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92
외전 81화
– 팬싸 후기
테이블마다 5단 디저트 트레이랑 음료가 종류별로 놓여 있었고, 팬싸가 아니라 완전 대접받는 기분이었음
└ 이날만큼은 호텔 직원분들도 저승 호텔 유니폼 입고 계셔서 과몰입 드덕 마음에 불 제대로 지름
└ 수인님 진짜 개개개존예셨고, 백야랑 케미가ㅠㅠㅠ 수호 연주 넘 잘 어울려서 질투도 안 나더라.. 그냥 둘이 작품 하나 더 해줬으면 좋겠어
– ost 너무 좋은데 백야는 안 불렀냐고 하니까 비밀이라면서 고개 도리도리하더니 사인지에 “조금만 기다려요♡”라고 적어놓음ㅜㅜ 애기도 ost 있나 봐 (사인.jpg)
– 재욱 님이랑 백야한테 허즈밴드 드립 쳤는데 재욱 님은 엄청 부끄러워하신 반면, 애기는 까르르 웃으면서 나보고 “여보 잘 가요~”라고….
– (인용) 여보 잘 가요… 드르륵 탁.. 여보 잘 가요… 드르륵 탁
– 재욱 님한테 너무 긴장해서 “저 토할 거 같아요”했는데 돌아온 대답이…
재 : 어제 과음하셨어요?
#저승호텔망한팬싸후기
– 백야 사인받는데 너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날 올려다보고 있길래, 나도 모르게 눈 안에 우주가 있는 거 같다고 했는데 대답이ㅎㅎ
백 : 제 눈에 뫄뫄 님이 비쳐서 그런가 봐요~
이거 고백받은 거 맞지?
– 배우분들 팬싸 후기는 되게 점잖거나 망한 후기가 난무하는데 백야만 시끌벅적, 까르르, 온갖 드립+본인도 즐기는 중
– 저승 호텔 팬싸 후기ㅋㅋㅋ 약간 신입 아이돌이랑 짬 찬 아이돌의 팬싸를 동시에 보는 느낌이랄까
– 백야현상 이거까지 성공할 줄은 몰랐는데 대박이다;; 그나저나 프리뷰 돌았네 (활짝 웃으면서 손깍지 껴 주는 백야.jpg)
└ 백상 선생님 대체 정체가 뭘까…
– 진짜 데이즈 덕질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임 백야현상 정체
팬 사인회 후기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와중, 갑자기 장내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승 호텔을 찾아온 깜짝 손님 때문이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 엥?”
무심코 고개를 든 백야는 앞에서 방긋방긋 웃고 있는 대환을 발견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형이 왜 여기에 있어?”
“너 응원하러 왔지.”
“햄스터! 나도 와쏘!”
재욱의 사인을 받고 있던 청이 불쑥 끼어들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둘이 같이 온 거야?”
“당근 하지!”
– 청이랑 대환 님 와서 사인받고 가셨어ㅠㅠ 배우들이랑 악수하면서 “우리 애 잘 부탁드린다”고ㅋㅋㅋㅋ
└ 유난도 저 정도면 병인데…
– 근데 백야 진짜 몰랐나 봐ㅋㅋㅋㅋ 눈 동그래진 것 좀 봐 (놀란 백야 프리뷰.jpg)
– 명불허전 백친놈들
– 저 둘이 그 유명한 id 백친놈파 인가요
– 어차피 숙소 가면 볼 거면서 끝나면 전화하라구 삐악삐악 (손 흔들면서 퇴장하는 청 동영상)
– 대환 님 뭐라고 하셨길래 저희 애가 저렇게 역정을 내나요? (동영상)
└ 백야 진심 갑자기 감동 박살 난 표정으로 대환 밀어버리네ㅋㅋㅋㅋ
“뭐야? 온다는 말 없었잖아.”
백야는 갑작스런 두 사람의 방문에 감동받았는지 턱에 작은 호두를 머금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환이 팔을 벌리자 백야가 몸을 기울여 너른 품에 안기듯 등을 감싸 안았다.
“고생했다.”
“와 줘서 고맙,”
“이제 솔로 준비해야지?”
띠바.
그 순간 감동이 박살 났다.
* * *
은 2회 만에 시청률 10%를 기록한 뒤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총 16부작의 드라마는 8회를 넘겨서야 두 사람의 러브 라인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그러다 10회 예고편에서 문제의 그 장면이 공개됐다.
비상계단으로 수호를 끌고 온 연주는 그를 벽에 밀치며 벽쿵을 시전했다.
작은 키 때문에 뒤꿈치를 든 연주는 귀엽기 짝이 없었다.
[연주 : 요리조리 잘 피해 다니더니. 오늘은 실패했나 봐요?]전혀 위협적이지 않았지만 수호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은 채 시선을 피하기에 바빴다.
[수호 : 그런 게 아니라….] [연주 :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때 그거, 무슨 뜻이에요?]화난 몰티즈가 앙앙 짖어 대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연주가 수호의 목을 잡아당기는 순간, 예고편은 끝이 났다.
당연히 SNS는 난리가 났다.
– 키스신? 내 눈에 흙이 들어오기 전까진 어림도 없다!!
– 아니 저승사자랑 키스하면 기억 다 지워지는 설정 아니야? 그럼 더더욱 하면 안 되는 거 아님???
– 수호는 염라랑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라 저승사자보단 격이 높은 걸로 알아요
– 어떻게 애기가 키스를??
대게 나잉이들의 반응은 청과 비슷했다.
– 시윤 인하트에 대환ㅋㅋㅋㅋㅋ
– 어떡해… sbn 충격이 큰가 봐ㅜㅜ (tv 앞에서 입틀막한 채 굳어 있는 대환.jpg)
데이즈의 숙소도 조용하진 않았다.
“끼아아아악! 나랑 율무가 그렇게 알려 줬는데! 햄스터! 모야?! 햄스터 어디 가쏘!”
백야는 9회가 끝나자마자 화장실에 가는 척하며 지하 주차장으로 튄 지 오래였다.
어차피 한동안 스케줄도 없겠다. 누나네 집에서 3일 정도 피신해 있으면서 도하로 힐링이나 하다 올 참이었다.
그런데 웬걸.
지하 1층에 도착하기 무섭게 백야는 또다른 저승사자를 맞닥뜨렸다.
“한백야.”
“끄앙…!”
눈을 시퍼렇게 뜬 대환이었다.
집에서 달려왔는지 머리는 산발에다 슬리퍼도 짝짝이로 신고 있었다.
놀란 마음에 다리에 힘이 풀려 버린 개복치는 그대로 엘리베이터 바닥에 주저앉았다.
터벅터벅 다가온 대환은 어딘가 멍한 얼굴로 백야의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어디 가?”
눈빛이 제대로 돌아 있었다.
“지, 집에……. 히끅.”
“집? 누구 집.”
기세가 하도 살벌해서 백야는 저도 모르게 거짓말을 해 버렸다.
“혀, 형 집…?”
그러자 기세가 눈에 띄게 누그러졌다. 다행히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그사이 문이 닫힌 엘리베이터는 누군가의 호출을 받고 상층으로 올라가는 중이었다.
대환은 백야가 도망갈세라 그의 앞발을 쥐고 추궁을 시작했다.
“너 걔랑 사귀어? 수진인가, 수민인가.”
수인인데요…….
백야가 짜게 식은 눈으로 대환을 바라봤다.
뭐에 꽂혀서 여기까지 달려왔나 했더니…. 솔로 데뷔를 앞두고 열애설이라도 날까 봐 한달음에 달려온 모양이었다.
“그런 거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키스까지 했잖아!”
“아, 좀 조용히 해…!”
띠바.
이 형이 진짜 미쳤나?
백야가 미간을 와락 찡그리며 대환을 쏘아봤다.
“드라마 처음 봐? 장르부터가 로맨틱 코미디잖아. 드라마에서 키스 한 번 했다고 다 사귀는 거면 그게 사람이냐? 동물이지!”
자신도 대본을 받기 전까진 몰랐던 주제에 백야는 당당히도 말했다.
“그리고 그 장면 진짜 닿은 것도 아니야.”
“……닿아? 뭐가 닿아.”
알 거 다 아는 사람이 아까부터 뭘 자꾸 꼬치꼬치 캐물어 진짜…!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잠시 생각만 한 것뿐인데 백야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 모습을 본 대환은 백야가 쑥스러워한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초점이 서서히 엇나가기 시작했다.
“입술! 입술 안 닿았다고!”
그러자 이번에는 ‘그럼 그 장면은 어떻게 찍었냐’며 불신에 가득 찬 눈빛이 돌아왔다.
“그건 말이지…….”
* * *
때는 몇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 10화 대본을 보고 크게 충격받은 율무와 청이 촬영장으로 들이닥쳤던 날이었다.
두 사람이 비상계단에서 서로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격하게 휘청이던 순간, 비상문이 열리며 수인이 등장했다.
“끼아아악!”
“아악!”
“끄아아앙!”
키스하는 ‘척’ 시범을 보여 주다 수인과 눈이 마주친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이 끔찍한 장면을 제삼자에게 들켜 버린 백야의 비명 역시 비상계단 가득 울려 퍼졌다.
귀가 밝은 몇몇 스태프들이 소리를 듣고 비상계단 쪽을 바라봤지만, 수인이 얼른 문을 닫아 버린 덕분에 데이즈의 인권은 무사할 수 있었다.
“죄, 죄송해요! 바쁘신 줄 모르고…!”
비상문에 몸을 바짝 기댄 수인이 문틈 사이로 안쪽에 있는 세 사람에게 말했다.
수인에게 들킨 순간, 파드득 떨어진 율무와 청은 서로를 원망 가득한 눈으로 노려보며 온몸을 털어 대기 바빴다.
아무리 기다려도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조용히 자책하던 수인은 얼른 뒷말을 덧붙였다.
“이 앞은 제가 지킬 테니까 하시던 거 마저 하세요…!”
“으아악! 저거 제정신이야?!”
“쓰읍. 청아, 말버릇이 그게 뭐야.”
율무와 그렇고 그런 사이로 오해받은 청이 억울함에 길길이 날뛰었으나, 율무는 버릇없는 저희 집 병아리부터 단속했다.
“그러게, 내가 그냥 말로 하자고 해짜나!”
“무슨 소리야. 애기는 이해력이 달린다면서 시범 보이자고 한 건 너거든?”
민망함에 기억까지 조작해 버린 청은 바닥에 쪼그려 앉아 주먹으로 콩콩, 바닥을 내리쳤다.
“Shit! 이렇게 분할 수가!”
한편 그의 햄스터도 집사 못지않게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백야는 벽에 이마를 기대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미쳤어……. 미친 거야.”
마음 같아선 눈알을 파내고 머리를 쥐어뜯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다는 게 그를 더 괴롭게 만들었다.
안 본 눈 사요…….
“햄스터어….”
“아악! 오, 오지 마!”
청이 손을 뻗자 백야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계단을 다섯 칸이나 뛰어 올라가 버렸다.
“…….”
집사는 그 모습에 상처받은 듯 손을 뻗은 자세 그대로 백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막내즈가 궁상을 떠는 동안 율무는 오해를 풀기 위해 수인을 비상계단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수인 씨, 잠시만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저요? 저 들어가도 돼요? 하시던 게 있으신….”
수인은 그 끔찍한 장면을 봐 놓고도 멀쩡해 보였다. 오히려 제가 눈치 없이 방해한 건 아닌가 걱정하는 얼굴이었다.
“죄송해요. 제가 노크도 없이 문을 여는 바람에. 그런데 여기보단 객실 쪽 비상계단이 훨씬 다니는 사람이 없는데. 어딘지 알려 드릴까요?”
오히려 수인은 태연하게 밀회 장소를 추천해 주기까지 했다. 그녀는 천하의 나율무마저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이 상황이 낯설지 않은 건 다 초록 덕분이리라.
“하아…….”
백야 주변의 여성들은 왜 이렇게 편견이 없어서 저희를 곤란하게 만드는 걸까.
눈을 감은 채 한숨을 쉰 율무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정말 그런 거 아니에요. 저희는 애기 키스 신이 걱정돼서 시범을 보여 주고 있던 것뿐이에요.”
“시범… 이요? 그거를?”
어떻게 된 게 해명을 할수록 더 꼬이는 기분이 들었다.
“하는 척만 한 거예요. 아무래도 저희가 극성팬이 많다 보니까……. 애기가 수인 씨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그렇지?”
백야는 대답 대신 율무를 향해 눈으로 심한 욕을 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수인이 눈을 번뜩이며 두 손을 모아 쥐었다.
“어머! 너무 잘됐다~ 사실 저도 걱정 많았거든요. 오빠한테 어떻게 말해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청과 율무만큼이나 키스 신에 대한 걱정이 많던 사람이 바로 수인이었다.
그녀는 저보다 먼저 그 장면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다는 율무의 말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럼 저 한 번만 더 보여 주실 수 있어요?”
“하, 한 번 더요…?”
좀처럼 평정심을 잃지 않는 율무의 눈빛이 요동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