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97
외전 86화
‘저게 뭐야?’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경의 바지에 문제가 있다는 걸 눈치챘을 때쯤, 눈새도 뭔가 이상하다 싶어 눈을 게슴츠레 떴다.
자신이 잘못 본 건 아닐까, 눈을 몇 번이나 비비고 집중해 봤지만, 유경의 배바지는 치골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게 맞았다.
분명 시작하기 전에는 명치까지 올라가 있었는데, 점프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천천히 흘러내려 지금은 저 상태까지 간 모양이었다.
‘쟤…… 속옷밖에 안 입지 않았나?’
재현이야 입고 있던 옷 위로 곤룡포를 걸쳤다지만 나머지 세 사람은 아니었다.
백야와 지한, 유경은 상의에 받쳐 입을 티셔츠를 제외하곤 모두 탈의했다. 바지 위에 또 바지를 입는 건 불편하단 이유로 말이다.
“…….”
싸늘하다.
어쩐지 대형 사고가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앞발이 달달달 떨리기 시작한 백야는 친구들이 맡겨 놓은 소지품을 챙겨 얼른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29!”
유경이 제게 맡기고 간 사또 모자 안에 핸드폰을 소복하게 담아 슬그머니 일어나려는데, 웬 의녀복을 입은 여성이 다가와 백야를 붙잡았다.
“저기요.”
“느헤?”
당황한 나머지 백야는 음이탈이 나고 말았다.
설마 저를 알아본 건가 싶어 뒤집어쓴 바가지를 좀 더 아래로 끌어당기는데, 바가지 너머로 앳된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 번호 좀 주실 수 있을까요? 아까부터 지켜봤는데 너무 제 스타일이셔서.”
“……저, 저요?”
“네.”
“저 거진데…?”
“괜찮아요!”
취향 독특하시네.
일단은 제가 누구인지 모르고 접근한 것 같았다. 딱히 연기를 하는 것 같지도 않고.
하지만 백야는 인생 첫 번따에 그만,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그러니까, 저… 제가 그러면 안 되는 사람이라…….”
“네? 아, 혹시 여자 친구 있으세요?”
“아뇨. 그건 아닌데…….”
“32!”
필사적으로 얼굴을 가린 백야가 쩔쩔매며 거절의 뜻을 전하는 사이, 어느덧 백야 팀은 동점까지 단 한 개만을 남겨 두고 있었다.
그리고 줄을 넘는 동시에 사람들의 비명과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꺄아악!”
“아이고, 남사스러워라~”
주변을 가득 메운 웃음소리에 유경 쪽으로 고개를 돌린 백야는 그의 매끈한 허벅지를 발견하고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 * *
사회자가 20을 외쳤을 즘, 유경은 답답하던 숨이 조금씩 편안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처음엔 바지를 너무 올려 입어서 가슴이 엄청 답답했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27!”
“28!”
숫자가 올라갈수록 점점 더 호흡이 편안해졌다.
‘왜지?’
조금 의아했지만 지금은 줄넘기에 집중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명품 쌀이 코앞에 있는데 헛된 망상으로 날려 버릴 수는 없었다.
유경은 최선을 다해 점프했다.
“30!”
“31!”
“32!”
그러던 그때였다.
드디어 동점을 만들었다는 생각과 함께 32번째 점프를 뛰었을 때, 아슬아슬하게 치골에 걸려 있던 바지가 훌러덩 벗겨지며 숨통이 확 트였다.
시원한 바람이 그의 매끈한 허벅지를 스치고, 곳곳에서 비명과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느껴져서는 안 될 곳에 청량감이 느껴지자 유경의 고개도 저절로 아래로 향했다.
“악! X바!”
힘없이 흘러내리는 바지를 발견함과 동시에 무릎을 오므린 덕분에 더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
임금님 쌀이고 뭐고, 당장 줄행랑쳐도 그에게 뭐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순간 지한이 했던 말이 유경의 머릿속을 스쳤다.
‘한번 하기로 결심한 거라면 죽기 살기로 해. 후회 없이.’
단 한 걸음만 더 가면 쪽팔리기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영광의 쪽팔림이 된다.
손을 뻗어 바지를 엉거주춤하게 잡은 그는 그렇게 33번째 점프를 뛰었다.
“33! 최고 기록을 깨고 새로운 1등이 탄생했습니다!”
“와아아악! 아악!”
1등이 확정되자마자 줄넘기를 멈춘 유경은 고무줄이 터져 버린 바지도 잊은 채 제자리를 폴짝폴짝 뛰기 시작했다.
“악! X바, 이 새끼가 미쳤나! 바지는 왜 벗고 지X이야!”
그러다 재현에게 머리를 얻어맞고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상의가 오버핏이길 망정이지 자칫하면 민속촌 노출남이 될 뻔했다.
하의 실종 패션도 숭하긴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그의 속옷 색상을 알게 되는 것보단 나았다.
바지를 허리춤까지 주섬주섬 올려 손으로 움켜쥔 그는 백야가 있는 곳을 돌아보며 외쳤다.
“애기야! 봤지?! 오빠가 쌀 받게 해 준다고 했잖아!”
“와……. 와… 이 미친.”
관종의 지독한 어그로에 재현의 입에서 심한 욕이 튀어나왔다.
지한은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유경의 상태를 눈치챘다. 그는 많이 당황했는지 제가 숨을 쉬지 않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듯했다.
그러다 유경의 고백 공격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백야가 웬 낯선 여성과 가까이 붙어 있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들켰나?’
백야의 정체가 들통난 거라면 지금 당장 민속촌을 빠져나가야 했다.
자객은 재현이 붙잡기도 전에 복면을 휘날리며 빠르게 현장을 벗어났다.
‘뭐야? 혼자 튄다고???’
지한이 그렇게 안 봤는데…. 의리 다 뒤졌네.
재현은 지한의 빠른 몸놀림을 오해했다.
한편 백야는 유경의 돌발 행동에 몹시 당황스러운 상태였다.
‘저게 미쳤나…?’
자신을 향해 ‘애기야’라고 하는 순간, 번호를 묻던 여성의 목소리가 떨떠름해졌다.
“아……. 애기……?”
“아니, 아니요?! 그런 게 아닌,”
“실례했습니다.”
여자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친구들의 곁으로 돌아가려 할 때였다.
“한… 애기야.”
눈만 빼고 다 가렸는데도 왠지 모르게 낯익은 사내가 백야에게 다가왔다. 하의 실종남과 함께 줄넘기를 뛰던 남자였다.
자객은 뛰어왔는지 숨을 몰아쉬며 거지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
여성은 눈앞의 상황이 조금 혼란스러웠다.
크게 당황한 바람에 제자리에 굳어 있던 그녀의 곁으로 친구들이 가까이 다가왔다.
“야, 뭐래? 거절?”
“하의 실종이 남친이래? 그럼 저 남자는 뭔데?”
“젠장. 잘생긴 남자는 다 게이라더니. 근데 저 사람 약간 데이즈 지한 닮지 않았어?”
저 거지… 대체 정체가 뭐지?
마성의 거지 등장에 여성들은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
* * *
– 혹시 지한 지금 머리 무슨 색이야? 흑발이야? 오늘 친구가 민속촌에서 연예인 본 거 같다 그래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사진 보니까 지한 같아서 (백야 손목 잡고 데려가는 지한.jpg)
└ 헐헐 애들 뭐 찍나?!!
└ 지한 맞는 것 같은데?
└ 오늘 맞아? 세차장 목격담 옷이랑 다른데?
└ 자객 지한이라니…. kijul
– 이 거지 백야야??? (백야 뒷모습.jpg)
– 세차장 이후로 목격담 안 뜨길래 실내에서 노는 줄 알았더니 저렇게 대놓고 돌아다녔다고???
– 지한 백야 목격담 하나 더 떴어요!!
– 지인이 한국 민속촌에서 일하는데, 오늘 낮에 지한이랑 백야 와서 달고나 만들기 체험하고 갔다고 함! 일반인 친구들도 같이 있었고 친구들도 훈남이었대
└ 거지가 너무 귀여워서 자기도 모르게 쳐다봤는데, 친구들이 제발 소문 내지 말아 달라면서 싹싹 빌길래 그때 데이즈 백야인 거 알았다더라ㅋㅋㅋㅋ
└ 제발 우리 애 평범하게 놀게 해주고 싶다길래 첨에는 뭔 소린가 하고 그냥 고개 끄덕였는데, 목소리 들어보니까 백야
└ 자객은 다 가렸는데도 연예인포스 철철이었다고ㅠㅠ 목소리가 진심 지하 367315층 이었다함
└ 자객이 달고나 만들어서 (다 태움) 거지 주니까 거지가 이게 뭐냐고 암살 시도냐고 놀렸다 함ㅋㅋㅋㅋ
└ 그러다 자객이 시무룩해하니까 자기가 만든 달고나 반 나눠줬다고… 귀여워ㅠㅠ
└ 암튼 평일 낮이라 주로 어르신들이랑 아기들이랑 놀러 온 가족 단위가 많아서 많이들 못 알아보신 것 같았대
– 흑… 민속촌 데이즈 목격담이라니
– 지한이 오늘 민속촌 줄넘기 대회에서 1등했대ㅋㅋㅋㅋ 아체대에 못다 한 1등 오늘 했네~
– 갑자기 쏟아지는 목격담에 나잉이들 어리둥절
– 그래.. 저렇게 대놓고 돌아다녔는데 아무도 못 알아봤다는 게 애초에 말이 안 됐지ㅜㅜ
– 편하게 놀라고 알아도 아는 척 안 해줬나 보네ㅠㅠ 갑자기 인류애 급상승ㅠㅠㅠ 다들 감사합니다
– 지금 민성이 라방!!!
└ 숙소에 왔는데 현관에 웬 쌀 포대가 놓여있음 > 뭐냐고 물어보려고 애들 방에 갔는데 벌써 자고 있음 > 참고로 지금 8시. 백야랑 지한이 벌써 자나 봐ㅋㅋㅋㅋ
– 녀석들.. 아주 멋진 하루를 보냈나 본데?
– 민속촌 하의 실종남 백야 친구 (동영상)
└ 용감하네~ 인생 심심한가 봐
└ 제우스 실세를 건드리네…
└ ‘안녕하십니까. 제우스 그룹 법무팀입니다’로 시작되는 연락이 이제 곧 갈 거야
그 시각, 집으로 돌아온 의녀는 SNS에서 ‘민속촌 하의 실종남’ 영상을 발견했다.
그러다 오늘 민속촌에서 본 마성의 거지가 알고 보니 데이즈 백야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미친! 그 거지가 백야였다고?!”
바가지를 뒤집어쓰고 있어서 얼굴이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어쩐지 분위기가 최애를 닮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눈 딱 감고 다가간 그녀였다.
그런데 번따 상대가 진짜 최애였다니…. 나잉은 대쪽 같은 자신의 취향에 소름이 돋았다.
‘어쩐지. 그 자객도 너무 낯이 익다 했어.’
흥분한 나잉이는 SNS에 누구보다 진실에 가까운 목격담을 작성했다.
– 저 오늘 민속촌에서 백야랑 지한이 봤어요ㅜㅜ 애기는 머리에 바가지 쓰고 있어서 몰랐는데, 먼저 올라온 목격담 사진 보니까 제가 본 게 맞네요ㅠㅠㅠ
└ 애기가 쌀 갖고 싶다 해서 친구분들이랑 지한이가 줄넘기 대회 나간 것 같아요. 응원하는 내내 애기가 ‘제발 쌀’이라고 엄청 간절하게 기도했거든요ㅜㅜ
└ 친구분 영상은 제목이 너무 희롱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진 않지만… 경기 중 발생한 사고였고, 무엇보다 그분 대처가 너무 멋있어서 기억에 남는 분이었어요!
└ 경기 직후에 본의 아니게 안구 테러를 했다며 사과까지 하셨거든요. 저였으면 그대로 도망갔을 텐데ㅠㅠ 엄청 해맑은 얼굴로 상품 수여 사진까지 찍고 떠나셨습니닷
└ 친구끼리는 닮는다는 말이 정말인가 봐요. 백야와 지한이 곁에 좋은 친구들이 있어서 너무 다행이에요♥
나잉이의 진심 어린 후기는 유경을 민속촌 하의 실종남에서 상남자로 바꿔 놓았다.
그렇게 알음알음 퍼지기 시작한 후기는 서체대 학우들에게까지 닿았고, 목격담 속 주인공이 제 친구라며 그를 아는 지인들이 하나둘씩 등판해 미담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 체교과 3학년 과대 진짜 진국임
– 조금 바보지만 착한 애
– 민속촌 상남자ㅋㅋㅋ 학식 아주머니들의 아이돌임ㅋㅋㅋㅋ 얘랑 가면 양 X2배임
이는 퍼지고 퍼져 결국 본인의 귀에까지 흘러 들어가게 됐다.
“민속촌 상남자? 그게 뭔데?”
학식에서 남들보다 유독 큰 돈가스를 썰고 있던 유경이 황당한 얼굴로 되물었다.
“이거요. 애들이 이거 형이라던데?”
유경의 매끈한 각선미가 드러난 영상은 업로드되는 족족 삭제되어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으나, 문제의 부분을 제외한 영상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함께 밥을 먹던 후배가 재생한 영상은 유경이 1등을 한 직후, 백야를 향해 고백 공격을 하던 순간이었는데 상반신까지만 크롭 되어 있었다.
“푸흡!”
안심하고 있던 차에 훅 들어온 그날의 악몽이었다.
“이 애기가 진짜 백야 맞아요?”
“……어. 근데 사인, 영통, 전화 그냥 싹 다 안 되니까 그런 거라면 묻지 마라.”
“와~ 씨, 미쳤다!”
후배는 과 선배의 예상치 못한 인맥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럼 데이즈 본 적 있어요?”
“어. 근데 안 알려 줌.”
“아무튼… 그건 됐고요. 이 영상 보고 요즘 형 멋있다는 여자애들 꽤 많아요. 몰랐죠? 지금도 올타에 글 개많이 올라오던데?”
“……뭐?”
막 돈가스를 먹으려던 유경은 그만 포크를 놓치고 말았다.
챙강-
사실 애들 앞에선 쿨한 척했지만 몰래 화장실에서 눈물을 훔쳤던 자신이었다.
솔직히 이제 장가는 다 갔다는 생각마저 했는데…. 악몽이 아니라 길몽이었나…?
‘어쩐지. 새벽에 X한테서 문자가 와 있더라니.’
역시 갓백야.
백야 님은 손을 뻗는 곳마다 천지를 창조하시고 바다가 갈라지며 나뭇잎을 타고 강을 건너시고 솔방울로 수류탄도 만드실 수 있는 지존이셨음을 제가 잠시 잊고 있었다.
애기님이 고집하시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고 뜻이 있는 것이거늘.
쌀과 맞바꾼 줄 알았던 제 존엄성이 갑자기 떡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