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113)
신인인데 천만배우 113화
초대장
열기가 생각보다 뜨거웠다.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부터 5위까지가 모두 하무영의 열애설에 관한 키워드였으니까.
“보자. 1등이 하무영. 하무영 열애. 강보라. 강보라 나이…… 아이고. 세상에. 하하핫!”
모니터에 빨려 들어갈 것처럼 코를 박아대고 웃는 나금동. 확실히 무영과 보라 사이는 특별했다. 동갑에, 고등학생 때 연기학원을 함께 다녔으며, 소속사까지 같았다.
“사장님. 언제 기사 낼 거예요?”
“조금만 더 있다가. 실검 위쪽으로 다른 키워드 치고 올라오면 그때.”
나금동의 손에 들린 휴대폰. 기자 번호가 찍혀 있는 채 대기 중이었다. 문자 전송 버튼만 누르면 정정 기사가 올라갈 것이다.
띠리리-
“네. 빅윈엔터입니다. 아. 하무영 열애요? 말씀드릴 게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띠리리-
“안녕하세요, 실장님. 하하. 네, 별거 아닙니다. 영화 촬영 도중에 찍힌 사진이에요. 곧 정정 보도 날 겁니다. 아휴. 당연하죠.”
먹잇감을 노리는 기자들에게는 침묵으로, 확인 차 전화하는 광고주들에게는 오해를 풀어주었다.
계약서에 열애 관련 조항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이미지라는 게 아무래도…….
“두 사람한테 말했어?”
“네. 그쪽도 사장님 연락만 기다리고 있을 걸요?”
각자의 집에서, SNS에 해프닝임을 알리는 게시글을 올리려고 대기 중이었다.
보라가 마침 딱 회사에 들어와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일 처리하는데 좀 번거로울 뻔했어.
“근데 무영이 파워가 이렇게 셌나?”
“그러게요. 아무래도 뜬 지 얼마 안 된 터라 그런 거 아닐까요?”
벼락스타. 첫 주연으로 시청률 30%를 돌파한 괴물 신인이자 백상 신인상으로 화려하게 얼굴도장 찍은 신예.
그런 그가 얼마 안 가 열애설까지 나다니.
-신인이 빠졌네ㅋㅋㅋ
-뜬 지 얼마나 됐다고ㅉㅉ
-연애가 죄인가요? 다들 왜 그렇게 욕하시는지. 무영오빠, 보라언니 예쁜 사랑하세요!
-배 아픈 사람만 부들거리는거임ㅋㅋ
-길거리 골목에서 저러는 게 정상이냐? 빠진 게 아니라 까진거임. 돈도 많으면서 모텔을 가든가. 다령 사건부터 알아봤다. ㅅㅂ
-입장문 뭐라 할지 궁금ㅋㅋ 변명할 여지가 없는데.
커뮤니티를 비롯한 온갖 장소가 핫플레이스였다. 사진까지 찍혔으니 빼도 박도 못한다 생각하는 거겠지.
나금동은 스크롤을 쭉쭉 내리며 중얼거렸다.
“고 실장. 김 기자님한테 기사 내용 추가 좀 해달라고 해봐. 무영이랑 보라한테도 전달.”
“어떤 부분이요?”
“악성 댓글은 고소한다고.”
해명과 동시에 쐐기를 찍어 누르는 게 낫겠다.
“화면 뒤에 숨어서 제 분풀이하는 놈들이 참 많아. 초장에 잡는 게 맞아, 오냐오냐하다 보면 지들이 머리 꼭대기에 있는 줄 안다니까.”
나금동은 오징어 다리를 잘근거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빛과 어둠이 있듯, 팬들의 사랑이 있으면 안티의 공격도 있는 법. 당연한 이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몰아낼 수 있으면 몰아내는 편이 낫지.’
특히 보라.
회사의 유일한 여자 배우라 그런가. 열애설로 인해 성희롱은 기본이요, 입에 담을 수 없는 악성 댓글이 끝도 없이 달렸다.
“강경하게 나가야 나중에 편해.”
“그러면 빨리 정정 보도 내세요.”
“아잇! 고건 조금 다른 문제라고. 어렵사리 굴러들어온 기회인데 단물 쓴 물 쪽쪽 빨아 먹어야 할 거 아니야? 길게 보면 회사와 배우 모두를 위해!”
엔터 사장 직함을 괜히 달고 있는 건 아닌 모양.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이성이 멱살 잡고 일 처리를 하고 있었다.
딸깍, 딸깍-
“어? 점점 내려간다.”
나금동이 무영의 검색어 순위가 밀리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신호를 내렸다.
그의 말에 고경민이 무영과 보라, 기자에게 문자했다.
‘살짝 식을 때 바람 불어줘야 오래 타니까.’
나금동은 연신 히죽거리며 네티즌의 반응을 지켜봤다. 그러는 동안에도 계속 울리는 회사 전화기. 고경민은 아예 전화선을 뽑아버렸다.
* * *
‘안녕하세요. 하무영입니다.’로 시작하는 글. 무영은 태석이 찍어서 보내준 사진 몇 장을 함께 첨부했다.
보라와 둘이 껴안고 있지만, 그 옆에 스태프의 모습까지 들어가 있는.
[다들 깜짝 놀라셨죠? 저도 자다 일어나서 이게 무슨 일인가 했네요(8_8);; 현재 저는 보라와 함께 영화 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 찍으신 분, 기억나요. 스탠바이하고 있는데 인사했었거든요. 하하. 그런데 오해하셨나 봐요! 저 사진은 촬영 중인 모습이고, 보라와 저는 친한 친구입니다. 영화 마무리될 때 알리려 했는데, 뜻하지 않은 기회로 보이게 돼서 얼떨떨합니다. 다들 많이 기대해 주세요.] [※ 아! 그리고 악플은 회사에서 고소하겠다고 하니, 재빨리 댓글 지우고 사라지시길 바랍니다! 이미 PDF 딴 건 어쩔 수 없고요. 뿅!]무영의 피드가 올라가자마자 찍히는 하트. 그는 사진을 넘기며 피식 웃었다.
“하여간 정말…….”
저 뒤에 손수건 물고 우는 준호 모습도 찍혀 있었다. 자세히 안 보면 모르겠지만. 하하. 아무튼, 살다 보니 이런 일도 다 있네.
-헉. 영화 촬영 중이었구나. 대박. 무슨 내용인지 진짜 궁금하다. 좀 퇴폐적인 건가 봐요?
-오해했네요~^^ 무영 씨! 여친 생겨도 응원!
-차기작 영화구나! 지킴이가 응원해요! PDF도 싹 다 따놨음. ㅎㅎ 어딜 감히 무영문화재를…… 뒤질라고…….
-댓삭ㄷㄷ개빠르다
-영화 기대할게요!
댓글 수십 개가 삭제되면서 그 자리에 새로운 댓글이 차올랐다.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니, 여전히 그의 이름이 상위 검색어에 랭크되어 있다.
“음?”
그 밑에서 서서히 치고 올라오는 [거리의 햇빛>.
화면이 바뀌면서, 고경민에게 전화가 들어왔다.
“여보세요옹.”
-그래. SNS 봤다. 수고했고, 푹 자고 털어버려. 저녁에 또 촬영 나가야 하니까 컨디션 조절 잘하고.
“근데 실검에 [거리의 햇빛> 뜨던데요? 제목 말해도 돼요?”
영화 개봉 직전까지 바뀌는 게 제목이었다.
편의상 가제를 붙이긴 하지만, 꽤 많은 장면이 추가와 삭제의 과정을 거치며 편집된다.
완성작의 화룡점정이 바로 제목인데…….
-제작사 쪽에서 결정한 일이야. 일단 (가제)를 쓰긴 했는데, 반응 보고 어지간하면 그렇게 갈 것 같다.
“반응을 본다니요?”
-촬영 단계에서 실검 찍는 영화 봤어?
무슨 사건 사고가 터진 것도 아니고, 0티어 탑스타 차기작 소식도 아닌데, 포털 메인에 떡하니 이름 걸기가 쉬운 줄 아느냐고. 그것도 한 곳도 아닌 주요 3사에 말이야.
-마케팅팀에서 열일하려 하니까, 우리는 그냥 촬영만 잘 하면 될 것 같다.
“음. 일단 알겠어요. 그럼 더 자도 된다 이거죠?”
-그래. 푹 쉬어라.
무영은 전화를 끊고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지 모르겠지만, 다 잘되었구먼!
“으아아!”
그는 기지개를 쭉 켜며 하품을 찢어지게 해댔다. 스태프들이 모여 있는 단톡방부터 애들끼리 모인 방까지. 모두 오늘 일로 떠들썩하다.
“하아암-”
하지만 밤낮이 바뀐 무영에게는 잠이 더 소중하지. 그는 베개를 끌어안으며 눈을 감았다.
따스한 햇볕, 시원한 바람, 창밖으로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좋네.”
시끌벅적한 바깥 세상과 달리, 무영의 집에는 평화만 감돌았다.
* * *
“안녕하세요.”
“좋은 저녁입니다아-”
“무영이! 보라! 괜찮아?”
세트장에 출근하니, 인사보다 먼저 걱정이 쏟아졌다. 특히 보라를 향해서. 아이스 커피를 쪽쪽 마시던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요?”
“아니. 오늘 아침에…….”
“아아. 괜찮아요. 뭐 어때요. 너도 괜찮지?”
“기사? 응. 괜찮지.”
안절부절, 그들이 오기 전까지 스태프들끼리 얼마나 걱정했던가.
지금껏 일한 현장 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좋은 분위기여서, 혹여나 문제 생길까 봐 발을 동동 굴렀다.
반면 소문의 두 주인공은 별생각 없어 보이지만.
“아이고. 다행이다.”
“뭐 그리 걱정하세요? 별것도 아닌데.”
“별거 아니긴…… 너희는 댓글 안 봐?”
오히려 스태프들이 보고 상처받을 지경이었는데.
보라는 생긋 웃으며 단박에 대답했다.
“네. 전 안 봐요.”
봐서 뭐하겠어.
괜히 속만 쓰리는 걸. 그럴 거면 차라리 무시하는 게 나았다. 반면 무영은 초콜릿을 아득, 씹어먹으며 대답했다.
“저는 보는데 별로 신경 안 써요.”
“멘탈 쥑이네.”
“현실에 영향 있는 건 아니잖아요.”
글에는 힘이 없다.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이 힘을 부여하는 것일 뿐. 생각보다 무탈한 두 배우의 모습에 다들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진짜 다행이다.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다고.”
“그래도 확실히 홍보는 제대로 됐어. 지금은 좀 내려갔지만, [거리의 햇빛> 이 오후 내내 실검 먹었거든.”
“으흥. 대단하네요.”
무영이 웃으며 분장실로 들어섰다. 그를 따라서 쫑알거리는 스태프들.
“얘가 반응이 왜 이래?”
그리고서, ‘이래도 과연?’이라는 표정으로 웃었다.
“오늘 투자사에서 사람 나온다 그랬다?”
“네? 누가 나와요?”
“하하. 드디어 무영이 얼굴 표정 바뀌었다.”
그들의 말에 무영이 손으로 턱을 매만졌다. 낮에는 그렇다 쳐도, 밤만 되면 이상하게 문득문득, 감정이 무뎌졌다. 뱀파이어 역할 몰입의 부작용인가 싶을 정도로.
“오늘 일 때문에 나오는 거예요? 문제 있는 건가?”
무영이 고경민 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하지만 매니저 역시 방금 같이 들은 건지, 놀란 기색. 스태프가 손을 내저었다.
“해프닝 때문은 맞는데, 문제 있는 건 아니래.”
“그럼요?”
투자자니까 현장 점검도 할 겸, 같은 투자자이자 주연인 무영을 보고 싶다 한 것이다.
개봉 마케팅도 전에 [거리의 햇빛>을 항간에 알린 신예가 대체 어떤 사람인지, 직접 보고 싶다나 뭐라나.
“[역병>때도 나왔어요?”
“그랬을 걸? 너 없었을 때.”
무영의 물음에 고경민이 기억을 더듬었다.
한번 몰아서 찍은 다음 후반부는 거의 안 나갔으니까, 마주친 적이 없었던 거다.
“그렇구나…….”
확실히 예술이자 상업성을 띠는 분야네. 돈 줄인 투자자 온다고 하니, 현장 분위기가 좀 다르긴 달랐다.
“인사만 하면 되는 거죠?”
“곧 도착할 것 같은데. 촬영하고 있으면 될 듯.”
“알겠습니다. 누나. 여기 좀만 더 만져줘요.”
“다크서클? 잠 제대로 못 잤구나?”
“많이 자긴 했는데, 밤낮이 바뀌니까 계속 피곤해요.”
무영뿐만 아니었다. 촬영에 임하는 모두가 수면장애를 앓을 판. 그들은 사소한 얘기를 나누며, 평소와 같이 촬영 준비에 임했다.
“꽃은 어떻게 잡을까요?”
“혹시 닭목 잡아 봤어요?”
“헉. 아니요. 근데 느낌은 알겠어요.”
뱀파이어의 보금자리를 배경으로 찍는 씬. 무영은 침대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뒤로 발라당 누웠다.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 흐름을 이어주는 장면.
“가겠습니다. 레디- 액션!”
그렇게 밤이 깊어지도록 무영의 열연 역시 깊어져만 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느껴지는 어수선한 분위기. 무영이 고개를 뒤로 돌리자, 정장을 잘 빼입은 젊은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투자자다- 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젊은 외모. 그는 방긋 웃으며 박수를 가볍게 쳤다.
“연기 참 좋네요. 무영 씨.”
“……안녕하세요.”
“SJ엔터 투자총괄대표 유사하입니다.”
그는 명함을 건네며 함께 온 직원들에게 눈짓했다. 밤의 피로를 쫓아내 줄 커피와 각종 야식거리. 스태프들은 애써 미소를 숨기며 봉지를 받았다.
“잠깐 쉬었다 하시죠? 제가 하무영 씨 팬이라. 얘기도 좀 나누고 싶고. 감독님?”
“아! 네네. 그러시죠.”
하암- 무영은 속으로 하품을 삼키며 그들을 따라 대기실로 들어갔다. 영 재미없고 따분할 것만 같은 분위기. 유사하가 부드럽게 입을 뗐다.
“하하. 오늘 정말 놀랐죠?”
“오보 말씀이신 거라면, 정말 놀랐죠.”
“와. 전 하무영 씨 팬이긴 하지만, 그렇게 영향력이 있을 줄 몰랐어요. 덕분에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이 조금 절감될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던데. 하하.”
돈 처발라서 광고를 아무리 하면 뭐해.
어쨌거나 결판은 화제성이었다. 사람들을 영화관으로 끌어들일 만한.
“그러면 다행이네요.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에요.”
“아차차. 맞아. 싸인!”
유사하는 서류철을 뒤적이더니 흰 종이를 내밀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종이가 아니라…….
‘초대장?’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