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118)
신인인데 천만배우 118화
공포 예능
“저 SJ 엔터 투자 대표님 만나고 왔어요.”
평소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떠들썩하게, 맛난 걸 나눠 먹지만 어딘가 조용하고 착 가라앉은 공기.
누가 먼저 서두를 떼나, 눈치만 보는 야식 시간이었는데…… 무영이 시작했다.
“마, 마, 만나서 뭐 했어?”
나금동은 바보같이 딸꾹질까지 해댔다.
처음 계약했을 때 전속 기간은 3년.
아마 [거리의 햇빛>이 개봉하면 1년 정도만 남을 것이다. 공백기 없이 열심히, 정말 열심히 일만 한다면 두 작품 정도는 할 수 있을 터.
“밥 먹었죠. 이거 거기서 포장해 온 거예요.”
물론 유사하의 찬스로.
무영이 사려고 했건만, 극구 거절하며 본인이 죄다 계산해 줬다.
긍정적인 마음은 체력에서 나오고, 여유는 지갑에서 나온다더니. 참으로 명언이었다.
거절당한 와중에 포장까지 해주는 거 봐!
“대박 맛있죠?”
“으응. 그렇네.”
“그리고 대표님이 저 이적할 생각 없냐고 물어보셨어요. 회사 쪽에도 제안했다고 하시던데, 왜 저한테 말 안 하셨어요?”
무영의 물음에 나금동이 다시금 울상을 지었다.
젓가락과 함께 놓이는 무거운 한숨.
“그, 그게 민감한 문제니까.”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낚아채야죠. 어디 못 가게 꽁꽁 싸매고, 어루고.”
“우리야 당연히 너랑 같이 가고 싶지. 근데 해준 것도 없이 붙잡자니 너무 염치도 없고…… 앞길 창창한 애 묶어두는 것 같고…….”
그래. 해준 게 없긴 했다.
연습생 시절부터 키운 것도 아니요, 시나리오도 직접 골라, 재능도 엄청나, 하물며 숙소 하나 못 해주는 처지이지 않은가. 무영이 그를 혼내듯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렸다.
“회사가 왜 해준 게 없어요? 새벽마다 운전해서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고. 사건 터지면 수습해 주고. 자잘한 행사 진행도 도맡아 해주셨잖아요.”
“그건 회사라면 당연히 해주는 거야.”
“당연히 해야 할 걸 해냈으니 잘한 거죠. 저 SJ 쪽 제안 거절했어요. 그러니까 제발 무슨 일 있으면 저한테도 상의해 주세요.”
무영은 살짝 화났다는 듯 고기를 한입에 넣어댔다.
“거, 거절했어?”
“사장님도 거절한 거 아니에요?”
“그, 그렇긴 하지.”
“저도 회사랑 같은 입장.”
단호한 그의 말에 나금동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리고 순간의 기쁨을 터뜨리며 무영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
“어이구! 무영아! 고맙다아!”
“됐어요. 다음부터 말없이 딴 생각하면 저 진짜 속상해할 거예요. 아시겠어요?”
“당연하지! 당연해!”
“그만 흔들고 좀 드세요. 아까부터 깨작깨작.”
무영의 말에 나금동은 언제 입맛이 뚝 떨어졌냐는 듯, 게걸스레 고기를 먹어치웠다. 맥주로 입을 적신 고경민. 조심스레 물었다.
“근데 무영아. 나 정말 궁금해.”
“뭐가요?”
“처음 우리 회사 고른 것도 그렇고 대체 빅윈의 뭘 믿어주는 거야? SJ 조건 되게 좋았을 텐데. 아쉽지 않겠어?”
“고 실자앙! 왜 그런 말을 꺼내?”
나금동이 기겁하며 젓가락으로 X자를 그렸다.
더 이상 그 말은 하지 말자는 듯이.
하지만 이미 마음을 굳힌 무영이었기에, 별로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일단 도리는 지키는 거죠. 전속 계약을 중간에 파기할 만큼 욕심 차리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리고 무엇보다-”
빅윈보다는 자신의 선택을 믿는다는 게 맞겠지.
하지만 무영은 방긋 웃으며 그 말은 생략했다.
“전 형이랑 사장님이 너무 좋아요.”
“무영아아!”
“에구. 고기 다 흘리잖아요!”
무영의 말에 나금동이 감격하며 그를 끌어안았다.
그래. 사람 사는 게 다 이런 거지! 일하는 기쁨 중 새로운 기쁨을 찾은 기분이었다.
“무영아. 우리가 더더더! 더! 잘하마.”
“오. 진짜요? 그럼 차 좀 바꿔주세요.”
“오옹? 차, 차?”
“안에서 자는 시간이 많은데 승용차는 너무 불편하거든요. 경민이 형도 대기하는 동안 푹 쉬어야 하니까. 밴이 좋을 것 같아요. 밴.”
눈을 초롱거리며 나금동의 입에 음식을 넣어주는 무영. 사장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큰 결심을 했다는 듯 주먹 쥐고 일어섰다.
“그래! 우리 무영이가 벌어다 준 돈이 얼마인데! 그 정도는 해야지! 암!”
“오예! 밴이다, 밴!”
“……근데 중고차도 괜찮지?”
무슨 상관이냐며, 무영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경민 역시 좋은지, 올라가려는 광대를 애써 꾹꾹 누르고 있었다.
“아무튼,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잘 부탁하마. 진짜 잘해보자!”
“아자아자! 으라쌰쌰!”
“쌰쌰!”
나금동과 무영이 캔 맥주를 부딪치며 소리쳤다.
그러자 배우의 손을 가볍게 막는 고경민.
“내일 촬영 있잖아.”
“맥주 한 캔 정도는 안 될까요? 내일 스케줄 빡빡해서 에너지 비축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술 먹으면 에너지가 깎이지.”
끝장나는 일정이었다.
아침부터 영화 촬영에 저녁에는 예능. 덕분에 체력 대비를 위해 오늘 시간이 좀 비는 것이었다. SJ 만난다고 이 난리였지만.
“근데 무슨 예능이기에 밤에 촬영해?”
둘의 대화에 나금동이 맥주를 꿀꺽꿀꺽 마시며 물었다. 그리고 머릿속에 확 떠오르는 프로그램.
“아아. [저세상 스마일>?”
MC두석과 함께 부동의 주말 예능 탑 자리를 10여 년 동안 놓치지 않는 역사적인 프로그램.
매회 새로운 게스트들과 토크, 게임 등을 하는 예능이었다.
“드라마 때는 일정 조율이 안 돼서 날아갔다가, 겨우 맞췄어요. 이번 게스트 특집이 ‘젊은 피의 반란’이래요. 하하.”
“누구누구 나오는데?”
“남자 아이돌 두 명이랑 신인 여자 배우 한 명일걸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요.”
사실 들었는데 까먹었다.
무영의 대답에 고경민이 설명을 덧붙였다.
“뿌식스의 젠이랑 토요리. 그리고 소이.”
“잘 나가는 애들 특집이구만?”
다들 성공적인 데뷔를 통해 인지도를 천천히 넓혀가는 신인들이었다.
무영 외에는 대형기획사 소속들이지만, 화제성으로 본다면 그가 제일 뜨거울 것이다.
“너무 기대돼요!”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하다니. 세상에 이렇게 멋진 일이 또 있을까? 무영은 쿠션을 끌어안으며 히죽히죽 웃었다.
“근데 왜 밤에 하냐고.”
“아아. 여름이잖아요.”
“여름인 게 뭐?”
감을 못 잡는 나금동을 향해, 무영이 외쳤다.
“공포특집이래요!”
* * *
근교의 작은 폐교.
차에서 곯아떨어진 무영이 겨우 정신을 차리며 얼굴을 매만졌다.
푹 잤더니 어둠 속에서도 그의 얼굴이 말갛다.
“안녕하세요.”
“아아. 안녕하세요. 하무영 씨 도착했습니다.”
“미선아! 무영 씨 안내 좀 해드려.”
“이쪽으로 오세요.”
[너는 별, 나는 별> 드라마로 불발된 기회가 어떻게 다시 무영에게 오게 되었는가 하니, 바로 SJ와 제작사 측의 영업이 뒤에 버티고 있는 덕이었다.“안녕하세요! 두석 선생님!”
“오. 무영 군! 오랜만이야.”
“건강하셨죠? 더 멋있어지셨어요.”
“지금 얼굴 봐둬요. 분장 들어가면 못 볼 꼴일 테니.”
물론 두석의 적극적인 추천도 있었지만.
공포특집이라 ‘호러’와 관련된 캐릭터를 하나씩 맡는 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얼마 전에 열애설로 그가 뱀파이어 역을 맡게 되었다는 게 업계에 쭉 퍼졌거든.
“무영 씨는 뱀파이어죠?”
“네. 선생님은…….”
“저승사자죠. 저승사자. 하하.”
그렇게 분장하고서 토크와 게임을 하는거다.
폐교 1층 교실을 대기실로 나눠 쓰며 교정한 가운데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무영은 두석을 비롯한 호스트들에게 인사 후, 분장을 받았다.
딸깍-
그때 문이 열리며 게스트들이 들어왔다.
뿌식스라는 그룹의 아이돌 두 명. 무영과 비슷한 나이 또래 남자들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앗. 저도요. 잘 부탁드려요.”
앨범 컨셉이 늑대인간이구나.
거친 상남자 스타일링이 유독 눈에 띄었다.
“소이라는 분은요?”
“[여고괴담 리턴즈> 드라마 출연이라 그냥 학생 귀신. 바로 옆 대기실이야. 좀 늦네. 맞춰서 오나 보다.”
그때 들어오는 조연출.
세 남자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대본 받으셨죠?”
“네. 근데 엄청 짧더라구요.”
“리얼버라이어티…… 라는 이름에 걸맞게 사실상 대본이 없어요. 진행 순서는 있어도. 무서운 얘기할 때는 작가한테 말했던 거, 그걸로 말씀하시면 되고요. 다시 짠 거거든요. 필요는 없겠지만 일단 드릴게요. 읽어보세요.”
대부분 MC두석을 중심으로 진행되니까, 착한 아이처럼 그만 쫄쫄쫄 쫓아가면 될 것이다. 무영은 커피를 마셔대며 졸음을 쫓았다.
“스탠바이 들어가겠습니다!”
“다들 서 주세요.”
스태프들의 진행에, 준비를 마친 게스트들이 옹기종기 커튼 뒤에 모였다.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소이라는 분까지.
“긴장되네요.”
“저도요.”
다들 또래다 보니 [저세상 스마일>이 갖는 의미가 컸다. MC 두석을 포함한 호스트들이 각종 분장을 하고서 주르륵 섰다. 저승사자, 처녀 귀신, 강시, 토시오…….
“슬래이트 쳐주세요!”
“하나, 둘, 셋!”
짜악!
손바닥으로 치는 슬레이트.
이내 MC 두석이 한껏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담당 피디 이름을 불렀다.
“김홍태. 김홍태.”
“……?”
“지금 저승사자가 피디 이름 부르는 거예요?”
“골로 보내려고 하네. 완전.”
“아니. 분장이 이게 뭐야?”
“왜요? 형 진짜 잘 어울리는데?”
십 년간의 호흡이 만들어내는 환상의 티키타카.
호스트들은 서로의 분장을 놀려대며 자연스럽게 오프닝을 이끌었다. 이어서 게스트를 초대하는 멘트가 나왔다.
“자. 그럼 오늘의 게스트!”
노래와 함께 천천히 걷히는 가림막.
네 명의 게스트가 웃으며 인사했다.
“헐! 대박! 하무영!”
“뿌식스네. 뿌식스!”
“반가워요. 와아-”
“어? 한빈이 또 얼굴 발개진다. 금사빠다! 금사빠!”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레 이어지는 촬영.
짤막한 자기소개와 팀 선정 등등, 마치 레크레이션에 놀러 온 것처럼 즐거웠다.
“그러면 팀원은 저랑 무영 씨. 한빈이랑 소이 씨.”
근데…….
뭐랄까. 텔레비전으로는 편집에 자막까지 잘 달린 영상물을 봐서 그런가. 생각보다 밋밋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두석쌤이 말씀하시면, 옆에 자막이 둥둥 떠다녀야 하는데!
“팀은 다 정했습니다.”
“그러면 이제 토크로 넘어갈게요.”
앞줄에 주르륵 앉아 있는 피디님과 작가님이 스케치북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간단하게 소개하는 게임 룰.
“무서운 얘기를 하면 상대팀이 점수를 매깁니다. 최소 점수와 최대 점수를 제외한 평균값으로 등수를 매기고요. 높은 순서대로 폐교에 들어가서 제작진이 숨겨놓은 물건을 찾아와야 합니다.”
“아. 그럼 먼저 들어가는 게 유리하네요?”
“그렇죠. 물건을 더 빨리 발견할 확률이 높겠죠.”
“두석이 형 벌써 벌벌 떤다. 겁쟁이 형.”
“야! 이 좌식아! 너만 하겠냐?”
“자자. 그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왼쪽부터 돌게요.”
그들은 반원을 그리며 앉은 다음, 무서운 얘기를 시작했다. ‘진짜 있었던 일이다’ 혹은 ‘누구한테 들은 건데’로 시작하는 고전 레퍼토리.
“-해서 제가 눈을 딱 들었는데.”
“와아아악!”
“꺄아아악!”
“그런 것 좀 하지 말라고오!”
서로 최선을 다해 상대를 놀래키기 위해 열심히였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최고의 압권은 무영.
“쟤는 말하는 게 진짜 무섭다.”
“그러니까. 너무 생생해.”
발성과 연기력의 낭비일까.
별거 아닌 얘기도 그가 말만 했다 하면 상대의 심장을 졸이게 만들었다. 무영의 하드캐리가 있었지만, 아쉽게도 이번 토크는 팀전.
“점수 말씀드릴게요. 무영두석 팀 15점으로 꼴등.”
“네에? 진짜요?”
이상하다? 분명 무영이 최고점을 받았는데?
그가 웃으며 두석을 바라보자, 선생님이 머쓱하게 웃었다.
“……얘기하면서 내가 놀래서 그래.”
“아하. 무섭기보단 웃기긴 했어요. 하하.”
“아이고. 죽겠다. 저길 어떻게 들어가?”
두석은 땀을 훔쳐내며 무영에게 물었다.
“무영 씨는 좀 버티나? 저런 거?”
……저런 거요?
버디타 마다요. 무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잘해요. 기대하세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