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79
외전 67화
* * *
유괴 2일 차.
얼굴을 꽁꽁 싸맨 두 사람은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섰다.
백야가 먹어 보고 싶다던 쿠키가 백화점에서만 팔기 때문이었다.
무려 오픈 런을 해야만 먹을 수 있다는 인기 디저트는 백야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했다.
솔직히 디저트보단 오픈 런을 해 보고 싶어 하는 것 같긴 했다만…. 대환은 못 이기는 척 기꺼이 동참해 주었다.
“형! 빨리, 빨리!”
택시에서 내린 백야가 발을 동동거리며 대환을 재촉했다.
“형 계산하고 있잖아. 감사합니다.”
거스름돈을 챙긴 대환은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앞발에 손이 꿰였다.
“형, 뛰어야 해! 저기 저 사람들 다 우리 경쟁자야.”
백야의 말대로 벌써부터 백화점 입구를 향해 달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덩달아 마음이 급해진 대환은 앞발을 고쳐 쥐고 전속력으로 달렸다.
그 결과, 두 사람은 제법 앞 번호를 받고 줄을 서게 됐다. 그런데 조금 의아한 점이 있다면… 다들 한국인이라는 것이었다.
“형…. 여기 한국이야?”
앞뒤로 들려오는 대화가 다 한국어였다.
두 사람은 동시에 생각했다.
들키면 큰일 난다.
“야. 나 봐.”
대환이 백야의 턱을 살짝 쥐어 올리자 조그마한 고개가 얌전히 위를 향했다.
좌우를 살피며 백야가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했는지 확인한 대환은 이어서 그가 쓴 모자를 깊게 눌러 주었다.
“왜?”
“넌 말하지 마. 네 목소리는 특이해서 눈치채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단 말이야.”
“응.”
백야는 얌전히 대환의 손길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쌍의 바퀴벌레처럼 딱 붙어 선 두 사람이 속닥거리면 속닥거릴수록 그들을 향한 주변의 시선은 점점 늘어났다.
“야. 저기 봐. 남자 아니야?”
“맞는 것 같은데.”
“나 아까 저 사람들 손 잡고 뛰는 거 봤어.”
“역시… 그건가?”
“어머♡”
얼굴을 꽁꽁 가리고 있는 덕에 두 사람에 대한 관심은 커져만 갔다.
* * *
잠시 후, 너구리의 솜사탕처럼 쿠키 상자를 품에 안은 백야는 대환의 뒤만 쫄래쫄래 따라다녔다.
같은 옷을 3일씩이나 입을 수는 없었기에 백화점에 온 김에 겸사겸사 쇼핑을 나선 참이었다.
대환은 대부분의 시간을 작업실에서 보내는 탓에 주로 편한 복장을 선호했지만, 사실 그는 패션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그가 한창 데이즈의 연차일 때만 해도 겨울엔 무조건 코트만 고집할 정도로 스타일에 진심이었다.
반면 백야는 어떤가.
“우와! 형, 이거 봐!”
한 마네킹 앞에 멈춰 선 백야는 난해한 스타일의 티셔츠를 가리키며 대환을 불렀다.
해골의 눈에서 알 수 없는 파란색 연기가 나오는 기괴한 디자인이었다.
“……?”
대환이 나를 부른 의도가 뭐냐는 얼굴로 물끄러미 바라보자, 백야가 모자를 살짝 들치며 ‘갖고 싶어 빔’을 쐈다.
“완전 멋져!”
백야는 이걸 입으면 힘이 세질 것 같은 느낌이라며 사고 싶은 이유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매번 제가 고르는 옷마다 ‘안 돼’를 외치는 민성 때문에 생긴 버릇이었다.
제가 이 옷을 왜 입어야 하느냐!
자신은 생긴 게 만만하기 때문에 이런 강한 디자인으로 인상을 세게 남겨야 사람들이 얕보지 않는다나 뭐라나.
이유가 제법 구체적이라 대환은 바로 반박하지 못했다.
“……이게?”
“응!”
민성이 있었다면 거품을 물고 졸도했을 만한 발언이었다.
대환은 어떻게 해야 저의 뮤즈가 이런 쓰레기 같은 건 쳐다도 못 보게 할 수 있을까 잠시 고민했다.
한편 백야는 대환이 아무 말 않고 서 있기만 하자 기대감에 착각계를 발동하기 시작했다.
‘이건 허락인가?’
의심에서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 백야의 앞발이 번쩍 들렸다. 직원을 부르기 위함이었다.
“저기요~”
앞발이 올라가는 순간 대환이 빠르게 잡아 내렸지만, 두 사람이 등장한 순간부터 이쪽을 주시하고 있던 직원은 한달음에 달려왔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저 이거 하나 주세요!”
맙소사.
대환은 이런 쓰레기를 돈 주고 사는 사람을 처음 봤다. 그런데 그게 내 최애였다니.
할 말을 잃은 대환은 입을 틀어막으며 마음속으로 오열했다.
“왜 그래? 속이 안 좋아?”
“……아니.”
“그럼… 혹시 옷 때문에 그래? 이거 별로야?”
백야의 눈썹이 팔자를 그리며 눈에 띄게 시무룩해졌다.
도민성 네 이노오오옴!
평소에 옷 입는 걸로 애한테 얼마나 눈치를 줬으면 갖고 싶은 거 하나 당당히 못 사고 이렇게 꼬리를 내린단 말인가.
갑자기 마음이 짠해진 대환은 고개를 저으며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아니야. 예뻐.”
한평생 옳은 말만 하고 살던 T발놈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물론 눈새는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치? 역시 형은 뭘 좀 안다니까~ 저기요! 이거 하나 더 주세요.”
백야가 한 번 더 앞발을 들며 직원을 불렀다.
“????”
이런 쓰레기를 두 개씩이나 사서 뭐에 쓰려고 하느냐는 눈빛이 그를 향했다.
“형도 하나 사 줄게. 선물이야. 대신 우리 이거 입고 나오는 날엔 서로 미리 말해 주기!”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최애와의 커플 티가 생겼다.
음. 계속 보니 괜찮은 것 같기도.
* * *
“나도 베이비 햄스터 보고 싶었는데!”
한편 숙소 거실에 발라당 드러누운 청은 심술이 난 얼굴로 1인 시위를 벌이는 중이었다.
분명 도하는 자신과 보러 가기로 약속했으면서 백야가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홱, 몸을 뒤집어 바닥에 얼굴을 파묻던 청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났는지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그리곤 율무를 불렀다.
“율무야! 율무우우!”
“율무 스케줄 가고 없다.”
소파에 누워 있던 민성이 대신 답했다. 따끈따끈한 백야를 안고 있으니 잠이 솔솔 오는 게 기분이 나른하고 좋았다.
“그럴 수가…! 아닌데? 오늘 율무 스케줄 없는데?”
“갑자기 추가 촬영 잡혀서 나갔어. 아까 인사했잖아.”
“세상에 이런 일이…….”
민성이 슬쩍 옆을 돌아봤다.
주인 잃은 똥강아지처럼 축 처진 게 상당히 시무룩해 보였다.
“저, 저, 표정 봐라. 확 사진 찍어서 올리고 싶네.”
“No! 그럼 지한!”
“걔도 나갔는데.”
“사기꾼!”
“없는데.”
현재 숙소엔 유교 염병 토끼와 청뿐이었다.
지한은 사랑니를 빼러 치과에 갔고 유연도 미뤄 놨던 병원 투어를 돌러 나가고 없었다.
백야 몰래 제우스 주니어의 집에 서프라이즈 방문을 하자고 하려 했는데…….
유일하게 숙소에 남아 있는 민성은 물어보나 마나 안 된다고 할 게 뻔했다.
청이 민성을 빤히 보며 눈을 가늘게 뜨자 민성이 단호하게 말했다.
“안 돼.”
“모! 내가 몰 말할 줄 알고!”
“보나 마나 백야랑 관련된 거겠지. 넌 맨날 보면서 지겹지도 않냐?”
민성은 분리 불안이 온 집사에게 강아지를 떠넘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백야.”
“이거 말고!”
“거, 되게 찡찡대네. 그렇게 보고 싶으면 전화해 보든가.”
“안 받는단 말이야.”
청이 다시 바닥에 엎드리며 얼굴을 파묻었다.
“전화를 안 받는다고? 까톡은 잘만 오던데?”
“근데 전화는 안 받아 조, 지한 폰으로도 해 봤는데 안 받아.”
그럴 리가.
수상한 냄새를 맡은 민성은 곧장 백야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쇼핑을 마친 두 사람은 유명한 맥주 공장 견학을 마치고 택시로 이동 중이었다.
저만 보면 선셋 크루즈의 미슐랭은 어땠냐고 물어오는 백야 때문에 특별히 예약한 미슐랭 맛집이었다.
사실 대환은 오늘 이곳에서 백야에게 꼭 전할 말이 있었다.
그러나 백야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히끅. 조오~ 타!”
딸꾹질할 때마다 몸을 들썩이던 백야는 이내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려다 대환에게 뒷덜미를 잡혔다.
“씁. 모가지 날아가고 싶냐? 가만히 안 있어?”
“앙 대. 내 목….”
대환의 살벌한 경고에 백야가 목을 움켜쥐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사실 시음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백야가 여기까지 왔는데 생맥주를 맛보지 않을 수 없다며 호기를 부리는 바람에…. 결국 세 모금 마시고 이 꼴이 됐다.
“나능 후회하지 아나! 왜냐면 그건 지이이인짜 맛있었거든!”
처음엔 딱 한 입만 먹기로 약속했으면서, 거품을 한번 맛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져서 대환이 말리기도 전에 꼴깍꼴깍 두 모금이나 더 마셔 버렸다.
배시시 웃으며 제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은쪽이를 보자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래. 동선을 그렇게 짠 내 잘못이지. 네가 무슨 잘못이 있겠냐.’
대환은 얼른 밥만 먹이고 숙소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두 사람은 곧장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대환이 준비한 건 프라이빗 오마카세.
애초에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소수 인원만 받는 곳으로 예약한 터라, 백야가 그 어떤 진상 짓을 해도 새어 나갈 일은 없었다.
비록 한 공간에서 음식을 준비해 주시는 셰프님께서는 보시겠지만….
“장난치지 말고 똑바로 앉아.”
“나눈 가만히 있는데 식탁이 울렁울렁 하눈 곤데….”
백야가 몸을 비틀거리면서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하. 제대로 취했네. 너 밥은 먹을 수 있겠어?”
“웅! 나 스시 좋아해. 스시~ 스시~”
술만 취하면 애교가 폭발하는 백야는 젓가락을 양손에 한 짝씩 들고 테이블을 콩콩 두드렸다.
“야, 물 마셔. 물.”
젓가락을 빼앗은 대환은 앞발에 물컵을 대신 들려 주었다.
호로록-
얌전히 녹차를 홀짝이던 백야는 무언가 생각났는지 고개를 홱, 치켜들며 대환에게 물었다.
“아! 군데 형, 아까 나한테 할 말 있다고 해짜나. 모야?”
“취했으면서 그건 또 기억나냐?”
백야가 대답 대신 배시시 웃으며 코를 찡긋거렸다. 그 모습이 쓸데없이 귀여워서 대환은 조금 곤란했다.
“오늘은 안 돼. 너 맨정신일 때.”
“왜!”
“어차피 지금 말해 봤자 내일 되면 너 기억도 못 할 거잖아.”
“호엥~ 이 형이 내 기억력을 무시하네. 참 나.”
백야는 어이가 없다는 듯 의자에 기대앉으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럼 다음 날에도 자신이 기억할 수 있게 녹음을 해 놓으면 되지 않냐며 화면을 마구 터치하는데, 마침 민성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민성이 형]“오옹?”
일본에 온 사실은 멤버들에게 비밀로 한 참이라 웬만하면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진 전화를 받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알코올에 절은 앞발은 거절이 아닌 받기 버튼을 눌러 버리고 말았다.
[여보세요? 받는데?]민성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작게 흘러나오는 동시에, 셰프의 목소리가 울렸다.
“실례합니다. 첫 번째 요리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 시츠레이시마스…? 너 지금 어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