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64
외전 52화
베개를 주워 눈물 자국의 크기를 확인한 율무는 눈을 질끈 감았다.
눈코입이 평소보다 크다.
고개를 내밀어 베개를 확인한 유연도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지한이 형은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율무에게서 베개를 받아 든 유연은 다시금 형의 뒤를 따랐다.
살금살금.
짧은 복도를 지나 드디어 스위트룸의 중심에 진입했다.
멀지 않은 곳에 놓인 두 개의 침대. 개중 하나에 백야가 미동도 없이 엎드려 있었다.
“애기야?”
“…….”
“당백아~”
심통이 단단히 났는지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우리 아침 먹으러 내려가야 하는데 왜 그러고 있어~ 준비 다 했어?”
침대에 엉덩이를 걸친 율무가 백야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뾱!
그러자 건드리지 말라는 듯 뒷발이 침대를 쿵, 굴렀다.
“알았어, 알았어. 안 만질게. 그런데 왜 화났는지 말해 주면 안 돼? 지한이가 실수했어?”
“더이 앙.(저리 가)”
“응? 뭐라고?”
감히 두 번 말하게 하다니!
뾱!
백야의 뒷발이 다시 침대를 구르자 유연이 조용히 나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리곤 율무 대신 그가 출격했다.
“백도. 지한이 형 개짜증 난다, 그치.”
유연은 슬픔 공감 뒷담화법으로 다가갔다.
뾱!
그러나 이번에도 실패였다.
‘다짜고짜 지한이 욕부터 하면 어떡해? 지한이도 억울할 수 있잖아.’
율무가 눈썹을 씰룩거리자 유연이 얼굴을 구겼다.
‘지금 그게 중요해? 같이 얘 달래러 온 거 아니냐고.’
여기에 지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무슨 말을 하든 뭔 상관?
유연은 협조하지 않을 거면 조용히 빠져 있으라며 손을 저었다. 그리곤 다시 재도전했다.
“백도, 하와이까지 왔는데 재밌게 놀아야지. 그러지 말고 일어나 보, 악!”
퍽!
백야가 갑자기 상체를 일으키는 바람에 그의 뒤통수가 유연의 얼굴을 강타했다.
“헉! 유연아 괜찮아?!”
“아, 씹.”
“……!”
유연의 코에서 피가 흐르자 백야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 * *
한편 청의 방에선 민성이 훌쩍이는 막내를 달래 주고 있었다.
“왜. 무슨 일인데. 응?”
“미아네…. 훌쩍.”
“나한테 사과할 필요는 없고. 백야랑 왜 싸웠냐니까?”
“내가 잘못해쏘. 딸꾹. 화, 딸꾹. 저렇게 심하게 화낼 줄은 몰랐어. 훌쩍.”
염병….
말을 하든지 울든지 딸꾹질을 하든지 하나만 했으면 좋겠는데.
민성은 15분째 알 수 없는 소리를 늘어놓는 청에 슬슬 지치려 했다.
“민성 잘못해쏘. 훌쩍. 미아네.”
“그러니까 뭘 잘못했냐고. 나한테는 사과를 왜 하는 건데?”
“내가, 딸꾹, 내가 재계약 안 한다고 한 거, 훌쩍, 실수였어.”
“어?”
“햄스터랑 유닛 하고 싶어서, 훌쩍, 딸꾹.”
“좀 알아듣게 똑바로 말해. 자, 여기 물 좀 마시고.”
민성이 물병 뚜껑을 따 주자 청은 꼴깍꼴깍 반이나 비워 냈다. 목이 많이 말랐던 모양이다.
“진정되면 그때 말해.”
“미아네…. 재계약 안 한다고 한 거 실수였어.”
“그래? 그럼 할 거야?”
“으응…. 사실 처음부터 안 할 생각 없었어.”
뭐 인마?
민성은 순간 발끈할 뻔했지만 인내심을 발휘해 말을 아꼈다.
“그럼 왜 그렇게 말했어? 백야는 그것 때문에 화난 거야?”
“응…. Mr. ID가 유닛 안 시켜 주면 재계약 안 할 거라는 뜻이었는데 말이 잘못 나와쏘….”
즉, 청이 저희에게 말장난을 쳤다는 얘기였다.
이노무 자식이!
민성도 불쑥 화가 났지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숨이 넘어갈 만큼 꺽꺽대고 울었던지라 차마 저까지 나무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담백하게 청의 잘못을 꾸짖었다.
“네가 잘못했네. 백야가 화낼 만했어.”
“나도 알아. 그니까 잘못해쏘. 용서해 조….”
“알겠어. 네가 충분히 반성하는 것 같으니까 나는 봐줄게. 그런데 다른 애들은 나도 잘 모르겠다.”
후엥.
청의 턱에 호두가 자라났다.
“직접 말하고 잘못했다고 용서 구해.”
“애들이 화내면 어떡해?”
“당연히 화내겠지. 그럼 이렇게 될 줄 모르고 일을 저질렀어? 이 화상아.”
그렇다. 청은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다가올 후폭풍은 생각하지 못했다.
시무룩.
청의 입꼬리가 아래로 내려가더니 눈에선 다시금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아……. 알겠어. 내가 도와줄 테니까 그만 좀 울어라. 붕어가 친구 하자고 하겠다.”
민성이 휴지를 벅벅 뽑아 청의 얼굴을 문대듯 닦아 주었다.
그는 여전히 청에게 약했다.
“민서어엉….”
청이 민성의 허리를 안으며 어리광을 부렸다.
이걸 콱 쥐어박을 수도 없고.
민성의 주먹이 청을 때릴 듯 허공에 쥐어졌으나 끝내 내려치진 못했다.
하여간에 예나 지금이나 은쪽이의 사고 스케일은 알아줘야 했다.
* * *
율무와 유연의 방에 멀뚱히 앉아 있는 지한은 여전히 잠옷 차림이었다.
곧 식사 시간이라 내려가야 하는데, 보는 눈이 많아 이대로 내려갈 수는 없고….
하는 수 없이 율무에게 메시지를 남기고 그의 옷을 빌려 입으려는데, 마침 민성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백야만 빼고 새롭게 만들어진 단체 방이었다.
잠시 후, 옆방으로 건너가자 눈이 퉁퉁 부은 청과 조금 화가 난 듯한 민성,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의 율무와 코에 휴지를 끼운 채 나타난 유연이 모여 있었다.
“한유연 얼굴이 왜 그래?”
“묻지 마. 다쳐.”
“아~ 이거? 애기가 들이박았어. 그만큼 열받았다는 거지.”
율무가 청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 그러자 안 그래도 처져 있던 눈썹이 더욱 아래로 휘며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얘들아, 미안해…. 내가 잘못해쏘.”
청은 고개 숙인 채 무작정 사과부터 했다. 그에 당황한 율무의 동공엔 파르르 지진이 일었다.
“어, 어…?”
“넌 또 왜 우리한테 사과하냐?”
유연이 코에 끼워 둔 휴지를 빼며 시큰둥하게 물었다.
“그래. 이야기나 좀 들어 보자. 둘이 왜 싸웠냐? 백도는 물어봐도 말도 안 하고.”
백야는 청의 잘못을 고자질하는 기분이라 말을 아꼈던 거지만, 다른 멤버들의 입장에선 그렇게 답답할 수 없었다.
유연의 말에 고개를 숙인 청이 죄인처럼 말했다.
“내가 잘못해쏘.”
“그러니까 네가 뭘 잘못했냐고.”
피를 본 탓인지 유연은 평소보다 조금 예민했다.
“재계약… 안 한다고 한 거 실수야.”
“그래? 잘됐네.”
백야를 옆에 붙여 놓은 보람이 있다는 듯한 말투였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에 얼굴이 처참하게 구겨졌다.
“너희가 햄스터랑 방도 같이 쓰게 해 주고, 햄스터가 나만 따라다니니까…. 그래서 소원 들어주면 재계약하겠다고 거짓말했어.”
“잠깐만. 그럼 처음부터 재계약 안 할 생각이 없었다는 거야?”
“으응….”
“야이 씨!”
유연이 화를 내며 벌떡 일어섰다. 잔뜩 쫄아 버린 청이 재빨리 민성의 뒤로 숨으며 ‘미안해’를 외쳤다.
“넌 장난칠 게 따로 있지! 이리 와. 딱 한 대만 맞아라. 아, 오라고!”
“미아네! 진짜 미안하다구….”
민성의 어깨를 쥔 청의 손이 파르르 떨리는 게 보였다.
율무와 지한의 표정도 좋진 않았지만, 입이 닳도록 사과를 해 대는 모습에 이번만 넘어가 주기로 했다.
다만 문제는 백야였다.
“애기는 화 많이 난 것 같던데…. 유연이 보이지? 말 걸었다가 저렇게 됐잖아.”
“맞아. 너는 코피 받고, 눈에 멍 하나 정도는 더 달아야 걔가 용서해 줄 걸?”
세상에 이런 일이.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백야는 조폭 햄스터 모드로 바뀐 것 같았다.
바닥에 주저앉은 청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괴로워했다.
“햄스터가 이제 나 안 본다고 하면 어떡하지? 내가 싫어져서 데이즈 안 한다고 하면 어떡해?”
“그건 너무 갔잖아.”
청이 자꾸만 땅굴을 파고 들어가자 민성이 적당히 그의 망상을 끊어 주었다.
“그냥 애 화 풀릴 때까지 빌어야지 뭐.”
“화 언제 풀리는데?”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떡하니? 걔 마음이지.”
청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햄스터 지금 어디야?”
“우리 방에.”
지한이 대답했다.
축 처진 어깨로 일어난 청은 다시 사과하고 오겠다며 객실을 나섰다.
* * *
그 시각, 방에 혼자 남겨진 복숭아도 생각이 많았다.
조금 진정되자 애들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는 사실이 쪽팔렸고, 지한에겐 괜히 짜증을 낸 것 같아서 미안했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까 청이 말대로 요즘 멤버들에게 소홀했던 것 또한 사실이었다.
가뜩이나 드라마 촬영 때문에 숙소에 붙어 있는 시간도 별로 없는데, 솔로 앨범 작업까지 겹치며 거의 대환의 집에서 출퇴근을 하다시피 했으니….
‘멤버들이 서운해할 만도 하네.’
다들 이런 건 대놓고 말하는 편이 아니라 미처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오히려 청이 말해 줘서 알게 됐으니 고맙다고 해야 할지도 몰랐다.
‘아니야. 그래도 그렇지! 감히 재계약을 가지고 나를 협박해?’
소원이랍시고 요구한 것도 많았다.
‘나를 가지고 놀았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당한 만큼 모두 대갚음해 주기 전까진 절대로 화를 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다 청이 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빌던 모습이 떠올랐다.
‘내가 너무 심하게 화냈나? 걔는 뭐 그렇게까지….’
죽을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마지막으로 본 청의 모습이 너무 처절해서 마음이 쓰였다.
“씨이….”
침대에서 내려온 백야는 방을 서성이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청이 덕분에 좋아하는 집라인도 타고, 어제 하루는 재밌게 놀았던 것도 같다.
소원이랍시고 쓴 것도 따지고 보면 다 저를 위한 거였다.
‘그래. 그렇게까지 사과하는데 그냥 적당히 화난 척 좀 하다가 받아 줘야겠다.’
부정적인 기분에 사로잡혀 감정을 소모하는 게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이런 건 빨리빨리 털어 내 버려야 했다.
비록 혼자 화를 내고 혼자 진정했지만 제법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똑똑똑-
그때 마침 누군가가 백야를 찾아왔다.
‘청이인가?’
목을 가다듬으며 표정을 관리한 백야는 조금 굳은 얼굴로 문을 열어 주었다.
연기돌에게 이 정도 감정 잡기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뭐….”
그러나 백야를 찾아온 사람은 청이 아니었다. ID 엔터테인먼트 워크숍 티셔츠를 입은 초면의 남성이었다.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매니저님이 지금 급하게 찾고 계시는데, 잠시 저랑 같이 가 주시겠어요?”
“저를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