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512
외전 101화
* * *
솔로 데뷔까지 D-1.
현재 시각 오후 6시.
내일은 새벽부터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백야는 잘 준비를 끝내고 침대에 누운 참이었다.
“자려고?”
“응.”
물건을 가지러 잠시 방으로 들어왔던 지한이 걸음을 멈칫하며 물었다.
잔다는 사람치곤 눈이 너무 말똥말똥해 보였다.
“불 꺼 줄까?”
“고마워.”
“아니야. 잘 자.”
지한은 손수 암막 커튼까지 쳐 준 뒤 조용히 방문을 닫아 주었다.
하지만 마음이 들떠서 그런지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거실에서 햄스터를 찾는 청의 목소리가 들려서 귀가 쫑긋.
저녁도 안 먹고 자냐는 민성의 투덜거림에 앞발이 꼼지락.
애 자는데 깨우지 말라며 청을 말리는 듯한 유연의 목소리에 발가락이 꿈틀거렸다.
‘어떡해? 잠이 안 와.’
결국 침대에서 내려온 백야는 방문을 열고 거실로 향했다.
그곳엔 백야 없는 백야 데뷔 파티를 하려던 율무가 복숭아 모양 케이크를 들고 서 있었다.
“어? 애들이 너 잔다고 했는데?”
“잠이 안 와서 그냥 나왔어. 그런데 이게 다 뭐야?”
“잘됐다. 하마터면 너 없이 네 축하 파티할 뻔했는데. 나온 김에 밥 먹고 들어가~”
“안 돼. 얼굴 부어.”
“너는 좀 부어야 귀여워.”
뾱!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율무는 솜 주먹을 얻어맞고 말았다.
새벽 일찍 움직일 백야를 위해 미리 축하 파티를 해 주고 싶었다던 멤버들은 기다렸다는 듯 축하 노래를 불러 주었다.
“우리 애기 솔로 앨범 대박 나게 해 주세요!”
“햄스터 세계 1등 하게 해 주세요!”
율무와 청이 두 손을 모아 케이크에 대고 소원을 빌었다.
“염병…. 소원은 얘가 빌어야 하는 거 아니야?”
“민성! 그건 중요한 게 아냐! 누가 빌면 모 어때!”
“맞아~ 소원은 많을수록 좋은 거지. 그러니까 형이랑 지한이도 얼른 빌어.”
율무의 성화에 민성과 유연, 지한도 마지못해 한마디씩 내뱉었다.
“우리 애 다치지 않고 무사히 활동 마칠 수 있게 해 주세요.”
“빌보드 Hot 100, 1위 가라.”
“즐거운 활동이 됐으면 좋겠다.”
처음엔 까르르 웃으며 즐거워하던 백야는 이내 이어지는 멤버들의 진심에 진한 감동을 받은 듯했다.
꼭 생일이 아니더라도 서로에게 기쁜 일이 생기면 축하 파티를 여는 건 데이즈에겐 일상이었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백야의 턱에는 어느새 호두가 자라나 있었다.
그를 제일 먼저 발견한 유연이 황당해하며 웃었다.
“너 우냐?”
그 말에 백야의 눈물샘이 왈칵 터져 버렸다.
뿌애앵!
“우하하! 햄스터 운다!”
“헉! 찍어, 찍어!”
핸드폰을 꺼낸 청과 율무가 우는 백야의 모습을 촬영하려 하자 백야는 카메라를 피해 부엌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그곳에도 마땅히 숨을 곳이 없었는지, 식탁 아래로 기어 들어간 백야는 이내 몸을 웅크리고 무릎에 얼굴을 파묻어 버렸다.
그 모습이 꼭 도하가 숨바꼭질할 때를 보는 것 같아 멤버들의 웃음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다.
“찍디 마아!”
뿌애앵!
* * *
오전 6시.
멤버들의 응원과 배웅을 받으며 숙소를 나선 백야는 막 방송국에 도착한 참이었다.
오늘 막 솔로로 데뷔하는 신인 가수임에도 단독 대기실을 받았다.
안으로 들어서자 벽에 커다란 풍선과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쇼플리의 아들나의 사랑 너의 사랑 백야♥
데뷔를 축하합니다!]
신인 시절 ‘쇼! 플레이리스트’의 MC로 활약한 적 있었기에 제작진과도 친한 백야였다.
쇼플리 측에서 준비한 이벤트가 마음에 들었는지 백야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 이게 뭐예요?”
쇼플리 제작진들의 주접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사녹이 끝나면 작가님과 PD님께 찾아가 감사 인사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하며 백야는 플래카드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그리고 자신의 인하트 계정에도 업로드했다.
– 아ㅏ아아악!! 백야 인하스!
– 가만히 있다가 의상 스포당함ㅋㅋㅋㅋ (허벌 니트 백야.jpg)
– 금발에 구멍 숭숭 뚫린 허벌 니트 입으면 내가 어? 어??
– 사녹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애기가 먼저 스포함ㅋㅋㅋ
– 사녹 간 사람들은 저거 실물로 보는 거 아니야….. 어떻게 저걸 자기들끼리만???
– 지금 저런 옷을 입고 춤을 추겠다고???? 이거 불법이야
반응은 뜨거웠다.
실시간으로 늘어 가는 댓글을 보며 뿌듯해하던 백야는 ‘곧 사전 녹화를 진행하겠다’는 말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덕진이 형, 핫팩은요?”
“드리고 왔어요. 커피차는 녹화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온다고 했고요.”
“감사합니다.”
백야는 저를 위해 새벽부터 나와 준 팬들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혹시라도 일교차가 큰 날씨 때문에 감기에 걸리진 않을까, 핫팩과 간식 상자를 준비해 포카와 함께 나눠 달라고 부탁한 백야였다.
마음 같아서는 제가 직접 나눠 주고 싶었지만, 덕진이 극구 반대해서 그러진 못했다.
“그런데 이따 성실이 형은 왜 와요?”
“네? 아, 그게…….”
덕진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눈알을 굴리는데, 마침 스태프가 대기실을 찾았다.
“백야 님, 이동하실게요.”
“이동하래요. 얼른 가요.”
“넹.”
백야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덕진의 뒤를 따랐다.
* * *
그 시각 스튜디오.
백야의 사전 녹화를 위해 줄을 서 있던 나잉이들도 막 입장을 마친 상태였다.
곧 백야를 볼 수 있다는 설렘에 스튜디오가 작게 술렁였다.
그런데 그때, 닫혔던 문이 다시 열리며 키가 큰 남성 셋이 들어섰다.
한 명은 성실이었고 다른 두 사람은 마스크 때문에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독보적인 비율의 슬렌더 체형과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
얼굴을 다 가렸음에도 뿜어져 나오는 후광은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것이었으므로.
“안녕하세요~”
“Excuse me. 나 좀 끼워 줄 수 이쏘?”
익숙한 목소리에 생각 없이 뒤를 돌아봤던 나잉이들은 너도나도 비명을 질러 대기 시작했다.
“꺄아악!”
“아악! 미친!”
율무와 청이었다.
면전에 대고 미쳤다며 소리를 지르자, 청이 몸을 움찔거리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나 미쳐 보여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청이가 장난치는 거예요~ 저희 백야 몰래 온 거라 그런데… 살짝 끼워 주실 수 있을까요?”
“네, 네. 들어오세요!”
멤버들의 등장에 스탠딩석이 양 갈래로 나뉘며 모세의 기적이 펼쳐졌다.
이에 율무는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며 극구 거절했다.
“저희는 그냥 여기 뒤에서 응원만 하다가 갈게요.”
율무가 팬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사이, 청은 바로 옆에 있던 나잉이와 스몰 토크가 한창이었다.
“벌써 응원법이 이쏘?”
“네. 종이 있는데 드릴까요?”
“Oh my god! 이렇게 귀한걸! 나 조도 돼?”
“네. 가지세요.”
“Thanks! 역시 나잉이는 천사야.”
형들에게 하는 것처럼 나잉이를 껴안을 뻔한 청은 멈칫하며 손을 내밀었다.
자신에게 기꺼이 응원법 종이를 기부해 준 나잉이와 악수를 한 뒤, 곧장 제 곁에 있던 율무의 팔을 잡아당겼다.
“Hey. 빨리 이거 봐.”
“이게 뭔데?”
“응원이야. 우리 햄스터 기죽으면 안 돼.”
백야의 가사가 적힌 종이엔 팬들의 응원법이 분홍색 글씨로 쓰여 있었다.
“우와~! 나 이거 진짜 해 보고 싶었는데!”
“빨리 외워. 시간 없어.”
나잉이들 사이에 우뚝 서 있던 두 사람은 저희가 너무 튀는 것 같다며 슬쩍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덩달아 쪼그려 앉게 된 성실은 두 사람을 향해 애처로운 얼굴로 신신당부했다.
“너희 여기 있는 거 남경 매니저님이 알면 나 진짜 죽어. 알지? 절대 사고 치면 안 된다.”
“성신. No problem.”
“걱정 마~ 그래서 내가 따라왔잖아. 나만 믿어.”
성실은 율무의 엄지 척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그의 눈에는 율무나 청이나 도긴개긴이었다.
* * *
스태프의 뒤를 따라 쫄래쫄래 스튜디오에 들어섰는데 어쩐지 평소와 달리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저만큼이나 팬분들도 많이 긴장되시나 보다 생각한 백야는 앞발을 다소곳이 가슴 위에 올린 뒤 작게 심호흡했다.
예쁘게 꾸며진 무대 틈 사이로 반짝거리는 나잉봉이 보였다.
“바로 올라가요?”
“네. 올라가셔도 돼요.”
스태프의 허락에 무대로 이어지는 계단을 밟자, 금발의 머리통을 발견한 1열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안녕하세요~”
백야가 앞발을 붕붕 휘젓자 스튜디오는 금세 비명으로 가득 찼다.
“뒤에 멤버들이 올라와야 할 것 같은데 저만 이렇게 서 있으니까 조금 어색하네요. 하핫.”
백야는 괜히 목덜미를 긁적이며 어색해했다.
“밖에 많이 추웠죠? 고생시켜서 미안해요.”
“아니에요!”
“그리고 와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오늘이 첫 녹화라 어쩌면 실수가 많을지도 몰라요.”
백야는 나잉이들이 자신을 오래 볼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이 틀려 보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간식 상자랑 핫팩은 받으셨어요? 아, 여기 들고 계시네. 맛 어땠어요?”
“맛있었어요!”
“다행이다. 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넣었어요. 아, 젤리는 청이가 좋아하는 거예요.”
백야는 간식 상자에 자신의 사랑도 듬뿍 담았다며 애교를 부렸다.
“노래 들어 봤어요? 어땠어요?”
“좋아요!”
“정말요? 다행이다. 다들 제가 발라드를 부를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고요.”
백야는 자신도 그럴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데이즈 활동을 할 때까지만 해도 춤에 크게 자신이 없었는데, 이번에 솔로 활동을 준비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주변에서 칭찬을 많이들 해 주셔서.”
그렇게 백야가 나잉이들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촬영 준비를 마친 스태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저희 녹화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넹! 그럼 저는 가 볼게요.”
팬들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무대의 가장자리까지 나와 있던 백야는 앞발을 흔들며 중앙으로 자리를 옮겼다.
어느새 올라온 댄서들과 백야가 자리를 잡자 한 번 더 스태프의 목소리가 울렸다.
“네, 가 보겠습니다. 스탠바이~”
의 MR이 재생되며 팬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사! 랑! 한! 다! 한! 백! 야!”
응원 구호를 들은 백야의 눈이 동그랗게 뜨이더니 이내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기분이 좋아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