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117)
신인인데 천만배우 117화
식구
“푸하하핫!”
병원 침대에 누워 빈둥거리는 무영. 미튜브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코미디 프로도 오랜만에 보니까 참 재미있네.
지이잉- 지이잉-
“엥?”
그런데 갑자기 화면이 바뀌며 발신자 정보가 떠올랐다. 생뚱맞게도 ‘유사하’라는 이름 석 자가.
무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여보세요.”
-아. 무영 씨. 전화 되네. 괜찮아요?
“뭐가요?”
밑도 끝도 없이 무슨 말?
혹시 전화를 잘못 건 건가 싶었지만, 하무영 그의 이름을 또박또박 부르지 않았던가.
-병원에 입원했다면서요.
“허걱.”
진짜 깜짝 놀라 뒤집힐 것 같았다.
입원은 아니지만, 병원에 있는 걸 어떻게 안 거지?
무영이 뭐라 대답도 못 하고 멈칫거리자, 유사하가 계속 말을 이었다.
-프로라면 몸 관리도 잘해야죠.
“걱정하지 마세요. 촬영에는 문제없어요. 그리고 입원까지 거론할 만한 상태도 아니라서.”
투자자로서 일정에 문제 생길까 봐 그런가?
무영은 최대한 그를 안심시키려고 몸 상태에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미열이 조금 있지만, 방금까지 미튜브 보며 낄낄댈 만큼 아무렇지 않노라고.
-그러면 다행이고요. 우리 주연 배우 무영 씨. 몸보신해 줘야겠네. 고기라도 먹으러 갈까요?
또또 시작이네.
……혹시 친구가 없는 건가? 자꾸 먹는 거로 꼬셔.
무영이 진지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왜 이렇게 저 먹이려고 하세요?”
-하하!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니까요. 이번 주는 내가 한가하니까 괜찮은 시간 알려줘요. 아. 전화 들어오네. 그럼 몸조리 잘하고요.
제 말만 와다다 하고 끊어버리는 유사하. 무영은 어이없다는 듯이 휴대폰만 쳐다보며 뒤로 발라당 누웠다.
그러자 화장실 갔던 고경민이 뛰쳐 들어왔다.
벌컥-
“무영아!”
“앗. 깜짝이야.”
“너 아까 그 기자, 에브리데이 소속 기자 맞아?”
“……맞을걸요? 왜 그래요?”
“그 새끼! 아오!”
허공에다 주먹을 가르는 손짓에 짜증이 듬뿍 담겨 있었다.
무슨 일인고 하니, 그가 보여주는 기사 제목이 아주 가관이더라.
“아. 이래서-”
유사하가 전화한 거구나.
무영은 어이없이 웃으며 기사를 쭉 훑어봤다. 선발로 끊은 에브리데이 기사를 중심으로 파생 기사 역시 주르륵 올라오는 중이었다.
[소속사의 무리한 일정 강행으로 H 배우 응급실행]이라는 제목까지 달린 거 보니…….
“다들 왜 이래요?”
“몰라. 진짜 이것들을 그냥 콱! 어후!”
“SNS에 일단 아니라고 올릴게요?”
“회사에서도 정정 보도 요청한다고 하니까. 이게 갑자기 무슨 날벼락이니.”
해명 글을 올리기 위해 SNS에 들어가니 사람들의 댓글이 쭈르륵 달리고 있었다.
대부분은 쾌유를 기원하는 응원이었으나, 심심치 않게 소속사를 비난하는 글도 보였다.
-대체 회사는 뭐하느라 배우가 저 지경이 되도록 둔거임? 보니까 잘 나가는 회사도 아니더만.
-하무영 말고는 뭐 없을걸요?
-사람 대우 좀 하세요. 요즘 일정이 좀 많다 싶었는데, 결국 터졌네. 돈독 올랐어요? 사장 누구야?
헉. 다들 살벌하다.
그만큼 무영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들이겠지.
무영은 소중한 존재들끼리 상처를 주고받지 않게끔, 카메라를 켰다.
찰칵!
그리고 한껏 예쁘고 맑은 미소를 장착하며 셀카를 찍어댔다. 고경민은 구석에서 일 수습에 정신이 없고.
[안녕하세요. 무영이입니다! 이게 무슨 일이에용? 저 감기 걸린 건 맞는데 전혀 심각한 상황 아니거든요. 다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ㅠㅠ 회사에서 일정 조정 잘해줘서 지금 푹 쉬고 있습니닷!]혹시 또 다른 논란이 일까 봐, 무영은 얼굴만 크게 클로즈업해서 코믹 사진을 올렸다. 병실인 걸 보면 더 걱정할 게 뻔하잖아.
-헐. 진짜요? 다행이다.
-오보 난 건가요? 에브리데이 진짜ㅡㅡ 미친 거 아님? 건강 조심해!! 제발!
-응급실 아니에요? 너무 걱정 했어요ㅠㅠ
-오빠 혹시 문제가 있다면 다음 셀카 때 당근을 그려주세요ㅠㅠㅠ
다행히 오해가 금방 풀린 것 같지만, 미심쩍어하는 사람들도 좀 있는 것 같네.
무영은 일일이 하트를 눌러주며 그들의 걱정을 잠재웠다.
“형. 저 글 올렸어요.”
“어? 어어. 간호사 불러올게. 링거 다 맞았네.”
“알겠습니다아.”
고경민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병실을 나갔다. 갑자기 여론 공격을 받으니, 회사 쪽도 정신이 없겠지.
무영은 휴대폰을 넣으려다 유사하를 떠올리고 문자했다.
[저는 이번 주 수요일 저녁이 제일 좋을 것 같은데요. 안 되시면 다음에 뵙겠습니다.]띠링.
문득 무슨 의도가 있을 거라는 보라의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초능력자도 아니고, 말하지 않는데 어떻게 안단 말인가.
‘식사하면서 제대로 물어봐야지.’
무영은 그렇게 생각하며 계속 달리는 댓글에 하트를 눌러댔다.
* * *
“무영 씨. 여기.”
고급 양식 레스토랑.
서울의 야경을 눈요기하며 먹는 식당인지라, 인테리어가 상당히 멋들어졌다. 유사하가 손을 들며 무영을 반겼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몸은 좀 어때요?”
“괜찮습니다. 약 먹고 하루 푹 잤더니 싹 나았어요.”
“다행이네요. 여긴 메뉴가 하나밖에 없어서.”
“아하. 네에. 전 아무거나 잘 먹어요.”
빈 접시만 세팅된 테이블.
무영은 멀뚱멀뚱, 어색하게 그의 얼굴만 쳐다봤다.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싶었거든.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 봐요?”
“있긴 있는데. 밥 먹기 전에 하면 불편할까 봐요.”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그리고 또 불편하면 뭐 어때. 매일 먹는 게 밥인데.”
무영은 포크를 만지작거리며, 조심스레 물었다.
이거 이렇게 물어도 되는 건가 싶어.
“……저랑 친해지고 싶으세요?”
“네? 푸하하핫!”
뜻밖의 말에 유사하가 폭소했다.
어찌나 소리가 크던지, 저 먼 테이블에서 힐끔거릴 정도. 그는 눈물까지 찔끔거리며 혀를 내둘렀다.
“대박이네. 진짜. 범상치 않은 것 같긴 했는데.”
“아니. 자꾸 밥 먹자고 하시니까 궁금해서요.”
“어느 정도는 맞아요. 나 무영 씨한테 관심 있거든요. 혹시 SJ이앤엠이라고 들어 봤어요?”
그의 말에 무영이 고개를 저었다.
난생처음 들어보는뎁쇼.
“SJ에서 설립한 전문 소속사에요.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 등등 영화 산업에 필요한 모든 사람을 매니지먼트하는 회사거든요.”
그가 조곤조곤 말을 꺼내는 와중, 수프와 식전 빵이 나왔다. 먹으면서 들으라는 듯 그가 손짓했다.
“출범한 지 얼마 안 됐지만, 감독 쪽으로는 송유록, 최마크가 있고 배우는……. 공다함, 민린아, 튜이가 있어요.”
모두 어디선가 들어봄 직한 이름들이었다.
신생이지만 대기업 라인이라서 그런지, 아주 튼튼하네. 유사하는 턱을 괴며 무영에게 제안했다.
“저는 무영 씨가 우리 배에 올라탔으면 좋겠어요.”
“근데 저 계약 만료되려면 멀었어요. 이제 1년 차 좀 넘었는데요.”
“계약 기간이 짧지 않아요?”
“어어? 어디서 들으셨어요?”
“응. 혹시나 해서 찔러 봤어요.”
와. 미친. 세상 이런 능구렁이가 다 있나,
재벌들은 다 이래? 무영이 입을 떡 벌리며 놀라자, 유사하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사실 그런 거 별로 의미 없어요. 무영 씨만 괜찮다면 위약금 저희 쪽에서 낼 의향도 있거든요.”
회사 규모가 작으니 자신 있다 이거지.
법적으로 걸든 그 외적으로 걸든.
“……왜 그렇게 저를 좋아하세요?”
“하하하. 그야 핫하니까!”
“네? 진심이세요?”
“당연히 농담이고요. 첫 번째 이제 겨우 21살인 점. 한국 연예계에 그쪽 나잇대 남자 ‘배우’ 중에서 인지도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떠올려 볼래요? 아이돌 계에서 넘어온 사람 외에는 전멸이에요.”
……그런가?
막상 떠올려 보라니 잘 생각 안 나긴 했다.
아역 배우로 시작해서 살아남은 사람은 있어도, 20대 극 초반의 인지도 있는 배우는 드물긴 하지.
“두 번째, 경력을 씹어먹는 재능. 난 특히 그걸 크게 칩니다. 그때 말했죠? 사업가는 보이지 않는 미래에서 가치를 찾는다고. 무영 씨의 미래가 어떨지, 이제껏 사례가 없었으니 가늠할 수도 없어요.”
데뷔하면서부터 영화와 드라마가 연달아 대박 나는 경우?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거의 십여 년에 한 번씩 나올까 말까 한 등장이지.
“그래서 난 지금 대가를 치르고 무영 씨를 영입하고 싶어요. 솔직히 회사 장점은 따져 말 안 해도 알 거라 생각해요.”
대기업.
그것 하나만으로 모든 게 설명된다. 게다가 그냥 대기업인가? 영화 배급과 제작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SJ 계열사라고.
“이번에 무영 씨 오보로 난리 났던 거.”
유사하는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운을 떼었다.
그의 눈빛이 날카롭게 무영을 묶었다.
“그 뒤로 어떻게 됐죠?”
“그쪽에서 정정 보도 내고 일단락됐죠.”
“만약 우리 소속이었으면 그런 기사 날 일조차 없었을 겁니다. 만약 났다 해도, 우리는 정정 보도가 아닌 정식 사과문을 받아냈을 거예요.”
누가 함부로 그들을 건드린단 말인가.
현실을 일깨우는 유사하의 말에, 무영은 빵만 우적우적 씹어먹었다. 그래. 맞는 말이다. 솔직히, 회사가 만만해 보여서, 아니면 말고 식으로 기사 낸 거지.
“무영 씨 등에 날개를 달아줄게요. 나라면 할 수 있고, 무영 씨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요.”
유사하의 달콤한 제안에, 무영은 묵묵히 입만 오물거렸다.
잠깐의 침묵. 그는 참을성 있게 무영의 대답을 기다렸다.
“……혹시 제가 거절하면요?”
“거절하면? 거절하는 거죠.”
“불이익 없죠? 있으면 대비를 좀 하고 말해야 할 것 같아서.”
“……하하하! 미치겠네, 진짜!”
거절인 듯 거절 아닌 거절이었다.
유사하가 빵 터지자, 무영 역시 자연스레 웃었다.
“왜 거절하는 건지 물어봐도 돼요? 신생이라 그래?”
“아뇨. 신생인 거면 빅윈도 만만치 않죠. 성과도 없고, 직원도 둘뿐이고.”
“그런데?”
그때, 메인 요리가 나왔다. 두툼한 스테이크에서 모락모락 나오는 김.
무영은 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했다.
“대표님이 그러셨잖아요. 보이지 않는 미래에서 가치를 본다고. 저도 그래요. 저는 빅윈에서 그 가치를 봤거든요.”
처음 고경민을 만나고, 나금동을 만났던 날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 꽃가루가 인도하는 최고의 선택. 아무리 좋은 회사라 하더라도, 무영에게 최고가 아니면 아닌 거지.
“그래서 저는 회사랑 같이 가고 싶어요.”
“아아. 이런.”
“아쉬우세요?”
“당연하죠. 나 자신 있었는데.”
그가 두 손을 들어 보이며 대꾸했다.
얌전히 무릎에 손 올린 무영이 귀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요. 고기 먹어도 돼요.”
“진짜요? 거절했는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밥 먹자 불렀는데 굶어서 가는 건 무슨 경우겠어.”
앗싸! 무영은 잘 먹겠다고 말하며 전투적으로 칼질을 해댔다. 입에서 살살 녹는 고기 맛이 최상이었다.
“우리랑 계약하면 그거 맨날 먹게 해줄게요.”
“시른데여-”
“아아. 아쉬워.”
장난을 주고받는 두 사람.
유사하는 그의 그릇에 고기를 통째로 올려주며 말했다.
“혹시 계약 기간 얼마 남았는지 알려주면 안 돼요?”
“네. 비밀인데요.”
“너무하네.”
무영이 방긋 웃었다.
다행히 거절했다고 막 꿍해 있을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무엇보다 누구처럼 검은 스모그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
“그럼 FA(Free Agent)되면 나한테 제일 먼저 알려줘요. 진짜 좋은 조건으로 채가려니까.”
“좋아요. 그때는 말씀드릴게요.”
“……좀 헛물 켠 것 같기는 하네. 솔직히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할 줄은 몰랐거든요.”
무영이 무슨 뜻이냐며 눈을 끔뻑거렸다.
물론 그러는 와중에도 고기 씹는 턱은 멈추지 않았다.
“회사 쪽에도 제안했어요.”
“……므시라그요?”
“하무영 씨 계약 이전하는 거, 생각 있냐고.”
꿀꺽.
무영은 고깃덩어리를 채로 넘기며 물었다.
“뭐라 하시던가요?”
“아직 연락 없던데요?”
* * *
쿵-
쿵쿵-
“사장님. 머리 부서지겠어요.”
“고 실자아앙…….”
너저분한 사무실. 나금동은 벽에 이마를 쿵쿵 찧어대며 심란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지금쯤 무영이는 SJ 대표랑 스테이크 썰고 있겠지? 무슨 얘기하고 있을까? 무영이는 어떻게 할까? 조건 최대한 맞춰준다고 하면 잡을 수 있을까?”
“그렇게 궁금하시면 나중에 물어보세요.”
“흐윽. 몰라! 진짜 가겠다고 하면 어떡해?”
“……일단 좀 앉으세요. 정신 사납습니다.”
고경민 역시 심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해준 것 없이 완성형인 애 데리고 와서 이렇게 뜬 건데. 회사에서 잡기도 애매하지.
“무영이가 가겠다고 하면…….”
“하면요?”
“으어어엉…….”
나금동은 생각도 하기 싫은 상황에 울먹거렸다. 그때 바깥에서 들리는 인기척.
똑똑-
누구지?
올 사람이 없는데?
두 사람이 동시에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문틈으로 봉지를 든 손이 쑥 들어왔다. 음. 고기 냄새다. 뭔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값비싼 고기 냄새.
“다들 식사하셨어요?”
그리고 빼꼼.
무영이 웃으며 고개를 내밀었다.
“무영아!”
“안 하셨으면 저랑 이거 먹어요.”
나금동의 안색이 화악- 밝아졌다. 고경민 역시 놀란 기색. 무영은 맥주까지 들어 보이며 흔들었다.
“……너 저녁은?”
“대충 먹어서요. 이거 맛있더라고요. 사장님이랑 매니저 형 생각나서 싸 왔어요. 식구라면 자고로 같은 밥 먹어야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