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57
외전 45화
* * *
대환의 치근덕거림을 뿌리친 백야는 멤버들을 이끌고 배정받은 객실 중 아무 곳으로 들어왔다.
돌연 긴급 가족회의를 열어야겠다는 말에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있잖아, 하와이 워크숍 우리 때문에 온 건가 봐.”
“그게 무슨 소리야?”
원래도 올라간 지한의 눈꼬리가 더욱 날카롭게 올라갔다.
“우리 빌보드 공연하러 미국에 갔을 때, 민성이 형이 광고 보면서 하와이 같은 데 가서 며칠만 푹 쉬고 싶다고 했잖아.”
“응.”
“여기 그거 때문에 온 거야.”
“뭘. 워크숍을?”
유연이 말도 안 된다는 얼굴로 콧방귀를 뀌었다.
“우리가 뭐라고 그렇게까지 해?”
“진짜라니까? 대표님이 멤버들한테 재계약 이야기 좀 잘해 달라고 했어.”
“너한테? 왜?”
“으어? 그게….”
허를 찌르는 질문에 백야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유연은 대답을 바라고 한 질문이 아니었는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어떻게 알았지?”
과연…. 대표는 좀 다른가?
저희가 백야에게 약하다는 사실을 아는 게 틀림없었다.
유연이 시시한 생각을 하는 동안 이번에는 민성이 말했다.
“안 그래도 남경이 형이 재계약 관련해서 물어보긴 하긴 하더라.”
그는 마침 잘됐다며 혼자서 고민하던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몇 달 전부터 다른 소속사에서 연락이 오긴 했거든.”
“형도? 나도 왔는데?”
율무가 눈을 크게 뜨며 놀라워했다.
사실 멤버가 많을수록 전원이 재계약을 한다는 건 힘든 일이었다. 엄청난 신뢰 관계가 쌓여 있지 않는 한, 각자의 이익을 좇아갈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형제나 다름없는 사이라 해도 저와 뜻이 같을 거라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럼 율무 말고 다른 사람은?”
“나도 받았어.”
“나도다!”
다른 소속사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한 이는 단 두 명. 지한과 백야뿐이었다.
“난 모르는 번호는 안 받아.”
“나도.”
알고 보니 못 받은 게 아니라 안 받은 것이었지만…. 누가 룸메이트 아니랄까 봐 하는 짓이 똑같았다.
“전화 안 받으면 문자 오지 않아? 나는 문자로 왔던데? 연락 달라고.”
율무가 자신의 핸드폰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철벽은 생각보다 훨씬 더 견고했다.
“문자도 안 보는데?”
“나도! 역시 우린 잘 맞아.”
백야가 앞발을 들자 지한이 손을 마주치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철옹성 같은 굳건함에 오히려 멤버들이 혀를 내둘렀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참….”
민성이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솔직히 말하면 상대측이 내민 조건은 업계 최고 수준을 넘어 파격적일 정도였다. 솔깃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민성은 더 이상의 부는 탐나지 않았다.
그는 지금이 저희의 커리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걸 알았고, 돈보다는 꿈을 좇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컸다.
하지만 다른 멤버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사실 나는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도 그렇고, 우리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다 회사 덕분이니까 옮겨야겠다고 생각한 적 없는데…. 혹시 너희는 어때?”
민성은 소신을 밝히되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진 않았다. 멤버들의 의견을 모두 들어 보고 최대한 합의점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멤버들 대부분이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
“정말? 그럼 다들 재계약에 동의하는 거지?”
마음의 짐을 덜어 낸 민성이 밝게 외쳤다.
회사의 미래와 비전을 고민하러 온 자리에서 저희의 전원 재계약 소식만큼 비전 있는 사항은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러나 뒤늦게 들려온 청의 대답으로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나는 아닌데?”
“뭐가 아니야?”
“나는 재계약 안 할 건데?”
막내의 폭탄 발언에 데이즈의 단체 활동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 * *
“청아, 왜 안 하려는 건데? 미국 가려고? 그래도 가수 활동은 계속할 거잖아. 그치?”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말 한마디에 전세가 역전됐다.
백야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건 늘 청이었는데, 지금은 햄스터가 제 뒤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그것도 눈꼬리가 축 처져서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얼굴로.
“청아. 청아? 청아아아.”
심지어 도하한테 하는 것처럼 애교도 부렸다.
청은 입꼬리가 스멀스멀 올라가려는 걸 억지로 끌어 내리며 분위기를 잡았다.
“모.”
“재계약 왜 안 한다는 건데. 응?”
백야가 제게 치대는 것도 좋았고, 멤버들이 백야의 룸메이트 자리를 단번에 양보해 준 것도 좋았다.
다만 양심도 함께 찔리긴 했다.
‘말실수했다.’
청은 재계약을 아예 안 하겠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냥 원하는 조건이 하나 있었던 것뿐이다.
바로 백야와의 유닛 활동!
해당 조건을 들어주겠다는 확답을 받기 전까진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는데, 주어를 다 잘라먹고 말하는 바람에 오해가 커졌다.
“청아아아. 응? 응? 나한테만 말해 봐. 진짜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 나만 알고 있을게.”
백야가 자신의 귀에 손을 둥글게 말며 까치발을 들었다.
‘말하면… 바로 평소처럼 돌아가겠지?’
솔로 앨범 준비를 시작한 뒤로 백야가 제게 소홀해진 건 사실이었다.
대환이 전역한 뒤로는 그의 작업실에서 살다시피 하는 바람에 이제는 그와 더 친해진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청의 ‘(아직은)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 발언 이후 그는 햄스터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청이 빤히 바라보자 백야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다시금 까치발을 들었다.
“말해 줄 거야? 나 들을 준비됐어. 해 봐.”
백야가 귀를 바짝 갖다 대며 팔꿈치로 팔을 툭툭 건드렸다.
어떻게 해야 이 호사를 조금 더 누릴 수 있을지 고민하던 청은 ‘후-’ 하고 비밀 대신 귀에 바람을 불며 심술을 부렸다.
“아악!”
그에 백야가 몸을 부르르 떨며 몸부림쳤다.
“야!”
“싫어. 지금은 말 안 해.”
청이 백야를 두고 멀어지자 햄스터가 쪼르르 달려와 금세 따라잡았다.
“아 왜에! 진짜 너 치사하게 이럴 거야?”
“햄스터 지금 나한테 화냈어?”
“어? 아니이~? 설마 그렇게 느껴졌어? 기분 탓이야.”
청의 갑질에도 백야는 비굴하게 그의 비유를 맞춰 주었다.
‘오호?’
원래라면 자신을 노려보거나 마음대로 하라며 버리고 갔어야 할 타이밍인데, 오히려 한 수 굽히고 들어오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
반려햄의 저자세가 기꺼웠던 집사는 딱 하루만 이 호사를 누려 보기로 마음먹었다.
“햄스터 궁금해?”
“응!”
백야가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자 그의 결 좋은 머리카락이 팔랑거렸다.
어차피 유닛 활동을 하려면 햄스터의 허락이 필요하긴 하니까….
“그럼 나 소원 들어조.”
“소원? 알겠어. 뭔데?”
“다섯 개.”
“다섯 개…?”
요구하는 개수가 생각보다 많았다. 백야가 망설이자 청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돼써.”
“아니야, 아니야! 들어줄게.”
청이 다시금 백야를 버리고 가려 하자 앞발이 다급히 청을 잡아 세웠다.
원래 이런 관계에선 비밀을 가진 사람이 갑이고 궁금한 자가 을을 자처하게 되는 법이었다.
“좋아. 다섯 개. 들어줄 테니까 이제 말해 봐.”
백야의 허락에 청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그럼 나랑 유닛 해.”
“유닛?”
“응.”
비밀을 말하라는 뜻이었는데 청은 냅다 첫 번째 소원을 말했다.
“어… 그래. 해.”
그게 뭐 어렵다고.
백야가 순순히 허락하자 청의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그럼 이제 비밀 말해 줄 거야?”
“No. 햄스터가 내 소원 다 들어주면 말하는 거지. 계약이잖아.”
저희의 대화를 녹음까지 하는 철저함마저 보인 청은 가벼운 걸음으로 객실을 나섰다.
* * *
워크숍 1일 차.
첫째 날은 직원들의 컨디션을 위해 자유 일정이 주어졌다.
그러나 하와이까지 와서 객실에 틀어박혀 있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너 나 할 것 없이 밖으로 나가기 바빴는데, 거기엔 데이즈도 포함이었다.
멤버들은 옷을 갈아입고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즐기기로 한 참이었다.
“햄스터, 오늘 물에 들어갈 거야?”
“응. 왜? 넌 안 들어가게?”
“No. 그럼 내 옆에 있어. 여기는 진짜 상어 나와.”
청은 백야가 지난번처럼 물에 떠내려갈까 봐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청의 비밀’에 꽂혀 있는 백야는 어떻게든 그의 소원권을 까고자 혈안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방금 그거 소원이야? 알겠어! 나 네 옆에만 꼭 붙어 있을게.”
백야가 청에게 팔짱을 끼며 소원권을 1회 차감했다.
소원은 아니었지만 햄스터의 치댐이 좋았던 청은 소원인 척 내버려 두기로 했다.
이로써 남은 소원은 세 개.
한 쌍의 바퀴벌레처럼 붙어 있는 두 사람이 로비로 내려가자, 먼저 내려와 있던 멤버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염병….”
“꼭 그러고 다녀야 되냐?”
유연은 두 사람이 쪽팔리는지 얼굴을 가리며 주위를 살폈다.
회사 사람들이야 그러려니 하고 말 테지만, 혹시라도 현지 사람들이 이상한 오해라도 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전처럼 구박할 수는 없었다. 저놈이 왜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심술을 부리는지 이유를 알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어. 이거가 나를 너무 좋아해서.”
웃기고 있네. 그 반대겠지.
억지로 입꼬리를 올린 유연은 청의 남은 팔에 팔짱을 끼며 썩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나도 네가 너~~무 좋은데. 그럼 이렇게 가자.”
“아악! 미쳐쏘?! 이거 놔!”
유연이 달라붙자 청이 소스라치며 팔을 빼기 위해 몸부림쳤다.
“왜에~ 같이 가. 형. 형들도 붙어.”
유연의 붙으라는 말에 율무가 신난다며 백야의 옆자리를 차지했다.
“아, 뭐야. 저리 가.”
“왜엥~ 나 이거 꼭 한번 해 보고 싶었단 말이야. 우와~ 너무 신난다~!”
율무가 깨 방정을 떨며 지한의 팔을 잡아당겨 팔짱을 끼었다.
“가자, 가자~”
율무가 전진하자 팔짱으로 엮여 있던 멤버들이 줄줄이 딸려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리조트를 나서기 무섭게 팔짱을 낀 세이렌을 마주쳤다.
4 대 6의 대치 상황.
거대한 인간 장벽에 가로막힌 세이렌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위를 올려다봤다.
“……선배님?”
“어? 안녕~”
율무가 손 대신 고개를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다.
‘뭐… 뭐지? 왜 이러고 다니시는 거지?’
초록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무리의 가운데에 선 백야에게 향했다.
좌청 우율무.
순간 눈이 마주친 둘은 질린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또 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