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87
외전 75화
문스톤이 오프닝 무대를 마치고 복귀하자 박수와 함께 웃음이 쏟아졌다.
“마지막에 으악 누구냐?”
유연이 개구진 얼굴로 놀리자 하야토가 슬쩍 손을 들었다.
스태프들이 리허설 때부터 폭죽이 터질 거라고 거듭 주의를 줬음에도 막상 진짜 폭죽 소리가 들리자 너무 놀랐다고 한다.
“잘했어. 덕분에 엄청 웃었네. 이제 SNS에 영상 무지하게 돌아다닐걸?”
“나도 무대에서 소리 지른 적 있는데 잊을 만하면 올라오더라.”
백야가 저도 같은 경험을 해 봤다며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형! 형! 나는? 나도 봤어?”
백야의 앞으로 달려온 지호가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며 칭찬을 기다렸다.
“당연히 봤지~ 진짜 잘하던데? 내가 영상도 찍어 놨어. 톡으로 보내 놨으니까 나중에 멤버들이랑 같이 봐.”
“정말? 응! 고마워.”
지호가 배시시 웃자 백야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한편 그 모습을 못마땅하게 지켜보던 대환이 툭 하고 볼멘소리를 뱉었다.
“200 후배님. 다음 무대 준비 안 해?”
“아직 시간 괜찮아요.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평범한 대화였지만 서로를 향한 묘한 견제가 느껴졌다.
대환이 빤히 바라보는데도 지호가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했기 때문이다.
‘어쭈. 이놈 봐라?’
보통 제가 노려보면 은근슬쩍 시선을 피하기 마련인데. 순하게 생겨서는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배시시-
대환을 향해 눈웃음까지 지어 보인 지호는 백야의 팔에 찰싹 달라붙으며 어리광을 부렸다.
“나 형이랑 진짜 진짜 무대 같이하고 싶었는데….”
“다음에 꼭 같이하자.”
혹시 이건 저더러 들으라고 하는 소리인가?
대환이 팔짱을 끼며 심기 불편한 얼굴로 두 사람을 지켜봤다.
“2년 뒤에?”
“응. 2년 뒤에. 약속.”
“알겠어. 그럼 나도 선배님한테 그랬던 것처럼 종이에 써 줘.”
와. 새파랗게 어린 게 영악하기까지?
지호에게서 동족의 냄새를 맡은 대환은 실소를 머금고 말았다.
지금이야 어려서 이빨을 숨기고 있는 것 같은데, 연차가 쌓이고 머리가 크면 꽤 골치 아픈 녀석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응? 나도 써 줘.”
“안 돼. 나 민성이 형한테 혼나.”
다시는 사인을 함부로 하지 않겠다고 햄생 마지막 각서를 민성에게 바친 백야였다.
“그러다 나랑 또 못 하면 어떡해?”
“아니야. 진짜 약속. 내가 다른 거 다 안 하더라도 너랑은 무조건 할게.”
백야는 각서 대신에 증인을 세우면 되지 않냐며 곁에 있던 대환을 끌어들였다.
“형, 형도 들었지? 나 다음 ID 콘서트에서 지호랑 무조건 콜라보 무대 하기로 약속한 거.”
신뢰 100%의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백야와 달리, 아직 표정 관리가 미숙한 지호는 못 미덥다는 얼굴이었다.
그에 대환은 싱긋 미소 지으며 지호의 기대에 부응해 주었다.
“글쎄. 그랬나?”
씨이…. 이것 봐!
지호가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대환을 원망스레 바라봤다.
* * *
– 삶이 지치고 팍팍할 땐 문스톤 First Love (동영상)
– 세이렌 너무 예쁘다 진짜 말이 안 나온다
– 초록 루리 서로 마주 보고 웃는데 왜 내가 웃음이 나냔 말임ㅠㅠ (동영상)
– 역시 연차순이구나ㅋㅋㅋ
└ 아이디콘 전통
– 콜라보 첫 무대 곧이네! 시작부터 이라니… 응 죽을게
– 근데 백야 콜라보 무대 하나가 끝이야?ㅜㅜ 적어도 세 개는 할 줄 알았는데
└ 얘 스케줄 보면 하나도 감지덕지…
└ 그래도 데이즈가 콜라보 무대 제일 많이 참여했는데? 지한은 세 개네
– 에임 공계에 사진 올라왔는데ㅋㅋㅋㅋㅋ 어길 시 민성이 데스노트에 이름 적힌대ㅋㅋㅋㅋ (데이즈 대기실 문에 ‘백야 금지’ 사진.jpg)
└ 다들 얼마나 찾아대면 저런걸 붙여놓냐고ㅋㅋㅋ
– 이번 콜라보 무대 정할 때 백야님 인기가 너무 많아서 다 같이 아이스크림 파티할 뻔했다고ㅋㅋㅋ 고급 정보가 새어나가서 대환이 상심이 크대 (연하 유앱 동영상)
└ 본인은 그렇게 될 줄 알고 애초에 기대도 안 했다는 말이 넘 웃김ㅋㅋㅋㅋ
– id 고양즈 연하 아이디어래
– 백야 아이스크림으로 유인 가능하다고? 솔직히 그렇게 생겼어
– 이제 데이즈!!!
문스톤과 세이렌의 무대를 지나 드디어 데이즈의 차례가 다가왔다.
어느새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한 경기장은 이제 육안으로도 팬 라이트 색상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잠시 암전됐던 LED 화면에 데이즈의 로고가 뜨며 인트로 음악이 흘러나왔다.
리프트를 타고 등장한 데이즈는 한껏 멋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전광판 가득 멤버들의 원샷이 차례대로 잡히길 잠시, 마지막으로 백야의 얼굴이 잡히며 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백야의 허밍이 울려 퍼지자 전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의 커다란 함성이 경기장을 뒤덮었다.
삼촌을 알아본 도하도 지훈의 옷을 잡아당기며 무대를 가리켰다.
“애기! 애기!”
“그래, 애기 삼촌 나왔네~ 알겠어. 여기서 아빠랑 같이 보자?”
“토토!”
도하가 잠시 고개를 돌린 사이, 백야가 사라지고 민성이 등장했다.
대체로 멤버들의 이름을 부르는 편이지만, 민성만큼은 여전히 이름이 아닌 토토로 불리고 있었다.
자신이 잘 아는 삼촌들의 얼굴이 계속해서 전광판에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하자 도하의 고개가 갸웃거렸다.
TV 안에 사람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3세의 이해력으론 시시각각 바뀌는 화면과 시끄러운 환경이 어지러운 모양이었다.
“애기 안니야….”
집중해서 보는 것 같던 도하는 이내 지훈의 품에 얼굴을 파묻으며 웅얼거렸다.
백야가 평소 즐겨 입던 옷과 스타일이 다른 것도 한몫하는 것 같았다.
“후웅….”
애기 삼촌을 보러 가자고 했으면서…. 짙은 아이라인을 한 낯선 사람들만 나오자 도하의 관심이 급격히 하락했다.
“도하, 자?”
아까와 달리 미동이 없길래 슬쩍 몸을 뒤로 빼 도하를 살펴보니 어느새 꿈나라로 떠나 버린 모양이었다.
“시끄러운데 잘 자네.”
지훈은 도하가 좀 더 편하게 잘 수 있게 자세를 바꿔 안았다.
도하가 잠들고 나서야 제대로 된 공연 관람이 가능해진 그는 아들의 등을 토닥이며 그가 오랫동안 깨지 않길 빌었다.
– 아이디콘 백야 올 타임 레전드 (백색소음 프리뷰.jpg)
– 민성이한테 교복 입혀주신 분 감사합니다ㅠㅠ
– 고영즈 무대에서 남자 향수 냄새나요 (동영상)
– 여돌 메댄즈 댄스퍼포 미쳤다!! 초록 춤 넘 빡세게 춰서 레그워머 흘러내렸어
– 확실히 연차가 느껴지긴 한다ㅋㅋㅋㅋ 선배 그룹은 진짜 가족 같은 분위기인데 문스톤이랑 세이렌은 아직 어색한 사촌들 놀러 온 느낌?
– 큐시트 비어 있는 칸 차례인데 뭐 하려나
이번엔 스페셜 콜라보 팀이 후배들이 한껏 흥을 달궈 놓은 무대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쉴 틈 없이 휘몰아치는 이색 조합에 팬들은 계속해서 비명을 질러 댔다.
“아아악! 민성이 형!”
“아악! 한지한! 날 가져!”
같은 초대석이지만 제우스네 무리와는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재현과 유경의 목소리였다.
보통 초대석은 가수들의 지인이 대부분이기에 이렇게까지 열정적인 응원을 듣긴 힘들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달랐다.
저희를 힐끔거리는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응원법, 환호, 주접을 쉬지 않고 떨어 댔다.
이들이 쉬는 시간은 문스톤과 에임이 나왔을 때. 딱 그때뿐이었다.
“아……. 나 머리가 좀 아픈 것 같은데?”
“뭐? 아깐 멀쩡했잖아.”
“그러니까.”
두 사람의 어이없는 대화를 우연히 들은 재욱은 옆자리를 곁눈질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소리를 그렇게 질러 대니까 머리가 아프지….’
얼핏 본 핸드폰 배경 화면이 백야와 찍은 셀카 사진이었다.
누가 친구 아니랄까 봐 꼭 하는 짓이 영락없이 백야였다.
조용히 고개를 저은 재욱은 두 사람에게서 신경을 거두고 무대를 바라봤다.
어느새 해가 완전히 져 버린 공연장은 마치 은하수에 떨어진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꺄아아아악!”
그때 정면 LED 화면에 VCR이 재생되며 엄청난 함성이 울려 퍼졌다.
맑은 호수를 향해 달려가는 여섯 명의 소년들.
순간 ‘데이즈인가?’ 싶었지만, 이내 지호와 태인의 얼굴이 크게 잡히며 다음 무대의 주인공이 문스톤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런데 뭔가 다른데?’
영상을 본 재욱은 지금까지 나오던 VCR과 조금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째서인지 함성 소리가 점점 더 커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문스톤의 팬들은 처음 보는 영상에 곧 엄청난 일이 펼쳐질 거란 걸 직감했고, 선배 그룹의 팬덤은 그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숨겨 둔 무언가가 있다는 걸 빠르게 알아차렸다.
다만 재욱과 같은 라이트 팬, 혹은 친구를 따라온 머글들은 다른 곳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아… 벗어서…….’
호수로 달려가던 여섯 명 중, 두 명이 상의를 탈의하며 주저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커다란 물보라가 일며 근처에 있던 멤버들이 물에 흠뻑 젖었다.
‘요즘 신인은 데뷔 때부터 복근이 있나 보네.’
공연을 보러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선정적인 안무나 상의 탈의, 멤버들 간에 진한 스킨십이 있을 때마다 데시벨 크기부터 남달랐다.
‘어우, 귀야.’
재욱이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을 때, 근처에 아이가 있었는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생각지 못한 아이의 울음소리에 주위를 둘러보자 웬 남자가 아이를 안아 든 채 허겁지겁 자리를 벗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이런 데 애를 데려온다고?’
재욱은 조금 한심해하는 표정으로 멀어지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 아이가 도하일 거라곤 생각도 못 하는 얼굴이었다.
그러는 사이 짧은 VCR이 끝나고 반주와 함께 문스톤이 등장했다.
기타 사운드가 인상적인 청량한 바이브의 팝 장르 곡.
하이라이트로 시작되는 곡은 등장과 동시에 관객들에게 신선한 전율을 선사했다.
* * *
다음 무대를 위해 아래에서 대기 중이던 백야는 까치발을 들어 후배들의 무대를 지켜봤다.
“형, 애들 노래 너무 좋지 않아? 무대를 제대로 보는 건 처음이야.”
“그만 가. 그러다 2절부터는 같이 추겠다?”
어느새 계단 중간까지 올라가 고개를 내밀고 있는 백야를 보며 대환이 콧방귀를 뀌었다.
“아니야, 여기까진 안 보여. 저기까지 가야 보이지.”
과연 그럴까.
저 정도 각도면 충분히 찍히고도 남을 것 같았지만 대환은 내버려 두기로 했다.
– 문스톤 노래 너무 좋은데 얘는 누구야? (무대 뒤에서 엎드린 자세로 고개 내밀고 있는 백야.jpg)
– 하 씨ㅠㅠㅠ 이거 백야 같은데? 다음 무대 대환 백야 (백야 정수리 확대.jpg)
└ 너만 안 보이면 숨은 거냐고ㅜㅜㅜㅜ 돌겠네 진짜
– 얘 누구야? 졸라 귀엽다.. 스태프는 아닌 것 같은데 갑자기 스멀스멀 기어 나옴 (계단에 숨어서 무대 보는 백야.jpg)
– 문스톤 무대 찍는데 뒤에서 뭐가 슬금슬금 나왔어 (동영상)
백야는 요즘 핸드폰 카메라 기술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어떻게든 지호의 무대를 눈으로 보고 싶다는 욕심이 부른 참사였다.
하지만 지금의 백야는 제가 본의 아니게 트롤짓을 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일어나.”
대환의 손을 잡고 일어난 백야는 무릎을 털며 그가 건네는 마이크를 받아 들었다.
“이거 내 거 아닌데?”
백야는 곧 무대에 올라가야 하는데 대환이 장난을 친다고 생각했다.
“얼른 줘.”
장난치지 말라는 듯 대환이 등 뒤로 숨기고 있는 손을 앞으로 잡아당겼다.
그러나 반대 손에도 저에게 건넨 것과 똑같은 분홍색 커스텀 마이크가 들려 있었다.
“????”
문스톤의 무대를 구경하느라 잠깐 마이크를 맡긴 사이,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뭐야? 진짜 내 거 어디 갔어?”
“하하. 표정 봐. 이거 네 거 맞아. 너 리허설도 이거로 했었잖아.”
그러고 보니 리허설 때 백야의 마이크가 갑자기 사라지는 일이 있었다. 급하게 대환의 마이크로 끝내긴 했지만 그 뒤에 분명 찾아뒀는데….
사실 그때도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었다만, 지금의 상황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대환의 짓이었던 모양이다.
“뭐냐니까?”
“서프라이즈 선물. 우리 첫 무대 기념으로.”
대환이 자신의 것과 똑같이 생긴 마이크를 앞발에 쥐여 주었다.
“왜, 별로야? 마음에 안 들어도 어쩔 수 없어. 이거 말곤 없거든.”
“아니, 그냥 갑작스러워서 그러지….”
두 사람이 아웅다웅하는 사이 문스톤의 멘트도 끝이 났는지 스태프가 두 사람을 향해 외쳤다.
“대환, 백야 바로 올라갈게요!”
곧 조명이 꺼지고 문스톤 멤버들이 바쁘게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일단 가자.”
대환이 백야의 손을 잡아 무대로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