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139)
신인인데 천만배우 139화
청룡영화상
“아, 저기 [거리의 햇빛> 팀 들어온다.”
시야가 넓은 한 기자가, 제일 먼저 빅윈엔터의 차를 알아보고 중얼거렸다.
레드카펫 입구로 들어서는 벤. 문이 열리고, 경호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세 명이 차에서 내렸다.
“같이 왔나 보네.”
“이쪽이요! 이쪽!”
“하무영 씨! 여기 한 번만!”
퍼엉! 펑!
찰칵! 찰칵!
그리고 이어서 들어서는 또 다른 자동차.
진림 선생님과 배 감독이 한 차를 타고 온 것이다.
입구에서 만난 그들은 즐겁다는 듯 서로 껴안으며 인사를 나눴다. 펜스 뒤로 몰린 팬들이 환호성을 질러댔다.
“하- 무영!”
“보라! 강보라!”
가슴 언저리를 손으로 가리며 꾸벅 인사하는 보라.
무영의 팔을 가볍게 잡으며 레드카펫을 거닐었다.
“응? 저게 뭐지?”
“360도 카메라.”
단상 위에 올라서니 천장에 달린 카메라가 원형을 그리며 빙빙 돌기 시작했다.
어색하다는 듯 웃기만 하는 진림 선생님. 무영도 놀라서 카메라를 따라 시선을 돌려댔다.
“오오!”
“가만히 있으면 돼.”
하지만 무영이 카메라를 따라 도는 바람에, 뒤통수가 찍히지 않았다. 그는 카메라를 향해 엄지를 치켜올려준 다음, 유유히 포토월로 걸어갔다.
“근데 시상식, 진짜 재미있지 않아?”
쉽게 겪을 수 있는 일은 아니잖은가.
레드카펫에, 멋진 옷을 입고,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입장한다니. 진짜 축제의 장이란 이런 걸 말하는 것 같다.
“그만큼 정신도 없지만.”
사방에 깔린 것이 카메라요, 사람의 눈이었다.
게다가 생방송이지 밤중 촬영이지, 돌발 상황이 너무 많은 터라 긴장을 안 할 수가 없다. 특히나 보라 같은 경우는 드레스까지 입었으니까.
“안녕하세요! 연예가 세상의 정이입니다!”
사진을 막 찍고 있는 도중, 갑자기 유명 코미디언이 나와서 마이크를 들이댔다. 헉! 요즘 제일 핫한 분 아니신가.
“안녕하세요.”
“어머머. 정이 씨네.”
“선생님~ 처음 뵙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정이는 넉살 좋게 진림 선생님에게도 인사했다.
시끌벅적한 이 상황에서 인터뷰라.
아무래도 이번 시상식이 [연예가세상>이 방영되는 S사 독점 중계인터라 이렇게 이어진 모양이었다.
그녀는 우리에게 카메라를 내밀었다.
“[거리의 햇빛> 700만 관객 돌파 정말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영화상에도 많은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는데요, 혹시 기대 좀 하시나요?”
꽤 짓궂은 질문에 다들 하하 웃기만 했다.
무영에게 마이크가 떠밀리듯 오자, 그는 너스레를 떨며 애교 있게 대답했다.
“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아! 좋습니다! 보라 씨, 오늘 드레스가 너-무 예쁘세요.”
“정이 님도 굉장히 멋지신데요.”
실시간 중계처럼 재빠르게 이어지는 막간 인터뷰.
다시 입구 쪽에 밴이 들어서자, 정이는 스태프의 신호를 받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네. 정이 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무영 씨!”
“넹?”
꾸벅 인사하고 가려 하는데, 정이가 그를 불렀다. 그리고 장난스러운 눈짓으로 윙크하며 넌지시 말을 던졌다.
“다음에는 스튜디오에서 볼게요.”
“아하하. 네네. 꼭 뵙겠습니다.”
으레 하는 인사인가 싶어, 무영도 장난스럽게 윙크!
카메라 감독님이 놓치지 않고 그 모습을 모두 담았다.
식장으로 들어서는 감독의 발걸음이 예사롭지 않았다.
“감독님. 괜찮으세요?”
“너무 긴장돼서…….”
신인 감독상 부문에 이름을 올린 터라, 아침부터 청심환을 두 개나 먹었으나 영 효과가 없다.
그는 [거리의 햇빛> 테이블을 찾아 겨우 앉으며 끙끙 앓아댔다.
“그러다가 수상 불리면 진짜 쓰러지시는 거 아니에요?”
보라 역시 드레스를 정리하며 걱정스레 한마디 건넸다. 하지만 대꾸할 힘도 없는지, 그는 겨우 손만 휘휘 내저으며 낯선 헛구역질까지 대했다.
“오마이갓.”
“여기서 실수하시면 절-대 안 돼요. 감독님.”
“……알아. 알아요.”
시간이 지나자, 점점 자리가 차기 시작했다.
“감독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하무영 씨 반가워요. 영화 진짜 재밌게 잘 봤습니다.”
“우리도 다음에 작품 하나 같이 하죠.”
“우와. 영광입니다. 선배님!”
“아, 저 친구가 강보라 씨구나?”
“어머머. 진림 선생님! 이게 몇 년 만이에요?”
익숙하거나 연이 닿는 배우들과는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처음 보는 동료들은 소개를 통해 안면을 텄다.
시상식이 시작하기도 전, 무영은 식장을 두어 바퀴나 돌아야 했다.
쿵쿵- 쿠쿠구궁!
그때, 노랫소리가 들리며 주위 스태프들이 분주해졌다. 시계를 확인하니 이제 곧 시작할 것만 같았다.
“실례합니다!”
“잠시만요.”
감독들이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조명이 점점 꺼져갔다. 파앗- 하고 튀어 오르는 꽃가루와 함께 음악 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청룡영화상, 그 위대한 한 해.]대형 스크린에 글자가 떠오르고, MC인 두 사람이 카메라 원샷을 받으며 등장했다.
“네. 안녕하세요. 여러분, 청룡영화상의 밤이 찾아왔습니다. 오늘 MC를 맡은 하연입니다.”
“안녕하세요. 구민구입니다.”
마이크를 타고 듣기 좋게 울리는 목소리.
무영이 넋 놓고 헤헤- 웃고 있다가 갑자기 화면에 자신의 얼굴이 떠올라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하하하!”
“무영아. 표정 관리 좀.”
살짝 떠도는 즐거운 웃음소리.
무영은 입가를 가리며 손을 흔들었다.
“네. 역시 오늘은 정말 즐거운 날인 것 같아요. 참석하신 배우분들의 표정이 밝다 못해 빛이 나는데요.”
“그렇습니다. 이분들이야말로 밤하늘의 별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연 씨. 그럼 오늘 영화상 소개부터 부탁드릴까요?”
간략한 영화상의 역사와 이번 해 심사위원, 그리고 출품작들을 소개한 VCR이 재생되었다.
성공적인 영화상 개최를 응원하는 배우들의 모습과 다수의 연예인 동료들의 축하인사가 담겨 있었다.
“어?”
그리고 울리는 익숙한 노래.
축하 오프닝 무대를 위해 여자 아이돌 그룹이 나타났다.
멀리 있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화면에 잡히는 얼굴이 굉장히 익숙했다.
“송아 누나잖아?”
누나가 왜 거기서 나와?
무영은 당황스러우면서도 반가워서 연신 박수를 쳐댔다. 평소와 달리 화려한 무대의상과 메이크업으로 무대를 누비는 송아 누나. 이러면…….
‘이럴 줄 알았어.’
송아와 연이 있는 배우는 무영 뿐이었으니까. 다시 한번 화면에 무영의 얼굴이 잡히고, 그는 보란 듯이 환호해 주었다.
“살짝 심장이- 쿵!”
상큼 발랄한 노래가 시원하게 뻗어갔다.
화면을 확인하던 담당 피디가 어이없이 웃으며 무전기를 들었다.
“아니. 왜 자꾸 하무영만 잡아요? 하무영 팬이에요?”
“피디님이 오늘 주인공 하무영이라 하셨잖아요.”
“그거야, 트리플 동시 노미네이트니까, 화제성이 있겠다 한 거죠.”
그녀는 대꾸하듯 중얼거렸다. [거리의 햇빛>으로 신인남우상, 남우 주연상. [역병>으로 남우조연상까지.
“일례가 없었지? 아마?”
“그렇죠. 아직 트리플 석권자도 손에 꼽을 정도인데요 뭘. 하무영 진짜 팔자 좋다.”
“이제 데뷔한 지 이 년 만에 히트란 히트는 다 쳐대고 있잖아요. 모레 지나서 SBC 연기대상 가면 또 뭐 받을 텐데.”
“그건 까봐야 아는 거지. 드라마 쪽은 반년만 지나도 파삭 식는 거, 알잖아?”
“그래도요. 시청률 앞자리가 3인데 뭘 주더라도 줘야 구색이 맞죠.”
그뿐이던가. [거리의 햇빛> 팀원들 모두가 한 자리씩 노미네이트를 꿰고 있었다.
감독은 신인 감독상, 보라는 신인여우상, 진림 선생님은 여우조연상 등등.
“아무튼, 감독님. 적당히 잡아주세요. 적당히.”
치직-
하지만 이미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두 번이나 화면에 잡힌 하무영.
시상식 안의 배우들은 물론이고, 보고 있던 시청자 역시 알아채고 말았다.
오늘 밤의 주인공은 하무영이라고.
“근데 [역병> 팀은 별로 없네?”
보라가 주위를 둘러보다 무영에게 물었다.
감독님과 조감독 및 스태프들이 오긴 했지만, 배우는 성혜준뿐이었으니.
“다들 바쁜가 봐. 연말이니까, 다른 스케줄이 겹쳐서 못 왔대. 유나는 감기 걸렸다나. 애들이랑 캠핑 가기로 했는데 그것도 취소됐대.”
“아. 진짜?”
문자로 미주알고주알 떠들어대던 유나.
텍스트임에도 불구, 그 쫑알거리는 목소리가 생생했다. 송아의 무대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본격적인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신인감독상 부문 후보입니다.”
[[거리의 햇빛>의 배철진] [[파로호의 전설> 강수동] [[련산> 박소루] [[가자, 네가 원하는 곳으로> 김이겸]다들 신인감독 후보들이라 그런지, 나잇대가 비슷해 보였다. 배 감독은 연신 부끄러워하며 시선을 어디 두어야 할지 몰라 했다.
“감독님. 좀 웃어요. 웃어.”
보다 못한 보라가 옆에서 팔을 잡아끌며 속삭였지만, 소용없지!
어색하게 웃느니 긴장한 표정이 나을 것 같았다.
“-축하합니다.”
두구두구두구-
시상을 앞두고 나오는 특유의 소리.
무영은 문득 심장을 방망이질 칠 것 같은 그 음악을 만든 사람이 누구일까 궁금해졌다. 어쩜 이렇게 긴장감을 잘 표현했는지.
“[거리의 햇빛> 배철진 감독님.”
“네. 배철진 감독님의 데뷔작인 [거리의 햇빛>은 뱀파이어와 불면증 동호회 사람들이 만나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렸는데요. 신인이 주는 싱그러운 신선함과 과감한 연출 방식에 큰 점수를 주었다고 합니다.”
심사위원 평과 함께 빵빵한 노래가 터져 나왔다.
휘청휘청, 후달리는 다리를 겨우 붙잡고 일어서는 감독. 가다가 넘어지진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는데, 어찌 계단을 잘 올라가긴 했다.
“어, 어…….”
그는 트로피와 꽃다발을 받으며 말을 더듬거렸다.
잠깐의 침묵. 시간이 금인 생방송에서, 약 10초 동안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사고는 아니었다. 모두 그가 연신 눈물을 닦아대며 숨을 고르는 걸 지켜봤으니.
“정말 감사합니다.”
눈물이 턱을 타고 뚝뚝 흘러내렸다.
투박한 손으로 얼굴을 문대다시피 닦아내는 남자.
“나이 서른 넘어서도 철이 안 들어, 그냥 스쳐 지나왔던 꿈을 찾아갈 때. 주위에서 참 많은 걱정을 해주셨습니다. 네가 할 수 있겠냐고, 세상에 잘나고 잘난 사람 많은데, 네가 어떻게 영화를 만들겠냐고. 집안 말아먹기 딱 좋다고들 하셨죠.”
그의 자조 섞인 농담에 객석에서 안타까운 웃음이 흘러나왔다.
어느 예술이 그렇지 않겠느냐마는 한 번에 수십억이란 돈이 오가는 영화는 특히 리스크가 컸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습니다. 걱정해 주신 분들과 함께 저를 믿어주신 분들 덕분이겠죠. 무턱대고 대본 들고 찾아갔을 때, 흔쾌히 출연하겠다 해준 하무영 씨.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무영은 괜히 마음이 몽글해져서, 웃기만 했다.
편의점에서 만났던 그때가 추억처럼 떠올랐으니.
“믿을 것 없는 나를 믿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보라 씨, 태석 씨, 진림 선생님 그리고 하늘에서 보고 계실 강성배 선생님과 제작사 여러분. 모두 덕분입니다.”
강성배 선생님의 이름이 나오자, 다들 박수 치며 호응했다. 그는 횡설수설,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연호하며 꾸벅 인사했다.
“네에. 진심이 담긴 수상소감,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음은 신인남우상과 신인여우상 시상이 있겠습니다. 시상은 모델 황소율 씨와 타란 씨가 도와주시겠습니다.”
연신 끅끅거리며 스태프의 안내를 받아 무대 뒤쪽으로 사라지는 배 감독. 이제는 보라가 긴장했는지, 연신 팔뚝을 쓸어내렸다.
“후아-”
“너도 청심환 먹었어?”
“아니. 좀 후회 중. 하나 먹을 걸 그랬다.”
신인남우상 부분이 먼저였다.
무영은 VCR화면을 보며 콩닥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신인남우상 후보입니다!”
[[거리의 햇빛> 하무영] [[파로호의 전설> 박윤] [[전라> 도선우] [[히클링> 박병철]바로 앞까지 바싹 들이미는 카메라.
무영은 방긋 웃어 보이며 정면을 응시했다.
시상하는 두 사람이 카드를 보더니, 마이크를 붙잡았다.
“축하합니다! [거리의 햇빛> 하무영 씨!”
짝짝짝-!
무영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보라와 태석, 진림 선생님이 그를 안아주며 축하해 줬다.
정신없이 무대에 올라서자, 스태프가 꽃다발과 인형을 안겨줬다.
“인형은 뭐예요?”
“혹시 수상하게 되면 전달해달라고, 부탁하던데요.”
무영은 흰 인형을 끌어안으며 웃었다. 그런데, 엉덩이에 박혀 있는 작은 글씨.
[♡하무영 남우조연상 축하해♡]“오잉?”
트리플 노미네이트인지라, 지킴이들은 뭘 수상할지 몰라 세 가지 인형을 보낸 것이었다.
신인남우상과 남우조연상 수상이 예정된 터.
스태프는 그 두 개를 챙겨 놓고서 실수로 바꿔 내보내고 말았다.
“아하하하…….”
아- 무도 그 사실을 모른 채, 무영의 소감만을 기다렸다.
무영은 방긋 웃으며 마이크를 붙잡았다.
“정말…….”
가슴 깊이 차오르는 기쁨에 무영이 멈칫거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하늘에서는 연신 반짝이는 꽃가루가 터져 나왔다. 그만 볼 수 있는 축복의 꽃가루가.
“아름다운 밤이네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