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99
외전 88화
외전 19장. 나비 효과
그날 재현의 신랄한 디스로 유경의 연예인 병은 단 1분 만에 완치됐다.
세 사람은 절대 못 하는, 심한 욕으로 팩트 폭격을 날려 준 탓에 유경의 멘탈은 완전히 박살 났다.
“끄흡.”
유경은 전화가 끊어지자마자 무릎에 제 얼굴을 파묻었다.
그 모습에 오히려 자존감이 깎인 건 아닌가 걱정했지만, 그는 백야의 친구답게 피자 한 조각을 먹자마자 거짓말처럼 되살아났다.
그러다 숙소를 나설 때쯤에는 완전히 치료되어 멀쩡한 상태로 돌아갔다.
문득 어제의 일이 생각나 킥킥 혼자 웃음을 터트리는데, 백야의 이마 위로 꿀밤이 놓였다.
딱콩-
“아야.”
“집중 안 하지.”
이마를 감싸 쥔 백야가 앞을 보자 대환이 무시무시한 얼굴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쉬는 시간이잖아!”
“연습하랬더니 거지꼴로 돌아다니기나 하고. 이게 뭐냐, 이게.”
대환이 SNS에서 저장한 거지 백야 사진을 화면 가득 띄웠다.
“사람들이 이거 보고 뭐라는지 알아? 파산한 백야란다.”
“뭐?! 너무해!”
“뭐가 너무해. 하필이면 골라도 지 같은 걸 골라서.”
꼬질꼬질한 얼굴에 바가지를 뒤집어쓴 사진은 꼬순내가 날 것 같았다.
이를 대변하듯 거지 백야의 사진은 아궁이의 고구마를 훔쳐 먹다가 걸린 하얀 몰티즈 사진과 함께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리 내놔. 지워.”
“싫어.”
핸드폰을 빼앗기 위해 앞발을 뻗었지만 닿지 않았다.
잔뜩 토라진 얼굴로 대환을 노려보는데, 마침 연습실 문이 열리며 성실이 나타났다.
“백야야. 너 프랑스 갈래?”
갑자기?
백야가 무슨 말이냐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자 대환이 대신 발끈해 주었다.
“미쳤어? 갑자기 무슨 프랑스야. 얘 컴백 준비하느라 바빠. 다른 사람 알아봐.”
성실은 대환과 동갑이었다.
대환이 평소 백야의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다 보니 두 사람도 자연스레 친해질 수 있었다.
“왜 네가 난리야. 나는 백야한테 물어봤는데.”
“글쎄 안 된다니까?”
“꼴불견이다, 진짜……. 백야야, 다른 건 아니고 지금 유연이가 촬영 가 있는 예능 있지? 그거 말하는 거야.”
유연이라는 말에 백야의 귀가 쫑긋거렸다.
“어? 그거 알아요. 근데 왜요?”
해당 프로그램은 게스트 없이 고정 멤버로 촬영하는 거 아니었나?
“유연이 허리가 안 좋은가 봐. 풀타임 촬영은 힘들 것 같아서 하차시키려 했는데 그놈이 어디 우리 말을 듣냐…….”
“허리요? 많이 다쳤대요?!”
걱정 가득한 얼굴이 성실을 향했다.
“심한 건 아닌데 힘쓰는 일을 못 해서 눈치가 좀 보이나 봐.”
“아니, 왜 아픈 애한테 눈치를 줘요? 거기 진짜 이상하네!”
백야는 마치 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진심으로 서운해했다.
“제작진이 눈치 주는 게 아니라 유연이 혼자 그러는 거야. 너 오해하면 안 된다?”
“그래도…….”
“아직 확정은 아닌데, 차라리 데이즈 멤버를 게스트로 초대해서 특별 출연을 시키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나 봐.”
남은 촬영 기간만이라도 유연이 편하게 촬영할 수 있게끔 제작진이 배려를 베푼 것이다.
어차피 솔로 활동을 하려면 홍보 겸 예능 몇 군데에는 얼굴을 비춰야 했으니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몰랐다.
게다가 이 PD의 새 예능은 벌써부터 많은 사람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지 않던가.
“방영 예정일이 솔로 활동 때랑 시기가 비슷하더라고. 그쪽에서 바로 연락 달라던데. 어떻게 할래?”
회사에서는 백야가 거절하면 문스톤이라도 내밀어 볼 생각인 것 같았다.
어떻게든 이 PD 사단에 소속 아티스트를 한 명이라도 더 끼워 넣고 싶어서 안달이었으니까.
그때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대환이 불쑥 끼어들었다.
“거기 제작진 웃긴다. 이쪽 신경 써 주는 척하면서 알짜만 뽑아먹으려 하네.”
유연만으로도 감지덕지할 줄 알아야지. 데이즈를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씩이나 탐내다니.
대환은 오히려 제작진 측을 괘씸하게 여겼다.
“계산이 좀 안 맞지 않아?”
그러자 백야가 얼굴을 찡그리며 옆을 돌아봤다.
“형 사이코패스야…? 유연이가 아프다는데 어떻게 그런 식으로 계산을 할 수가 있어?”
“……어?”
백야가 프랑스에 가지 않았으면 했던 건 맞지만, 그렇다고 유연이 걱정되지 않았던 건 아니다.
대환은 드물게 당황한 모습을 보이며 뚝딱거렸다.
“아니, 백야야…….”
“됐어. 성실이 형, 저 간다고 해 주세요. 언제 출발하면 돼요?”
“야, 잠깐만. 너 그럼 연습은?”
대환은 연습을 핑계 대서라도 백야를 붙잡아 보려 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성실의 말에 장렬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그건 걱정 마. 길어 봤자 일주일이야.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아직 한 달은 더 남아서 걱정할 필요 없어.”
시X.
이제 그에겐 백야를 붙잡을 구실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 * *
그렇게 백야는 프랑스 남부의 작은 시골 마을, 무스티에 생트 마리로 향했다.
이곳은 유럽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양지로, 별이 지지 않는 마을이라고도 불리는 곳이었다.
거대한 석회암 절벽 사이를 뚫고 흐르는 에메랄드 물빛은 지중해의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였다.
그곳에서 수영과 뱃놀이를 즐기는 관광객들을 보며 백야는 연신 감탄했다.
“우와아~”
창문을 활짝 내려 홀린 듯 고개를 내밀자, 함께 따라나선 성실이 그의 뒷덜미를 잡아당겼다.
“그러다 다쳐.”
“형, 저기 보여요? 나잉봉 색깔이랑 똑같아요.”
“그래. 알겠으니까 똑바로 앉아.”
장거리 비행은 너무 힘들다며 시체처럼 널브러져 있을 땐 언제고, 지금은 힘이 넘치는 모양이었다.
“감독님, 얼마나 더 가야 해요?”
무스티에 생트 마리는 베르동 협곡의 서쪽 입구에 위치해 있었다.
“거의 다 왔어요.”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높이 올라가자 더 황홀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프랑스에서는 해마다 가장 아름다운 마을을 뽑는 행사가 있는데, 첫해에 뽑힌 마을 중 하나가 바로 이곳이라고 한다.
“골목이 좁아서 차는 여기에 대고 내려서 이동하셔야 해요.”
담당 VJ의 말에 백야와 성실이 천천히 내릴 준비를 했다. 급하게 출발하느라 짐도 그리 많지 않았다.
이 PD의 새 예능 은 한국의 유명 스타들이 해외에서 작은 식당을 차려 가게를 운영하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이었다.
오늘은 가게를 오픈한 지 2일 차가 되는 날이었다.
지금쯤이면 영업을 마치고 뒷정리가 한창일 거라는 말에 백야는 숙소가 아닌 가게에 먼저 가기를 원했다.
“가서 조금이라도 도와줄래요.”
무엇보다 유연의 상태를 제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캐리어를 성실에게 맡긴 백야는 작은 가방 하나만 멘 채 가게로 향했다.
“저기예요.”
스태프가 멀리서도 한눈에 띄는 아기자기한 가게를 가리켰다.
가게 외벽에는 나무로 만든 간판이 걸려 있었고, 그 주변으로는 카메라와 조명 스태프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백야가 제법 떨어져 있음에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였다.
백야가 오늘 도착할 거라고 미리 전달받은 스태프들은 그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안녕하세요~”
백야가 허리를 꾸벅이며 감독님에게 다가갔다.
“백야 씨, 와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제가 마중 가고 싶었는데 유연 씨가 눈치챌까 봐 못 갔어요. 미안해요.”
“아니에요. 불러 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이거 서프라이즈예요?”
“네. 왠지 그러고 싶어 하실 것 같아서.”
“우왕! 너무 좋아요!”
백야가 손뼉을 치며 폴짝폴짝 뛰었다.
“그럼 바로 들어가시겠어요? 안엔 지금 청소 중이에요.”
“네!”
유연을 놀라게 해 줄 생각에 신이 나는지 백야의 얼굴이 싱글벙글했다.
입구로 다가간 백야는 고개를 빼꼼 내밀어 가게 안을 살폈다.
테이블이 4개 정도 되는 작은 홀 너머로 가리개가 쳐진 주방이 보였다.
작고 기다란 바에는 맥주 기계와 커피 머신. 각종 식기 그릇과 와인 잔이 뒤집혀 놓여 있었다.
영업 마감 후, 다들 주방에 모여 있는지 홀을 신경 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자세를 낮춘 백야가 살금살금 가게 안으로 진입했다.
“그럼 제가 홀 정리할게요.”
그때 유연의 목소리가 들리며 주방에서 누군가 나오는 기척이 들렸다.
바 테이블 모퉁이에 쪼그려 앉은 백야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틀어막았다.
유연이 갑자기 나올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어떡하지?’
유연을 살피느라 눈알을 떼구루루 굴리며 서프라이즈한 등장을 망친 것 같아 안타까워하는데,
“빗자루가 어디 있, 으아악!”
망한 줄 알았던 서프라이즈는 대성공이었다. 유연이 순식간에 뒤로 물러나며 가게 벽에 바짝 붙었기 때문이다.
“짜잔~!”
그 틈을 타 양팔을 펼치고 등장한 백야는 해맑기 그지없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멤버들도 유연의 비명을 들었는지 우르르 홀로 몰려나왔다.
그러다 방긋방긋 웃고 있는 백야를 발견하곤 놀라워했다.
“뭐야? 데이즈 백야 아니에요?”
“저분이 왜 여기에 있어?”
“유연이 네가 불렀니?”
유연은 많이 놀랐는지 여전히 이상한 자세로 멈춰 있었다.
“안녕하세요~”
배꼽 위로 앞발을 올린 백야는 처음 뵙는 연예계 동료분들께 예쁘게 인사했다.
그리곤 유연에게 다가가더니 그의 얼굴 앞으로 앞발을 휘휘 저어 댔다.
“야, 많이 놀랐어? 나 오는 거 진짜 몰랐던 거야?”
까르르!
유연을 놀린 게 그렇게 좋은지 백야의 광대는 내려올 줄 몰랐다.
“짜식, 형 많이 보고 싶었구나?”
형이라는 말에 그제야 정신이 드는지, 유연이 제 머리를 쓰다듬는 백야의 손을 툭 쳐서 털어 냈다.
“누가 형이야. 그런데 네가 왜 여기에 있어?”
멤버들도 그 이유가 궁금한지 다들 백야를 바라봤다.
“나?”
백야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되물었다. 그러다 이내 브이를 만들어 보이며 배시시 웃었다.
“알바 구한다길래 지원했지~”
두둥!
세계 최강 알바 등장이요~!
지구에서 가장 핫한 아르바이트생의 등장에 프랑스의 작은 마을엔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