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143)
신인인데 천만배우 143화
내용
-……보통은 반대 생각하지 않니?
“반대요? 제가 누굴 괴롭혔다고요?”
-아니,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런 글이 커뮤니티에 올라왔다고…… 하이고.
고경민은 안도감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사실 그럴 리는 절대 없겠지만, 막상 올라온 글이 너무 상세해서 순간 머리가 띵했거든.
그런데 무영이 반응 보니까 안심이다. 얘는, 누구 괴롭힐 애가 못 돼.
-일단 알아두기만 하고, 넌 아니라는 거잖아.
그렇지만 확답은 들어야지. 하지만 무영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저도 그 글 읽어보고 답해드릴게요.”
-응? 뭐?
“저는 누구한테 피해 끼친 적 없지만, 혹시 모르잖아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아무튼 잠시만요. 글 읽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무영아? 무영아!
뚝.
무영은 망설임 없이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옆에서 귀를 쫑긋거리며 듣고 있던 준호가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학폭?”
“글이 올라왔나 봐. 보자보자, 어이구. 실검 먹었네.”
“웃기고 자빠졌네. 어떤 띨빡한 새끼가 개연성 1도 없는 소설을 써제껴? X신 같은게 지가 뭘 안다고. 동창인가? X발 그 새끼 누군지 좀 봐야겠다.”
“워워. 진정해. 진정.”
순간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은 준호가 쌍욕을 끝도 없이 쏟아냈다.
“바보 같은 새끼가 일진이 있는지 없는지, 왕따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살던 어벙이를 학폭에 엮어? 뒤질라고, 대체 어떤 새끼야? 세상에 하무영만큼이나 멍청한 놈이 또 있었네.”
“……너 지금 나 감싸는 거 맞지?”
“아 당연하지! 삼 년 내내 옆에 붙어있었는데! 네가 일진이면 나는 뭐, 전과자냐?”
그게 말이 또 그렇게 되니?
무영은 희미하게 웃으며 원 게시글을 찾아 떠돌았다. 익명 사이트의 글은 삭제된 상태였고 기사로만 접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요즘 텔레비전과 스크린에 자주 보이는 한 신인 배우를 보고서, 예전 기억이 떠올라 글을 씁니다.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일까, 고민도 많이 했으나,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저에게까지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에 용기를 냈습니다. 이하 그 배우를 A라 칭하겠습니다.]딸깍-
“내 이름은 없는데? 왜 나라고 하시는 거지?”
“밑에 더 읽어봐.”
[저는 남고를 나왔습니다. 잘생긴 얼굴과 성적이 좋았던 그는 선생님들은 물론이고 학우들에게도 인기가 좋았죠. 분위기 메이커에 교실의 중심이었던 A에게, 저 같은 사람은 참으로 우습게만 보였나 봅니다.]그 문단을 읽는 순간, 둘이 동시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남고를 나온 건 맞는데…… 분위기 메이커? 준호가 코웃음을 쳐댔다.
“분위기 메이커는 나였지. 너는 개아싸였고.”
“저기요. 저도 애들이랑 사이 좋았거든요?”
졸업 즈음에 계부 사건이 터져서 서먹서먹해졌을 뿐, 특별히 모날 데 없는 학교생활을 하지 않았던가.
“이거 뭔가 쌔한데.”
“남고에 잘생기고 공부 잘하는 배우가 나밖에 없나?”
“지금 니 입으로 잘생기고 공부 잘했다고 한 거냐?”
“팩트잖아.”
“우엑. 재수털려.”
준호가 무영의 손에서 휴대폰을 뺏었다.
그리고 스크롤을 시원시원하게 넘겨댔다.
“매점 갈 때마다 먹을 것을 사 오라고 시켜놓고서는 돈을 주지도 않고, 거절하면 애들이 보는 앞에서 욕과 위협을 했습니다. 저는 그때의 수치심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저는 가난했습니다. 들고 다니던 가방과 신발 낡은 것이 왜 그에게 문제였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A는 제 물건을 쓰레기라며 쓰레기통에…….”
“나 아니네. 음. 나 아니야.”
거기까지만 읽어도 답이 나왔다.
하무영은 그런 일이 없습니다요~
“A는 성공적인 데뷔 이후 탄탄대로를 걷고 있습니다. 좋은 학벌과 좋은 집 그리고 대중들의 사랑까지. 순진하고 깨끗한 이미지로 기만질하는 것을 볼 때마다 정신적 상처가 욱신거려 죽을 것 같습니다.”
“어이고. 마음의 상처가 크신 모양이네.”
무영은 제삼자의 얘기를 듣는 것처럼 맞장구쳤다. 이런이런, 어쩌면 좋아! 쯧쯧.
“근데 왜 자꾸 나라는 거야?”
“좋은 학벌, 좋은 집, 성공적인 데뷔 및 탄탄대로인 성적. 순진하고 깨끗한 이미지. 뭐, 너랑 많이 겹치긴 하네. 기다려 봐. 뒤에 글 더 있어.”
각 잡고 제대로 썼는지, 초장문이었다.
“그 배우는 자기가 여자를 만나본 적 없다고 말했지만, 실상은 아닙니다. 고등학교 때 여자친구로 인한 문제가 꽤 많았습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잠자리를 하자마자 헤어지자고 해서 여친이 집까지 찾아가 소란을 피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도 크게 소문이 난지라, 그 이후 학교에서도 인식이 바뀌었고…… 부모님이 겨우 수습해…… 어?”
준호가 글을 읽다가 멈칫거렸다.
그 순간 무영도 마찬가지.
무영의 부모님은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 고등학교 시절은 계부와 함께 지냈으니까.
“경민이 형은 여길 캐치 못 했나?”
“아니면 고등학교 때는 우리 부모님이 계셨을 거라 생각한 걸 수도 있고.”
언제 돌아가셨는지와 계부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으니까.
“여기 사람들이 너라고 추측한 이유가 나오네.”
“뭔데?”
“A와 함께 열애설 났던 B 역시 예전부터 안 사이라 그의 이면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옆 동네 학교였던 그녀 역시 소문이 대단했거든요. A의 성격상, 절대 그의 주위에는 여자사람친구라는 게 없습니다. 사귀는 여자나, 사귀었던 여자. 둘 중 하나겠죠.”
“아아아.”
청룡영화상에서 보라를 에스코트한 거로 다시 한번 열애설이 났었다.
회사에서 강력하게 부인하며 일축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대중들은 은근히 두 사람의 관계를 상상해 댔다.
“‘예전부터 안 사이’라는 말이 딱 너희한테 맞잖아. 보라랑 고등학생 때부터 알았으니까.”
“근데 B는 배우라는 말이 없는데?”
“몰라. 어떤 빡대가리가 첫 댓글로 네 이름 적어서 다 너인가 보다, 하는 모양이야.”
준호는 이를 아득거리며 짜증스럽게 중얼거렸다. 무영에게 일이 터진 것도 열 받는데, 가만히 있는 보라까지 싸잡아서 욕을 먹고 있었다.
-미친;; 이거 ㅎㅁㅇ 아닌가? 남고 출신에 공부 잘하고, ㄱㅂㄹ랑 고딩때부터 친구였다며. 열애설 났잖아. 빼박인데?
-와 대박 충격적이다 전혀 그렇게 안 보임.
-연예인 이미지가 괜히 만들어지는 줄 아나. 다 계산적으로 째고 붙인 거임.
-중립 기어 박을게여~
-그래서 원본 글 어디 갔는데 ㅅㅂ 지킴이 숨넘어가는 꼴 보고 싶냐? 원본글 가져와!!!!
-무영이가 그럴 애냐? 얼굴을 봐라. 꽃으로도 못 때리게 생겼구만. 눈 없냐? 뇌 없어?
-강보ㄹr 생긴 것부터가 날티 나게 생겼음ㅋ
-ㅇㅈ 담배빵 잘 치게 생김ㅋㅋㅋㅋㅋㅋㅋ
-중립 박으라고 개새XX끼들아
-하무영이라고 하는 사람들 지금 PDF따서 소속사 보낼게요. 인실좆 하세요~ Tlqkf놈들아~
-팬들 정신 똑바로 차려요. 가해자 감싸는 거 2차 가해니까.
-그러면 니는 Tl발아 무영이 잘못도 없는데 이렇게 몰고 가면 니는!!! 니는 3차 가해세요?
-^^ᅟᅣᆼ 현타 지리누
-소속사에서는 아직 입장발표 없는데?
-진짜 하무영이 맞긴 함? 원글에서도 하무영의 하자도 안 보이는데;; 뇌피셜 아님?
완전 엉망진창인 상태였다.
온갖 말들이 뒤섞이고 뒤섞여 혼돈 그 자체. 기사는 미친 듯이 쏟아지지, 커뮤티니에서는 불나도록 새로운 글과 댓글들이 넘쳐났다.
타악.
무영은 잠시 숨을 고르며 화면을 덮었다.
어지러울수록,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이런 인터넷 세상은 원래 복잡하기 마련이야.
하지만 화면만 덮으면 진짜 세상이 여기 있어.
괜찮아, 하무영. 정신! 아! 집중!
짜악!
무영은 있는 힘껏 손뼉을 마주쳤다. 준호가 슬그머니 그의 옆에 앉아 물었다.
“너 괜찮아? 당장 서명문 낼까?”
“웃긴다. 임준호. 누구 서명.”
“나랑 동창 새끼들!”
“됐어. 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 부모님 관련한 거만 밝히면 깔끔하게 정리되겠구먼.”
“아니, 근데-”
그러면 넌? 넌 어떡하게?
성인이지만 어른은 아니었다. 아직 미숙한 그에게 달콤한 성공의 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으니.
별별 이상한 새끼들이 가족 없다고 들이대면 어떡해? 보호자 없다고 노려대면 어떡하냐고.
“괜찮아. 준호야.”
그의 의도를 알아챈 무영이 방긋 웃었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다시금 고경민에게 연락을 걸었다.
“좋은 방법 있으면 그렇게 하는데, 없으면 어쩔 수 없지. 부모님 없는 부분도 나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거니까, 나는 괜찮아. 부끄럽지도 않고 약점도 아니야.”
“아니면 진짜 아빠한테 부탁해 볼까? 너 양자로-”
“아버지한테 진짜 머리 깨지고 싶어?”
“그래. 헛소리가 나갔다.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헛소리가.”
준호는 쿠션을 끌어안으며 제 휴대폰을 찾았다.
커뮤니티에 반박글 올리기 전, 제 여자친구인 보라의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하지만 보라도 정신이 없는지, 연결 안 되는 모양이었다.
“아. 형.”
-그래. 글 봤어? 아니지? 빨리 아니라고 해줘.
신호음 한번 가기도 전에 받는 고경민. 휴대폰 붙잡고 무영의 연락을 기다린 것 같다.
무영은 안심하라는 투로 확실히 못 박았다.
“저 아니에요. 그런 일 절대 없었어요. 잘생기고 공부 잘하긴 했는데, 음 모쏠 맞구요. 보라랑 안 사귀는 건 형이 더 잘 알잖아요. 또 뭐 말씀드려야 하지?”
그는 두서 없이 생각나는 대로 말하다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 저 고등학교 때부터 부모님 없었어요. 계부랑 살긴 했는데, 사건을 터뜨리면 터뜨렸지 수습할 위인이 아니었거든요.”
그 말을 시작으로, 무영은 자신의 학창시절을 고백했다.
사실상 고백이랄 것도 없지. 두루뭉술하게 알고 있던 내용에 디테일을 잡아준 것이었다.
“-아무튼 그래요. 그래서 저는 아닙니다요.”
-어, 그래 무슨 말인지 알겠어. 회사에서는 아니라는 입장문 나갈 거고. 유언비어에 관해서는 강경 대응할 거거든. 그리고 다시 연락 줄게. 상황 돌아가는 거 봐서 얘기하자. 정 안 되면 그때 SNS에 해명글 올리면 돼. 혹시 모르니까 미리, 지금 회사에서 글 보내줄 거니까 그 토대 맞춰서 다시 써줘. 쓰고 나한테 보내주고.
“네엡. 알겠습니다. 스케줄에는 문제없죠?”
-넵플렉스에서 연락이 오긴 왔어. 학폭 의혹 사실이냐고.
제작에 들어가기 일보 직전. 주인공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빠르게 하차시키고 새로운 사람을 찾아봐야 했으니까.
“그래서요?”
-아니니까, 문제없다고 했지. 일정은 일단 그대로 잡았다. 어차피 좀 뒤에 일이라 이건 괜찮아. 문제는 당장 있을 [연예가세상> 인터뷰인데…….
“할래요.”
무영은 흐려지는 말끝을 단박에 잡았다.
“할래요. 뭐든 차질 없게 진행할래요. 저랑은 상관없는 일이니까 평소처럼 그렇게 할게요.”
전혀 달라질 것이 없었다.
자신의 일이 아닌데, 왜 자신에게 스케줄 조정이 있어야 하겠는가. 무영은 단호하게 자신의 뜻을 밝혔다.
-그래. 알겠어. 다시 연락할게. 그, 노파심에 하는 말이니까 당분간은 인터넷 하지 말고.
“걱정 마세요.”
-최대한 빨리 진화해 볼게.
띡.
무영은 전화를 끊고 준호를 돌아봤다.
겨우 보라와 연락이 닿았는지, 연신 휴대폰을 잡고 뭐라 중얼중얼.
“야야. 그러지 말고 가라.”
“어?”
무영이 준호의 종아리를 쿡쿡 눌러대며 웃었다.
“그렇게 여자친구 걱정되면 보러 가시라구용.”
“……됐어. 보라 성격 몰라? 네 걱정부터 한다.”
“보라야-! 미안해!”
무영은 불쑥 고개를 들이밀며 사과했다.
어렴풋이 들려오는 보라의 목소리.
-네가 왜 사과해! 사과는 잘못했을 때나 하는 거야!
역시, 굉장히 씩씩하구나.
무영이 안쓰러운 미소를 짓자, 준호가 보라와 통화를 마무리하며 끊었다.
“보라가 네 옆에 있으래.”
“와. 진짜?”
보라에겐 가족이라도 있지만, 무영은 혼자였으니까. 룸메인 준호마저 가버린다면 이 큰 집에서 혼자 있을 게 뻔했으니까. 무영은 가만히 소파에 몸을 누이며 중얼거렸다.
“……준호야.”
한껏 처량한 목소리로.
“왜.”
“나 치킨 사줘.”
“……10억이나 번 놈이?”
“맞다! 나 엄청 벌었지! 아,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네. 아하하하!”
……저저, 또라이 새기.
준호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배달앱을 열기 위해 폰을 들었다.
열어두었던 메인 포탈 창이 뜨면서, 무영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가운데, ‘New’를 붙이고 올라오는 글자.
[전문, 하무영 학폭 의혹에 관한 소속사 입장문]오