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83
외전 7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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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돌아온 ID 콘서트] [‘아이디콘’ 다음 주 예매 시작] [ID 라이브 콘서트, 스페셜 콜라보 아티스트 선공개]– 연하X지한X태인??? 티켓팅 실패하면 죽음뿐
– 아이디 취향 확고하네.. 부잣집 고양이상만 모아놓은 것 좀 봐
└ 아이디상 종합세트
– 콜라보 선공개 라인업 돌았다,, 이거 못 가면 내가 진짜 사람이 아니다
– 아이디콘의 묘미는 세계관 충돌 아니겠어?
– 대환 사클에 있는 백야 피처링 듀엣곡 난 아직 못 잊었다고ㅠㅠㅠ 무대 안 해줄 거면 음원이라도 내놔
– 에임X로즈데이X데이즈X세이렌 혼성 콜라보 ㅈㅂ 아무 조합이나 괜찮으니까 한 번만 떠먹여줘
ID 콘서트 공지가 올라가자 실시간 트렌드가 전부 관련 검색어로 바뀌었다.
백야가 숙소에 갇혀 사육을 당하는 동안 그룹별로 무사히 조율을 마친 결과였다.
“백야 씨 콘서트 한다며? 바쁘겠어~ 촬영하랴 콘서트 하랴.”
“하하. 열심히 살아야죠.”
지금은 드라마 촬영 현장.
감금 상태에서 해제되어 스케줄을 하러 온 백야는 뷔페에서 음식을 뜨는 중이었다.
오늘 기사가 났는지 마주치는 스태프들마다 ID 콘서트 이야기를 꺼내 왔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꾸벅 허리를 숙인 백야는 또래 배우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대본 리딩을 하면서 친해진 이들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을 반겨 주었다.
“백야 씨, 얼른 와. 여기 음식 미쳤다 정말. 나 살면서 이렇게 호화로운 촬영은 처음이야.”
“촬영장이 호텔이니까 좋긴 하네요. 그것도 우리나라 최고 호텔.”
“감독님이 그러시는데 원래 제우스는 촬영 허가 안 내주기로 유명한 곳이래요. 그런데 먼저 제안 와서 깜짝 놀랐다고 하시던데요?”
“정말?”
배우들의 시선이 동시에 백야를 향했다. 볶음밥을 크게 한 숟가락 뜨던 백야는 쏟아지는 시선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왜, 왜요?”
요 며칠 민성에게 하도 잔소리를 들었더니 사람들의 말을 차단하는 능력이 생긴 그는 동료들의 대화를 전혀 듣지 못했다.
눈알을 떼구루루 굴리며 상황을 파악하려 애쓰는데, 데뷔작에 이어 오랜만에 같은 작품을 하게 된 재욱이 피식 웃으며 그의 앞발을 대신 움직여 주었다.
“먹어, 먹어. 별 얘기 아니야.”
“쓰읍. 재욱 씨, 별 얘기 아니라니. 그리고 어디 본부장님 손을 덥석덥석 잡고.”
“오버 좀 하지 마요. 애 체하겠다.”
입에 들어온 볶음밥을 한쪽 볼로 몰아넣은 백야가 입을 가리며 물었다.
“왜요?”
“별 얘기 아니야. 그냥 촬영 기간 동안 제우스로 출퇴근한다니까 다들 들떠서 그래.”
“아……. 하하.”
백야가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오물거렸다.
백야가 이번에 들어가게 된 작품은 망자들의 호텔을 배경으로 한 인외 남주와 저승사자의 실수로 우연히 호텔에 머무르게 된 인간 여주의 사랑 이야기였다.
작가가 애초에 백야 캐스팅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이라고 밝힐 정도로 그에게 잘 어울리는 캐릭터였다.
“그런데 백야 씨, 진짜 여기 본부장이에요?”
“아니에요. 그냥 브이로그 촬영이었어요. 회장님께서 장난치신 거예요.”
백야는 사실무근이라며 어떻게든 진실을 덮어 보려 애썼다.
하지만 손발도 쿵짝이 맞아야 하는 법. 제우스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실례하겠습니다.”
드라마 촬영팀을 위해 따로 내어 준 연회장 문이 열리며 김 비서님께서 등장하셨다.
회장님께서 보내셨다는 불길한 말과 함께 커피와 디저트를 실은 카트가 우르르 들어왔다.
“저게 뭐야?”
식사를 하던 스태프와 배우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촤라락!
동시에 연회장에 미리 설치해 두었던 현수막이 화려하게 펼쳐지며 백야는 자연스레 작년의 악몽을 떠올렸다.
[우리 애기 할부지가 사랑한다♥] [모든 배우 스태프분들 힘내세요!]입을 쩍 벌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백야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대로 연회장을 뛰쳐나갔다.
회장실!
회장실 어디야악!
* * *
지금쯤이면 깜짝 놀라 뒤집어졌겠군.
“허허허.”
조금 전, 연회장에 커피 카트를 전달했다는 소식을 들은 제우스는 뿌듯한 얼굴로 책상에 놓인 가족사진을 바라봤다.
지훈과 백연, 백야 그리고 도하까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새끼 햄스터들 덕분에 제우스는 요즘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촬영이 언제쯤 끝나려나.’
회장님의 결재를 기다리는 서류가 책상 한편에 높게 쌓여 있건만 제우스가 뒤적이는 종이는 드라마 촬영팀에서 제출한 스케줄표였다.
마음 같아선 슬쩍 내려가 구경하고 싶은데. 그랬다간 백야가 토라질 걸 알기에 인내심을 발휘해 보는 중이었다.
‘얼굴이라도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아도 바쁜 백야는 데이즈의 빌보드 진출 이후로 얼굴을 보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게다가 유닛 활동인지 뭔지를 하겠다며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설날 이후론 코빼기도 볼 수 없었다.
‘역시 슬슬 잡아다 회사에 앉혀 놔야 하나.’
제우스가 혼자서 진지한 고민을 하는데 회장실 문이 노크도 없이 열렸다.
“할아버지!”
이 또랑또랑한 목소리는…!
본능적으로 백야의 목소리를 캐치해 낸 제우스는 회장님 모드를 잠시 내려놓고 급히 팔불출 모드로 전환했다.
“아이고, 내 새끼! 할부지 보고 싶어서 와쪄요?”
요 근래 제우스 부자의 특이 사항이 있다면 도하와 놀아 주다 보니 혀가 짧아졌다는 것이다.
문밖의 비서팀은 아무것도 못 들은 척 흐린 눈을 하며 문을 닫아 주었다.
“촬영은 어쩌고 여기까지 왔어?”
제 이벤트가 그렇게 감동적이었던 걸까. 제우스는 헛다리를 제대로 짚으며 백야를 향해 팔을 벌렸다.
그런데 햄스터의 반응이 이상했다.
“진짜 이러실 거예요? 촬영장 허가해 주시는 것까지만 하기로 약속하셨잖아요.”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구나.”
제우스는 백야의 차기작이 호텔 배경이라는 소식을 접수하자마자, 제작사에 연락해 호텔을 갖다 바친 전적이 있었다.
이 일로 백야에게 잔소리를 들은 그는 장소 협찬 외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촬영 첫날부터 약속을 어길 줄이야!
제우스에게 안기기는커녕 백야는 잔뜩 심통이 난 얼굴로 제우스를 노려보기 바빴다.
“어디 보자~ 밥은 잘 먹고 다니는 것 같구나. 볼살이 통통하니 조금 올랐어.”
그렇다면 아쉬운 사람이 움직여야지 별수 있나.
백야에게 다가간 제우스는 그의 투정이 귀엽기만 한지, 볼을 매만지며 흐뭇한 미소를 짓기 바빴다.
“만지지 마세요!”
“허이고. 녀석 앙칼지긴.”
제우스는 백야가 투정을 부리면 부리는 대로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래, 그래. 할부지가 미안하다. 이제 진짜 아무것도 안 하마. 약속.”
이미 할 수 있는 건 다해 놓고 이제 와서 안 하겠다니. 백야는 어이가 없었다.
토라진 백야가 계속해서 노려보기만 하자 제우스는 그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달래 주었다.
뭐든 해 주고 싶은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가끔은 너무 과해서 부담스럽다는 건 왜 모르시는 걸까.
백야의 턱에 작은 호두가 자라났다.
“할아버지. 저 챙겨 주시는 건 너무 감사하고 기분 좋은데요…. 그런데 이러실 때마다 저는 해 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조금 부담,”
“떽!”
제우스의 호통에 백야가 깜짝 놀라며 어깨를 움츠렸다.
“누가 너한테 뭘 바란다더냐! 그냥 기분 좋게 받기만 하라고 몇 번을 말해.”
“아니, 그래도 정도가 있지, 이건 너무 과한….”
백야가 제우스의 눈치를 보며 말끝을 흐렸다. 할아버지의 얼굴에 서운한 기색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하, 할아버지이….”
“그래. 이 늙은이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내 손자 뒷바라지하는 게 삶의 유일한 즐거움이거늘.”
또 똑같은 레퍼토리였다.
이는 제우스가 불리할 때마다 하는 핑계였다.
“손주가 바로 아래에 있는데 보러 가지도 못하고…….”
“그거야 할아버지가 귀찮으실까 봐 그러죠.”
임원도 아니고 무려 회장님의 행차인데 촬영에만 집중할 수 있는 감독과 스태프가 몇이나 되겠는가.
“나도 변장이라는 걸 할 줄 안다.”
아니,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보고 싶은 거냐고요….
해탈한 백야는 하고 싶은 대로 하시라며 결국 한발 물러섰다.
“그리고 제 말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스케일을 조금만 줄여 달라는 거잖아요. 매번 이게 뭐예요….”
특히 그 본부장 취임식은 얼마나 인상 깊었는지 가끔 꿈에도 나왔다.
“할아버지는 손이 너무 커요.”
“자고로 돈은 쓴 티가 나야 하는 법이라고 내가 몇 번을 말했는데 아직도 몰라.”
제우스의 잔소리에 전세는 순식간에 역전됐다.
“도하보다도 말귀를 못 알아들으니 원. 안 되겠다. 거기 앉아 보거라.”
회장실 가운데에 자리한 소파를 턱짓한 그는 이내 바깥의 비서팀에게 마실 것을 내오라 일렀다.
“아니, 저 금방 내려가 봐야 하는데….”
“이젠 할아버지랑 말도 하기 싫다 이거냐? 웬 놈이랑은 일본까지 다녀왔다더니.”
“……? 그걸 할아버지가 어떻게 아세요?”
어떻게 알긴.
그는 청이와 베스트 프렌드로 톡을 주고받는 사이였다.
대환을 불러다 흰 봉투를 건네려다 백야에게 밉보일까 싶어서 딱 한 번만 용서해 준 것뿐이었다.
“대한민국에 내가 모르는 일은 없느니라. 이 정도 되는 기업을 굴리는 게 어디 쉬운 줄 아느냐.”
그거랑 제 사생활이랑 무슨 관련이 있는진 모르겠으나, 할아버지가 그렇다고 하니 왠지 맞는 말 같았다.
빠르게 수긍한 백야는 하는 수 없이 소파로 다가갔다.
“알겠어요. 아직 다들 식사 중이실 테니까 잠깐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요.”
잠시 후, 회장실 테이블에는 화려한 애프터눈 티 세트가 차려졌다. 개중엔 백야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도 있었다.
그러나 백야는 일련의 사건으로 지금은 아이스크림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아이스크림도 나의 원수.’
백야가 아이스크림을 노려보기만 하자 제우스가 대신 집어 건네주었다.
“왜 안 먹고 노려보기만 해?”
“저 아이스크림 끊었어요.”
“뭐?”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한다며 제우스가 허허 웃었다.
“그럼 내가 먹으마. 나는 이게 참 맛있던데.”
대신 백야의 접시에는 마카롱이 놓였다.
‘그런데 하실 말씀이 있던 게 아니었나?’
백야는 할아버지를 힐끔거리며 조심스레 마카롱을 집어 들었다.
몇 년에 걸친 청의 간식 조공으로 입맛까지 길들여진 백야는 단것이라면 환장하는 햄스터로 바뀌었다.
마카롱을 와앙, 베어 물자 폭신한 식감과 함께 달콤한 향이 올라왔다.
“어때. 맛있느냐?”
“넹!”
백야는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아이고, 내 새끼.”
단순해서 참 좋구나.
육아 만렙 제우스는 오늘도 어물쩍 넘어가기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