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505
외전 94화
“왜 그래. 사레들렸어?”
“헉! 형님 괜찮으세요?”
커피가 뿜어져 나오려던 그 순간 가까스로 고개를 돌린 덕분에 차가 더러워지는 것만은 면할 수 있었다.
민성은 사이드 미러에 튄 커피 자국을 손으로 훔치며 대환의 눈치를 살폈다.
“으, 어?”
“사레들렸냐고.”
“아, 아니. 콜록. 갑자기 기침이 나와서.”
화면 밝기를 최대한으로 낮춘 민성은 옆을 힐끔거리며 메시지를 마저 확인했다.
‘설마…. 아닐 거야…. 예전에 찍어 둔 사진이겠지.’
청은 가끔 엽사를 올리며 멤버들을 약 올릴 때가 종종 있었다.
이 사진도 아마 그런 것이리라.
이내 진정한 민성은 크게 심호흡을 하며 채팅 창을 내렸다.
[율무 : 언제 찍은 사진이야?] [청 : 지금] [지한 : 너 프랑스 갔어?] [청 : 당근 하지!] [율무 : 한국 온다며???] [청 : (무지개 토하는 병아리 이모티콘) Eww 거기엔 햄스터가 없자나] [청 : 나 이제 오피셜 멤버야] [청 : 허락받아써ㅎㅎ] [지한 : 미쳤네…] [유연 : 미친놈이야 이거!!!] [유연 : 근데 민성이 형은 뭐 하길래 연락이 안 돼?]‘……저, 저요?’
민성은 잠시 후 미친놈2가 될 예정이었다.
‘염병!’
주먹으로 허벅지를 꽁! 내려친 민성은 당장이라도 차에서 뛰어내리고 싶어졌다.
‘지금이라도 여기서 빠지면 애들한테 욕은 안 먹지 않을까.’
비록 대환한테 곡도 못 받고 구박도 좀 당하겠지만…. 저희 그룹이 민폐 그룹으로 찍히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았다.
‘솔로 앨범 그까짓 거.’
대환의 곡이 아니어도 내 실력만으로도 충분히 1위 할 수 있어!
염병 토끼는 문득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솟아났다.
‘그래. 튀자.’
차가 멈추면 그길로 곧장 튀는 거야.
대환이 자동차 풀 액셀을 밟는 동안, 민성도 급발진을 풀로 밟았다.
* * *
의 위치를 모르는 탓에 희승을 납치해 도주한 청은 금방 가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접시를 사 오겠다며 진우, 백야와 나선 희승이 웬 낯선 이와 돌아오자, 그를 발견한 제작진이 의아한 얼굴로 옆에 선 남자를 바라봤다.
훤칠한 장신의 남자는 얼굴을 다 가리고 있음에도 잘생김이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딘가 모르게 낯익었다.
“어? 희승 씨, 왜 혼자 돌아오세요? 옆에 계신 분은 누구…?”
막 가게에서 나오던 이 PD가 희승을 발견하고 그에게 다가왔다.
“어…… 그게…….”
희승이 청의 눈치를 보며 말을 아끼자, 청이 볼 캡을 벗으며 선글라스를 머리 위로 올렸다.
“Hi! Everybody 내가 누군지 아니?”
“어? 청청이다!”
제작진 중 한 명이 큰 소리로 외쳤다.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자 뿌듯해진 청이 활짝 웃으며 이 PD에게 다가갔다.
“Oh my god~ Long time no see. 얼마 만인갑…쇼? 아무튼 PD님! 나 일 좀 하게 해 조요!”
“????”
잠시 한국어가 고장 난 청은 알아듣지 못할 외계어를 구사다가 대뜸 취직을 요구했다.
그 나름대로는 사회성을 최대한 발휘해 애교까지 부리는 중이었다.
“네?”
이 PD는 갑자기 나타난 1등 복권이 믿기지 않는 듯,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청을 바라볼 뿐이었다.
“나도 일 시켜 조요! 안 바빠요? 내가 공짜로 일해 줄게요!”
다행히 그는 청과 친분이 있는 PD였다.
이 PD의 팔에 매달린 청은 그가 허락해 주지 않으면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울 기세였다.
“나 불어도 잘하고 영어도 잘해요! 스페인어는 조금?”
“아니, 청 씨가 도와주시면 저야 너무 좋긴 한데…. 뭐예요? 회사랑은 이야기된 거예요? 여긴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회사에는 내가 말하면 돼요! 요기는 지나가던 길.”
청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웃었다.
“지나가던 길이었다고요? 여행 중이셨어요?”
“오! 맞아요. 사실 나는 여행 중이었어.”
대답이 묘하게 이상했지만, 청의 산만함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네? 저 일해도 돼요? 나 태어나서 소원이 프랑스에서 아르바이트해 보는 거였어요.”
청이 정말 우연히 이곳을 지나가다 들렀든 작정하고 찾아온 것이든, 어쨌든 그가 프로그램에 출연해 준다면 이 PD로서는 좋은 일이었다.
거기다 타이밍도 적당했다.
오픈 5일 차라 슬슬 포맷에 변화를 줘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이 PD는 굴러들어 온 호박을 넙죽 주웠다.
“좋아요.”
“오예! 그럼 허락이에요? 나 빨리 종이에 적어 조요.”
“계약서 말씀하시는 거예요?”
“아무거나! 햄스터한테 보여 줄 거요.”
“햄스터…?”
혼이 쏙 빠진 이 PD가 멍청한 얼굴로 묻자 희승이 넌지시 일러 주었다.
“백야를 그렇게 부르더라고요.”
“아아~ 백야 씨가 청 씨 햄스터였죠?”
“당근 하지!”
계약서를 요구한 청이 이 PD의 뒤를 따라,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곤 테이블에 앉아 있던 유연과 기혁을 발견했다.
“오. 맞다. 저거도 있었지? Hi.”
“????”
태연하게 인사하는 청과 달리 유연의 눈은 휘둥그레 커졌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유연, 나 취뽀해쏘.”
“우와. 데이즈 청 씨 맞죠? 반갑습니다. 여기서 이렇게 뵐 줄은 몰랐는데. 유연이 도와주러 오신 거예요?”
기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이 PD와 함께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백야처럼 특별 게스트로 온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청은 저를 반겨 주는 기혁의 손을 맞잡으며 아래위로 붕붕 휘저었다.
“Nice to meet you! 나 햄스터랑 같은 일 하고 싶어요!”
“……햄스터?”
기혁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유연을 돌아봤다. 청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눈치였다.
그러나 유연에게 친절하게 알려 줄 경황 따위 있을 리 없었다.
“너는 또 뭐야?”
백야가 나타났을 때만큼이나 당황한 유연이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그의 생소한 모습에 웃음이 터진 청은 카메라를 꺼내 그 모습을 촬영하기 바빴다.
“아니, 사진만 찍지 말고.”
청의 핸드폰을 낚아챈 유연이 작게 짜증을 부리자 청은 더욱 신이 난 듯 깔깔거렸다.
“나 지금부터 여기서 일해.”
“한국 간다며?”
“그랬는데 생각이 바뀌었어.”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유연은 그가 이 PD의 요청을 받고 온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에 청의 단독 행동임을 바로 간파했다.
“햄스터 여기 있어서.”
“너 이씨…!”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유연이 청의 팔목을 낚아챘다.
“잠깐 나 좀 봐.”
“으엥? 또 나를 골목으로 데려가서 때리려고.”
“내가 널 언제 때렸어?!”
청이 사람들이 오해할 소리만 골라 하자 유연은 발끈하고 말았다.
마침 이 PD의 허락도 받았겠다, 유연이 하나도 무섭지 않은 청은 순순히 뒤를 따랐다.
그러다 맞은편에서 헐레벌떡 달려오는 남경과 성실을 발견하고는 움찔거렸다.
햄스터랑 유연은 하나도 무섭지 않았지만, 저 둘의 잔소리는 조금 무서웠다.
“청청? 진짜잖아…?”
“너…! 너 이 새끼!”
남경과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유연의 손을 뿌리친 청은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No! 잠깐만!”
“너 이 새끼, 거기 안 서?!”
“끼아악! 오지 마!”
혼나더라도 백야의 앞에서 혼나야 동정심이라도 얻을 수 있는데!
지금 남경에게 잡히면 아무런 이득도 없었다.
계략 집사는 잡히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 * *
무스티에 생트 마리는 골목 사이사이로 갈림길이 많아 미로 같은 곳이기도 했다.
눈앞에 길이 보일 때마다 닥치는 대로 들어가다 보니, 백야를 마주쳤던 폭포가 보이는 다리로 도망간다는 게 웬 이상한 곳으로 오게 됐다.
“허억, 헉.”
뒤따르는 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뜀박질을 멈춘 청은 무릎을 짚고 숨을 몰아쉬었다.
“무슨…. 늙은 사람 체력이 저렇게 좋나…. 우웨엑.”
30대인 남경이 20대인 저보다 더 체력이 좋은 것 같았다.
폐가 찢어질 것 같은 통증에 헛구역질을 하던 청은 바닥으로 발라당 드러누웠다.
“아 몰라!”
어차피 외진 곳이라 보는 사람도 없을 텐데. 잠시 휴식을 취하다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타다다닷-
숨을 돌리기 무섭게, 누군가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우 씨.”
벌써 쫓아왔다고?
상체를 벌떡 일으킨 청은 남경의 좀비 같은 체력에 질색하며 억지로 몸을 재촉했다.
“아이고. 나 죽네.”
일단 이 골목을 벗어나야 했다.
주저 없이 오른쪽을 고른 청이 힘껏 내달리려던 순간이었다.
“으아악!”
“Oh shit.”
골목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남자와 부딪히며 청은 그대로 바닥을 뒹굴었다.
본능적으로 상대를 보호하듯 감싸 안은 청은 시원하게 팔다리를 긁히고 말았다.
“Ouch…….”
게다가 넘어지면서 팔꿈치를 제대로 찧었는지 팔이 저릿하기까지 했다
청이 인상을 찡그리며 상처 부위를 확인하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떡해. I’m Sorr… 청청?”
한국어?
허리가 가는 게 분명 남경은 아니었는데?
상처를 살피던 청이 의아한 기색을 담아 고개를 들었다.
“What?”
“너…! 너 이놈의 시키!”
“모, 모야! 민성이 왜 여기 이쏘?”
잔소리를 쏟아 내려던 민성은 청의 질문에 입술을 꾹 다물었다.
하마터면 내로남불을 할 뻔했다.
“어……. 그게… 그러니까 말이지…?”
* * *
의 촬영지인 무스티에 생트 마리에 도착한 빨간색 페X리는 주민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등장했다.
그렇지 않아도 다른 팀이라는 이유로 매번 청에게 밀리는 콩대환인데….
그의 야심 찬 서프라이즈마저 청에게 밀렸다는 사실이 들통나게 된다면 대환이 저를 가만두지 않을 것 같았다.
어쨌든 조금 더 둘러 가는 코스로 드라이브를 제안한 건 민성이었으니까.
그래서 차가 잠시 멈췄을 때 민성은 주저 없이 차에서 뛰어내렸다.
“야, 너 미쳤어?!”
“아아악!”
깜짝 놀라 소리치는 대환의 목소리도 무시한 채 비명을 지르며 달려가는 민성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