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67
외전 55화
외전 13장.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가 밝았다.
설날을 맞이해 휴가를 받은 멤버들은 모처럼 본가로 향했다.
설날 브이로그를 찍어 오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데이즈는 각각 한 대씩 카메라를 챙겨 떠났는데, 백야만 담당 카메라맨이 따라붙었다.
“햄스터! 여기 보고 인사해!”
본가가 멀리 있어 홀로 숙소에 남을 뻔한 청이었다.
액션 캠을 든 그는 백야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촬영에 열정을 보였다.
“청. 그만 찍고 얼른 와.”
양손 가득 도하에게 줄 선물을 든 백야는 지하 주차장을 걷고 있었다.
카메라를 셀프 캠으로 전환한 청은 렌즈를 향해 재잘대기 시작했다.
“나잉아! 나 제우스 집 간다? 가서 베이비 햄스터한테 세배하고 용돈 줄 거야.”
“절은 네가 받아야지.”
“절 받으면 건강하게 오래 살라는 뜻 아니야?”
“맞아.”
“그럼 우리가 베이비 햄스터한테 해야지! 걔는 아직 작고 약하니까.”
“…그런가?”
듣고 보니 맞는 말 같았는지 백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햄스터가 운전할 거지?”
“응. 먼저 타고 있어. 난 트렁크에 짐만 넣고 갈게.”
“Oh yeah~ 햄스터가 운전한다.”
도로 위의 시한폭탄에서 평범한 드라이버가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어쨌든 지금은 믿고 탈 만한 실력으로 성장한 백야였다.
차에 타기 무섭게 민성에게 전화가 걸려 온 청은 잠시 카메라를 내려 두고 핸드폰을 들었다.
“나다!”
[어디야? 출발했어?]“응! 우리 이제 가. 민성은 어디야? 옆에 할머니도 있어?”
연습생 시절부터 민성과 명절을 함께 보낸 탓에 김천 사람들과도 많이 친해진 청이었다.
[지금은 울산. 김천은 저녁에 올라가려고. 너 가서 회장님께 버릇없이 굴지 말라고 전화했어.]“허어어…. 내가 Baby야?”
[애면 차라리 낫지. 사고 치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떨어져 있어도 날마다 들려오는 잔소리에 청이 뚱한 표정을 지으며 지루해했다.
“누구야?”
막 차에 오른 백야가 안전벨트를 착용하며 물었다.
“민성. 내가 울산 안 따라가서 삐졌다.”
통화를 끝낸 청은 고개를 저으며 뒤늦게 안전벨트를 맸다.
“그러게. 항상 형 따라갔었잖아. 이번에는 왜 안 갔어?”
“거기는… 너무 좋은데 고문이야.”
“엥?”
민성네 할머니 집은 자연 친화적이고, 마을에 강아지도 많고, 다들 저를 예뻐해 줘서 너무 좋지만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할머니가 내 배를 터뜨리려고 해.”
삼시 세끼는 물론, 1시간 간격으로 자꾸 먹을 것을 권한다는 것이었다.
아침을 먹고 나면 과일을 주시고, 과일을 먹고 나면 떡을 주시고, 떡을 먹고 나면 식혜를 주시고….
차마 거절할 수 없어서 꾸역꾸역 먹으면 잘 먹는다며 또 무언가를 꺼내 오신다고 했다.
“그거 다 먹잖아? 그럼 점심시간이야. 또 밥 먹어야 해.”
점심을 먹고 나면 다시 간식 감옥에 갇혀 저녁 식사 전까지 계속 무언가를 먹어야만 했다.
“근데 오늘은 해방이야!”
청은 이번 명절만큼은 소화제를 먹지 않아도 된다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출발을 외쳤다.
* * *
“할아버지~ 도하야~”
제우스의 저택에 도착한 백야는 현관에 들어서기 무섭게 도하부터 찾았다.
아침부터 애기 삼촌은 언제 오냐고 떼를 쓰던 도하는 백야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우오! 산쪼!”
부엌에서 엄마와 송편 만들기 놀이를 하던 그는 의자에서 폴짝, 뛰어내려 현관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도도도도-
그리고 마침내 도하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애기 삼촌을 발견했다.
“산쪼!”
“도하야~ 잘 있었어?”
바리바리 싸 들고 온 선물을 잠시 내려놓은 백야는 무릎을 굽혀 도하를 안아 들었다.
영상을 촬영하던 청은 귀여운 애 옆에 귀여운 애를 촬영하며 감탄하기 바빴다.
“Oh my god! 귀여워!”
청은 못 본 사이 베이비 햄스터가 반 뼘 정도 자란 것 같다며 감격했다.
“애기 산쪼!”
“백야 삼촌이라고 해야지~”
“애기!”
도하가 눈웃음을 지으며 백야의 목덜미로 얼굴을 파묻었다.
“베이비 햄스터, 이제 나보다 말 잘하네?”
빠안-
가만히 청을 바라보던 도하는 그가 들고 있는 카메라가 신기한지 짧은 팔을 길게 뻗었다.
“이거 줄까?”
“웅!”
청이 작은 손에 카메라 봉을 쥐여 주려는데, 아직 힘이 없어 제대로 쥐지 못했다.
“안 되겠다. 내가 이따 목에 걸어 줄게.”
“으으응.”
도하가 카메라를 달라며 투정을 부리자 청이 곤란한 얼굴로 백야를 바라봤다.
“햄스터….”
“도하야~ 삼촌이랑 청이 삼촌이 저거보다 훨씬 좋은 장난감 많이 가져왔는데. 우리 안에 들어가서 장난감 구경할까?”
“잔난까?”
올해로 3살이 된 도하는 말도 어찌나 잘하는지, 간단한 의사소통 정도는 가능했다.
작은 머리통이 고개를 갸웃하자 청과 백야의 표정이 동시에 구겨졌다.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는 얼굴들이었다.
“허허. 애기 왔냐? 청이도 왔구나.”
어느새 다가온 제우스가 허허 웃으며 막내즈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오느라 고생했다. 얼른 들어오지, 추운데 왜 그러고 있어? 들어와.”
“히잉…. 할아부지, 도하가 너무 귀여워요.”
“제우스! 이거가 우리를 붙잡고 못 들어가게 했어!”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주접부터 늘어놓는 막내즈를 보며 제우스가 혀를 찼다.
“그러다 애 버릇 나빠진다.”
제우스는 제법 근엄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꾸짖었다.
그러나 도하가 뒤를 돌아보자 곧바로 표정이 풀리며 회장님 모드가 해제됐다.
“어이구~ 우리 손자, 왜? 할부지한테 올래? 그래. 애기 힘들겠다.”
“시어! 애기 내 꼬야.”
도하가 백야의 목을 꼭 끌어안으며 절대로 내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백야도 도하를 내려놓을 생각은 없는지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괜히 머쓱해진 제우스는 뒷짐을 지며 현관 어딘가를 바라봤다.
“크흠. 거 얼른 들어오래도.”
“괜찮아요. 도하 별로 안 무거워요. 그리고 저 요즘 도하 안으려고 운동도 해요.”
운동을 한다는 말은 사실인 듯, 말려 올라간 소매 아래로 굵어진 팔과 근육이 돋보였다.
“맞아. 햄스터 요즘 운동 엄청 열심히 해. 베이비 햄스터가 자기보다 크기 전까지 안고 다닐 거래.”
“뭐?”
제우스의 옆에 있던 지훈이 그건 좀 아니지 않냐는 얼굴로 백야를 바라봤다.
“내 마음이야. 그치~ 도하야~”
백야가 도하의 통통한 뺨을 살살 매만지자 아기 복숭아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백야의 손가락을 장난스레 물었다.
“알겠으니까 얼른 들어와. 연이는 부엌에 있어. 도하랑 송편 만들기 하던 중이라.”
안으로 들어선 막내즈는 곧장 부엌으로 다가가 할머니와 누나, 도우미 아주머니께도 인사를 드렸다.
세 사람은 도하가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은 송편 놀이의 현장을 정리하느라 분주해 보였다.
“왔어? 도하야. 도하가 삼촌 주려고 만들어 놓은 송편 보여 줄까?”
“산쪼, 나 내려가.”
연의 말에 도하가 다리를 달랑거리자 백야가 바닥에 내려 주었다.
쪼르르-
백야와 청의 손을 잡아끌고 쟁반으로 달려간 도하는 자신의 작품을 하나하나 자랑하기 시작했다.
“이고 할부지, 이고 함모니. 엄마, 아빠. 이고는 애기!”
엉망으로 빚어진 것들 가운데 제일 크고 못생긴 송편이 눈에 띄었다.
“보쭈아!”
“복숭아? 삼촌 거야?”
“웅! 애기.”
비록 속이 다 터져 나오고 형체를 알 수는 없었지만, 자신을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사실이 감동이었다.
“산쪼! 이고 초니 산쪼.”
대충 주먹으로 몇 대 때린 것처럼 생긴 송편을 가리키며 도하가 청을 향해 배시시 웃었다.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적엔 청만 보면 울음을 터뜨려 댔는데…. 이제는 청이 무섭지 않다는 걸 아는 듯했다.
“베이비 햄스터어….”
외강내유 병아리는 감동을 크게 받은 듯 도하를 꼭 끌어안았다. 그리곤 자신의 이름을 한 번 더 물었다.
“이제 내 이름도 알아?”
“웅! 초니.”
“Oh my god. 베이비 햄스터는 천재야!”
발음이 새긴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는 도하가 신기한지 청이 감격에 겨워 주접을 늘어놨다.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주억이던 제우스는 도하의 옆으로 다가가 자신의 이름도 말해 보라며 부추겼다.
“우리 도하~ 할부지 이름은 뭐지?”
“쪼우!”
“아빠 이름은?”
“빠아!”
“엄마 이름은?”
“엄마아.”
도하가 연을 향해 배시시 웃으며 애교를 부렸다. 엄마는 생각만 해도 좋은 모양이었다.
“아이고~ 내 손주 똑똑하기도 하지. 이놈이 글쎄 천재야, 천재.”
제우스는 도하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그저 흐뭇해했다.
백야도 그 말에 동의하며 도하와 눈을 맞췄다. 그리곤 기대에 찬 얼굴로 자신의 이름을 물었다.
“도하야, 그럼 삼촌 이름은 뭐야?”
“산쪼…? 애기!”
* * *
한편 데이즈의 또 다른 삼촌 멤버도 명절을 맞이해 조카들과 추억 쌓기에 한창이었다.
“슬이랑 국이는 좋겠네~ 삼촌이 설날 선물로 책가방 사 준대.”
“우와~ 삼촌 최고!”
“삼촌! 나는 공룡 가방 살 거야. 가방에서 불 나오는 거. 크와아앙~!”
“그래. 너희 갖고 싶은 걸로 골라.”
이제는 쫀쫀이 아닌 정확한 발음으로 유연을 부르는 이들은 초등학교 입학을 맞이해 삼촌과 쇼핑에 나섰다.
마스크에 모자까지 눌러쓴 그는 제게서 떨어질 줄 모르는 슬이의 손을 꼭 잡고 여아용 코너로 향하는 중이었다.
국이는 아동 층에 도착하자마자 공룡 가방을 찾으러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슬이도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말해. 알겠지?”
“응.”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던 슬이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토끼 가방을 찾기 시작했다.
그녀는 삼촌이 일본 스케줄이 있을 때마다 종종 사다 주던 귀가 크고 귀엽게 생긴 토끼 캐릭터의 가방을 찾는 중이었다.
그러다 원하는 가방을 발견했는지 유연을 잡아당기며 한쪽을 가리켰다.
“삼촌. 나 저거 보고 싶어.”
작은 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쪽에만 유독 여자아이들이 몰려 있는 게 보였다.
“저기? 그래. 가 보자.”
슬이의 손을 잡고 간 곳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너도나도 책가방을 메고 거울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삼촌. 나 안 보여.”
슬이가 옷자락을 잡아당기자 유연이 가볍게 들어 안았다.
“이제 보여? 그럼 맘에 드는 거 골라 봐.”
훌륭한 키에 부드러운 목소리.
얼굴을 다 가렸지만 마스크를 뚫고 나오는 미모에 주위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향했다.
슬이는 조금 으쓱한 표정으로 개중 가장 화려한 가방 두 개를 골랐다.
하나는 반짝이와 하트 키링, 구슬이 주렁주렁 달린 공주풍의 가방이었고, 다른 하나는 양옆으로 캐릭터의 귀가 커다랗게 달린 가방이었다.
유연은 손을 들어 직원을 불렀다. 조카가 고른 가방을 자세히 보고 싶다 요청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손에 두 개의 가방이 들렸다.
“슬이 메 볼래?”
슬이를 바닥에 내려 준 유연이 가방끈 길이를 조절한 뒤 조카에게 내밀었다.
그러나 정작 슬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거부했다.
“왜? 이거 말고 다른 거 먼저?”
“으으응. 삼촌이 해.”
“…내가?”
“응. 그래야 내가 보고 고르지.”
당황한 유연의 시선이 공주 가방에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