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518
외전 107화
* * *
데뷔곡인 부터 , , 등 단체곡 위주로 연습을 한 멤버들은 4시간 만에 자유를 얻었다.
“와. 죽겠다.”
방전된 백야는 소파까지 갈 힘이 없어 그대로 바닥에 누워 버렸다.
화려한 조명이 자신을 감싸는 기분을 느끼며 멀뚱히 천장만 바라보는데, 옆이 소란스러웠다.
“운동 갈 사람!”
“저요~!”
저 둘은 지치지도 않는지 율무와 청이 곁에서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Good! 햄스터 갈래?”
“아니.”
“왜? 헬스를 해야 복근 생기지!”
백야가 유일하게 반응하는 단어를 들먹였는데도 반응이 미적지근했다.
할 말은 많지만 하기 귀찮다는 얼굴로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바로 옆에서 제 속마음이 들려왔다.
“어쩌다 헬창이 돼 버린 거지…?”
옆을 돌아보자 지한이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다행히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둘이 가.”
“보끈!”
“필요 없어.”
“Why!”
백야는 며칠 전 자신의 인하트에 달린 외국 팬의 댓글을 떠올렸다.
– 우리는 당신의 복근을 원하지 않는다. 아기는 맛있는 걸 많이 먹어라. 말랑한 배가 좋아! 이 글에 공감하는 사람은 하트를 눌러
해당 댓글의 좋아요 수는 무려 10만이 넘었다.
그것 말고도…….
– 햄스터 주제에 수컷이라고 팔에 근육 만들더니 아직도 복근에 미련을 못 버렸을 줄이야
에서 복근이 생기지 않는다며 서운해하던 백야의 인터뷰가 공개된 직후 올라온 댓글이었다.
청이 다이어트를 결심한 것처럼 백야는 그날 수요 없는 공급을 중단하기로 결심했다.
“나잉이들은 지금이 좋대. 그래서 복근은 안 만들기로 했어.”
“세상에 이런 일이!”
“그러니까 너나 열심히 만들어. 코첼라에서 복근 공개할 거라며.”
집사는 절대로 햄스터를 이길 수 없었다.
결국 백야를 포기한 청은 율무와 함께 헬스장으로 이동했다.
다큐 제작 스태프 몇몇이 그 뒤를 따라붙었다.
* * *
– 데이즈 출국! 코첼라 파이팅!!
– 벌써 코첼라 출국이라니…
– 청 팔뚝 무슨 일이야? 병아리 운동해??? (청 공항 사진.jpg)
└ 얘 원래도 어깨 넓긴 했는데 블레이저 터지겠네ㅋㅋㅋㅋ
– 청 턱선에 베일 것 같다….
– 2주 남았는데 벌써 출국해?
– 데이즈 한국에 없다고? 왜???
– 시차 적응이랑 리허설 같은 거 땜에 일찍 나가는 건가?ㅠㅠ
– 백야 솔로 활동하면서 살 내렸던 거 다시 원복 했네~ 코첼라 준비하면서 잘 먹었나 봐ㅠㅠ ㄱㅇㅇ (백야 볼살.jpg)
– 사춘기 온 막내 (청이 라이브 방송 중 ‘나 살쪄서 다이어트 시작이야’라고 하자 방문 너머로 ‘뭐가 살쪄!!!’라고 율무가 소리치는 동영상)
– 누가 울 청아리한테 살쪘다고 그랬냐ㅜㅜ 뭐가 살쪄!!!!!
└ 민성이래ㅋㅋㅋㅋㅋㅋㅋ
– 청청 1g도 사라지지 마…..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이즈는 컨디션 관리와 공연 준비를 위해 예정보다 일찍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마침 청의 고향인 샌프란시스코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멤버들은 공연이 끝나면 청의 본가에 방문할 계획도 함께 세웠다.
“Oh my god! 지한! 나 완전 두근두근이야!”
“그래. 알겠으니까 좀 진정해.”
미국에 도착하기 무섭게 사전 현장 답사를 위해 공연장에 방문한 청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어릴 적, 딱 한 번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에 와 본 기억이 있다는 청은 이곳이야말로 자신의 꿈의 무대라고 말했다.
“옛날에 여기서 슈퍼 가가 보고 가수되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Look! 내가 지금 여기에 이쏘!”
청은 발을 마구 구르며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렇게 좋아?”
“응! 사실 코첼라에 초대됐다고 했을 때랑 연습실에서 연습할 때까진 실감 안 났는데, 여기 오니까 빨리 무대에 서고 시포!”
최근 강도 높은 연습과 다이어트를 병행하느라 지쳐 보이던 청이었는데 이곳에 와서 기운을 되찾은 듯했다.
“신났네.”
지한이 작게 웃으며 청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삐악거리며 지한에게 귀여움을 받던 그는 어느새 백야의 옆으로 홀라당 달아나 버렸다.
“햄스터야! 여기 와 봐쏘?!”
“아니, 처음이야. 그런데 아무것도 없는데?”
사막에 무대 하나만 덜렁 지어 놓은 것 같다며 백야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No. 우리가 공연할 땐 여기가 사람으로 가득 찰 거야.”
하지만 청의 설명에도 백야는 상상이 잘 되지 않았다.
그건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규모에 관람객들이 들어올 출입구는 육안으로 잘 보이지도 않았다.
과연 우리가 이곳을 채울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걱정이 앞서는 건 당연했다.
“쓰읍……. 그날 돼 봐야 알겠는데? 생각보다 너무 큰,”
“민성! You T야?”
“뭐? 내가 왜 T야.”
민성은 청에게 공감해 주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에게 욕을 먹었다.
객석을 둘러보던 유연 역시 설렘보다는 걱정이 더 큰 듯했다.
“형. 사람들 오겠지…?”
“글쎄~ 생각보다 많이 크긴 하다, 그치.”
“응.”
율무는 어떻게든 되지 않겠냐며 최선을 다해 보자 다짐했다.
* * *
본격적인 리허설은 이튿날부터 시작됐다.
지금까지 했던 모든 무대를 통틀어 규모가 가장 큰 공연이었다.
때문에 무대에 함께 서는 댄서들과의 합이 굉장히 중요했다.
실제 무대 규격을 재연해 놓은 스튜디오를 찾은 데이즈는 먼저 도착한 댄서팀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곤 곧장 연습에 돌입했다.
해당 스튜디오는 헤드 라이너로 선정된 아티스트들이 공용으로 이용하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데이즈가 쓸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어쩔 수 없었다.
“오늘은 1부만 먼저 맞춰 볼게요.”
민성이 리더답게 연습을 주도했다.
데이즈의 공연 시간은 총 120분. 무대는 1부와 2부로 나누어 구성됐다.
한국에서 온 댄서들과 미국의 댄서들이 처음 합을 맞춰 보는 자리인 만큼 어색함과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음악 틀어 주세요.”
민성의 목소리에 음향 스태프가 음악을 재생했다.
인트로 무대는 오롯이 댄서들의 퍼포먼스만으로 이루어진다.
실제 공연이었다면 데이즈는 무대 아래에서 등장을 준비하고 있어야 했지만, 연습 무대인 데다 처음 보는 합동 공연인 만큼 오늘만큼은 정면에서 퍼포먼스를 감상했다.
스튜디오에는 한국에서 보았던 다큐 제작팀도 있었지만, 연습에 집중한 멤버들은 카메라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음악이 재생되자 양국의 댄서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장난기 많은 멤버들도 이 순간만큼은 진지한 얼굴로 무대를 지켜봤다.
그리고 잠시 후.
5분가량의 무대가 끝나자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멤버들의 환호성이었다.
“너무 좋은데? 굿! 굿!”
율무가 허공 높이 쌍엄지를 치켜들며 극찬했다.
유연도 만족스러운지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 솔직히 조금 걱정했는데 너무 좋은데?”
“메인 스테이지랑 서브 스테이지 나눠서 준비하길 잘한 것 같다.”
지한도 유연의 말에 공감하며 감상을 늘어놓았다.
“Crazy! I love it!”
청은 어느새 댄서들의 앞까지 달려가 폴짝폴짝 뛰며 온몸으로 기쁜 마음을 전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함께 온 퍼포먼스 디렉터도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주억였다.
“너희만 잘하면 되겠는데?”
“그러게요.”
민성도 만족스러운 듯 순순히 대답하며 멤버들을 모았다.
“바로 이어서 해 보자. 무대 하나씩 끝날 때마다 모니터링할 거야.”
“Okay!”
청이 미국 댄서팀에게 퍼포먼스 디렉터의 말을 전달했다.
그리곤 햄스터를 챙겨 메인 스테이지로 올라갔다.
“햄스터. 나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뭔데?”
“햄스터 솔로 무대 때 사람들한테 햄스터라고 외쳐 달라 하는 거야!”
백야가 ‘이놈이 제정신인가?’하는 얼굴로 바라봤다.
지척에서 막내즈의 대화를 촬영하고 있던 스태프가 백야의 떨떠름한 표정을 클로즈업했다.
‘이상한 짓을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경고하려는데, 마침 민성이 손뼉을 치며 주의를 끌었다.
“어이. 거기 둘.”
뾱!
말 대신 솜 주먹으로 경고한 백야는 얼른 자신의 자리로 찾아갔다.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의 첫 번째 곡은 였다.
데이즈의 노래 중 한국적인 요소가 가장 많이 담겨 있는 곡이라 만장일치로 오프닝 곡으로 선정됐다.
매력적인 거문고 소리와 함께 두 번째 인트로 음악이 재생됐다.
줄곧 합을 맞춰 왔던 한국의 댄서팀만 남아 데이즈가 등장하기 전까지 퍼포먼스를 이어 갔다.
메인 스테이지 중앙에서 댄서들의 무대를 지켜보던 멤버들은 이내 저희가 등장할 타이밍이 되자 각자 포즈를 취했다.
헐렁한 복장과 달리 표정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했다.
맞은편에선 데이즈의 세 매니저들이 다양한 각도로 모니터링용 영상을 촬영 중이었고, 다큐 제작팀도 분주하게 움직이며 데이즈의 리허설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 한철 피다 질 꽃인가
네 안에 자라날 연정인가
헤드셋 마이크를 착용한 지한이 파워풀한 랩을 선보이며 무대를 시작했다.
라이브임을 증명하듯 낮고 깊은 저음이 스튜디오를 생생하게 울렸다.
코첼라 무대를 위해 기존보다 훨씬 웅장하게 편곡된 곡은 등장만으로도 강렬한 임팩트를 주었다.
현장에 있던 스태프들은 한순간에 공간을 압도해 버리는 카리스마에 나직이 감탄을 터뜨렸다.
– 눈앞에 어른거려
너에게 취해
그렇게 기대
마지막 소절을 끝으로 멤버들이 엔딩 포즈를 취하자 사방에서 함성이 쏟아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무대를 집어삼킬 것 같은 카리스마를 뿜어 대던 멤버들은 얼굴을 붉히며 말랑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 갭 차이가 유독 큰 백야는 우는소리를 내며 얼른 율무에게 달려갔다.
“율무차 괜찮아? 내가 아까 발 밟았는데.”
“괜찮, 아이고~ 내 발! 발등에 금 간 것 같은데?”
“뭐?!”
백야가 율무의 발목을 잡고 신발을 벗기려 들자 율무가 장난이었다며 그를 진정시켰다.
“놀랐잖아!”
뾱!
백야에게 하루라도 맞지 않으면 안 되는 병이라도 걸린 건지, 율무는 오늘도 1일 1뾱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