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507
외전 96화
몰래카메라가 아닌 이상, 말이 안 되는 상황이긴 했다.
까르르!
“나 진짜 깜빡 속을 뻔했잖아~ 그럼 은 뭐예요? 진짜 촬영하는 건 줄 알았는데? 다들 열심히 일했잖아요. 실제로 손님도 받고.”
그야 네 몰래카메라가 아니라 진짜 촬영을 한 거니까…….
“그럼 너 허리 아프다는 것도 거짓말이었어?”
백야가 유연의 허리를 덥석 만지자 그가 소스라치며 앞발을 쳐 냈다.
“아 좀! 왜 막 만지고 그래?”
“아니, 나는 너 허리 아픈 거 진짜인가 보려고 했지.”
“네가 만지면 아냐?”
아파 죽겠네, 씨이….
갑자기 몸을 움직이는 바람에 허리에 무리가 간 것 같았다.
유연이 인상을 찡그리며 의자에 앉는 사이, 굳은 표정의 대환이 슬쩍 다가오더니 제 앞으로 앞발을 끌어당겼다.
“너 이건 왜 이래?”
“그냥. 뭐 좀 하다가.”
“뭐.”
“깨진 접시 줍다가…….”
대환이 가끔 이렇게 정색할 때면 백야는 괜히 주눅이 들곤 했다.
아티스트는 몸이 자산인데 관리를 소홀히 한다는 이유로 몇 번 혼나 본 적 있기 때문이다.
대환의 눈치를 보며 슬쩍 앞발을 빼낸 백야는 주제를 돌리기로 했다.
“그런데 나 하나 속이려고 이렇게 많은 사람을 부른 거야?”
자신은 눈치가 없어서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충분히 속았을 텐데, 라며 배시시 웃었다.
그러자 대환이 앞발을 다시 고쳐 쥐며 무서운 얼굴로 말했다.
“몰래카메라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엉?”
“네 몰래카메라 아니야. 우리도 진짜 일… 하러 온 거야.”
자의는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라며 길길이 날뛰는 남경을 진정시키려면 이 PD의 도움이 필요했으니까.
돈 주고 모시기도 어려운 글로벌 스타들이 제 발로 찾아와 출연을 요청하는 상황에 이 PD만 대박 난 셈이었다.
“어엉? 내 몰래카메라가 아니라고?”
한편 백야는 혼란스러워졌다.
이게 몰래카메라가 아니면 제 눈앞의 말도 안 되는 조합이 도저히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짜 아니야? 정말? 아니야, 그럴 리 없는데? 이거 몰래카메라 맞는 것 같은데…?”
당황스러워하던 백야는 이내 눈을 가늘게 뜨며 앙칼지게 말했다.
“내가 먼저 눈치채서 그러지!”
몰래카메라가 아니라고 하는데도 백야는 도무지 믿지 않았다.
어쩌면 믿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몰랐다.
청이 민성의 옆구리를 찌르며 조용히 말했다.
“민성. 저거는 몰래카메라 해 달라는 뜻인가?”
“그런 것 같은데.”
“Okay. 접수.”
햄스터의 몰래카메라 타령에 되레 집사에게 잘못된 정보만 입력됐다.
한편 이 사실을 모르는 백야가 VJ에게 달려들어 ‘몰래카메라죠! 맞잖아요!’를 외치며 애먼 스태프들을 잡는 동안, 유연은 머리를 감싸 쥐며 테이블 위로 엎어졌다.
“와……. 내 팔자야.”
유연은 난데없이 나타난 4인방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거기에 백야의 엉뚱한 오해까지 더해지자 그만 전의를 상실하고 만 것이다.
‘차라리 지한이 형이 왔으면 좋았을 것을.’
그럼 저 백친놈들이 이곳에 올 일도 없었을 텐데.
테이블에 이마를 쿵쿵 찧던 그는 불현듯 고개를 들어 소란의 근원지를 바라봤다.
“아니야! 몰래카메라야!”
담당 VJ의 옷을 벗기며 이건 몰래카메라여야만 한다며 떼쓰는 백야와 그를 말리는 민성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그런데 저 형은 뭐야?’
백친놈들을 말리진 못할망정 그들을 따라왔다는 사실이 못내 충격적이었다.
그는 백야의 뒷덜미를 잡아당기다가 대환에게 내동댕이쳐졌다.
“애 목 졸리잖아.”
“으악!”
철퍼덕-
어쩌다 보니 옆자리에 앉게 된 민성과 유연의 눈이 마주쳤다.
“형.”
“으, 어?”
“형은 진짜 뭐야? 왜 왔어?”
“나는 협박당해서 어쩔 수 없이……. 진짜야! 나 진짜 안 오고 싶었거든? 이건 아닌 것 같다고도 계속 말했는데…….”
그런데 어디 저 백친놈이 제 말을 들어야 말이지.
눈동자가 촉촉한 게 진심인 것 같았다.
소란스러운 상황이 수습될 여지가 보이지 않자, 결국 이 PD가 끼어들며 상황을 정리했다.
“자, 자. 오픈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얼른 역할 분담부터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새로 온 직원이 세 명이나 되니까 한 명은 주방을 돕고 두 명은 홀을 돕는 게 어떻겠냐며 제안했다.
그러자 조용히 백야를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있던 청이 손을 번쩍 들며 다른 제안을 했다.
“햄스터랑 유연 아프니까 둘은 쉬게 해 조요! 나 일 잘해요!”
망나니의 삐악거림에 민성과 유연이 ‘사고를 잘 치겠지’라는 눈으로 그를 흘겨봤다.
청보다 늦게 왔다는 사실은 분하지만, 그의 의견엔 동의하는지 대환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데뷔 전에 식당 아르바이트해 본 적 있어요. 주문받으면 돼요?”
“한 분은 유연 씨 대신 주방 보조 역할을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럼 민성 씨가 주방으로 가실래요?”
그 순간 막내즈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결사반대를 외쳤다.
“안 돼요!”
“No! 그건 재앙이야!”
“왜, 왜죠?”
PD가 당황하며 되묻자 가까이 있던 유연이 대신 답해 주었다.
“저 형은 주방이랑 상극이에요. 요리 실력이 처참해서.”
그는 팬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요리 똥손이었다. 요리학원 원장님마저 포기할 정도의.
저런……. 역시 사람은 모든 게 다 완벽할 수는 없구나.
안타까워하는 시선이 하나둘씩 그를 향하자 민성이 발끈했다.
“나도 알거든? 처음부터 갈 생각도 없었어.”
“아~”
“PD님 ‘아~’라니요? 하아. 그냥 제가 서빙하는 거 도울게요. 형이랑 청이 둘 중에 한 명이 주방으로 가.”
“대한 요리 잘해! 나랑 햄스터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 조!”
청의 천진난만한 외침에 주방 보조는 자연스레 대환의 차지가 됐다.
* * *
오픈 5일 차.
케이팝 스타들의 총출동에 가게는 1일 차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돼 버렸다.
미남의 축복이 끝이 없는 곳.
프랑스 무스티에 생트 마리의 한식 프린스 1호점.
“어서 오세요. 편한 자리에 앉으시면 됩니다.”
흰 셔츠에 검은색 앞치마를 두른 민성이 능숙하게 자리를 안내했다.
그럼 청이 다가와 물 잔을 채워 주며 주문을 이어받았다.
“메뉴판은 천천히 보고 말씀해 주세요.”
주문을 받은 청이 주방에 메뉴를 알려 주면 희승과 기혁이 요리를 시작했다.
완성된 요리는 대환의 정성스러운 플레이팅을 거쳐 홀로 내보내졌다.
“음식 나왔습니다.”
그럼 다시 민성이 다가와 손님들의 테이블로 음식을 서빙해 주었다.
돌연히 나타난 세 사람은 원래부터 있었던 것처럼 능숙하게 맡은 바 일을 해냈다.
오히려 복병은 유연과 백야였다.
허리 부상과 앞발 부상으로 쫓겨난 두 사람은 가게 앞에 나란히 서 있던 참이었다.
뉴 페이스의 등장에 밀린 이들은 의 마스코트라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았다.
‘이게 맞나…?’
유연은 벌써 두 번째 보직 변경이었다.
처음 이 PD의 프로그램에 캐스팅됐을 때와 달리, 점점 밀려나는 기분에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아직 약속된 촬영일까진 이틀이 더 남은 상태.
유연은 오늘 영업이 끝난 뒤, 제작진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봉쥬르. 아임 딜리셔스.”
그런데 그때, 옆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가게 앞에 나란히 서서 호객 행위를 하던 백야의 목소리였다.
“……미쳤냐?”
유연은 제 귀를 의심하며 얼굴을 와락 찌푸렸다.
“또 왜.”
백야는 저 네 사람이 나타난 뒤로 묘하게 틱틱거리는 유연을 못마땅하게 노려봤다.
“뭘 맛있다고 하는 거야, 지금.”
“내가 뭐.”
“아니, 너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마라.”
조금 전에는 몰래카메라가 아니냐며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더니, 이제는 19금 영어로 무자각 플러팅을 해 대고 있었다.
유연이 대놓고 한숨을 쉬자 백야의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왜 아무 말도 하지 마? 들어오라고 유혹해야지.”
유혹을 왜 해???
뻔뻔한 백야의 대답에 유연은 입을 쩍 벌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 홍보. 유혹이랑 헷갈렸다. 쏘리.”
“단어 선택 좀 제발 제대로 하면 안 돼?”
“그럴 수도 있지.”
백야는 영어와 불어, 한국어를 동시에 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냐며 시치미를 뗐다.
그는 여전히 자신이 ‘잇츠’ 딜리셔스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 ‘아임’이라고 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하긴 쟤도 정신이 없겠지.’
자신도 기절할 뻔한 걸 겨우 버티고 있는데 백야는 오죽할까 싶었다.
자꾸만 스태프들 쪽을 힐끔거리는 게 제작진의 눈치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유연은 이마를 짚으며 스태프 무리에 섞여 있는 남경과 성실을 바라봤다.
그의 원망 섞인 눈초리에 두 사람은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그래. 그들도 피해자인데 누구를 탓하리.
또 한 번 한숨을 쉰 유연은 차라리 백야를 들여보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슬쩍 가게 안을 살펴보자 진우 혼자 바에서 음료를 제조하느라 바빠 보였다.
“백도. 넌 그냥 들어가서 진우 형이나 도와줘.”
“싫어. 밖에 있을 거야.”
하지만 은쪽이 4인방의 출현에 백야도 은쪽이 기질이 도진 건지 단번에 싫다며 고개를 돌렸다.
“왜 말을 안 듣지?”
“다 내 말 안 들으면서! 왜 나만 말 잘 들어야 해!”
“뭐?”
“나도 이제 내 마음대로 할 거야.”
팔짱을 낀 채 토라진 백야는 또다시 지나가는 관광객들을 유혹했다.
“봉쥬! 아임 딜리셔스!”
“이 미친…!”
참다못한 유연이 백야의 입을 틀어막으려던 참이었다.
“아하하!”
“허허.”
어디서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백야의 입을 틀어막으려던 유연과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 바동거리던 백야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복숭아가 맛있긴 하지~”
“햄스터래도. 쯧. 우리 강아지 영어 실력은 여전히 귀엽구나.”
사업차 프랑스 파리에 들렀던 제우스 부자가 나타났다.
두 사람을 알아본 제작진과 유연, 백야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유연아. 나 헛것이 보여.”
“……미친.”
퍼엉! 퍼버버벙!
한편 이 PD는 그 순간 알 수 없는 환청을 들었다.
“김 작가……. 나 막 귀에서 뭐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
“시청률 터지는 소리 아닐까요…? 저도 들리는 것 같아요.”
가게 앞 골목엔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 고요한 정적을 깬 건 제우스의 절친, 청의 목소리였다.
“오! 제우스 빨리 왔네?”
제우스 부자의 출현에 어느새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던 희승과 기혁까지 버선발로 뛰쳐나와 눈을 비비고 있었다.
“햄스터 보고 싶다고 해서 내가 불러쏘! 나 잘했지?”
남경은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