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94
외전 83화
외전 18장. 끼리끼리 사이언스
오늘은 모처럼 연습이 없는 날이었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백야는 평소보다 들떠 보였다.
거실에 앉아 넷플러스 영화를 기웃거리던 지한이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
“한백야. 어디 가?”
“오늘 유경이랑 재현이 보기로 했어. 아저씨가 타고 다니던 차 받았다고 드라이브 시켜 준대.”
오늘따라 숙소가 조용하다 싶더니 지금 숙소에 있는 건 지한과 백야 둘뿐이었다.
“아. 그 친구들?”
“응.”
고개를 끄덕이던 백야는 눈을 반짝이며 지한에게 물었다.
“너도 같이 갈래?”
“나?”
“응. 애들이 너 엄청 좋아해. 불편하면 어쩔 수 없는데…. 그래도 혼자 숙소에 있으면 심심하잖아.”
유연은 예능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현재 해외에 나가 있는 상태였고, 율무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홍보 스케줄이 한창이었다.
게다가 민성은 솔로 앨범 이야기가 나와 최근 회사에 출근하는 일이 잦았고, 청은 부모님의 생신을 맞이해 잠시 본가로 돌아갔다.
차마 지한을 혼자 두고 갈 수 없었던 백야는 평소답지 않게 보채기 시작했다.
“같이 가자. 응?”
“아…….”
또양이는 잠시 고민에 잠겼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일 텐데 제가 눈치 없이 끼어들어 방해하는 건 아닐까, 걱정하는 얼굴이었다.
“가자. 내가 맛있는 거 사 줄게. 그냥 가.”
처음엔 권유였던 제안이 이제는 강요로 바뀌었다. 백야는 지한의 팔을 잡아당겨 강제로 자리에서 일으켰다.
“얼른 옷 갈아입어. 애들이 숙소로 데리러 온대.”
때마침 백야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음량을 최대로 해 놓았는지 전화를 받기 무섭게 유경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애기야, 내려와라!]“잠깐만 기다려. 나 지한이랑 같이 내려갈게. 괜찮지?”
[헉. 지한 형님?!] [우리야 영광이지!]재현과 유경의 흥분한 목소리가 마구잡이로 뒤섞였다.
“들었지? 얘네 너 엄청 좋아한다니까.”
지한은 민망한 듯 괜히 앞머리를 헝클이고는 파란 볼캡을 집어 들었다.
“이대로 가면 돼. 나가자.”
잠시 후,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자 몇 번 본 적 있는 흰색 승용차 한 대가 서 있었다.
유경과 재현은 조수석 창문을 활짝 내려 두 사람을 반겨 주었다.
“애기 왔냐? 안녕하세요~”
“형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이야~ 김유경~ 성공했네!”
백야가 차체를 팡팡 두드리며 유경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 그러다 새카매진 제 앞발을 발견하고는 끄앙! 소리를 질렀다.
“야, 세차 안 했어?”
“당연하지. 안 한 지 한 3달 됐나?”
유경이 얼굴 옆에 브이를 하며 자랑했다.
몇 번 그의 차를 타 본 적 있는 재현은 고개를 저으며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똥차라며 욕했다.
“아악! 내 손…!”
백야는 제 손목을 움켜쥐며 더러워진 앞발을 지한에게 내밀었다.
“혹시 물티슈 있어요?”
“여기요.”
재현이 글러브 박스에서 물티슈를 꺼내 주자 지한이 앞발을 뽀독뽀독 닦아 주었다.
그러는 사이, 네 사람이 올라탄 차는 유유히 숙소를 빠져나갔다.
“그러게, 내가 세차 먼저 하고 오자 그랬잖아. 쟤는 덜렁거려서 생각 없이 만진다니까?”
“그래서 지금 가잖아. 어우~ 잔소리. 너 자꾸 이럴 거면 내려서 걸어와라.”
“치사하게. 또 뭘 내리래.”
유경과 재현의 유치한 말싸움에 지한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어? 형님 웃으셨다!”
백미러로 뒷좌석을 살피던 유경이 입꼬리를 올리며 즐거워했다.
반면 백야는 미간을 찡그리며 불만을 드러냈다.
“야, 근데 너희는 왜 지한이만 형님이라고 불러? 나도 그렇게 좀 불러 봐.”
“닥ㅊ, 아니 조용히 해. 으~디서 한 살이나 어린 게 형님 대접을 받으려고.”
“돈 많으면 다 형이라며!”
“애기 코 묻은 돈은 취급하지 않아.”
유경은 단호했다.
재현도 오히려 백야가 자신들을 형이라고 불러야 하는 게 아니냐며 백야의 나이를 트집 잡았다.
가끔 두 사람은 백야에게 형 소리를 듣지 못해 안달 난 사람처럼 굴곤 했다. 바로 오늘처럼.
“됐어. 나는 형 소리 안 들어도 돼. 그냥 이대로 지내.”
백야는 금세 배 째라는 듯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잉-
창문을 살짝 내리자 시원한 바람이 백야의 앞머리를 간지럽혔다.
그사이 차는 주유소로 빠르게 진입했다.
“프리미엄 세차요.”
세차장 가격표에서 제일 비싼 옵션을 선택한 유경은 천천히 세차 기계 앞으로 차를 멈춰 세웠다.
기어를 중립으로 놓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자, 재현이 시비를 걸 듯 그의 씀씀이를 나무랐다.
“똥차에 무슨 프리미엄 세차야.”
“오늘 귀한 분들 뒷자리에 모시고 있는데 어딜! 그리고 천 원밖에 차이 안 나. 이참에 경험해 보는 거지.”
유경은 나중에 취직하면 가장 먼저 차부터 뽑을 거라며 자신의 드림 카를 말해 주었다.
개중에는 율무가 타고 다니는 B사의 지X겐도 포함이었다.
“지X겐? 예쁘지. 근데 그거 3억 가까이하는데 살 수는 있냐? 혹시 카푸어가 장래 희망?”
“아~ 근데 이 새끼는 아까부터 자꾸 태클을 거네. 야, 싸울래?”
“내려, 인마.”
“오케이. 세차 시작됐으니까 이거 끝나면 내린다.”
지한은 두 사람이 정말로 싸우는 건 아닐까, 살짝 긴장한 표정이었다.
“신경 쓰지 마. 애들이 허세가 심해.”
저렇게 말해 놓고 한 번도 제대로 싸운 적 없다며 백야가 콧방귀를 뀌었다.
치이익-
마침 세차가 시작됐는지 앞에서부터 천천히 물이 쏘아지며 기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운데 자리로 옮겨 앉은 백야는 앞 유리 위로 쏘아지는 물줄기를 보며 신기해했다.
“우와! 놀이 기구 타는 것 같아.”
제우스가 선물해 준 차는 무조건 손 세차를 해야 해서 이런 기계식 자동 세차는 오랜만이었다.
한편 백야의 발언이 황당했던 세 사람은 눈을 크게 뜨며 옆과 뒤를 돌아봤다.
재현이 떨떠름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기계 세차하는 거 처음 보는 건 아니지?”
“아니지~ 근데 완전 어렸을 때 아빠 차 하는 거 본 이후론 처음이야.”
백야의 철없는 소리에 차 안에는 잠깐 정적이 흘렀다.
하긴. 늘 타고 다니던 벤은 매니저 형들이 알아서 관리를 해 왔을 테고, 제우스와 지훈이 준 차는 워낙 고가라 세차장에서 받아 주지 않았을 테다.
누가 부잣집 도련님 아니랄까 봐 이렇게 티를 내냐며 어이없어하는 혼잣말이 들렸다.
그러던 그때였다.
“끄아앙!”
“윽.”
어디선가 날아온 거센 물줄기가 백야와 지한의 얼굴을 강타했다.
물이 날아온 방향을 보자, 조금 전 백야가 내린 창문이 그대로 열려 있었다.
“야, 뭐야? 너 창문 내렸어?!”
“너야말로 아까 창문 다 올린 거 아니었어?!”
유경이 호통치자 백야가 발끈했다. 앞 유리에 거품이 퐁퐁 올라오는 걸 보니 이번엔 세제가 뿌려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운전석과 조수석 옆으로 커다란 원통 걸레가 돌아가며 거품을 풍성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싸울 시간에 창문을 올려, 이 등신아!”
보다 못한 재현이 유경을 다그치며 운전석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절망적이었다.
“뒷좌석 창문 고장 나서 안 올라간다고!”
“느에?!”
당황한 지한이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냈다.
백야도 그런 게 어디 있냐며 창문에 앞발을 딱 붙여 억지로 끌어올리려 애썼다.
그러나 그럴수록 창문은 더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럼 진작에 말해 줬어야 할 거 아니야!”
재현이 유경의 머리를 때리며 글러브 박스에서 부채 하나를 꺼내 주었다.
“야! 이거로라도 막아 봐!”
“그게 되겠냐!”
빼액! 소리친 백야는 자리에서 엉거주춤하게 일어나 등으로 창문을 막아섰다.
두두두두-
조수석을 지난 대형 걸레는 빠르게 회전하며 뒷좌석 창문이 있는 곳으로 진입했다.
걸레가 돌아갈 때마다 백야의 몸이 달달달달, 함께 진동했다.
“끄어어어어.”
어느새 무릎걸음으로 다가온 지한도 팔로 창틈을 막으며 차 안으로 물이 들어오지 않게끔 노력했다.
그렇게 만신창이가 된 네 사람은 3시간 같은 3분이 지나서야 비로소 풀려날 수 있었다.
주유소 사장님께 양해를 구한 백야는 차에서 내리기 무섭게 유경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이, 망할 놈! 죽어랏!”
“나도 피해자야. 차 안에 물 다 들어왔거든? 손해배상 청구 안 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지!”
“내 꼴 안 보이냐?! 내가 다 막았잖아! 그리고 창문이 고장 났으면 처음부터 말을 해 줬어야지!”
뾱! 뾱! 뾱! 뾱!
조폭 햄스터의 무자비한 응징이 가해졌다.
백야가 움직일 때마다 물이 사방으로 튀는 바람에, 그의 발아래에는 옷에서 떨어진 물로 흥건했다.
청이 저 모습을 봤으면 꽤나 호들갑을 떨었을 게 분명했다.
“아이고~ 세상에. 글쎄 세차 중에 창문을 내리는 사람이 어디 있나! 자요, 이거로라도 대충 닦아요.”
수건을 든 사장님이 나타나자 두 사람의 투닥거림 또한 멈췄다.
“원래는 차 닦는 수건인데 깨끗하게 빨아서 괜찮아요.”
여기저기 거뭇거뭇한 기름때가 묻어 있고 많이 낡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감사합니다.”
예의 바르게 받아 든 지한은 대충 제 몸을 닦고 백야를 바라봤다.
사장님이 멀어지기 무섭게 다시 유경에게 달려들어 투닥거리는데, 그 모습이 꼭 토끼들의 싸움처럼 하찮기 짝이 없었다.
‘이대로 괜찮은 건가…….’
백야와 친구들의 여정은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 * *
– 방금 주유소에서 지한 백야 백허그하고 있는 거 봄. 일반인 친구들이랑 같이 있었고, 내려서 사인받으려고 했는데 차에 타더니 출발함ㅠㅠ (싸움 말리느라 백야 안아서 들어 옮기는 지한.jpg)
└ 애기 옷이 왜 저래?
└ 엇 진짜네! 지한이도 꽤 젖었는데?
– 모든 목격담이 예사롭지 않은 그룹… 데이즈
– 나 주유소 사장님한테 들음ㅋㅋㅋㅋㅋㅋ 아니 글쎄 어떤 청년들이 세차하는데 누가 창문을 내려서 쫄딱 젖었다고ㅋㅋㅋㅋ 50평생 그런 얼뜨기는 처음이라 황당해서 말도 안 나왔대
└ 백야니..?
└ 백야네
└ 음. 백야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