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66
외전 54화
청과 유연을 보며 피식 웃은 지한은 카드로 고개를 돌렸다.
막내들이 한데 엉켜 엎치락뒤치락 침대를 구르고 있음에도 그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평소 숙소에서도 저러며 놀았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뜻일까?’
지한은 진지한 얼굴로 카드를 내려다보며 고민했다.
그렇게 정적이 흐르길 수 분째. 유연에게 허니문 패키지의 응징을 당한 청이 산발이 된 머리로 다가왔다.
“지한 모 해? 그거랑 눈싸움해?”
막내의 놀리는 듯한 말에 지한의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종이 뚫리게쏘.”
“……네가 할래?”
“Sorry. 나는 수학을 지배해.”
“그럼 더 잘 풀겠네.”
청이 괘씸했던 지한은 져 주지 않았다. 그가 다른 카드를 찾아보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청이 옷자락을 잡으며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모야? 어디 가?”
“다른 카드 찾으러. 이건 수학을 지배하는 네가 하도록 해.”
삐져 버린 또양이는 다른 카드를 찾고 있는 율무의 곁으로 가 버렸다.
이럴 수가!
졸지에 수학 문제를 풀게 된 청은 고개를 돌려 유연을 바라봤다.
“해 조.”
“내가 왜.”
“같이 햄스터 찾아야지.”
“싫어. 네가 급하지 내가 급하냐?”
“그럼 가위바위보 해! 안 내면 진다! 가위바위보!”
유연은 안 할 거라며 틱틱 대면서도 주먹을 냈다.
남자는 주먹이지.
그래서 보자기를 낸 청에게 지고 말았다.
“Yes! 이건 네 거야.”
“아 싫다니까?”
청이 떠넘긴 카드를 휙 집어던진 그는 문제 대신 창문 너머의 바다를 가리켰다.
“넌 이따 여기 나가면 저기에 묻힐 준비나 해.”
“지금 나 협박하나? 참 나. 저거 누가 사기꾼 아니랄까 봐.”
유연을 향해 구시렁거린 청은 심통이 난 얼굴로 침대에 앉아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위바위보 졌으면서 치사하게.’
그러면서 손을 꼼지락거렸다.
주먹이 0이랑 비슷하게 생겼고, 보자기가 5, 그럼 가위가 2….
“오호?”
수학을 지배하는 자 폼 미쳤다!
“나 풀었다! 풀어쏘! 이거 5야!”
침대에서 뛰어내린 청이 자물쇠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민성에게 달려갔다. 그러는 사이 율무도 마지막 카드를 발견했다.
[818 821 683 ??8 432 854 086 488 756 8972]이번에도 수학 문제였다.
숫자를 발견한 지한은 청에게 복수할 겸 자칭 수학의 지배자를 데려왔다.
“수학의 지배자. 네가 활약할 타이밍이야.”
“내가 잘못해쏘….”
청은 지한에게 백 허그 하며 그의 등 위로 제 얼굴을 비벼 댔다. 봐달라는 애교였다.
청의 어리광이 싫지 않은지 지한은 피식 웃으며 그를 용서해 주었다.
두 사람이 꽁냥거리는 사이, 민성에게 다가간 율무는 잠깐 사이에 풀어낸 답을 일러 주었다.
“형, 24.”
“벌써 풀었어?”
“응. 쉬운데? 이거 구구단이잖아. 8단.”
민성이 경악에 찬 얼굴로 율무를 올려다봤다.
‘이 자식…. 평소엔 실실 웃고 다녀서 사람들이 바보인 줄 아는데 진정한 힘숨찐이었나?’
멤버들이 알려 준 숫자를 조합해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자물쇠가 풀렸다.
달칵-
그러나 문이 열리자마자 마주한 건 출구가 아닌 카메라가 놓여 있는 빈방이었다.
“이게 모냐. 나가는 문 아니야?”
카메라 아래에는 마지막 지령이 적혀 있었다.
[내 사랑을 받아 줘~♡리더를 향한 사랑을 온몸으로 표현해 주세요. 춤, 노래, 댄스, 애교 무엇이든 가능합니다.
(※ 해당 영상은 워크숍 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바야흐로 공개 처형의 시간이었다.
* * *
“이제 좀 진정됐어?”
“네에…. 죄송해요.”
한편 선배들의 손에 끌려가 아이스크림을 손에 쥔 백야는 쪽팔림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래서 아까는 왜 운 거야?”
“시윤 오빠가 혼낸 거 맞다니까?”
수련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자 신디가 시윤을 의심했다.
“아니에요. 형은 저 달래 주신 거예요.”
“그럼 왜 울었는데?”
“그냥… 청이랑 싸워서….”
“뭐어? 푸하하하!”
신디는 뭐가 그렇게 웃긴지 박장대소를 하다 아이스크림을 흘릴 뻔했다.
곁에 있던 초록은 지은 죄가 있어서 최대한 숙연한 표정을 유지하려 했지만, 이어지는 신디의 말에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신혼여행 다녀오자마자 싸웠어?”
“푸흡.”
“초록이 되게 좋아한다?”
“아니, 큽. 그런 거 아니에요.”
째릿-
저를 노려보는 백야의 시선을 느낀 초록은 최대한 슬픈 생각을 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뭐야~? 너희 뭐야? 뭐 있지? 그치?”
두 사람의 반응에 흥미를 느낀 신디가 설레발을 치자 수련이 주책이라며 그녀를 진정시켰다.
반면 신혼여행이라는 말에 충격을 받은 백야는 멍한 얼굴로 자리에 멈춰 섰다.
“무슨 여행이요?”
“신혼여행~ 너희 매니저랑 애들 다 따돌리고 몰래 허니문 패키지 다녀왔다며. 회사에 소문 쫙 났는데. 몰랐어?”
백야는 반박할 생각도 못 하고 그대로 얼어 버렸다.
그러다 초록과 눈이 마주친 순간, 그녀의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고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고등학교 졸업식 날, 친구들 앞에서 깨물 하트를 했을 때보다 더 수치스러웠다.
“야!”
백야가 초록을 향해 소리치자 신디와 수련이 깜짝 놀라며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초록은 크게 뜬 눈을 과장되게 깜빡이며 뻔뻔하게 대답했다.
“부르셨어요, 선배님?”
“너, 너 또 이상한 생각 했지!”
“제가요? 제가 무슨 생각을 했는데요?”
“내가 운동도 하고 밝고 희망찬 책만 읽으라고 했어, 안 했어!”
“엥? 갑자기 날 이렇게 공격한다고? 자꾸 저 자극하시면 확 그냥 말하는 수가 있어요.”
“말하기만 해 봐. 그럼 나도 네 핸드폰에서 본 거, 뷰티풀 라이프? 아무튼 그거 확 말해 버린다?”
“아악! 그건 잘못 누른 거라니까? 그리고 왜 말해요!”
초록과 백야가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자 수련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뭐야? 둘이 친한데 왜 안 친한 척했어?”
“안 친해요!”
“안 친해요!”
초록과 백야가 동시에 말했다.
얼굴이 터질 것처럼 달아오른 백야는 세 사람을 남겨 두고 혼자서 걸음을 재촉했다.
열이 오르는지 열심히 손부채질하는 초록을 눈여겨보고 있던 신디는 빙긋 웃으며 백야의 뒤를 쫓아갔다.
“후배님~ 같이 가~”
“따라오지 마세요.”
“어차피 같은 방향인데?”
그 말에 백야가 주춤거리며 걸음을 멈추더니 이내 뒤돌아 리조트가 있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야, 거기는 가면 안 돼. 대표님이 가지 말라고 한 거 못 들었어?”
“제 마음이에요.”
“내가 신혼여행이라고 놀려서 그래? 알겠어. 이제 신혼여행이라고 안 할게.”
그러면서 지금 은근슬쩍 ‘신혼여행’이라는 말을 두 번이나 더 언급한 걸 백야는 모르지 않았다.
신디가 얄미웠던 백야는 뾰로통한 얼굴로 그녀를 노려봤다.
그러던 그때였다.
멀리서 백야를 부르는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햄, 백야!”
자연스럽게 별명을 부르려던 청이 아차 하고 그의 이름을 불렀다.
“백야아아아!”
집사의 목소리에 반응한 햄스터가 귀를 쫑긋거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백야보다 청을 먼저 발견한 초록은 이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옆을 돌아봤다.
“선배님. 남편분 오셨네요.”
짧고 굵은 한 방.
백야의 완패였다.
“야악!”
백야가 초록에게 삐악거리는 사이, 계단을 구르다시피 해서 내려와 백야의 앞에 선 청은 무릎을 짚은 채 거친 숨을 토했다.
“우린 이만 비켜 줄게. 가자. 신디야, 초록아.”
“넵.”
“그래. 둘이 화해 잘하고~”
수련이 두 사람을 데리고 사라지자 백사장엔 백야와 청, 둘만이 남겨졌다.
다른 멤버들은 리조트에서 해변으로 이어지는 계단에 쪼르르 앉아 두 사람이 화해하기만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허억, 헉. 백야.”
“뭐. 괜찮아지면 말해.”
사실 청에게 화났던 건 진작에 다 풀린 상태였다. 지금 심통이 난 건 신디와 초록 때문이었지만 그걸 청이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대충 숨을 고른 청은 허리를 펴고 눈을 맞췄다.
팔자로 휘어진 눈썹과 굳게 다문 입술. 갈피를 잡지 못하고 굴러다니는 눈알만 봐도 청이 얼마나 긴장했는지 알 수 있었다.
“백야….”
“으. 소름.”
분명 제 이름이 맞는데 청이 부르니까 어색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백야는 누군가에게 불리는 제 이름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깨달았다.
반면 백야의 소름이 끼친다는 말에 큰 충격을 받은 청은 순간 심장이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듯했다.
“미안해….”
“그냥 햄스터라고 해.”
백사장으로 달려오기 전, 멤버들에게 육하원칙 반성문을 컨펌받고 달달 외우고 나온 그였는데….
백야의 ‘소름’이라는 말에 머릿속이 하얘져 뒷말은 제대로 듣지도 못했다.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청은 입술을 달싹이기만 할 뿐, 어떤 말도 내뱉지 못했다.
“청청?”
게다가 청청이라니!
‘소름’에 이어 자신을 풀 네임으로 부르는 반려햄에 집사의 눈엔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방에 갇히는 바람에 사과할 타이밍을 놓쳐 버린 것이 틀림없었다.
털썩-
바닥에 주저앉은 청은 훌쩍이기 시작했다.
“미아네. 히끅. 미아네에….”
“어어?”
갑자기 운다고?
청이 눈물을 보이자 오히려 당황한 건 백야였다.
앞발이 청의 어깨에 닿자 청이 움찔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잠깐이지만 마음고생을 심하게 한 듯 그의 얼굴엔 근심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
“야아, 왜 울고 그래….”
“나, 히끅, 나 이제 보기 싫어졌어? 내가 햄… 한테 거짓말해서, 훌쩍.”
“그냥 햄스터라고 해.”
“햄스터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 내가 장난이 심했어. 훌쩍.”
“아니까 다행이네.”
백야는 눈물로 범벅된 친구의 얼굴을 안쓰럽게 바라봤다.
앞발을 들어 턱에 맺힌 눈물방울을 닦아 주자 청이 움찔거리며 몸을 물렸다.
“왜 피해?”
“때, 때리는 줄 알고….”
본인이 맞을 짓을 했다는 건 잘 알고 있군.
반성을 제대로 하고 온 모양이었다.
“알겠어. 화 풀게.”
“정, 훌쩍, 정말?”
“응. 그러니까 다시는 그런 거짓말, 끄앙…!”
“햄스터!”
백야가 모처럼 진지한 얼굴로 막내를 교육하려는데, 화를 푼다는 말에 기뻤던 청이 와락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오션 뷰에서 스카이 뷰로 시야가 바뀐 백야는 청의 몸에 깔려 바둥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청이 백야를 덮치는 순간, 자리에서 일어난 민성은 막내즈가 있는 방향을 카리키며 걱정을 쏟아 냈다.
“저, 저…!”
보는 눈도 많은데 저기서 싸움질을 한다고?!
놀란 민성이 계단을 내려가려 하자 유연이 간발의 차로 그를 잡아 세웠다.
“싸우는 건 아닌 것 같으니까 조금만 더 놔두자. 사과받아 준 것 같은데?”
형들에게 들리진 않았지만, 그의 예상대로 청은 백야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웅얼거리는 중이었다.
“햄스터. 나 용서해 조서 고마워.”
“됐어. 덕분에 나도 잘 놀았어…. 근데 무거워. 좀 떨어지면 안 돼?”
얼굴을 찡그린 백야는 청을 밀어내며 고개를 돌렸다가 야자나무 뒤에 숨어 저희를 지켜보고 있는 신디, 초록, 수련과 눈이 마주쳤다.
“저 사람들이 진짜…!”
저들이 놀려 댈 걸 생각하자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 좀 떨어지라고오!”
꾸욱-
세 사람을 의식한 백야가 있는 힘껏 청을 밀어내 보았지만 청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안은 팔에 더욱 힘을 주며 버틸 뿐이었다.
“나 결심해쏘. 이제 내 목숨은 햄스터 거야.”
“됐거든?! 그런 거 필요 없어!”
“그러니까 이제 재계약할 때마다 햄스터 마음대로 해. 알겠지? 왜냐면 우리는 형제잖아.”
비록 피로 이어진 관계는 아니었지만 청은 백야를 멤버이자, 친구이자, 가족이자, 동생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평생 데이즈 하다가 죽을 때도 같이 죽어.”
청을 밀어내려 애쓰던 백야도 이내 포기했는지 온몸에 힘을 풀며 축 늘어졌다.
“에휴. 그래. 네 마음대로 해라.”
그렇게 1등으로 탈출한 데이즈는 상품으로 8박 10일 하와이 여행권을 얻었다.
다만, 하와이라면 이젠 지긋지긋해진 이들은 만장일치로 매니저들에게 상품을 양보하기로 했다.
이틀 만에 완전히 질려 버리고 만 것이다.
그렇게 ID 워크숍 최고의 수혜자는 그동안 은쪽이들을 위해 고생한 매니저들과 전원 재계약을 받아 낸 Mr. ID로 훈훈하게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