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500
외전 89화
* * *
“백야 씨 오자마자 너무 일만 시킨 거 아니야? 미안해 죽겠네.”
“아니에요. 도와드리려고 온 걸요.”
백야가 손사래를 치며 쑥스러워했다.
유연은 아직도 백야가 이곳에 와 있는 게 믿기지 않는 듯, 틈만 나면 그의 볼을 꾹꾹 눌러 댔다.
진우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그의 눈에는 다 받아 주기만 하는 백야가 더 신기한 모양이었다.
“둘이 뭐 부부야?”
“네?”
백야가 당황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아니, 아까부터 둘이 떨어지질 않네.”
백야가 바닥을 걸레질하면 유연이 근처에서 테이블을 닦고, 백야가 무거운 거라도 들려고 하면 유연이 달려가서 도와주고.
그럼 백야는 유연을 환자 취급하며 떼어 놓기 바빴다.
지금도 유연이 만지면 만지는 대로 얼굴을 가만히 내어 주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부부지 않냐며 진우가 놀려 댔다.
어릴 적부터 어른들의 손을 타며 자라 온 복숭아는 누군가가 자신을 만지는 것에 익숙했다.
도하가 가장 좋아하는 것도 삼촌의 볼을 만지는 것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진우의 말을 듣고 나자 괜히 의식되기 시작했다.
“야, 거리 두기 해.”
“왜? 5년 넘게 같이 살았으면 부부 맞지.”
“뭐라는 거야.”
백야는 유연의 손을 툭 털어 내며 그에게서 한 걸음 멀어지는 듯하더니 이내 성큼 다가갔다.
그리고는 유연을 향해 아픈 게 허리가 아니라 머리였냐며 귓속말로 작게 협박했다.
“푸하하하!”
배를 잡고 폭소하는 유연의 모습에 그의 동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얘기를 했길래 저렇게 좋아해?”
“친구 왔다고 얼굴에 웃음꽃이 폈네, 폈어.”
동료들이 한마디씩 거들자 백야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뾱!
“작작 좀 해.”
“하하! 알겠어.”
유연이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백야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삐졌어?”
“어.”
“맛있는 거 사 줄게. 풀어.”
유연이 백야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듯 쓰다듬었다. 그리곤 동료들에게 백야의 환영 파티를 제안했다.
“그거 좋네. 새 직원도 왔는데 당연히 환영해 줘야지.”
진우는 근처에 경치가 좋은 레스토랑을 봐 뒀다며 한 가게를 추천했다.
다섯 사람은 가게를 따라 왼쪽으로 난 좁은 골목을 거닐었다. 오래된 마을답게 곳곳엔 세월의 흔적이 가득했다.
“마을이 진짜 예쁘다. 나중에 와서 살고 싶을 정도야.”
프랑스라면 백야도 몇 번 와 본 적 있었지만, 이렇게 작은 마을은 처음이었다. 이곳은 대도시에선 느껴 보지 못한 여유로움이 존재했다.
“그치? 저쪽으로 가면 폭포도 있어.”
“정말? 우리 이따 보러 가자.”
“그래. 밥 먹고.”
백야는 이렇게 좋은 곳에 너만 있었냐며 유연의 옷자락을 잡고 흔드는 등 걷는 내내 장난을 쳐 댔다.
그때 슬쩍 뒤를 돌아본 진우가 백야에게 말을 걸었다.
“무스티에 생트 마리가 무슨 뜻인지 알아요?”
“그냥 마을 이름 아니에요?”
“성모 마리아를 모시는 수도원이라는 뜻이에요. 여기가 5세기쯤에 수도사들이 들어오면서 자연스레 생겨난 마을이거든요.”
“우와. 그런 걸 어떻게 아세요?”
“제가 역사 같은 걸 좋아해서.”
진우는 캐나다 교포 출신의 배우로 영어와 프랑스어에 모두 능통해 의 통역사 겸 주문을 맡고 있었다.
그는 30대 남자 배우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인기와 팬덤을 보유한 자였다.
“궁금한 거 있으면 다 얘한테 물어보면 돼요. 모르는 게 없어요.”
나란히 걷던 희승이 어깨동무를 하며 진우를 띄워 주었다.
진우가 30대 남자 배우 중 탑이라면 희승은 떠오르는 신예였다.
경력으로만 따지면 희승이 한참은 후배였으나, 두 사람은 데뷔 전, 같은 대학교를 다녔던 동기로 아주 절친한 사이라고 한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저한테 말씀하시고요.”
그는 에서 김밥을 담당하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자신을 소개했다. 시원시원해 보이는 게 성격이 굉장히 좋은 사람인 것 같았다.
그러던 그때, 앞장서서 걷던 기혁이 걸음을 멈추며 뒤돌아봤다.
“나보곤 길 찾으라 해 놓고 너희만 애기들이랑 친해지기 있어?”
멤버들 중 가장 연장자이자 맏형인 기혁은 의 메인 요리사였다.
“나도 끼워 줘, 나도. 그런데 백야 씨 별명이 애기라면서요? 어쩜 별명도 귀엽네~”
기혁은 백야, 유연과 16살 차이가 난다고 했다. 그는 최근 한 요리 프로그램에 나와 유명해진 인기 셰프였다.
늦은 통성명을 하며 걸음을 옮기는 사이, 다섯 사람은 어느새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야외석과 실내석을 물어보는 질문에 진우가 능숙하게 대답하자 백야와 유연이 호들갑을 떨어 댔다.
“오~”
“오옹!”
백야가 작게 물개 박수까지 치며 진우를 동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그의 귀가 붉게 물들었다.
“어디 방청 왔냐? 애들이 좀 이상해.”
진우는 두 사람의 반응이 부담스러운지 괜히 툭툭거리며 그들에게서 멀어졌다.
* * *
처음 만난 사람들인데도 백야는 곧잘 어울렸다.
환영 파티 후 숙소로 돌아간 백야는 남은 기간 동안 유연과 같은 방을 쓰게 됐다.
그리고 다음 날.
가게 오픈을 위해 이른 시간에 출근한 백야는 퍽 피곤해 보였다. 잠이 안 온다며 말똥말똥한 눈으로 밤을 꼬박 새운 탓이었다.
“잠도 못 잤지? 시차 적응도 못 했을 텐데 바로 일 시키려니까 미안하네.”
“아니에요.”
백야는 자꾸만 감기려는 눈을 억지로 뜨며 애써 밝은 척했다.
이 정도 시차쯤이야!
잦은 해외 스케줄로 시차 적응이라면 도가 튼 백야였다. 오늘 하루만 고생하면 저녁에는 꿀잠을 잘 수 있을 테다.
“하루면 적응할 수 있어요.”
그러나 진우의 눈에는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안쓰러워 보였던 모양이다.
그는 갑자기 레모네이드를 만들어 주겠다며 식기구를 꺼내기 시작했다.
“어차피 간단한 음료 제조하는 법은 너도 익혀야 하니까.
한편 백야와 진우를 제외한 동료들은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었다.
하루아침에 홀 서빙에서 주방 보조로 밀려난 유연은 희승의 옆에서 당근 껍질 벗기기에 한창이었다.
“유연아, 하다가 힘들면 말해야 해. 알겠지?”
“네.”
예쁜 보조개를 지어 보인 유연은 홀이 있는 쪽을 슬쩍 바라봤다. 아까부터 백야의 까르르거리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밖은 뭐가 저렇게 재미있는 걸까요?”
주방과 홀 사이를 가리고 있는 커튼 때문에 밖이 잘 보이지 않아 더 궁금해졌다.
막 새 당근을 집어 들었던 유연은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홀로 나섰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
백야는 진우의 옆에 딱 달라붙어 레몬을 까는 중이었다.
벌컥벌컥 물을 들이켜던 진우가 눈짓으로 유연을 가리켰다. 그러자 레몬 조각을 든 앞발이 유연의 입술 앞으로 길게 뻗어졌다.
“뭔데?”
“맛있는 거야.”
백야의 말에 생각 없이 레몬을 받아먹은 유연은 금세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찌푸렸다.
“야, 이…!”
“푸하하하!”
진우와 백야가 하이파이브를 하며 배를 잡고 웃어 댔다.
“내가 만들었어. 내 첫 요리야.”
“장난해? 이게 무슨 요리야.”
오만상을 찌푸리면서도 기어코 레몬을 뱉지 않은 유연이 눈을 딱 감고 삼켜 냈다.
“아, 진짜…. 괜히 나왔어.”
“푸핫! 재미있다. 하나 더 먹을래?”
“너나 먹어, 너나.”
유연이 레몬 세 조각을 집어 백야의 입에 마구 쑤셔 넣었다.
유연의 품 안에 갇혀 파닥거리던 백야는 레몬을 다 삼키고 나서야 간신히 풀려날 수 있었다.
“너모 셔어어…….”
뿌엥.
눈꼬리에 눈물을 달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백야는 퍽 불쌍해 보였다.
유연에게 되로 주고 말로 받고는 물을 두 잔이나 들이켠 뒤에야 꼬부라진 혀를 겨우 펼 수 있었다.
“자, 그럼 잠도 깬 것 같으니까 대충 알려 줄게. 이제 진짜 일해야지.”
백야는 진우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서빙에 필요한 것들을 배웠다.
“접시랑 잔은 바 테이블 아래쪽에 있고, 커피는 주문 들어오면 내가 만들 거니까 신경 쓸 필요 없고.”
“넹.”
“주방에서 음식이 나오면 벨을 눌러 줄 거거든? 그럼 쟁반에 담아서 테이블로 서빙하면 돼.”
“넹.”
“그래도 가게 오픈하고 처음은 내가 할 테니까 잘 봐 뒀다가 그대로 따라 하면 돼.”
“넹!”
어느새 백며든 진우는 백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귀여워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리고 잠시 후, 3일 차 영업이 시작됐다.
오픈 시간에 맞춰 가게 밖으로 나간 유연은 골목을 서성이는 어린 소녀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Bonjour.”
유연의 인사에 소녀들이 수줍은 비명을 지르며 골목으로 흩어졌다.
쫓아내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지만, 어째서인지 제가 인사만 하면 그렇게들 도망가기 바빴다.
의도와 다른 결과에 머쓱해하고 있는데 마침 백야가 다가와 핀잔을 주었다.
“손님 모셔 오라니까 왜 쫓아내?”
“아니야. 난 인사만 했어.”
“무서운 표정 지은 거 아니야?”
“내가?”
유연이 황당해하며 백야를 돌아봤다.
“내 얼굴은 무서울 수가 없는 얼굴이야. 자, 봐.”
유연이 손등으로 턱 아래를 받치며 자신의 미모를 뽐냈다.
사슴을 닮은 청순한 미남은 국적을 불문하고 통하는 프리패스상이었다.
“오구 오구~ 그래쪄요? 우리 유연이 잘생겨서 좋겠네~”
도하를 대하듯 유연의 엉덩이를 두드린 백야는 재빨리 가게 안으로 몸을 숨겼다. 유연의 얼굴이 와락 찌푸려지는 걸 봤기 때문이다.
“야!”
아니나 다를까, 유연이 백야를 붙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끄앙…! 혀엉.”
날쌘 동작으로 유연의 손을 피한 백야는 진우의 뒤로 숨으며 혀를 빼꼼 내밀었다.
“너 이리 와. 안 와?”
유연은 많이 당황했는지 붉어진 얼굴로 백야를 협박했다.
진우를 사이에 두고 요리조리 몸을 피하며 장난을 치는데, 마침 오늘의 첫 손님이 등장했다.
의 두 간판 스타들이 입구에서 시선을 끌어 준 덕분이었다.
“어서 오세요. 편하신 테이블에 앉으시면 됩니다.”
메뉴판을 챙긴 진우가 다가가 능숙하게 자리를 안내했다.
유연과 백야도 더는 장난치지 않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바 테이블 앞에 얌전히 선 백야는 진우가 하는 행동을 유심히 지켜봤다. 잠시 후면 제가 해야 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주방으로 돌아온 유연은 냉장고 앞에 놓인 자신의 지정석, 주황색 간이 의자에 앉았다.
허리가 아픈 동생을 배려해 형들이 마련해 준 자리였다.
“어디 갔다 와? 곧 있으면 손님들 오기 시작할 텐데, 좀 쉬지.”
“그냥 백도 잘하고 있나 보고 왔어요. 안 그래도 방금 손님 들어오시던데.”
유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우가 주방에 나타났다. 그는 주문받은 종이를 냉장고 옆에 붙여 놓곤 다음 손님을 받기 위해 곧장 홀로 나섰다.
흰 셔츠 위로 꼽힌 볼펜을 꺼낸 유연은 주문서 위로 순서를 적었다.
“불고기 김밥 하나, 궁중떡볶이 하나요.”
유연이 메뉴를 읽어 주자 주방도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유연이 새로 맡은 역할은 기혁과 희승에게 주문이 들어온 메뉴를 알려 주고, 홀 팀에 메뉴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슬쩍 밖을 내다보니 어느새 백야도 주문을 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