넣었다.
“그래도 소리 나는 피아노….”
“넌 이리 와.”
민성은 피아노 앞에서 떠날 줄 모르는 백야를 잡아 다음 코너로 이동했다.
* * *
[데이즈 X 제우스 3세 ‘찐 삼촌·조카 케미’ 뽐낸다!] [육아 예능 도전 ‘데이즈의 복숭아 재배기’ 좌충우돌 육아 기대] [데이즈의 ‘대환장’ 현실 육아 휴일 공개]기사가 공개되자 데이즈와 도하를 향한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사실 방영 전부터 SNS에 목격담이 올라오며, 팬들 사이에선 자컨이 아니냐는 말이 몇 번이고 나와 화제가 되곤 했었다.
그런데 육아 예능이라니.
그것도 백야의 친조카가 나오는!
팬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리고 대망의 방영일이 다가왔다.
[아빠가 된 데이즈?!] [대한민국 최고 남자 아이돌 그룹! 아빠가 되다!] [좌충우돌 초보 아빠의 육아 도전기♡]거실을 차지한 유아 매트부터 유아용 실내 미끄럼틀, 분홍색 보행기, 소파를 차지한 각종 인형까지.
고작 하루 촬영일 뿐인데 아기자기하게 변해 버린 숙소엔 성인 남성 다섯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지한 : 조금 불공평한 것 같아.]평소 불평불만과는 거리가 먼 지한이 볼멘소리를 하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됐다.
그는 자신을 꼭 닮은 고양이 인형을 무릎 위에 올린 채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민성 : 뭐가?] [지한 : 첫인상 투표.]그러고 보니 멤버들은 각자 선물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도하에게 선택을 받기 위한 뇌물이었다.
[유연 : 아니야. 애들은 몰라. 자신감을 가져.]자고로 애들은 낯이 아닌 낯짝을 가리는 법.
물론 유연은 자신 있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제 얼굴을 좋아하지 않는 아기는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성 : 근데 백야는 어디 갔어?] [청 : 베이비 햄스터 데리러.]그때 현관 쪽에서 도어 록을 누르는 소리가 났다. 아기 복숭아가 도착한 것이다.
긴장한 듯 각자의 선물을 앞으로 내세운 데이즈는 도하를 기다렸다.
뾱.
뾰뵥.
소리 나는 양말을 신겨 놓았는지 앙증맞은 소리가 불규칙하게 울렸다.
백야가 거실이 있는 방향을 가리키자 도하가 까르르 웃으며 복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뾰뵤뵤뵤뵥!
앙증맞은 소리가 숙소를 울렸다.
중간에 다른 방향으로 샜는지 백야의 목소리가 몇 차례 더 들리긴 했으나, 아기 복숭아는 마침내 거실로 굴러와 멤버들의 앞에 멈춰 섰다.
[도하 : 꺄아!]백야와 똑 닮은 미니미의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