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93
제93화
계정 프로필을 누르자 3일 간격으로 올라온 다른 멤버들의 브이로그 영상도 보였다.
개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건 룸메만 모르는 그녀의 최애 유력 후보, 청의 영상이었다.
[청이의 브이로그 (왓츠 인 마이 백/미국 과자 하울/먹방 ASMR/앨범 언박싱)]“뭐지 이 엄청난 혼종은….”
무려 네 가지 컨텐츠가 하나의 영상에 들어있었다. 제목만 봤는데도 벌써 혜자.
침대에 앉은 청의 주변으로 과자가 산처럼 쌓여 있는 썸네일이 메인으로 걸려 있었다.
‘느이 집엔 이거 없지?’ 자랑하듯 얄밉게 조소를 머금은 얼굴.
과자가 작은 건지 손이 큰 건지 곽과자를 양손에 여러 개씩 든 미소년이 웃고 있었다.
제목을 누르자 이번에는 광고 없이 바로 재생됐다.
[청 : Good morning.]잠에서 막 깼는지 영상은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으로 시작됐다.
낮은 목소리. 유창한 영어 발음. 파란색 이불에 둘러싸인 민낯의 냉미남.
잠깐 멍을 때리던 청은 자리에서 일어나 옆을 돌아봤다. 부스럭거리는 이불 소리가 들렸다.
[청 : 백야 아직 자.]영상이 잘리며 장소가 바뀌었다.
[청 : My 룸메이트가 자고 있어서 리빙룸으로 나왔다, 오바. 그리고 얼마 전에 애들이랑 방 바꿨는데 나는 백야랑 같은 방이야.] [청 : 나 씻고 옷도 갈아입었어.]잠옷 차림이 아닌 검은색 폴라티를 입은 청이 화면에 보였다.
살짝 젖은 머리를 무심하게 쓸어넘긴 그는, 오늘 해야 할 게 많아서 서둘러야 한다며 가방을 프레임 안으로 끌어당겼다.
갑자기 시작된 왓츠 인 마이 백.
[청 : 내가 방송국 갈 때 쓰는 가방인데 여러분만 보여 줄게.]청은 가죽으로 된 검은색 백팩을 툭툭 치더니 지퍼를 열었다.
제일 먼저 나온 물건은 에X앙. 프랑스 브랜드의 생수였다.
[청 : 물 먹는 거 좋아해서 water 꼭 있어야 해. 물 많이 마셔야 건강해지니까.] [청 : 그리고 이거는 내 핸드폰. 사실 방금 전에 넣었어.]두 번째 아이템은 검은색 사과폰. 스케줄 할 때는 항상 남경에게 맡기거나 가방 속에 넣어 둔다고 한다.
다음 아이템은 향수.
[청 : 이거는 지한이 형이 학교 끝나는 날 선물 줬어. 냄새 너무 좋아서 방에도 뿌리고 멤버들한테도 뿌려. 내 냄새나는 게 좋아.]받은 지 2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3분의 1을 썼다는 자막이 떠올랐다.
사실 가방은 있지만 짐을 들고 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아 들어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청. 제일 큰 주머니는 벌써 끝났는지, 이번에는 앞쪽에 달린 지퍼를 열어 손을 집어넣었다.
[청 : 이거는 잘 안 쓰는 주머니인데. 어? 뭐가 있다.]손에 잡히는 물건을 꺼내자 유명한 엠블럼이 박힌 차 키가 등장했다.
[청 : What the…! 이게 왜 여기 있어?]열다섯 살 생일 선물로 받았다는 자동차 열쇠.
청의 아버지께서 물려주셨다는 이 물건은, ID 글로벌 오디션에 합격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며칠 전에 잃어버렸다고 한다.
너무 속상해서 한국에 와서도 한동안 우울했다는데. 그는 여기에 들어 있을 줄은 몰랐다며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청 : 다음에 미국 집 가게 되면 멤버들 태워 줘야지! 나 완전 베스트 드라이버야!]청은 친구들 중에서도 자신이 운전을 제일 잘한다며 자랑했다.
혹시 잃어버린 다른 물건도 나오지 않을까 가방을 거꾸로 들어 탈탈 털던 청. 그는 유통기한이 1년이나 지난 미국 사탕을 하나 더 발견하고 나서야 첫 번째 컨텐츠를 마무리했다.
영상은 잠깐 끊어지며 장소가 바뀌었다. 텅 빈 이불 위를 비추고 있는 카메라.
[백야 : 지금 찍고 있는 거야?] [청 : 당근. 녹화 중이야.] [백야 : 뭐 하는 건데?] [청 : 과자 자기소개.]백야와 대화를 나누는 청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내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불 위로 와르르 쏟아지는 과자들.
[청 : 뭐 먹을래?] [백야 : 너 찍으려고 가져온 거잖아. 먹어도 돼?] [청 : 나 많아. 가져가.]쭈뼛거리며 다가와 과자를 고르는 복숭아. 잠시 고민하던 백야가 연두색의 기다란 포장지를 가리켰다.
[청 : 이거?] [백야 : 응.]백야가 고른 과자를 집은 청이 카메라 앞으로 제품이 잘 보일 수 있도록 했다.
[청 : 여러분, 백야가 이거 먹고 싶다 해서 젤리 먼저하고 줄게요. 이거는 사워 어택 스토로우. 한국어로 사우어, 음… 상한? 젤리.] [청 : Anyway.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여서 마미가 많이 보내 줬는데 다 먹고 한 개 남았어.]청이 젤리를 소개할 동안 옆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던 백야.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살짝 보인 두 손이 꼼지락거리는 게 제법 귀여웠다.
[청 : 자!] [백야 : …근데 상했다고?] [청 : 몰라? Sour 그런 뜻이야.]과자 주인의 무책임한 말에 잠시 수령을 보류하고 자리를 비우는 백야. 다시 돌아온 그는 상한 게 아니라 ‘시큼한’이라는 뜻이었다며 젤리를 받아 갔다.
룸메이트가 퇴장하자 본격적인 청의 미국 과자 하울이 시작됐다.
[청 :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내가 미국에 있을 때 먹은 과자 보여 줄게. 여기 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거만 있어.]청은 젤리를 좋아하는지 각종 젤리류가 주를 이뤘고, 그 외에도 팝콘, 초콜릿, 감자 칩 등. 포장지만 봐도 미국 냄새가 물씬 나는 과자들의 향연이 이어졌다.
[청 : 이 팝콘은 민성이 좋아해.] [청 : 이제 마지막! 이거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야. 한국에도 이거 있는데 스파이시 맛은 없어서 슬퍼.]극강의 매운맛을 자랑한다는 치X스 플레이밍 핫. 봉지를 뜯자 매운 향이 올라온 듯 청이 헛기침을 한번 했다.
[청 : 근데 매찌리는 이거 먹을 수 없어. 백야 이거 먹으면 죽어.]청이 빨간색 과자를 집어 카메라 앞으로 자세히 보여 주었다. 그리곤 입 안으로 쏙 집어넣어 오물거리자 바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청 : 과자 하울 끝!]마지막으로 뜯은 과자 봉지만 챙긴 청이 침대 아래로 내려가자 장면이 바뀌었다.
유연이 떡국을 먹을 때 앉아 있던 곳과 배경이 비슷한 걸 보니 부엌인 듯했다.
식탁에 앉아 고개를 까딱거리고 있는 그는 어느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띵-.
전자레인지가 다 돌아가기를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잠시 화면 밖으로 사라졌다가 익숙한 물건을 든 채 다시 나타났다.
카메라 앞에 놓인 메뉴는 컵라면. 용기 위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청 : 지금부터 맵닭 볶음면 먹방 ASMR.]컨텐츠에 충실한 크리에이터는 목소리만 낮추면 될 텐데, 굳이 카메라 가까이에 얼굴을 들이밀며 속삭이고 있었다.
조각 같은 얼굴에 먹방 ASMR이 아니라 흡사 연애 시뮬레이션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청 : 원래 소리 때문에 사과 먹방 하려고 했는데 누가 먹어서 없어졌어. 내가 범인 잡아낸다 꼭. 아무튼, 그래서 다른 간식 가져왔어.]카메라에서 멀어진 청은 소스를 뜯어 면 위에 뿌리기 시작했다.
젓가락질은 또 얼마나 잘하는지. 물기 어린 면과 소스가 비벼지며 찰박거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한 젓가락 크게 뜬 청이 한입에 넣기 좋게 대충 말아 렌즈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곤 다시 얼굴을 가까이하며 귓속말하듯 속삭였다.
[청 : 한입에 먹을 거야.] [청 : 나 이거 좋아해.]좋아해… 좋아… 좋….
영상을 시청하던 룸메의 얼굴이 달아오르며 귓가에 심장 소리가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나, 나대지 마! 심장 새끼야!”
챱챱 거리는 청의 먹방 ASMR이 지나고 영상은 어느새 마지막 컨텐츠인 앨범 언박싱을 앞두고 있었다.
[청 : All right! 어제 회사 갔다가 데이즈 앨범 가져왔어! 원래는 내가 사러 가고 싶었는데 요즘 바빠서 시간이 없어.]언박싱을 시작하겠다며 청이 노란색 WANT ME 앨범의 비닐을 뜯기 시작했다.
[청 : 앨범 처음 나왔을 때 멤버들이랑 하나씩 뜯었는데 포토카드 나만 내 거 나왔어. 아주 Nice!] [청 : 오늘도 내 카드 나왔으면 좋겠다.]비닐을 화면 밖으로 치운 청이 앨범을 열어 보겠다며 상자를 열었다. 테이블 위로 쏟아지는 앨범 북과 대형 엽서, 페이퍼 돌 카드들.
앨범 구성을 설명해 주며 멤버들의 엽서를 한 장씩 보여 주던 청은 자신의 사진을 앨범 상자 앞면에 끼워 넣었다.
[청 : 나잉이 다 알고 있지만, 여기 이렇게 끼우면 우리 뮤직비디오에 나왔던 Doll Box 완성!] [청 : 핑크 헤어 마음에 들어.]앨범 소개에 앞서 제일 먼저 해야 할 게 있다며 청은 자켓 사진과 CD가 들어있는 앨범 북을 탈탈 털었다.
그러자 톡 하고 떨어지는 네모난 포토 카드 한 장. 다행히 뒷면으로 떨어져서 누구의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얼른 손바닥으로 카드를 가린 청이 카메라를 봤다.
[청 : 아니야! 나 아직 못 봤어!] [청 : 하나 둘 셋 하면 같이 보자. 근데 내 거였으면 좋겠다.]테이블 위로 손바닥을 끈 청이 양손 사이로 포토 카드를 숨겼다.
[청 : 과연 주인공은!] [청 : 뚜둥!]청이 가리고 있던 손등을 떼어내자, 화면 가득 윙크 율무의 사진이 보였다.
[청 : 아 모야.]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
손바닥에 붙어 있던 포카를 떼어낸 그가 이따가 율무한테 반납해야겠다며 테이블 위로 카드를 내려놓았다.
청은 이어서 앨범 소개로 넘어갔다.
[청 : 앨범 북 열어 보면 Thanks to 편지 있어. 그런데 아직 한국어 적는 건 어려워서 거의 영어로 썼어, 미안해요.] [청 : 다음 앨범에는 꼭 다 한글로 적어서 보여 줄게.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영상은 짧은 인사를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